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부르는 글꼴의 정식 명칭은 Noto Sans CJK, 함께 개발한 어도비는 ‘본고딕’이라고 부른다. 한중일 글꼴을 완벽하게 조화시켜주는 Pan-CJK (汎韓中日) 글꼴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이름에 관계 없이 그냥 ‘완전글꼴’ 같다. 세상에, 한글 고문을 표시하고, 동시에 한자와 일본어를 표시해 주는 글꼴이라니. 물론 영어와 서유럽어 등과도 디자인에서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완전체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국가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은 구글이 블로그에 적은 것처럼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하지만 사실 글꼴 문제에 있어선 변방이었다. 애초에 컴퓨터를 개발한 서구에서 자신들이 쓰는 알파벳 중심으로 이 기계의 글꼴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얼마 안 되는 크기에 몇 개의 점 만으로 식별 가능한 문자를 만들어 낼 수 있던 초기 컴퓨터의 알파벳과 달리 동아시아 언어는 이 시기 복잡함 때문에 알파벳 두 글자가 들어갈 자리를 한 글자가 잡아먹어야 하기도 했다. 또 이런 글꼴 정보를 담아두는 영역이 알파벳과 알파벳 관련 특수문자가 겹치지 않는 영역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각 언어들이 영역을 멋대로 설정하면서 서로 겹치기도 하고, 심지어 같은 한글을 쓰면서도 남한 컴퓨터와 북한 컴퓨터는 서로의 문서를 한글로 표시하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 남한 내에서도 완성형이네 조합형이네 하면서 글꼴 다툼도 벌어졌으니… 여기에 한자와 일본어가 제대로 한글 글꼴과 어우러져 조화롭게 표시되는 걸 바란다면 날도둑 심보였다.
그리고 구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냥 심플하게 자기들이 돈을 전액 부담해서 3개국에서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용 글꼴을 하나 개발했다. 누구나 무료로 쓰기 때문에 앞으로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이 글꼴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경우가 급증할 게 틀림없다. 구글이 글꼴로 동아시아를 통일한 셈이다. 그렇다고 대충 만든 것도 아니라서 서체 관련 최고 기업인 어도비가 주무를 맡았고, 각국의 서체 디자인에서 최고 업체로 꼽히는 산돌과 시노타입, 이와타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FIFA가 자기들 멋대로 월드컵 규정을 만들어서 아시아대륙 시드를 1장으로 줄여버린 뒤에 ‘한중일 3국 연합팀’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규정만 만들어놓고 떠나버린 거지같은 상황 말이다. 당연히 한중일 3국 연합팀 같은 게 3개국이 힘을 모아 완성될 리가 없다. 기계적으로 3등분해 팀을 구성(될리 없지만)한다 해도 그딴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없다.
그런데 구글이란 기업이 나타나서 미국에서 어도비란 최고 연봉 받는 히딩크 같은 감독을 데려오고, 각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대표선수 불러 모은 뒤 단일 민간팀을 결성해 온갖 친선시합에서 1등하기 시작했다는 시나리오가 여기 벌어진 셈이다. 그럼 3개국 국민들은 결국 구글팀을 응원할 수밖에 없고, 3국 연합팀 제도가 있으니 자연스레 구글팀이 대표팀이 되는 수순…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정말 구글은 스케일이 다르다. 이 복잡한 동아시아 글꼴 문제가 이렇게 한숨에 풀릴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과 한국은 안드로이드가 지배하고 있고, 일본도 계속 안드로이드 보급이 늘고 있으며, 크롬 웹브라우저의 기세는 꺾일 생각을 않는다.
즉, 가장 많은 상호교류를 하는 이 세 나라 국민들은 구글 서비스를 쓸 때 가장 안정감 있고 보기 좋으며 세련된 글꼴을 디폴트로 접하게 될 것이다. 대단하다. 대단한 일인데, 느낌이 꼭 월드컵을 보면서 ‘한중일 대표팀’이라는 팀을 응원해야만 하도록 강제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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