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돈을 친척에게라도 빌려라?
“창업하면서 돈 없어요? 자기 돈도 안 들어가면서, 어떻게 남의 돈 투자를 받으려고 해요! 친척한테라도 빌려서 넣으세요.”
: 아니다. 창업자는 값으로 말할 수 없는 자기 인생을 ‘현물’로 넣는다. 또한 아무나 등 떠민다고 창업자가 되지 않기에 창업자는 한 국가에 한정된 ‘유한자원’이다. 그러므로 창업자를 신용불량자로 만들 강요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일에 매진하게 만들려면 일보다 가족을 먼저 챙겨줘야 한다. 나는 굶어도 되지만 가족이 굶으면 칼 들고 은행으로 향하거나 칼 안 들고 마포대교로 향하게 되어 있다. 방편으로 재취업이 있으나, 이미 개인 탓이 아니라 국가의 영역이다.
: 맞다. 자본금 납입은 법적으로 필요하다. ‘가능한 친척’이 빌려줄 수 있다면 그 돈을 받아라. 하지만 이유는 완전히 다르다. ‘가능한 친척’ 덕분에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가능한 친척’이란 원금을 빌려줘도 가정이 망가지지 않을 만큼 재정이 여유롭고, 빌려준 사실조차 잊어버릴 만큼 마음이 여유롭고, 지분이나 이자를 기대하지 않을 만큼 관계가 여유로울 때 이야기다.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아주 없지는 않다. 왜냐하면 혈족의 지속되는 관계가 끈끈한 유대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경제학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는 게임조건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떼먹을 마음으로 빌릴 텐가? 그런 마인드로는 주변에 ‘가능한 친척’조차 없고 사업해도 사회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 이것저것 붙여 범위를 넓히라?
“그 정도 범위 가지고 되겠어요?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 따라서 이것도 붙이고 저것도 붙이세요.”
: 아니다. 같은 시장에 같은 제품으로 남들 따라 하려고 어느 하나 다르지 않게 스타트업하는 거라면 말리고 싶다. 큰 것을 대충하기보다 작은 것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작은 성공들로 열매를 계속 맛봐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복잡해지면 문제가 많다. 복잡해져서 5클릭으로 서비스를 찾기보다 단순해서 1클릭으로 서비스를 찾는 것이 베스트다. 또한 같은 경쟁 시장 내에서가 아닌 다른 시장에서 고객에게 익숙한 걸 차용해 자기 제품에 녹여낸다면 (예로 전자에서 섬유를 붙인다거나) 그 또한 승부수다.
: 맞다. 하지만 덕지덕지 누더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종전개, 횡전개, 시계열로 큰 그림을 그려야 회사가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말로 귀에 익숙한 얘기다. 풍선이 부풀어 오를 때 풍선 한 장으로 만들어야 안정적으로 커지지 누더기는 불안하게 커진다.
3. 동업자를 구하라?
“창업자 혼자 하시면 곤란합니다. 동업자를 구하세요. 2~4명이 적당합니다.”
: 아니다. 2~4명이어야 성공한다거나 1명이면 실패한다는 게 이론인가, 가설인가? 실험인가, 상상인가? 예외가 있는가, 없는가? 태초적인 상식인가, 만들어진 상식인가? 오히려 1명일 때 고정비용 안 들고 의사결정이 빠르다. 축구단은 최소 11명이다. 이렇게 동업자가 많아야 유리한 사업도 있다. 2~4명이 많이 자주 보이는 건 성공해서가 아니라 흔해서다.
: 맞다. 천재도 1명일 때는 실수할 수 있고, 1명이 ‘full stack’을 다 가진 경우도 드물다. 모자란 역량은 채워야 한다. 하지만 동업자가 아니라 ‘직원채용’만이어도 된다. 어차피 오너는 사업의 ‘개구제물마판서(개발, 구매, 제조, 물류, 마케팅, 판매, 서비스)’에서 개별 담당 직원이 모르는 걸 최소 하나씩 더 알아야 리더십이 생긴다. 오너는 각각 한 명 분량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거쳐 가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업무 펑크도 안 난다. 오너의 숙명이다.
4. 스타트업에만 집중하라?
