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전기차 충전에 뛰어든 스타트업, 시장 5위 플레이어로 부상하다
리승환 ㅍㅍㅅㅅ 대표(이하 리): 일단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려요.
플러그링크 강인철 대표(이하 강인철): 전기차 충전 플랫폼 ‘플러그링크’를 운영하고 있는 강인철입니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 공공주택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 요즘 너도나도 뛰어드는 사업으로 알고 있는데, 잘 되고 있나요?
강인철: 플러그링크는 지난 21년 7월에 설립되어 이제 만 1년 정도 됐고, 실제로 충전기 설치를 시작한 건 8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그 8개월간 5000개 충전기 계약을 수주, 현재 3000개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2년 9월 기준)
같은 기간 설치 건수로만 따지면 전기차 충전 업계 중 5위, 이미 누적 설치도 10위권입니다. 올해 안 누적 7위, 내후년에는 빅3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리: 신생 업체가 어떻게 그리 빠르게 충전기를 늘려나갈 수 있는 거죠;;;
강인철: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2021년까지는 완전히 보조금에 의존하는 시장이었어요. 보조금 덕에 설치만 하면 돈을 벌었으니까, 효율을 따지기보다 충전기 자체를 늘리는 데 집중했죠. 그런데 한전 적자가 심해지면서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이 없어지고 있고, 충전기 설치 보조금도 충분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제 충전기를 아무 데나 설치하면 적자만 쌓이는 상황이에요. 반면 저희는 후발주자라, 처음부터 합리적 구조로 충전기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리: 그 합리적 구조… 기존 업체와 핵심적 차이가 뭐죠?
강인철: 충전기의 핵심이 하드웨어에서 SW, 나아가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어요. 과거에는 충전기 하드웨어를 보조금 기준에 맞춰 잘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제조사 중심의 시장이었죠. 그러다 보니 고객 경험에는 신경을 못 쓰는 경향이 있었어요.
예로 대부분의 충전기가 아직까지 RFID 카드를 쓰고 있고, 충전기 업체마다 호환도 안 됩니다. 그래서 1인당 충전 카드만 최소 3개씩은 가지고 다녀요. 반면 저희는 앱에서 QR코드를 사용하는 방식이라, 핸드폰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앱으로 충전 내역 등을 관리할 수도 있죠.
앞으로는 서비스로서의 충전, 즉 CaaS(Charging as a Service)가 핵심이 될 겁니다. 고객은 충전기 하드웨어나 SW를 신경 쓰지 않고 편리한 “충전 서비스”를 사용하는 거지요. 플러그링크는 전기차 이용자가 하드웨어 설치비용을 신경 쓰지 않도록 공동주택에 무상으로 충전기를 설치해드리고, 또한 충전 카드나 충전기 조작을 없이 앱 기반의 직관적인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 전기차가 되게 첨단 산업인 줄만 알았는데, 충전기 사업은 오히려 좀 낙후된 삘인데요;;;
강인철: 네. 초기에는 전기차 보급이 부족한 반면 충전기 하드웨어 가격이 만만치 않아 수익성이 좋지 않았죠. 그래서 충전기 제조사들이 보조금에 의존해 충전사업을 진행한 결과예요. 반면 저희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성을 내는 쪽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고요.
Part 2. 빠른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다
리: 그런데 수익성을 개선한다고 해도, 많은 자본이 필요한 산업인 건 매한가지이지 않나요?
강인철: 네. 그렇죠. 그래서 굉장히 공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어요. 저희가 만 1년이 되지 않았는데, 투자만 4번 받았어요. 창업과 동시에 시드(seed) 2억 5천을 시작으로, 추가로 3억, 프리A로 22억 5천, 시리즈A로 95억, 이렇게요. 내년 초에는 200억 규모의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리: 헐… 요즘같이 투자받기 힘든 시대에… 대단하십니다…
강인철: 투자자 입장에서도 논리가 맞으니까요. 요즘 자본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의심받는 건 ‘그렇게 한다고 돈이 되냐?’는 거잖아요. 예로 물류센터 짓는데 돈이 엄청 들어요. 그런데 물량이 많이 늘어난다고, 비용이 물류센터 짓는 돈만큼 많이 줄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전기차 충전기는 늘릴 때마다 매출도 늘지만, 충전기당 비용도 줄어요. 규모의 경제가 나오는 거죠.
리: 그런데 규모의 경제… 경쟁 대상이 대기업인 게 문제이지 않나요?
