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3명은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이유로는 ‘개인의 만족’이 최우선으로 꼽혔습니다.
여기, 2년을 채우기 전 사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나름 잘 지내는 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습니다. 그는 퇴사 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컵 아티스트로서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 중입니다. 그가 말하는 프리랜서, 그리고 나 자신을 응원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당신도, 나도, 우리는 별일 없이 잘살 것이다
저자는 본인의 인생은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영상 업계에 들어가고 싶어 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들어갔지만, 어쩌다 보니 가전제품 제조업체에 취직해 영업 지원 업무를 했습니다. 경력을 인정해 준다는 2년을 채우기 직전에 사표를 썼다고 합니다. “나가서 뭐 하고 살 거냐?”라는 상사의 질문에 “이 일만 아니면 됩니다”라는 건방진 대답을 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생각보다 큰 반응을 보여준 건 주변 동료 혹은 입사 동기들이었습니다. 그동안의 경력도 인정받지 못한 채, 이직도 아니고 퇴직을 한다는 건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거죠. 가끔씩 술자리에 참석하면 그들은 작가의 지갑도 못 꺼내게 했습니다.
이들의 응원 덕분인지 지금까지 저자는 큰 어려움 없이 삽니다. 주변의 갑작스레 환경이 바뀐 지인들도 결국 어떻게든 별일 없이 잘삽니다. 물론 고민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저 새로운 길을 걷게 된 사람을 응원해주고 배려해 주면 됩니다. 직장 동료들이 그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말이죠.
이런 수채화 같은 인생 속에서도
수채화 물감의 특성상 밝은색부터 순서대로 색을 써야 하며, 유화나 아크릴화와 다르게 한 번 색을 잘못 칠하면 수정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수를 영원히 떠안고 가거나 지금까지 그린 그림을 버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수채화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초보자의 수채화 같은 일상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예측하지 못한 사건에 당황하고 저지른 실수를 수습하느라 바쁘지만, 가끔은 그 실수가 전화위복이 되어 꽤 그럴싸한 결과물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역시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어!’라고 뿌듯해하다가 어리석게도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기도 하고, 예측이 가능해지고 따분해질 즈음에는 또다시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인생에 등장합니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멋진 수채화를 그릴 수 있을까요?
세상 밖 세상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게 언제였나요? 대부분 매일 비슷한 업무로 루틴화된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억조차 희미한 이 순간을 저자는 다르게 정의합니다.
집구석에 있다가 약 3주 만에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의 원화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날 전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국내 출간된 그의 책을 모두 살 정도로 팬이 됐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따로 있었다. 바로 당시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평일 오후 광화문 일대의 한가로운 사람들로 북적이던 풍경이었다. 굉장히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당시 나는 평일 낮에는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 232쪽
대다수 직장인은 다들 평일에 못 노는 줄 알았고, 다시 말해 평일에는 놀지 못하는 게 곧 사회인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카페는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으로 미어터졌고, 대형 서점은 한가롭게 책을 고르는 사람으로 북적였습니다. 그 풍경을 마주한 저자는 몇 년간 열심히 살아온 삶이 무언가에 의해 부정당하는 듯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내가 뼈 빠지게 일하는 시간에 한가롭게 자기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말 그대로 우물 안에서 일만 하던 개구리였고, 이 모든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이런 신선한 충격을 받을 일이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