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시작이 반이고 반 넘게 했다
리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진: 탈잉의 출판 사업을 총괄하는 유진입니다.
리: 지금까지 총 몇 권의 책을 냈나요?
유진: 올해 5월부터 책을 내기 시작해서 총 8종의 책이 출간되었어요.
리: 그러면 6개월 전 입사한 건가요?
유진: 아뇨, 2020년 봄에 입사했어요. 그동안에는 일단 ISBN 없는 교안을 만들었어요(주: ISBN이 있어야만 서점에서 책을 팔 수 있다). 스타트업답게 우선 빠르게 시도하고 반응을 본 거죠. VOD 클래스를 구매한 유저에게 교안을 함께 전달하니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더 잘 만들어서 책으로도 내놓자, 이렇게 결정한 거죠.
리: 그러면 교안은 얼마나 만들어진 거죠?
유진: 당시 오픈된 VOD의 절반 정도를 책으로 만들었어요. 짧은 시간에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경제·경영, 자기계발, 인문, 디자인 등 다양한 카테고리 분야로 풀어내야 하는 미션이었죠. 이러한 작업을 통해 탈잉만의 출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어요. 뭐든지 기반을 잘 다지는 게 중요하잖아요. 이때 초석을 잘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 안정된 프로세스로 달릴 수 있는 거죠.
리: 덜덜덜, 그럼 앞으로도 탈잉에서 다양한 책이 쏟아지겠네요.
유진: 네, 초반에는 저 혼자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좀 느린 면도 있었고요. 차차 팀원들이 생기면서 더 완성도 높은 기획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어요.
리: 저자는 어디에서 섭외하나요?
유진: 기본적으로 탈잉 튜터들과 작업합니다. 탈잉에는 4만 명 이상의 튜터들이 활동해요. VOD까지 나온 튜터만 해도 90여 명입니다. 사업팀에서 VOD를 만들 때 커리큘럼을 공들여 설계하고, 이런 클래스를 기반으로 책을 만들기 때문에 콘텐츠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책을 먼저 만들고 클래스로 이어지는 형태도 있고, 루트는 다양합니다. VOD뿐 아니라 캠프나 라이브, 웨비나 등의 튜터들도 섭외 대상입니다.
Part 2. 22살에게 신규 사업을 통으로 맡겼다
리: 탈잉에는 어떻게 합류하셨어요?
유진: 원래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제 책도 썼어요. 그런데 혼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탈잉이라는 플랫폼을 발견했어요. 책 만드는 클래스를 열고 튜터 활동을 했는데, 우연히 수강생 중 한 분이 탈잉 김윤환 대표님과 독서 모임을 함께 하고 계셨어요. 그분이 대표님께서 출판사업에 관심이 많으시다며 소개해주신 것이 계기가 되었죠.
리: 그렇게 만나보니 김윤환 대표가, 처음부터 같이 일하자고 하던가요?
유진: 아뇨. 당시 탈잉은 대형 출판사와 제휴를 고민하던 와중이었어요. 저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하는 거였죠.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탈잉이 직접 출판사업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 그래서요? 출판사를 만들라고 했나요?
유진: 이미 탈잉은 검증된 클래스, 콘텐츠를 가진 튜터, 탈잉만의 철학이 있는 디자이너, 감각 있는 마케터까지 다 있었어요. 그런데 튜터를 저자로 만들 수 있는 편집자, 마지막에 콘텐츠를 책으로 출판하고 유통할 사람만 없었던 거죠. 제가 처음과 끝만 채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나를 뽑아라, 내가 탈잉 출판사를 만들어주겠다’, 이렇게 역제안을 했어요.
리: 와… 당차네요? 그러니까 김윤환 대표가 뭐래요?
유진: 뽑고 싶은데, 먼저 보여줄 수 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글을 써본 경험이 없는 튜터들과 작업해서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신이 필요하셨던 거죠. 그래서 튜터 한 분과 일종의 테스트 기간을 가졌어요. 제가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초고를 완성하고 디자인 시안까지 가져가니까 대표님이 놀라셨어요. 그리고 제안을 수락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때 22살밖에 안 됐는데, 하나의 사업부를 맡기신 거죠.
리: 와… 22살에게 신규사업을 통으로 맡겼다?
유진: 엄청난 베팅이죠. 대표님의 과감한 결단력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꼭 해낸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끌고 갔어요. 사내에서 사업을 설명할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최대한 타 부서 팀원들도 출판사업의 비전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책의 담당자는 저이지만, 전사적으로 함께 움직여야 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출간된 책이 있으니까 설명이 쉽지만, 처음에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리: 그나저나 22살이면 이제 대학생인데, 어떻게 출판업을 굴릴 수 있는 거죠?
