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던 시절, 나는 왜 그랬을까? 내가 뭐라고 베테랑 선배들 앞에서 표정을 구기고 맡은 일에 대해 투덜거렸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식은땀만 흐른다. 나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신입사원 때 했던 아찔한 행동을 생각하면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마찬가지다.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까지도 내가 만든 결과에 포함된다. 신입이 일을 잘할 수는 없다. 그러니 적어도, 이상한 바람에 휩쓸려 자기 손으로 흑역사를 쌓는 것만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진정한 일잘러로 거듭나고 싶다면 (흑역사를 미리 체험해 본 입장에서) 정말 이것만은 주의했으면 하는 행동들을 정리해보았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나처럼 이불킥을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1. 소확횡은 절대 안 돼!
인스타툰을 보다가 일명 ‘소확횡’(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을 너무도 당당히 저지르고 이걸 희화화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탕비실에 있는 간식이나 커피 믹스를 박스째로 집에 가져가고, 사무용품이나 회사의 공공 물품을 가져다 당근에 파는 사람까지 있는 게 아닌가.
회사에서 월급 이상의 일을 시키니까 이 정도쯤은 챙겨야 한다는 논리인데, 당연히 범죄다. 역으로 직원이 일을 덜 한다고 해서 사장님이 직원의 물건을 가져간다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회사 복지와 횡령은 분명 다르다. 나의 노동력과 회사의 월급이 등가가 아니라는 이유 로혹은 피해의식이나 보상 심리로 이런 짓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이건 회사에도 손해를 끼치는 일이지만 열심히 쌓아온 당신의 커리어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행동이기도 하다. 손버릇 안 좋은 사람을 누가 고용하려고 하겠는가.
2. 선배가 사주는 공짜 밥은 당연한 게 아니다
내가 일했을 당시 언론계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게 당연한 관례였다. 나도 당시엔 뭣도 모르고 밥과 술을 많이 얻어먹었다. 가끔은 불편한 자리에 나를 자꾸 불러내는 선배가 성가시기도 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들이 뼈 빠지게 번 피 같은 돈으로 사는 밥을 얻어먹을 자격이 나에게 있었을까? 한둘도 아닌 후배들을 사 먹이는 선배의 마음, 얻어먹을 때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래도 ‘나보다 많이 버니까 당연하지’, ‘선배니까 당연히 사야지’ 같은 마음은 얼른 내려놓자.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 후배인 내가 똑같이 사는 건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감사표시는 하는 게 맞다.
3. 공과 사를 구분하자
티타임, 식사, 회식 등 업무 외의 시간을 직장 동료와 함께 보내다 보면 동료를 친구로 착각하기 쉽다. 물론 회사에서 친구가 생기기도 하지만 분명히 선을 지켜야 한다. 개인적인 관계나 내 사정을 내세워 사생활을 지나치게 업무로 끌고 오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길게 보면 내 발전을 해치는 일이다.
또 직장 동료가 내 인간관계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하자. 같은 직장,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만 교류하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잠시라도 일에서 멀어질 수 있어야 일의 능률도 올라가고 스트레스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오롯한 나의 사생활은 별개로 지키는 것이 좋다.
간혹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말을 오해해서 건조하고 무례한 말과 행동을 사무적인 것이라고 이해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애써 싱글벙글 웃으며 상대를 대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에게 예의 있게 행동하는 건 프로로서 일하는 태도의 기본이다.
4. 프로의 마인드를 장착해라
아무리 신입이라도, 아무리 작은 프로젝트를 맡고 있더라도 돈을 받고 일하는 이상 우리는 프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맡은 바 끝까지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쉽게 해결되는 일은 드물다. 문제에 부딪혔을 때도 찾다 보면 해결 방법이 있기 마련이고, 그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바로 업무 능력이다.
5. 모르는 것은 반드시 물어보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순간의 핀잔이 두려워 대충 아는 척하고 넘어갔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몰라도 되는지 가늠하기 어려울수록 더 솔직해져야 한다. 순간의 실수는 복리로 돌아오는 법.
6. 나는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
자기가 일을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반면 자신은 일을 잘하는데 회사 시스템이 문제라든가, 자기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혹시 힘듦을 능력으로 착각하고 있진 않은지. 자기 능력에 대한 객관화가 되어야 회사 생활에 억울함이 줄어든다. 그래야 자기계발, 직무스킬 업그레이드 등의 향후 대책도 세울 수가 있다.
마무리하며: 당신이 선택한 일이다
누구도 억지로 당신을 그곳에서 일하게 하지 않았다. 당신은 노역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당신의 선택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건의하고 개선하면 된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그만두면 된다.
그러니 직장에서의 자아에 삶의 모든 것을 걸고 불행해하거나 지나치게 자존감 낮아질 필요가 없다. 위에 나열한 매너를 지키라고 하는 이유도 회사를 위함이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해서다. 이 회사에서의 일은 끝날수 있지만 당신의 커리어는 계속된다. 억울한 꼬리표를 달고 살지 않으려면 영리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