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기업이 1년만에 사라진 이유
지난해 여름에 지인의 소개로 작은 IT기업의 대표님과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설립한 지 3년만에 큰 성공을 이뤘고 규모에 비해 나름 탄탄한 스타트업 회사였다. 당시에 그 대표님이 내세운 기업정신은 “신뢰”라는 단어로 압축되어 있었다.
그간의 성공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룰 수 있었고 앞으로도 모든 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생각해준다면 지금처럼 지속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셨다. 개인적으로 그 대표님의 말씀에 상당히 공감했고 이런 회사는 다닐 맛이 나겠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식사를 마무리 지으며 망설이다가 직업병(?)이 발현되서 농담반 진담반 가볍게 한마디 조언을 드렸었다.
“사장님 모든 직원을 신뢰해도 돈 만지는 직원은 항상 의심하세요.”
하지만 올봄에 새해 인사차 다시 만난 대표님은 상당히 놀라운 소식을 전하셨다.
올해초 재무팀장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간 사내에 유보했던 이익(배당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월급과 경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의 90% 이상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충격으로 사업을 급히 수습하고 지금은 잠시 쉬고 계시다고… 불과 몇개월만에 자신만만하던 대표님은 의기소침한 중년남성으로 변해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장기휴가는 필수!?
과연 그 기업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는 대표님의 하소연 속에서 대표적인 부정사례의 특성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고 몇개월 전에 가벼운 조언을 좀 더 무겁게 했었어야 한다는 후회가 들었다.
횡령을 저지른 재무팀장은 너무나도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매일 남들보다 30분 먼저 출근하고 항상 사무실 정리까지 마치고 퇴근할 정도로 부지런 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금관리, 회계, 세무신고등 모든 업무를 혼자서 도맡아 해왔고 매일 아침 오후에 자금일보를 사장에게 보고할 정도로 철저했다. 게다가 회사일이 밀리면 안된다며 3년간 모든 휴가를 반납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근무했다고 한다.
이렇게 항상 열심히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다른 직원들보다 신뢰도가 높았고 법인통장은 물론이고 급한 일이 있을 땐 법인인감도 직접 가져다가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 한다.
이 사례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법인인감을 별다른 통제없이 관리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이 부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통제제도를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클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들이 통장이며 인감을 그때그때 챙겨가지고 다닌다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스타트업은 벌어논 돈을 지키는 일보다는 향후에 벌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할 일이 태산같으니…
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사고예방의 필요성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장기휴가를 부여하는 것이다. (권하는 수준이 아닌 강제적인 휴가를 의미한다.) 장기휴가는 직원의 사기충전 효과 이외에 회사의 부정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직원의 업무공백은 직원이 그간 철저히 막고 있었을 수도 있는 부정의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장에 찍히는 잔액을 교묘히 조작해왔다면 장기휴가동안 조작업무도 공백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부정을 적발하거나 막을 수 있다.
과거 한 은행의 지점에서 여직원이 노인분들에게 고리의 이자를 준다는 명목으로 자가개발한 상품(은행상품이라 소개했지만 사실은 본인이 입금된 돈들을 유용하고 횡령한 사건)을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역시 성실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녀는 횡령사실을 진술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루도 점심을 맘편히 먹어본 적이 없고 은행업무시간 중에는 화장실조차 간 적이 없다.”
이 한마디는 장기 휴가의 효과를 명백하게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며칠의 휴가로 직원들의 사기 제고와 부정사고 예방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이보다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팀, 우리 회사의 열심히 일하는 그(또는 그녀)에게 휴가를 지시(?)하자.
원문: 바바리안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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