33만 명이 치는 한국어 시험, 그러나 정작 한국어 교육은 준비되지 못했다
리: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태영: 아이디자인랩 CEO 김태영입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앱 ‘펀픽(FunPik)’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박송연: 앱 서비스와 한국어 학습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박송연입니다.
리: TOPIK, 그러니까 한국어능력시험은 뭔가요? KBS 한국어 능력시험과는 다른가요?
김태영: KBS 한국어 능력시험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모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죠. 반면 TOPIK은 국가공인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에서 매년 4회 치르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시험입니다. 유학이나 취업, 비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리: 매년 몇 명이나 응시하나요?
김태영: 연 33만여 명 정도 됩니다. 인터넷 기반으로 시험이 확대되며, 내년에는 70만 명 이상이 시험을 치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리: 33만 명에 70만이요? 어마어마한데요.
김태영: 시험 준비하는 외국인은 160만 명이 넘어요. 이대로 성장하면 곧 400만 명 이상이 될 거라고 봅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 자체는 4천5백만 명 정도거든요. 또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한 국가도 23개국이나 되고,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마치 우리가 학창 시절에 독어나 일어를 선택했듯이, 정식 교과목으로 들어가 있는 거죠.
리: 그러고 보니 해외 대학에서 한국어학과가 인기라는 뉴스를 본 적 있네요.
김태영: 네. 전 세계 1,300개 대학에서 채택할 정도로 인기가 늘어나고 있죠. 일본어는 정원 미달이 날 정도인데, 한국어는 50명 정원에 300명씩 지원하는 수준이에요.
박송연: 저는 고등학교를 싱가포르에서 나왔어요. 그때도 이미 한국어 동아리가 있었어요. 한국 예능, 가요를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고요. 지난 10년간 한국의 위상은 더 높아져 왔으니, 지금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펀픽 1.0, 160여 개국의 36만 명이 다운로드하며 순항을 시작하다
리: 현재 펀픽 앱의 사용자는 얼마나 되나요?
김태영: 총 160여 개국에서 36만명이 다운로드했습니다. 기본적인 마케팅만 하는데도 MAU가 2만 정도는 나와요.
리: 인기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태영: 앱의 완성도죠. 기존에 출시된 앱은 단순했어요. 기출 문제를 그대로 긁어와서 OX만 보여주는 수준이었죠. 반면 저희는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사용자가 레벨별로 유형별로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박송연: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도 도입했기 때문에 소비자는 지루하지 않게 문제를 풀고, 다양한 보상을 받으며 진행할 수 있어요. 매일매일 공부할 경우에도 출석 보상을 받고요.
리: 경쟁사는 어딘가요?
김태영: 데이터를 보면 1위가 링고디어(Lingodeer)로 집계돼요. 듀오링고도 만만치 않고요. 하지만 링고디어와 듀오링고 모두 ‘한국어만을 위한 전문 앱’은 아니에요. 여러 언어를 위한 학습법을 제시하다 보니, 어색한 한국어 표현이나 부정확한 문법도 다수 발견돼요. 그래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어 학습 니즈는 점점 커지는데 제대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서비스는 아직까지 드무니까요.
리: 학습 앱은 잔존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MAU는 어떻게 되나요?
김태영: 지금은 마케팅비를 거의 쓰지 않는데, MAU 2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초기 마케팅비를 좀 써봤을 때는 4.5만 정도였고요.
리: 왜 마케팅 방향을 수정하신 건가요?
김태영: 마케팅 비용을 써서 실적을 만들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줄여서,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보완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예 신규 앱까지 나아가게 되더군요. 지금은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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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에서 경력을 시작한 남자, 갑자기 한국어 전문가가 된 이유
리: 어쩌다 창업하게 됐나요?
김태영: 대기업에서 9년, 중소기업에서 1년 회사생활을 했습니다. 대기업 때는 스마트 연수원 구축,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모바일 아카데미를 구축했습니다. 중소기업 시절에는 VR 교육 콘텐츠 사업을 추진했고요. 그렇게 10년을 교육 업계에 몸담다 보니, 전체적인 교육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더군요.
리: 그래서 창업을 생각하게 되신 겁니까.
김태영: 네. 신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었어요. 안 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어요. ‘아이디자인랩’이라는 회사명도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연구소’라는 의미입니다. 회사 구성원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현실로 만드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리: 그런데 왜 갑자기 한국어 사업으로 방향을 트셨나요?
김태영: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홀딩하게 되었어요. 새롭게 하려고 했던 글로벌 비즈니스가 전부 무산되었죠. 어떤 사업을 해야 이러한 위기를 겪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사업을 피봇팅하게 되었죠.
리: 아…ㅠㅠ
김태영: 한동안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남아있던 마지막 멤버와 함께 외부 환경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도 우리 회사의 철학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교육 시장을 찾아봤죠. 그게 한국어 교육이었습니다.
리: 어떤 근거가 있으셨습니까?
김태영: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어 공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어요. 반면 플레이어는 무척 적고, 시중에 서비스되는 프로덕트의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았죠. 또 해외에 있는 오프라인 한국어 교육 시설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었고, 교육비도 굉장히 비싼 편이었어요. 빈부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로 연결되고, 그게 또 소득의 격차로 연결되는 현상을 보여준 거죠. 그걸 보고 제가 이 분야에 진출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리: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피봇팅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김태영: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사람도 돈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일단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친한 지인분들을 찾아가서 투자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제 이름 석 자만 보고 투자를 결심해 주신 분들이 있어서, 덕택에 시드머니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펀픽 2.0: 교재, 동영상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교육을 지향하다
리: 박송연 책임님은 어쩌다 한국어 교육, 그것도 앱을 만드는 회사에 지원하게 되셨습니까?
