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홈쇼핑만 모아 보여주는 앱으로, 누적 다운로드 1400만 찍다
리승환 ㅍㅍㅅㅅ 대표(이하 리): 안녕하세요. 일단 간단하게,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성국 버즈니 공동대표(이하 김성국): 버즈니 공동대표 김성국입니다. 포항공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밟다가, ‘버즈니’를 창업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상협 버즈니 공동대표(이하 남상협): 버즈니를 함께 하고 있는 남상협입니다. 김성국 대표님의 1년 후배고요, 석사 1학년 때 김성국 대표님을 만나 함께 버즈니를 창업하게 됐어요.
리: 버즈니는 어떤 회사인가요?
남상협: 홈쇼핑 상품을 한 곳에 모아서 보여주는 ‘홈쇼핑모아’ 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자마켓’이라는 C2M, 즉 소비자와 생산자를 바로 연결하는 공동구매 앱을 런칭했습니다.
리: 홈쇼핑을 모아서 보여준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특이하다고 보긴 힘든데, ‘홈쇼핑모아’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남상협: 홈쇼핑모아를 처음 시작한 10년 전에는 저희가 최초였어요. 그리고 모바일 화면은 비슷해 보여도, 커머스는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기술 전쟁터입니다. 고객이 계속해서 앱에 머물 수 있도록, 액션 하나하나마다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보여줘야 합니다. 저희는 버즈니 AI 랩에서 커머스에 최적화된 검색, 대용량 데이터 등의 기술고도화로 살아남을 수 있었죠.
리: 그래서 실적은 어때요? 사업은 잘 되고 계신가요?
남상협: 지난해 신사업 ‘사자마켓’ 개발로 인원이 엄청 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긴 했지만, 매출은 잘나올 때 연 100억에, 영업이익은 30억 정도씩 나왔어요. 홈쇼핑과 C2M 공동구매,쪽 모두 성장 여력이 큽니다. 현재는 각 홈쇼핑사 앱에서 결제가 가능한데, 올해 하반기부터 홈쇼핑모아 앱에서 홈쇼핑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홈쇼핑모아 이용자가 가장 원했던 결제 허들을 완전히 해소한다면 지금보다 10배 이상 거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Part 2. “창업이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리: 대학원 석사 과정중이셨다고 했는데… 갑자기 웬 창업으로 뛰어드신 거예요?
김성국: 원래 제가 좀 덕후 끼가 있어서, 깊이 파는 걸 좋아하거든요. 당시 ‘오피니언 마이닝’이라고 의견과 리뷰를 모으고 분류하는 검색엔진을 연구 중이었어요. 그때 후배인 남대표님을 만나 자극받고, 창업의 길로 들어선 거죠.
남상협: 전 처음부터 창업하려고 석사 들어갔어요. 김 대표님을 만나면서 생각보다 빨리 창업을 지르게 됐죠.
리: 바로 의기투합해서, 함께 창업한 거예요?
김성국: 그랬죠. 무식해서 용감했달까요. 기술만 잘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둘 다 공대생이라 기업이 돌아가는 방식을 모르는 거예요. 비즈니스 모델도, 시드머니 모으는 방법도, 사용자에게 홍보하는 법도 몰랐어요. 자연스럽게 아무도 안 쓰는 검색엔진이 됐죠.
남상협: 그래도 저희 기술만의 강점이 도움이 됐어요. 김 대표님이 만든 ‘오피니언 마이닝’이 리뷰와 댓글을 잘 분석해줬거든요. 지금이야 꽤 대중화됐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무척 앞서간 것이었어요. 저희도 검색엔진은 실패했지만, 훗날에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앱을 성공시키기도 했고요.
리: 시작은 어땠나요?
김성국: 처음에는 기대가 하늘을 찔렀어요. 검색엔진 개발 대회에서 세계 1등도 했으니, 구글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죠. 그런데 현실은 냉혹하더라고요. 친구들도 안 써줬어요. 절망스러워서 일이 하나도 손에 안 잡혔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남 대표님이 우리 기술로 영화 가이드 앱을 만들었어요. 아이폰도 안 들어온 시기에, 이게 대박이 났어요.