“스타트업하면 그것만 집중하세요. 투잡으로 돈 버는 건 외부에서 창업을 바라보는 신뢰를 잃기에 충분합니다.”
: 아니다. ‘생계유지, 운전자본’을 충족할 수 없다면 사업에 부어지는 투자금이나 지원금조차 시한부 환자의 인공호흡기와 같다. 게다가 다양한 경험은 권장하고 존중하면서 투잡으로 얻을 특정 지식(domain knowledge)와 경험치 레벨 업의 소중함을 외면하는 건 아리송하다.
: 맞다. 실제로 색안경부터 낀다. 창업을 장난으로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을 장난으로 한다는 건 투잡을 했다 안 했다로 판가름 못 내릴 게 뻔하다. 투잡에 쏟아지는 지나친 관심 부끄럽고요… 게다가 대부분 창업 자체에서 이미 티가 난다. 정작 유심히 볼 것은 투잡을 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투잡 쪽에서 성과를 어떻게 냈느냐‘ 하는 것 아니겠는가.
5. 그런 아이템은 이미 흔하다?
“그런 아이템 흔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경쟁자가 조금만 바꾸면 바로 똑같아질 텐데요. IT면 기술창업인데 기술 차별화가 없네요. 누구나 들어와도 될 시장 같아요.”
: 아니다. IT는 기술창업이지만 기술 차별화로 승부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웹과 앱은 여전히 기술창업 맞다. 그런데 에어비엔비나 배달의민족, 싸이월드가 기술 차별화인가? ‘고객 차별화’라고 본다. 그리고 ‘고객 차별화만이 유일무이한 승리 방정식의 코어‘라고 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온전한 기술 사업으로 보이는가? 삼성전자는 해마다 I사에서 공식을 사고 A사, C사, S사 등에서 장비와 SW를 사서 T사 기술로 만들어낸다. ‘일종의 조립 전문회사다’. 휴대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실 대부분의 사업영역이 그렇기도 하다. 기업 하나로 다 하겠다면 반드시 ‘토스터 만들기’를 읽길 바란다.
그리고 ‘상황적 독점’이 있다. ‘선점자 독점’이 있지만 제품 생명 주기가 길다면 ‘시간차 독점’도 있다. 패밀리카에 뒷트렁크가 다 열리는 제품이 등장했을 때 프레임 제작에 2년 걸리니 차량 메이커들은 프레임을 바로 만들어 대응하지 못하고 2년간 시장을 완전히 빼앗겼다.
: 맞다. 진입장벽은 필요하다. 시장은 앞으로 문 열고 들어가서 뒤로 문 닫아야 한다. 하지만 고객이 외면하는 기술은 이익을 못 낸다. ‘고객 차별화’가 최고의 진입장벽 아니겠는가. ‘서비스디자인 툴킷’이나 ‘BM 캔버스’를 그려봐도 좋다. 가장 좋은 기술 차별화는 신기술 보유가 아니라 경쟁자를 아는 것이다.
경쟁자 제품을 다 뜯어봐야 한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기술을 빼거나 대체해야 한다. 더하는 것은 상수가 할 행동이 아니다. 고객의 학습비용을 줄이는 방향이 혁신의 실질적 표준(de facto standard)이다. 창업자조차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방식은 반드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내가 위태롭지 않다면 그만한 진입장벽이 어딨는가.
그리고 고객의 통점(pain point)를 다 뜯어봐야 한다. 진짜 통점 코어 따로, 니즈만 결합된 껍데기 따로 구별해내서 코어에 집중해야 한다. 가스레인지에 불붙었을 때는 연기부터 환풍할 것이 아니라 레인지부터 잠가서 소화해야 하는 것이 코어다.
에필로그
각각 보면 같은 조언에 ‘아니다’와 ‘맞다’가 공존하여 균형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제3의 답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VC 조언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오명을 듣는다. 알고 보면 각각은 정-반-합으로 하나로 통한다. 결국 쓸데없는 VC 조언도 없고 항상 통하는 VC 조언도 없이 다 귀담아들을 만하단 거다.
결론은 VC 조언 전부 다 들어본 후에 내 맘대로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한 사람 말만 듣고 결정 내리지 말라는 말도 된다. 스티븐 코비의 말처럼 “be proactive!” 주도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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