박송연: 학부와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고, 대학교 어학당에서도 근무했어요. 현장 강의도 재미있었지만, 제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교수 방법이나 교수 자료를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콘텐츠를 직접 개발, 연구하는 직무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리: 그런데 왜 아이디자인랩을 택하신 건가요?
박송연: 한국어 교육 앱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부쩍 늘고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신생 회사들은 ‘기술’에 ‘교육’을 접목하려 하다 보니 전문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반면 아이디자인랩은 교육에 기반을 두되, 더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기술을 접목했죠. 그게 제가 해 보고 싶은 일, 지향하는 방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리: 강단에 있다 오신 건데, 회사 적응은 수월하셨습니까.
박송연: 저처럼 교육계에 있던 사람들은, 회사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죠. 그런데 대표님께서 필요한 업무 스킬을 코칭해 주시고, 실제로 해 보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콘텐츠 개발팀의 총괄로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지 멘토링을 받고 있어요.
리: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주셨습니까?
박송연: 예를 들어 제가 면접관으로서 면접에 들어가게 되면, 면접에서는 무엇을 평가해야 하고 무슨 질문을 어떤 태도로 해야 하는지, 또 면접자의 답변을 들을 때는 어떤 태도로 들어야 하는지 직접 코칭해 주시는 식이에요.
리: 지금 준비하고 계신 건 어떻게 됩니까?
박송연: 내년 봄 출시 예정으로 펀픽 2.0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펀픽은 한국어 능력시험 응시를 앞둔 학생이 대상이었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한국어 지식이 있어야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펀픽은 한글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시험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제작할 예정입니다.
리: 아하…
박송연: 구체적으로 말해서 펀픽 1.0에서는 ‘읽기’ 영역만 제공해요. 하지만 2.0에서는 쓰기, 말하기, 어휘, 문법 등 모든 영역을 제공할 계획이에요. 또 기존의 펀픽은 앱만으로 구성되었던 만큼, 문제 풀이 이외의 공부 방법을 채택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새로운 펀픽은 앱, 교재, 동영상 강의까지 연계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제공될 예정이에요. 이미 일부 교재가 e-book으로 출판되었고, 영상도 업로드 중입니다.
리: 앱과 함께 교재나 영상으로 공부하면 시너지를 일으키는 구조인가요?박송연: 맞아요. 저희가 펀픽 2.0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은, 앱과 교재와 영상, 3개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오프라인 강의가 없이도 수준급의 한국어 실력을 갖추게 되는 거예요.
펀픽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고 있는 강의. 조회수 15만 회를 훌쩍 넘기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국 GEP 프로그램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도약에 나서다
리: 고객이 전부 외국인인데, 해외 시장은 어떻게 뚫고 있습니까.
김태영: 여러 지원을 받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SBA와 서울창업허브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선발되었고, 해외에서는 작년 12월에 영국 국제통상부로부터 GEP라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됐어요. 그걸 발판으로 글로벌 헤드쿼터를 영국에 설립해서 전 세계에 세일즈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리: GEP? 상당히 생소하군요. 자세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김태영: GEP(Global Enterpreneur Program)은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영국 현지에 유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선발되면 영국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아 스케일업에 필요한 각종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저도 6월에 선발되어 영국 정부 초청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리: 대단하군요. 어떤 지원을 받으십니까?
김태영: 가장 큰 건 제도적 혜택이에요. 각종 사업적 절차가 간단해지고, 관계자분들이 보유한 리소스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여러모로 유리해져요. 영국 진출 시 투자 유치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내년 초 펀픽 2.0 앱을 출시한 후 시리즈A를 해외에서 추진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리: 주요하게 생각하는 타겟 국가는 어디인가요?
김태영: 한국어 수요가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비롯, 수요가 있는 전세계가 저희의 고객입니다. 현재 영어 외에 10개 국어 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점점 더 많은 언어를 앱에 담을 계획입니다. 전세계의 한국어 교육의 기준이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함께 한국어 시장을 개발할 동료를 구합니다!
리: 추진하려는 계획의 스케일이 상당히 크시군요.
김태영: 교육의 본질은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콘텐츠 R&D에 제일 많은 분들이 협력해 주시고 계십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의 조지은 교수님을 비롯해서 국내 한국어 석박사급 전문가 15분이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
리: 인력 보강이 엄청나군요…
김태영: 네. 외부 협업으로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를 보유한 누리하우스, 마케팅 솔루션을 보유한 지우컴퍼니와도 제휴했습니다. 펀픽 2.0 오픈 시기에 맞춰 51개국의 150여 명 인플루언서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려고 합니다. 개발 부문은 해외 개발자들도 합류시키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능력 있는 개발자를 더해가고 싶어요
리: 다양한 분들과 함께하는군요.
김태영: 최근에는 제18회 에듀테크 우수기업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2022년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 참석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기관에서 콘텐츠 제휴에 대한 문의를 주셨어요. 지금도 협력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와는 언제든지 같이할 수 있다고 봐요.
리: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태영: “저의 동료가 되어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네요(웃음) 함께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동료들을 찾고 있어요. 콘텐츠, 마케팅, 개발, 인공지능, 해외 비즈니스 디벨로퍼 등 전 분야에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캐주얼 미팅도 괜찮으니 편하게 연락부터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mail protected], 카카오톡아이디 : saint2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