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나도 싸움 닭이던 시절이 있었다. 글 쓰는 것과 발표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말싸움을 하면 지는 적이 거의 없었다. 나는 내가 ‘토론’을 잘 한다고 이 때부터 착각한 것 같다.
그러나 길거리 싸움과 격투기가 엄연히 다르듯, 내가 잘 하는 것은 ‘말싸움’이지 ‘토론’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시 모 기업에 입사 지원을 했던 나는, 토론 면접에서 나와 논리로 맞붙은 상대방을 정말 철저하게 심할만큼 짓이겨놓았다. 상대방은 면접장을 빠져나오며 내 멱살을 잡을듯 씩씩대며 나를 노려보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해당 면접에서 떨어졌다. 토론 면접만이 나를 낙방시킨 모든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부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나는 지난 대선 토론에서의 모 후보와 같았다.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가 원하던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래서 나는 ‘토론은 무엇인가’ 라는 것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원칙에 대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아마, 누군가와 토론 및 협상 그리고 일상적인 회의에서도 꽤 유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1. 토론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라.
많은 사람들은, 내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모든 것을 빼앗아 오는 것이 효과적인 토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 코를 물게 되어있다. 우리는 이 토론을 통해 진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언가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부분을 내어 준다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가 없어야 한다. 좀 더 세분화 하여 생각한다면, 내가 원하고 있는 목표에서 몇 %까지 내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간단히 생각해서 중고물품을 판다고 생각하자. 내가 내놓는 가격과, 진짜 팔고 싶은 가격이 분명 다를 것이다. 이럴 때 여러분은 최소 3번의 Negotiation, 최대 5번의 Negotiation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상하여야 한다.
내가 어떠한 물건을 13,000원에 팔고 싶지만, 처음부터 13000원에 내 놓으면 절대 그 가격을 받을 수 없다. 이럴 경우 처음에는 15,000원으로 물건가격을 내어놓고. 상대방이 가격 할인을 요청하면 14,000원 정도로 한번 깎은 다음 제시한다. 이 경우 상대방은 초기에 자신이 제시했던 가격보다는 더 높은 가격을 다시 제시할 것이고, 결국 마지막 순간에 13,000원을 제시함으로써 나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2. 객관적인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라.
수치로 된 데이터를 상대방에게 제시하는 것은 상대방이 논박할 여지를 줄여주는 동시에 내 논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데이터가 정확한지의 여부는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맞거나 틀리거나를 오히려 더 명확하게 판별해 주기 때문이다.
#3. Yes, but 화법을 구사하라.
상대방은 나와 배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가 나와 자리에 앉아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하는 말 중에도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가운데 내가 동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Point를 찾아라. 그리고 동의해라. 그러나 핵심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그렇지만’ 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라. 예를 든다면.
“ㅇㅇ님께서 말씀 하신 말씀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1yes) 그리고 저희 측에서도 그 측면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고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2yes) 또한, 전체적인 관점에서도 그 해결 방식은 이득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3yes)
하지만(but), 현재 저희가 직면한 문제는 장기적 목적이 아닌 일시적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ㅇㅇ님의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분명 옳지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저희의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상대방으로써는 당황스럽다. 내 이야기가 다 맞다 했으니 우쭐할 찰나에, 상대방으로 부터 공격이 스윽 들어온다. 게다가 내 이야기가 다 맞다고 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쉽게 내 칠수가 없다. 더 치밀한 논거로 ‘단기적 관점에서 조차 내 결론이 맞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앞서 말했던 1원칙에 어긋나는 토론이 된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가려는 듯한 태도는 전체 분위기와 판도를 바꾸어 놓는다.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4. 토론 진행시, 예절을 지켜라.
사람마다 능력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주제별로 지식의 깊이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내가 자신 있는 분야라 해서 상대방을 매몰차게 몰아 붙여선 안된다. 다른 주제로 넘어갔을 경우에 똑같은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먼저 상대방이 예의를 지키지 않는 토론을 한다면 타 주제에서 완전히 짓 이겨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긴 하다.
#5. 토론이 오고 간 뒤 주요 포인트를 반드시 짚고 동의를 구하라.
생각보다 토론이 끝난 이후 협의가 된 것을 명확화 하지 않고 토론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 매듭 지어지지 않은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매듭이 지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명문화를 시키고, 상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즉각적인 Action Plan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매듭지어지지 않은 부분만으로 Scope을 구성하여 추후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회의의 효율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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