유진: 일단 대학생은 아닙니다. 대학을 안 갔어요. 최종 학력이 초졸이에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프로젝트’라고, 일종의 홈스쿨링을 선택했어요. 남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 14살부터 23살까지 학교가 아닌 곳에서 공부하겠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제 이름으로 책 4종을 출간했고, 출판도 시작했습니다. 17살부터 본격적으로 기획, 집필, 편집, 디자인, 제작, 마케팅을 직접 하기 시작했으니까,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은 7년 정도 됩니다.(웃음)
Part 3. 모든 재능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
리: 탈잉에서 책을 만드는 경험은 어때요?
유진: 즐겁죠. 말 그대로 스타트업에서 책을 만드는 것인데, 이 믹스매치가 일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모두 흥미롭게 만들어요.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디테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보내요.
리: 탈잉 책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유진: 검증된 클래스를 기반으로 만드는 콘텐츠라는 것이 본질적인 차이죠. ‘모든 재능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을 꿈꾸는 회사에서 만드는 책인 만큼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각도로 접근해서 해석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걸로 돈 버는 덕업일치 가이드북』은 호텔을 세우겠다는 꿈을 가진 저자가 글쓰기로 자신을 브랜딩하는 인사이트를 담은 책이에요. 보통은 이미 호텔을 세운 사람의 책을 만드는 것이 흔하죠. 물론 저희도 경륜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도중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얻을 게 있다면 조명하는 데 망설이지 않아요.
리: 제가 볼 때는, 마케팅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유진: 맞아요. IT 스타트업의 온라인 마케팅 역량이 발휘되니까요. 소셜미디어 광고를 기가 막히게 활용해요. 여기에 책과 클래스를 엮어서 다양한 크로스세일즈도 하고요. 결정적으로 탈잉이라는 자체 플랫폼도 존재하죠. 독자에게 어필되는 포인트로 말하자면 디자인도 큰 차이가 있어요. 탈잉의 책은 내부 브랜드경험팀에서 만든 표지를 사용하는데, 서점에서 보면 다른 책들과 비교해서 확실히 독특하게 튀어요. 탈잉의 브랜드 비주얼과 결이 맞으면서도 책만의 정체성과 개성이 있죠.
리: 탈잉 도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유진: 자신의 책을 서점에서 발견한 튜터분들이 감동했다고 말씀해주세요.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하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그리고 최근 매출이 크게 늘어서 대표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자주 보입니다.(웃음) 출판 사업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요. 독자의 반응을 전하자면, 지금까지 출판한 책 대부분이 짧은 시간에 초판을 소진했고요. 저희 예상을 뛰어넘어 출간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1만 부 안팎의 판매수치를 보이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도 있습니다. 뜨거운 반응에 감사할 따름이죠.
리: 6개월만에… 대단한 성과 같은데, 이렇게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진: 제가 잘했으니까요!(웃음) 탈잉은 정말 열심히 일해요. 지식과 경험을 유통시키기 위해 모두가 열중해요. 저도 그 분위기에 좋게 휩쓸려서 파도를 탄 것이죠. 책의 재료가 되는 클래스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다른 사업팀의 도움도 크고요. 그럼에도 책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Book팀의 성실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Part 4. 책이라는 최고의 시나리오
리: 그런데 책을 내자고 제안하면, 튜터들은 뭐라고 하나요?
유진: 저희가 책으로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콘텐츠만 출간 제안을 한다는 걸 튜터님도 아시기 때문에, 대부분 기다렸다는 듯이 좋다고 하세요. 탈잉의 튜터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재능을 발휘해서 지식을 전달하는 일에 적극적인 분들이 많아요. 책만큼 상징적인 지식 전달 매체는 없으니까요.
리: 그런데 막상 책을 쓰려고 하면 쉽지 않잖아요?
유진: 그래서 제가 튜터분들께 하는 말이, 책을 혼자 쓰는 작가는 없다는 거예요. 기성 작가들도 마찬가지예요. 편집자 없이 책을 완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저는 튜터가 자기만의 이야기, 전문성만 가지고 오면 된다고 봐요. 그런데 대부분 이미 탈잉 클래스로 증명된 거잖아요? 만약 VOD가 있다면 탈잉의 검증까지 거친 커리큘럼이 있다는 뜻이고요. 이 상태에서 부족한 게 있다면 나머지는 Book팀이 채워주면 돼요.
리: 출판팀이 채워준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요?