남상협: 주변 영화, 영화관 정보를 볼 수 있는 앱이었어요. 왓챠보다도 3~4년 전에 만들어졌죠. 사용자가 직접 올린 리뷰도 있고, ‘오피니언 마이닝’을 통해 인터넷에 있는 리뷰를 쭉 긁어오는 기능도 있었어요. 이 시스템으로 낸 맛집 정보 앱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죠. 10년도 전에, 다운로드가 2백만을 넘었어요.
Part 3. 영화, 맛집 리뷰 앱으로 수백만 유저를 달성하다
리: 검색엔진에서 한 번 실패를 겪고 앱으로 부활한 셈이군요.
김성국: 사실 남대표님이 처음 냈을 때에는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고 보니까, 서버에 흔적이 엄청 많이 찍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다 검색엔진 봇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다 사람인 거예요.
리: 그렇게 2백만, 3백만 유저를 모았으면 뭐, 이제 탄탄대로 아닌가요?
김성국: 그게 또 아니더라고요. 제일 큰 문제가 비즈니스 모델이었어요. 영화 가이드, 맛집 가이드에 연결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게 결국 광고 정도인데, 매출은 사용자 수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수준밖에 안 됐거든요.
리: 결국 또 비즈니스 모델 문제였군요. 극복할 방법을 좀 찾으셨나요?
김성국: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B2B로 대기업 SI도 하고, 검색엔진 솔루션도 납품하고, 그렇게 먹고 살았어요.
리: 힘든 시간이었겠군요.
김성국: 그때는 VC도 투자도 아무 것도 몰랐어요. 처음에 구글을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으니, 뭐라도 해보자, 그러려면 뭐라도 하며 살아남자… 다행히 기술력이 좋아서, 돈을 못 번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돈을 벌어도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그럴수록 예전 앱 대박 생각만 나는 거예요. 하루는 점심에 밥을 먹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분이 저희가 만든 영화 가이드 앱을 쓰는 걸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 희열감을 잊을 수 없었죠.
리: 그렇게 버티며, 또 다른 사업을 준비하셨나요?
김성국: 아니오. 그런데 2010년에 뜻밖의 일이 생겼어요. 저희 영화 앱이랑 맛집 앱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GS홈쇼핑에서 10억 투자를 턱 넣어주신 거예요. 그때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잖아요? 그런데도 무엇 때문인지 딱 두 번 만나고는 투자해 주셨어요. 기술력 보고 투자해줬다 하지만,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운 덕택에 살아남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지금도 GS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Part 4.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홈쇼핑’에 뛰어들다
리: 투자를 받고 처음 한 일은 뭔가요?
남상협: 이제 다시 영화와 맛집 앱을 살려보자 했죠. 김대표님은 접자고 했는데, 저는 가만히 두면 적게라도 돈 들어오는데 왜 접냐고 고집을 피웠죠.
리: 그러다 접게 된 계기가…
남상협: 결국 제가 미련함을 인정한 일이 있어요. 1등 맛집 앱을 운영하는 업체 팀장님을 만나서, 부럽다고 징징댔어요. 그러니까 손사레를 치시더라고요. 자기들은 1등 앱인데도 적자가 난다면서.
리: 하긴, 맛집 추천 앱은 지금도 다 적자라고들;;;
남상협: 그 이야기 듣고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바로 접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러면 우리의 기술에 뭘 붙이면, 돈으로 연결이 될까… 그러다 생각했어요. 돈이 되려면 이미 돈이 되는 걸 연결하면 어떨까… 그렇게 나온 게, 각 홈쇼핑 채널의 상품을 모아 보여주는 ‘홈쇼핑모아’인 거죠.
리: 처음에 언급했듯 한국 최초의 홈쇼핑 모음 앱이었죠?
남상협: 맞습니다. 간단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는 API가 공개돼있지 않아 하나하나 직접 긁어야 했거든요.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 사업은 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나 맛집은 기술적 장벽이 없다 보니,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었거든요. 결국 저희 앱도 점점 순위가 밀려났어요. 하지만 홈쇼핑은 긴 시간을 들여야, 각 채널별 상품을 긁을 수 있었죠.
