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년 새, 부동산 시장만큼 격한 변화를 맞은 자산 시장이 없다. 올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서울은 불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 번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변화는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4분기 서울 아파트 과반이 하락 거래로 기록되었을 정도다.
물론 모든 부동산 전문가들이 상승만 주장한 건 아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각국 정부가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면서, 상황을 심각하게 본 전문가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 전문가들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부동산 시장을 볼 때 부동산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자본 시장의 흐름 속에서 부동산을 보았다는 것이다.
어떤 투자든, 사회 전반의 ‘머니 트렌드’를 비껴갈 수는 없다. 부동산도 당연히 마찬가지다. 2023년, 경제 상황이 격변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어떤 흐름을 맞게 될까. ‘머니 트렌드 2023‘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엿보도록 하자.
1. 가계부채 뇌관은 생각처럼 심각하진 않을 것이다 (p39)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채, 특히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물론 계속되는 고금리는 가계부채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지만,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심각한 위기를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이전 정부 대출 규제가 매우 강력했고,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평균도 2020년 기준 18% 수준으로 양호하기 때문이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갭투자에 나섰던 이들이 어려움을 겪긴 하겠지만, 이 또한 전국적인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
2. 부동산 하락세는 결국 반전한다, 중요한 건 미국 기준금리의 향배다 (p65)
인플레이션은 현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상대적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현물의 가치를 높인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지금 하락장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금융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구매를 원한다면 결국 미국 기준금리의 향배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3. ‘어떤 지역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 ‘어떤 콘텐츠를 채우는가’다 (p72)
지역만이 가진 콘텐츠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북촌, 명동, 압구정 로데오 상권 등 침체된 1세대 상권이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신당, 북촌 등 색깔이 뚜렷한 지역들도, 콘텐츠를 통해 젊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익선동이 핫플레이스가 된 것처럼.
4. 쉐어하우스가 대세는 아닐 테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p74)
쉐어하우스가 절대적인 대세가 되진 않겠지만,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써, 쉐어하우스를 통해 비용 절감을 꾀할 유인이 충분하다. 반대로 노년 세대는 축적한 부를 통해 과거의 ‘경로당’ 대신, 프라이빗한 공간과 문화시설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케어홈’ 형태의 주거 방식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5. 미래의 부동산 구매를 생각한다면, 대단지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p80)
2023년에도 하락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주택 구매를 위해 자신이 원하는 지역, 평형 등을 고려하여 포트폴리오를 짜고 가격 추이를 메모해 두자. 이때 포트폴리오는 대단지일수록 좋다. 작은 단지는 거래량도 적어 매도 호가가 시장 추이를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6. 거래가격 뿐 아니라, 매도 호가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p82)
거래가격 뿐 아니라 매도 호가도 모아라. 과거의 매도 호가를 제공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기에는 매도자들이 이전 거래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하려 하기 때문에 [매도 호가 > 거래가]의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하락기에는 반대로 [매도 호가 < 거래가]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매도 호가를 잘 모아두면, 하락기에서 상승기로 반전하는 타이밍을 찾을 수 있다.
7. 꼬마 빌딩에 주목하라 (p88)
꼬마빌딩 대부분은 변동금리 상품으로 대출을 받는다. 이자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므로, 빌딩을 보유하는 데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시장 상황상 월세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대출이 많은 건물들이 매물로 나오며 가격이 하락하거나 정체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강남의 꼬마 빌딩들이 그럴 것이다.
8. 거시적인 트렌드의 변화를 읽어라 (p85)
지금 당장의 부동산 거래가격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 거주자들의 자식들이 어느 지역으로 주로 이동해 1인 가정이나 신혼 가정을 꾸리는지 리서치를 한다면, 이들 지역의 인구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미리 분석할 수 있다.
9. 부동산 승리의 필수조건은 발품이다 (p84)
부동산의 상품 가치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알 수 있다. 주변 지역의 변화를 몸소 체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프라와 상권은 물론 현재 올라가고 있는 건물까지 살펴야 한다. 미래의 인프라나 그로 인한 상권 변화까지 모두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10. 부동산은 분기 단위로 분석하고, 반년 단위로 투자하라 (p87)
부동산은 주식처럼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 분석의 단위를 길게 가져야 하며, 투자 시점도 충분히 길게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은 매우 큰 재화이기 때문에, 변곡점에서 갑자기 급등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하락 후 한참 정체하며 저점을 다진다. 변곡점이 보였다고 해서 조급하게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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