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애관계의 종료
연애의 시작은 설레이고 좋은 것이지만 그 끝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란 끝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니까요. 연애의 끝은 공허함, 후련함, 슬픔 등 여러 감정을 안겨주겠지만 배신감과 상대에 대한 증오심만을 남겨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로부터 받은 모욕감에 대한 보상을 받기를 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연애는 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추억을 남겨주어야 하겠죠.
최근에 본 신문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소액사건 재판에 관한 기사입니다.
“결별 후 데이트 비용을 청구한 남성도 있었다. 과거의 연인은 소액사건으론 드물게 변호인까지 선임했다. 남성 측 입장은 확고했다. “사귀면서 쓴 데이트 비용과 수차례 걸쳐 빌려준 돈을 포함해 총 1900만원을 돌려 달라.” 여성 쪽은 “데이트 비용은 함께 쓴 것 아니냐”며 “돈을 빌린 게 아니라 그냥 줘서 받은 것”이라고 맞섰다. 심창섭 민사 7단독(소액전담) 판사는 “옛날 같으면 서로 미안하다고 하면 될 일들로 법정까지 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중앙일보 2014. 7. 30.).
2. 분쟁의 유형
연애관계의 종료와 함께 분쟁이 시작되는 경우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데이트비용 반환청구, 연인사이의 금전대여 등 거래관계, 동업관계의 청산, 위자료 청구 등의 민사적 분쟁이 있고, 사기, 폭력, 협박 등의 형사적 분쟁도 있습니다.
3. 혼인빙자간음죄의 폐지와 그 이유
예전에는 혼인빙자간음죄로 상대방을 형사고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 11. 26.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아 폐지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유에서 “최근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적, 성 개방적 사고의 확산으로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커졌다. 이처럼 국민의 법의식이 변화해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 성관계를 형법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미미해졌다. 또 입법 목적과 달리 혼인빙자간음 고소 및 취소가 남성을 협박해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 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 결정은 우리 사회에서 남녀관계, 결혼, 성에 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하여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를 형법에 두어 처벌하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보편적인 입법은 아닌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보상과 응징에 대한 감정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4. 법적 검토
(1) 데이트비용의 반환
남녀가 교제하면서 쓴 데이트비용은 원칙적으로 반환대상이 아닙니다. 같이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고, 선물을 사준 것들은 일종의 조건 없는 증여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건이 붙은 증여라거나 대여행위라는 것은 뭔가 연애의 관념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벗어나 상대방의 사업이나 집 마련, 전세금 마련 등 교제의 범위를 넘어선 돈이 오간 경우에는 이를 쉽게 증여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 금전관계는 반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증여인지 대여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액수의 다과보다는 금액의 성격이 더 중요합니다.
(2) 연인 사이의 금전거래관계
사랑을 하면 판단이 흐려지고 눈이 멀게 되기 때문에 큰 금액이 쉽게 오가기도 합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데이트비용과 선물, 여자의 경우에는 남자친구의 사업 등에 돈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감정을 이용하여 재산적인 이득을 취득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이를 이용하여 사업을 한다면서 돈을 빌려가고 더 이상 받아낼 것이 없으면 관계를 청산해버리는 잘못된 만남도 흔치 않고요.
사랑보다 오로지 돈 때문에 만났다고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은 남자가 여자에게 준 것은 증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가 남자에게 준 것은 대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3) 사기죄의 성립여부
연인관계를 이용하여 돈을 편취하는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상대방을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망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 합니다. 민사적 구제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 경우는 상대방에게 반환할 재산이 있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보통 상대방에게 남아 있는 재산이 없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민사적인 구제수단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사기죄로 형사고소하여 처벌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는지 사랑 없이 돈만을 원하는 관계였는지를 쉽게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4) 폭행, 협박죄의 성립
상대에 대한 배신감이 정당한 법적 구제수단을 넘어 잘못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폭언, 폭행, 협박 등을 당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신감이나 미련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대응은 결국 본인을 더욱 더 불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처벌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5. 결론
남녀관계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개인과 개인의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는 상정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에 정신적, 재산적, 사회적으로 이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연애란 건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너무 많은 정열을 쏟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드니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사건을 접할 때에는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랑이 반드시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사랑은 이성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이고, 그것이 없다면 어떻게 남녀관계에서 연애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네요. 그러기에 남녀관계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것인가 봅니다.
원문: 이현곤 변호사의 이야기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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