강인철: 저희가 스타트업으로서는 거의 막차를 탄 것 같아요. 저희도 1년 만에 100억을 빠르게 투자받아서 지금까지 온 거지, 이미 대기업들이 발동을 걸고 있거든요. 이미 저희와 비슷한 타이밍에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하나둘 피봇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이미 10위권에 들어왔고요. 몇 년 뒤까지 살아남는 회사들은 큰 과실을 맛볼 거라고 생각해요.
리: 과실이라면 어떤…
강인철: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 플러그링크 충전기가 있다, 그러면 최소 2년은 그 충전기에 락인이 되고 매주 충전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전기차 충전 산업은 플랫폼으로 발전돼요.
리: 아… 그렇네요. 충전할 때마다 앱을 켜야 하니까…
강인철: 네. 다른 회사 전기차 충전기는 카드 찍는데, 저희 회사는 앱 기반이니까요. 앱을 켤 때 전기차 관련 서비스와 연계되든 충전 기반 데이터로 서비스를 받든… 그동안 주유소는 기름을 넣는 장소에 머물렀다면, 전기차 충전기는 사용자에게 앱 설치와 사용으로 이어져요. 그동안 자동차 서비스는 중고차, 부품, 수리 등 애프터마켓이 모두 파편화돼 있었어요. 전기차 시대에 맞춰 이를 통합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저희의 비전입니다. 물론 그전에는 충전기를 많이 설치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Part 3. 로봇을 연구하던 공학도가 미국 공인회계사가 된 이유
리: 근데 님, 어쩌다 창업 1년 만에 100억 투자까지 받은 거죠. 홈피 보니 미국 공인회계사(USCPA)도 있고 능력자신 거 같던데;;;
강인철: 제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로봇에 관심이 많은 공학도였어요. 그런데 엔지니어로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본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금융권으로 첫 직장을 구하게 되었죠. 그렇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첫 직장이 됐고, 운 좋게 전략기획본부에 차출되어 M&A를 포함한 여러 일을 하게 됐죠.
리: 와… 첫 직장부터 M&A 일을 하다니…
강인철: 운이 좋았죠. 회장님이 직접 챙기는 팀이라, 신입이어도 중요한 업무에 많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M&A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일하는 짬짬이 미국 회계사까지 취득하게 됐죠.
리: 님 머리 개쩌네요;;; 그 빡센 미국 회계사를 일하면서;;;
강인철: 그때는 어렸고 의지도 매우 강해서 주중에는 야근하고 공부하고 주말에도 공부했어요. 기계공학과에 미국 회계사까지 있으니, 자연스레 발전소 M&A나 관련 자문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이후 한국기업평가라는 신용평가사에서 발전소 경제성과 사업성 평가를 맡았죠.
리: 그런데 왜 굳이 나오셨나요? 연봉도 많았을 텐데…
강인철: 제도권 금융에서의 마지막 직장인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에서는 한전펀드를 아예 직접 운용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제가 있는 15개월 동안, 투자 한건을 못 했어요. 결국 조금이라도 내 뜻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도권 금융 커리어를 버리고 ‘엔라이튼(구 솔라커넥트)’이라는 에너지 플랫폼 스타트업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투자와 재무를 총괄하는 CIO(Chief Investment Officer)을 맡았죠.
리: 요즘 태양광 좀 힘들다 하던데 어떠셨나요?
강인철: 다행히 제가 있을 당시는 한창 성장기였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회사를 많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리즈A 때 들어가서 시리즈 C 끝나고 나왔고, COO(Chief Operation Officer)까지 맡으며 회사 전체 업무에 관여했어요. 그런데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신산업 시장을 계속 지켜보니, 전기차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미 태양광에서 경험할 건 다 했으니, 전기차 충전사업을 직접 해보자… 그렇게 플러그링크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Part 4. 경제적 이익 대신, 전기차라는 미래에 베팅하다
리: 헐… 시리즈C까지 키웠으면 아깝지 않나요? 주식 꽤 토해야 했을 텐데…
강인철: 많이 고민했죠. 큰 금액의 스톡옵션을 포기하게 됐을 거예요. 그런데 ‘내 자유의 대가는 얼마인가’를 고민하니 결정이 편해지더라고요. 회사에 남아서 기존 업무를 계속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새로 전기차 충전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 느낄 자유와 재미를 엄청 저울질했죠.