유진: 일단 아무리 클래스가 좋아도 책에 맞게끔 구성하는 작업이 아주 중요해요. 목차를 만드는 것부터 편집자의 손길이 필요하죠. 원고 생산 과정에서도 작가를 홀로 두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면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이끕니다. 편집 과정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객관성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냉철하게 판단하고요. 또 팩트 체크를 위해 편집자는 늘 새로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리: 저 그런데 궁금한 거… VOD와 책은 뭐가 달라요?
유진: 책은 VOD에서 다루지 않았던 뒷이야기도 담고, 프로그램 서적을 제외하곤 지나치게 튜토리얼 형식이 되지 않도록 기획해요. 책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아예 카테고리 자체를 자기계발에서 에세이로 전환하는 등 펴내는 도서의 주제도 다양해지고요. 설문을 해보니, 유저는 텍스트와 영상을 함께 활용하는 걸 가장 좋아했어요. 필기 안 해도 되니까 텍스트가 좋을 때도 있고, 모션이 있으니까 영상이 좋을 때도 있는 거죠. 둘은 서로의 보완재 역할을 합니다.
리: 아… 그럼 책을 먼저 사고 VOD도 판매되는 경우도 있겠네요?
유진: 맞아요. 책이 팔리면 VOD 판매량도 함께 늘어나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저자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더라고요. 필기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 게 1차적 반응이라면, 튜터의 다른 작품이 나오면 또 사고 싶다는 게 그다음 반응이에요. 서점에서 탈잉 튜터를 발견한 일반 독자들이 탈잉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늘어났고요. 책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저자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소비자가 탈잉 클래스까지 들어오는 것이죠.
리: 그렇게 따지면, 오프라인 강의, VOD, 책, 여기에 다른 것도 얼마든지 붙일 수 있겠군요.
유진: 원 소스 멀티 유즈, 그 자체죠. 대표님께서는 ‘벨류 체인’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시는데, 출판은 탈잉이 콘텐츠의 원소스를 다양하게 매니지먼트하는 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상징적인 매체 역할을 하고, 브랜딩에도 큰 도움이 되니까요. 책이라는 최고의 시나리오를 활용해서 다양한 클래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세계관을 더 넓히는 것도 가능하죠. 이미 굿즈 등을 테스트 중이에요. 반응도 굉장히 좋고요.
Part 5. 이대로 파주출판단지까지 간다
리: 아무튼 튜터들이 계속 클래스를 운영하니까, 책도 꾸준히 팔리겠네요.
유진: 그렇죠. 어쩌면 탈잉은 모든 출판사가 꿈꾸는 구조예요. 일단 매력적인 잠재 저자인 튜터들이 너무 많죠. 하지만 탈잉보다 이분들을 잘 아는 곳은 없으니, 탈잉과의 작업이 최적화된 책을 만들어내게 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구조인 것이죠. 튜터분들도 그 점을 정확히 알고 계시고요. 책이 나오면 튜터는 그 동력으로 또 탈잉의 클래스를 운영해요. 그럼 클래스에 참여한 이들이 또 책을 구매하는 거죠.
리: 이야… 여기까지 들으면 출판을 안 하는 게 이상하네요. 다른 플랫폼에서도 출판을 한다고 하면요?
유진: 실제로 최근 경쟁사에서도 출판을 시작한 것으로 알아요. 저희를 따라 같은 업계에서 출판을 시작했다는 건 사업성이 증명되는 것이고, 저는 오히려 이런 방향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출판의 특수성이 있고, 허들이 꽤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해서 쉽게 성공하기는 힘들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탈잉은 이미 안정적인 시스템을 오래전에 구축했고, 최근에는 가속이 붙기 시작했기 때문에 경쟁사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나아가면 된다고 봐요.
리: 앞으로 탈잉의 Book팀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유진: 신간도 계속 내면서, 시리즈물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탈잉 플랫폼 내 전자책 사업을 디벨롭하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더 잘 나아가기 위해 출판을 선택한 만큼, IP 사업 모델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거예요.
리: 처음 입사할 때, 자신을 뽑으라고 당차게 주장하셔서 들어오셨는데, 돌이켜보니 어때요?
유진: 대표님한테 대놓고 여쭤본 적 있어요. 저를 뽑은 걸 만족하시냐고. 일단 고개를 끄덕이셨으니, 된 거 아니겠어요?(웃음)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진: 제 욕심을 말해보자면, 제가 맡은 일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탈잉 출판사업부 단독 건물을 파주출판단지에 올리고 싶네요. 그날까지 탈잉에서 나올 책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