리: 영화나 맛집에 비해 홈쇼핑은 고객층이 한정된 느낌이라, 일의 재미는 좀 떨어졌을 것 같기도 한데요.
남상협: 솔직히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어요. 영화와 맛집은 제가 처음으로 만든 앱, 처음으로 인기를 얻은 앱이라, 제 자식 같았거든요. 그런데 홈쇼핑은 달랐던 게, 바로 매출이 찍히잖아요. 그때는 홈쇼핑사가 자사 앱을 만들기 전이라, 입소문만으로 수십만 유저까지 눈덩이처럼 성장했죠. 결국 2년만에 모든 홈쇼핑 및 T커머스 채널과 전부 다 홈쇼핑모아에 정식 입점 계약을 했어요. 그때부터 거래 수수료, 광고비, 양쪽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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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왜 홈쇼핑 다음의 영역은 ‘C2M 공동구매’인가?
리: 이렇게 승승장구의 길로… 총 몇 년이 걸린 겁니까.
김성국: 2008년에 창업하고, 2010년에 투자를 받고, 2013년에 홈쇼핑모아를 런칭하고, 이제 2015년에야 드디어 본격적으로 매출이 났어요. GS가 투자해준 10억으로 거의 4년을 버틴 거죠. 이후 소프트뱅크로부터 50억 투자를 조달하고,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키워나갔죠.
리: 그렇게 시장을 독식한 행복한 플랫폼이 됐군요.
김성국: 2018년까지는 빠르게 성장했는데, 2018년 이후 정체기가 왔어요. 이커머스 시장은 계속해서 커졌고, 홈쇼핑 시장도 역시 성장했어요. 하지만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홈쇼핑 비중은 줄어갔죠. 할 수 있는 모든 개선을 하면서 다시 성장세를 되찾았지만, 결국 지금에 안주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시작한 게 C2M 공동구매 앱 ‘사자마켓’입니다.
리: 공동구매… 하면 되게 낡은 컨셉 같은데 어쩌다…
김성국: 처음에는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홈쇼핑의 특징을 모바일 쇼핑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했어요. 처음엔 홈쇼핑의 가장 큰 특징인 ‘영상’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획과 테스트 단계에서 접었어요.
남상협: 사람들은 홈쇼핑이 좋아서 TV 앞에 앉는 게 아니에요. TV 콘텐츠를 보려고 TV 앞에 앉았다가, 채널을 돌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홈쇼핑 채널에 정착하게 되는 거죠. 물리적으로 TV 앞에 사람이 앉아 있는 상황이 먼저고, 홈쇼핑은 그 상황을 활용한 것 뿐이죠. 그래서 영상은 본질이 아니에요.
리: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라이브 커머스가 큰 화두잖아요?
김성국: 그건 맞아요. 저도 라이브 커머스가 필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앞에 어떤 시나리오가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 소비자가 ‘라이브 커머스가 너무 보고 싶어!’ 하면서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거죠.
남상협: 예를 들어 네이버는 ‘검색’이라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음료수가 마시고 싶으면 검색한 뒤 검색결과로 나온 상품을 확인해요. 그 상황에서 라이브까지 있으면 소비자가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거예요. 이런 명확한 시나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라이브가 있으니 들어와’라고 말해서는 안 먹힌다는 거죠. 실제 테스트 결과도 마찬가지였고요.
리: 그런데 쿠팡이나 네이버 수준의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그 ‘앞단의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성국: 맞아요. 그 공룡들보다 낫게 만드는 식으로는 승산이 없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은 어딘지 고민했어요. 그러다보니 커머스의 역사와 진화를 살피게 되더라고요. 초기의 승리자는 옥션과 지마켓이라는 오픈마켓이었어요. 아직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기 전이라, 많은 물건을 모아놓는 게 중요했죠. 그러다가 쿠팡과 마켓컬리 등, 배송을 혁신한 커머스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죠.