리: 어차피 에너지 관련 사업이면, 그냥 회사 내부에서 제안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강인철: 그것도 생각을 안 해보지는 않았어요. 다녔던 회사 내에서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내가 선택과 집중하면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대기업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내기는 힘들어 보였고, 제가 에너지 금융 쪽은 전문이니 여기에 전기시공 전문가, UX 박사, 전략컨설팅 펌 다니던 친구까지 꼬셔서 함께 창업을 하게 된 거죠.
리: 님 고생하며 산전수전 겪은 스타트업 창업 스토리랑은 다르네요;;; 시작은 어땠나요?
강인철: 보통 스타트업들은 초기에 온갖 고생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저희는 처음부터 명확하게 속도전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자본의 힘이 필요한 사업이니까요. 내부적으로 제일 많이 쓰는 표현도, 기하급수적인 성장 곡선을 그려야 한다는 ‘블리츠스케일링’입니다. 요즘 투자시장 어렵잖아요? 남들은 저희가 3개월 만에 밸류 2배, 또 6개월 만에 밸류 2배 달성한 걸 부럽다고 하는데, 실적 내고 투자자들 설득시키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리: 근데 요즘 시대에, 어찌 밸류를 팍팍 올린 거죠;;;
강인철: 솔직히 시장 영향도 큽니다. 이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올해 기준 전기차 보급률이 전체 자동차대비 2% 정도 됩니다. 그리고 이 보급률이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죠. 2030년이 되면 전체 차량 중 전기차 판매량이 30%에 이를 겁니다. 지금 이미 전기차가 전국에 30만 대 정도 있는데, 300만 대도 금방일 겁니다. 그리고 전기차 보급에 필수적인 전기차 충전 분야도 동시에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거고요.
리: 그런데 전기차가 늘어난다고, 이에 비례해 충전기가 같이 늘어나긴 힘들지 않을까요? 인프라 설치는 또 다른 일이니…
강인철: 정부의 정책이 변했습니다. 올해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으로부터 주차 공간 50개 이상의 모든 주차장은, 주차장 50개당 1대 수준으로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해요. 아파트는 물론 상업용 건물도 포함이죠. 전기차 비율이 계속 늘어나며 규정도 점점 강화될 겁니다. 이미 신축 건물은 20개당 1대 설치가 의무입니다. 주차장이 부족한 구축 아파트에서는 갈등이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 거죠. 시장이 이렇게 클 수밖에 없으니, 밸류에이션도 따라 오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Part 5. 앱을 통해 ‘충전 서비스’라는 경험 자체를 팔다
리: 근데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기 넣는 경쟁도 치열할 것 같은데요.
강인철: 맞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충전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전기차 이용자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파트로 따지면 입주민 대표들, 관리사무소죠. 그런데 이분들 대부분이 전기차를 이용하지 않다 보니 정보의 비대칭과 이해 부족으로 충전사업자 선정을 어려워하세요. 결국 이런 분들께 플러그링크를 알리고 선정하도록 하려면 외부의 영업 조직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요. 전국에 아파트 단지가 1만 8천 개가 있는데, 이 많은 아파트 단지를 저희가 직접 돈다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리: 와… 이거 보통 경쟁이 아닌데요. 주로 어떤 점을 어필하세요?
강인철: 먼저 말씀드린 UX(고객 경험) 중심의 충전 서비스죠. 충전설비를 무상 설치하여 하드웨어나 자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드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체들이면 카드 여럿 들고 다니고, 혹시 깜빡하면 충전도 못 하는데, 우리 제품은 앱 기반 충전 서비스로 스마트폰으로 다 된다는 점도 있고요.
리: 그런데 왜 경쟁사들은 앱이 아닌 카드인 거죠?
강인철: 이게 보조금 규정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시작한 점이 커요. 이젠 경쟁업체들도 조금씩 앱과 QR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카드로 하면 불편한 게 엄청 많거든요. 예를 들어 충전이 중단된다거나 하면, 앱은 알림 받고 다시 스마트폰 버튼 누르면 끝이에요. 그런데 카드 기반이면 다시 아파트 주차장까지 내려가야 하죠. 추후에는 앱을 안 쓰더라도 충전기를 꽂으면 알아서 충전과 결제가 되는 Plug and Charge까지 개발해서 서비스를 차별화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이용자는 하드웨어도 SW도 아닌 “충전 서비스”만 이용하게 되는 것이죠.
