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흥미로운 정책 실험을 시작한다. 실험의 이름은 ‘안심소득’. 기준소득보다 적게 버는 가구에 서울시가 모자란 부분의 절반만큼을 채워주는 제도이다.
사실 소득 양극화 문제는 끊임없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기술이 발전하고 자동화가 보편화되면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고임금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저임금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앞으로 점점더 심해질 양극화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이번 정책 실험을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안심소득은 저성장 시대, 일자리 구조 변화에 대비한 미래복지 시스템’
물론 지금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처럼 소득이 적은 가구를 지원하는 제도는 있다. 이런 제도들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지만 까다로운 선정기준으로 인해 복지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시의 문제의식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산이 있다면 실제 소득이 적더라도 선정에서 탈락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안심소득은 까다로운 선정 절차를 대폭 낮추었다. 게다가 대상범위와 소득 보장수준은 확대해 취약계층을 더 폭넓게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안심소득의 구체적인 선정기준과 지원액수는 어떻게 될까?
선정 기준은?
앞선 설명처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지 않고 별도의 기준을 적용한다. 다시 설명하면 ‘재산’과 ‘소득’이 각각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선정대상이 될 수 있다.
먼저 소득조건은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다. 기준 중위소득이라 함은 가구를 소득 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런 형태의 복지는 ‘양극화 완화’를 전제로 한다. 양극화가 심해진 상태에서 평균 소득을 계산하면 너무 많이 버는 사람이 평균값을 올려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1인 기준 중위소득은 약 195만원이다. 2인은 326만원, 3인은 419만원 가량이다. 서울시의 안심소득 1차 지급 대상인 기준 중위소득 50%는 1인가구 기준으로 한달에 98만원 이하로 버는 사람, 2인 기준 164만원 밑으로 버는 사람이다. (표 참조)
그런데 아무리 ‘생계가 힘든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해도 1인 기준 98만원은 너무 낮다. 당장 전일제 아르바이트만 해도 넘길 수 있는 액수다. 그래서 시는 올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500가구를 1차적으로 모집한 이후 내년부터는 기준 중위소득 50~85%인 300가구를 추가 선정한다.
두 번째 조건은 재산 조건이다. 기준은 3억 2,600만원. 서울시 전셋값이 크게 올라버린 요즈음에 다가구 주택 전세 가격 정도 된다. 혹시나 내가 당장 버는 돈은 없는데 물려받은 서울 아파트가 있는 경우에는 아쉽지만 신청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 가구의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기준 50% 이하(2023년은 50%~85% 신청)이고
- 가구의 재산이 3억 2600만원 이하일 때
신청이 가능하다.
얼마나 받을 수 있나?
지원액수는 기준 중위소득 85% 기준액에서 가구소득을 제외한 값에 0.5를 곱하면 된다. 어려우니 예를 들어보자.
안심소득 지원액 : (기준 중위소득 85% 기준액 – 가구소득) X 0.5
ㄱ라는 사람은 1인 가구이고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온전히 안심소득에만 의존해야 한다. 이 경우 받을 수 있는 안심소득 지원액은 아래와 같다.
(1,653,100원 [중위소득 85% 기준액] – 0원[가구소득]) X 0.5
= 826.550원
반면 ㄴ이라는 사람은 같은 1인가구이지만 이런저런 파트타임 알바를 통해 한달에 5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이 경우 지원액은 아래와 같다.
(1,653,100원 [중위소득 85% 기준액] – 500,000원[가구소득]) X 0.5
= 576.550원
서울시는 ‘내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받는 소득보장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수입이 없는 경우에 지원액이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신청하면 될까?
앞서 설명한 소득조건과 재산조건을 충족한다면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월요일인 3월 28일 오전 9시부터 4월 8일 금요일 24시까지 12일간 온라인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여기(링크: ssi.seoul.go.kr)에서 가능하며 신청 첫 주(3.28(월)~4.1(금))에는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 요일제로만 접속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분들에 한해 접수 마지막 5일간 안심소득 전용 콜센터(4.4(월)부터 접수가능)를 통해 접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주민센터나 구청 등 현장을 통해서 신청을 받지는 않는다.
일단 올해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만 신청이 가능하고 기준 중위소득 50~85%에 해당하는 사람은 내년에 신청 가능하다. 올해 신청해서 선정된 500가구에게는 앞으로 3년간 (22년 7월 ~ 25년 6월) 안심소득이 지급된다.
참여자 선정은 조건 해당자에 한해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직은 시범적 시행 단계라서 모든 해당자에게 다 지원을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선정된다면 ‘서울시민 누구나 안심하고 도전하며 살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에 함께 할 수 있게 되니 많은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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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지원: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