남상협: 규모의 경제를 이룬 이들과 경쟁하지 않을,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그 고민의 답이 ‘사자마켓’이었어요. 공동구매의 형태이지만, 저희는 네트워크와 커머스를 연결하는 ‘연결형 이커머스’라고 생각해요. 이미 중국의 ‘핀두오두오’가 대성공했고, 완전히 같진 않지만 페이스북 API를 연동 가능한 ‘쇼피파이’도 이런 성격이 있죠. 사자마켓은 한국시장에 ‘연결형 이커머스’를 열어가려 합니다.
Part 6.다섯이 아니라, 반드시 둘이어야 하는 이유
리: 그럼, ‘사자마켓’으로 만들어가는 시나리오란 어떤 건가요?
김성국: 굉장히 명확하죠. 좋은 제품이 있는데 가격도 되게 싸요. 그런데 혼자서는 이 가격으로 살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 함께 사자, 제안하는 거예요.
리: 그 자체는 그냥 일반적인 공구 모델 아닌가요?
김성국: 일반적인 공구는 기본적으로 백 명, 천 명씩 모여야 해요. 여기에 맹점이 있어요. 막상 공동구매할 때 3명도 데리고 오기 쉽지 않을걸요? 그래서 허들을 최대한 낮추면서도 네트워킹 효과를 거둘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거기서 나온 게 2인 공동 구매예요. 1명만 딱 데리고 오면 되는 거예요.
리: 요즘엔 5명만 모으면 되는 공구 플랫폼도 있잖아요. 5명은 안 되고, 2명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김성국: 경험해 보시면 아는데, 5명도 쉽게 모을 수 없어요. 어쩌다 한두 번은 가능하겠지만, 자주 하는 건 어렵죠. 니치한 매니아들을 위한 앱이라면 5명, 10명이어도 되지만, 전국민이 쓰는 앱을 목표로 한다면 허들이 정말로 낮아야 하죠.
리: 누가 같이 사자고 제안했는지가 뜨는 게 신기한 것이… 다른 공구 플랫폼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모이는 느낌인데, 사자마켓은 진짜 아는 사람과 사는 것 같은 친근감이 느껴져요.
김성국: 맞아요, 그 친근함을 의도했어요. 연결형 커머스잖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야 하죠. 온라인에선 쇼핑을 혼자 하는 게 당연시되기 시작됐지만, 원래 오프라인에서 쇼핑이란 가족, 애인,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하는 거였거든요. 그걸 완벽하게 재현할 순 없겠지만, ‘함께 사자’라는 느낌만큼은 구현해보고 싶었어요.
리: 뭔가 커머스판 당근마켓 같군요. 근데 당근마켓은 완전 개인 간 거래라면, 여기는 판매자가 필요하잖아요? 모집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텐데…
김성국: 맞아요, 홈쇼핑모아가 있어서 다행이었죠. 우리에겐 1,400만 명이 다운로드한 커머스 서비스가 있다, 그러니 믿고 도와달라… 이렇게 영업팀에서 고생 많이 하셨죠.
Part 7. 우리는 왜 ‘사자마켓’을 ‘홈쇼핑모아’와 분리했는가
리: 홈쇼핑모아라는 성공한 커머스 플랫폼이 있는데, 왜 사자마켓을 따로 분리하신 거죠?
남상협: 홈쇼핑은 홈쇼핑만의 시나리오가 있어요. TV를 보다가 제품이 마음에 들면, 앱을 켜고 결제하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공동구매를 넣는다? 어울리지 않아요. 홈쇼핑을 보다가 갑자기 공동구매를 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그러니 개발하는 사람들도 이 기능을 왜 개발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죠.
리: ‘홈쇼핑모아’가 잘 되는데 신규 쇼핑 서비스를 또 런칭한 거라,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는데요.
남상협: 맞아요. 같이 만드는 분들이 능력이 뛰어난 만큼, 다들 개성도 강해요. 팀워크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죠. ‘핀두오두오’ 같은 성공사례를 이야기해도, 중국이랑 한국이 같냐는 논리에 부딪혔죠. 게다가 전 분기까지만 해도 홈쇼핑모아에 올인하자 하고서는, 갑자기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자는 게 말을 번복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예요.