리: 와… 이게 하드웨어 충전기를 파는 것과, SW 서비스를 파는 경험의 차이가 상당히 크군요…
강인철: 네.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화만 되냐, 아니면 다양한 부가 기능을 할 수 있냐… 처럼, 충전만 되냐, 다양한 충전 관련 부가 기능을 할 수 있냐죠. 카드 기반 충전은 단순하게 충전만 가능하고 주차장까지 내려가야만 충전기 제어가 가능한데, 플러그링크는 앱을 통해서 충전 가능 여부를 먼저 알 수 있고, 충전기 제어도 원격으로 가능해요. 향후에는 플러그링크 앱을 통해서 충전 및 전기차 관련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고요.
Part 6. 충전기 무상 설치, 업계 최저 수준의 단일요금
리: 그 밖에는 어떤 점을 어필하시나요?
강인철: 서비스업에서는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저희는 고객문의 전화를 잘 받습니다. 그리고 충전기가 고장 나면 정말 빠르게 수리합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많은 충전 사업자들이 기본을 못하고 있는 게 이 시장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충전 요금도 저희가 업계 최저 수준입니다. 기존 업체들은 충전기 자체가 설치할수록 적자였다 보니, 공격적으로 요금을 낮추지 못하거든요. 저희는 이미 보조금 폐지 이후를 기준으로 수익 모델을 마련했기에 훨씬 저렴한 요금을 책정할 수 있었습니다.
리: 요금 차이가 얼마나 나요?
강인철: 저희가 아파트에 설치하는 충전기가 완속 충전기인데요. 1kWh당 168원 단일 요금을 받고 있어요. 다른 업체들 보면 230~240원 수준이 많아요. 저렴한 곳도 180원 수준이고요. 저희가 보통은 30%, 최소 5% 이상은 저렴한 거죠.
리: 단일 요금이라는 게 뭔가요? 다른 회사는 요금이 막 변하나요?
강인철: 네. 한전이 저희한테 전기를 팔 때, 시간대별로 요금이 달라요. 야간에는 전력 사용이 적으니까 요금이 저렴하고, 반면 주간에는 전력 사용이 많으니 비싸죠. 전기차 충전 업체도 이에 따라서, 야간에는 싸게, 주간에는 비싸게 요금을 책정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문제가, 사람들이 낮에는 자리만 차지하고 충전을 안 해요. 그러니까 충전기가 노는 시간도 많아지고, 고객들의 불만도 늘어나는 거죠.
리: 그런데 낮에도 똑같은 요금을 받으면, 플러그링크 측에선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아요?
강인철: 그래서 저희가 IT 기반으로 출력을 제어해요. 예를 들어 저녁 8시쯤 충전기를 연결했다고 치면, 아직 전기가 비싼 시간에는 충전 속도를 좀 낮추고, 밤 11시가 되어 요금이 싸지면 그때부터 충전 속도를 높이는 식이죠.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침에 눈 떴을 때 똑같이 충전이 완료되게 하는 거예요. 고객에게 편리하게 하면서, 동시에 저희도 원가 절감을 할 수 있죠.
리: 아무리 후발주자라 해도, 업계 최저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강인철: 저희는 경제성이 높은 아파트 단지에 집중하고 있고요. 전기요금이 저렴해지는 게 밤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사람들이 밤에 많이 이용할수록 저희에게도 유리한데, 그럼 자연히 거주지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게 좋죠. 해외 같은 경우, 전체 전기차 충전의 70~80%가 집에서 이뤄져요. 아파트는 특성상 쉬지 않고 충전이 계속되니 회전율도 높고요.
Part 7. 전력 위기의 시대, 자동차 속 전기를 역으로 판다면?
리: 뭔가 되게 장밋빛 미래가 가득한 듯한데… 반대로 제약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강인철: 시장이 너무 빠르게 크다 보니 생기는 제약이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시설이 늘어나면 아파트 단지의 변압기와 전력 배전 자체가 부족하다는 부분이에요.
리: 변압기요? 그건 뭐죠…?
강인철: 단지마다 변압기가 있어요. 높은 전압으로 한전에서 들어온 전기를 각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220V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죠. 그런데 아파트 단지, 특히 구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이 변압기 용량이 사실 전기차 충전기 같은 걸 감안하고 설계된 게 아니예요. 결국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변압기가 감당을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리: 허어… 심각한 문제네요;;;
강인철: 네. 아파트 한 세대가 피크타임에 쓰는 최대 전력을 3kW 정도로 보거든요. 그런데 느리게 충전하는 완속 충전기가 쓰는 전력이 7kW예요. 그 두 배를 쓰는 거죠. 그래서 일단 저희는 ‘로드 밸런싱’이라고 해서 상황에 따라 전력부하를 분산하는 기술도 활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는 SW만으로 풀 문제는 아닙니다. 충전기가 늘어나다 보면, 아예 변압기 자체를 증설하거나 교체해야 하겠죠. 이런 부분은 또 관련 기업과 협업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 변압기 문제를 해결하면, 그럼 전기차 충전기를 늘리는 것 자체는 무리 없이 가능한 걸까요?
강인철: 그게 또 문제인데… 사실 그렇게 해도, 아파트에 들어오는 전기 용량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습니다. 변압기 교체나 증설도 한계가 있지만 한전에서 보낼 수 있는 전력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결국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이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IT를 기반으로, 자동차 간에 전력을 사고팔거나, 자동차에 있는 전기를 아파트 세대에 다시 되파는 등의 에너지 신산업 또한 생기게 될 겁니다. 이런 변화까지 감안하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거죠.
리: 전기차의 전력을 되판다고요? 그런 게 가능한가요?
강인철: 어떻게 보면, 전기차는 이동 가능한 커다란 배터리입니다. 전력은 보통 한창 활동하는 낮에 모자라고, 밤에는 남습니다. 근데 과거에는 전기를 저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발전소가 전력이 필요할 때 가동하고, 남을 때 끄는 것으로 전력 수급을 조절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밤 동안 전기차에 전력을 충전해뒀다가 낮에 다른 데 사용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 되겠죠.
이른바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라고 부르는 영역인데요. 여기에서 전기차가 분산된 에너지저장장치로서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 될 겁니다. 전기차 하나하나의 용량은 물론 작지만, 이미 전기차가 30만 대고 금방 300만 대로 늘어날 거예요. 전체 총량을 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양이죠.
Part 8. 스마트폰처럼 꽂아 놓고 잠들면 그만인 전기차 충전 플랫폼을 꿈꾼다
리: 그건 전기차 충전과는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단계겠는데요.
강인철: 맞아요. 사실 전기차 충전기 사업 자체는 굉장히 심플해요. 충전기와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정직하게 매출도 늘어나는 식이죠. 더 폭발적으로 산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충전 자체의 부가가치도 있지만 그 이후에 발생할 새로운 비즈니스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전력 거래와 같은 에너지신사업도 그 예죠.
리: 한국은 전력 거래 시장이 미국과 달리 많이 약하지 않나요?
강인철: 그렇죠. 하지만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가상발전소(VPP)를 비롯한 에너지신사업 쪽은 선제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또 불행인지 다행인지, 에너지신사업은 전기가 불안할수록 그 효용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도 높아지고 전력 수급도 불안정해지면서, 점점 에너지 신사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예요. 미국 같은 경우 실제로 테슬라 같은 회사가 유사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고요.
리: 혹시 그 외에도 생각하고 계신 영역이 있나요?
강인철: 전기차 유저들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전기차 종합 플랫폼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자동차 오너는 소비할 게 많아요. 액세서리를 사든, 정비를 받든, 금융서비스를 사용하든,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받든… 그런데 지금은 이 모든 서비스가 파편화돼 있죠. 그런데 전기차 충전은 매주 할 정도로 일상적이잖아요?
게다가 저희가 충전기를 설치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상 계속적으로 저희 고객일 수밖에 없으니까, 최소한 2년 그 아파트 거주자는 저희 서비스에 락인이 되는 거예요. 이처럼 반복 이용하는 고객 기반으로 자연스레 플랫폼화가 가능하죠.
리: 어떤 플랫폼이 가능할까요?
강인철: 가장 단순하게는 광고가 있고, 공동 구매 같은 것도 가능할 거에요. 전기차를 구매한 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각종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일이니까, 마켓플레이스 같은 걸 만들 수도 있겠죠. 아니면 저희가 직접 공급에 나설 수도 있고요. 다만 플랫폼화는 일단 전기차 충전이라는 본업에서 충분히 성공한 후에 가능한 비즈니스니까요. 일단 거기까지 가는 데 집중해야죠.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강인철: 전기차의 등장으로 아예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더 이상 주유를 하기 위해 주유소를 들르는 일이 없어지고, 집과 회사에서 주차하면서 동시에 충전을 하게 될 겁니다. 플러그링크는 전기차도 스마트폰처럼 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밤에 꽂아 두고 잠에 들면, 더 신경 쓸 게 없게끔 말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