리: 그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셨나요?
남상협: 이런 상황에 좋은 방법이랄 게 있나요. 일단 힘들어도 잘되는 게 가장 신나죠. 그래서 딱 런칭까지만 잘해보자고 저희들부터 파이팅했죠. 다행히 런칭 직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니까, 직원들도 원팀이 됐어요. 저희 생각보다 훨씬 성장 속도가 빨라요. 3월 10일에 출시했는데, 4월에 MAU가 10만을 찍었어요. 아직 외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한 적도 없는데 이 정도로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리: 와, 연타석 홈런이네요. 뭐가 비결일까요?
남상협: 쉽고 유용하고 재밌으니까요. 친구 1명만 참여시키면 되고, 그러면 가격이 확 내려가요. 그러면 초대받은 친구는, 또 다른 친구를 데려오죠. 특히 사람들은 가성비 좋은 상품을 남에게 알리는 것에서도 재미를 느껴요. 싸고 좋은 물건은 심지어 숨어있어도 기가 막히게 찾아서 소문을 내세요. 그래서 커뮤니티 같은 곳에 한번 올라오면, 순식간에 매출이 폭발하거든요.
리: 구매자 입장에서 싸게 살 수 있단 얘긴, 판매자 입장에선 싸게 팔아야 한다는 얘기잖아요. 판매자에게 사자마켓이 좋은 점은 뭔가요?
남상협: 물건을 팔려면 어차피 마케팅을 해야 해요. 알아서 사라고 하면 아무도 안 사요. 그런데 요즘 커머스 광고비 얼마나 비싼지, 업자들은 다 알거든요. 그러느니 차라리, 광고도 직거래하는 개념은 어떻겠냐는 거죠. 고객에게 직접 혜택을 주고, 고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친구를 데리고 오게 만드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단골을 만들어나가게 되면 그야말로 선순환이 가능해지죠.
Part 8. 전 국민이 매일 쓰는 커머스를 꿈꾸며
리: 앞으로의 목표는 어떤가요?
김성국: 홈쇼핑모아는 진짜 임팩트있는 걸 하고 싶어요. 대한민국 주부라면 매일매일 이용하는 레벨까지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갖고 있는 커머스AI기술로 홈쇼핑 생태계의 비효율을 해소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홈쇼핑의 좋은 상품들을 더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것입니다.
리: 사자마켓은 어떤가요?
남상협: 사자마켓은 포부가 더 커요. 전 국민이 매일 쓰는 수준의 서비스로 만들고 싶어요. 연결형 커머스는 그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일반 쇼핑몰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들어가는 곳’이라면, 연결형 커머스는 서로 좋은 혜택을 권하는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이 있어요. 굳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혜택을 놓치기 싫어 접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리: 여담인데, 전 사자마켓 앱 아이콘이 엄청 마음에 드는데요. 누가 디자인 하셨나요?
김성국: 저희 디자이너가 직접 그렸어요.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는데, 한쪽은 어떻게 앱에 아기들 장난감 같은 그림을 넣느냐고 그랬어요. 반면 저희는 이런 포인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자마켓인데 당연히 사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단번에 와닿는 포인트 말이죠. 너무 많은 생각이 필요하면 전국민이 쓸 수 있는 앱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리: 추가 투자 유치도 준비 중인가요?
김성국: 올해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수의 투자사와 협의를 진행 중에 있고요, 추후 확보된 자금은 사자마켓과 홈쇼핑모아 플랫폼 확장 및 우수 인력 채용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투자와 관련해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리: 마지막 한 마디…
김성국: 시대가 바뀌는 길목에 항상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며, 국내 이커머스에도 분명 큰 변화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빠르게 의미 있는 사자마켓 초기 유저층을 확보할 계획이며,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판매자를 확보해 판매량을 극대화한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자마켓이 전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국민 공동구매 슈퍼앱’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