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The Economist의 German lessons를 번역한 글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독일의 미텔슈탄트처럼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따라하기란 쉽지 않다.
‘미텔슈탄트’(Mittelstand)로 알려진 독일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을 떠받치는 집단으로 칭송받곤 한다. 그러나 집단이 아닌 이들 하나하나는 각자의 능력을 숨기는 면에서도 세계 정상급이다. 이들은 경향적으로 가족 소유이고, 작고 한적한 마을에 자리했으며, 각자의 특화된 기계와 부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에게만 익숙하다. “우리는 금을 캐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도구 제조업체인 Sartorius의 운영자, Joachim Kreuzburg의 말이다. “금 캐는 사람들에게 곡괭이를 파는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은 점점 국제적인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공무원과 사업가들은 1970년대 도요타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 몰려들었던 것처럼 이제 미텔슈탄트를 배우기 위해 독일을 성지순례한다. 독일 중소기업협회(BVMW)의 대표 Mario Ohoven은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미텔슈탄트 성공의 비결을 설명해달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란과 이집트도 여기에 가세했다.
다른 나라들이 미텔슈탄트를 따라하려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아무래도 근래 독일의 경제력이겠지만, 미텔슈탄트는 자본주의 체계를 따라다니는 큰 문제들 일부에 답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우선 포괄성(inclusiveness)의 문제 : 몇몇 국가들은 너무 많은 경제행위가 소수의 거대 기업과 극소수의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 또한 청년실업의 문제 : 기업주들은 기술 부족을 불평하고 수백만 명의 청년은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만하임대학 경영학 교수인 Winfried Weber는 지역에 깊이 뿌리내린 중견 기업들과 강력한 도제 시스템의 결합은 독일의 25세 이하 실업률이 스웨덴(22.1%)과 스페인(54%)보다 훨씬 낮은 7.8%인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미텔슈탄트가 노동자들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놀라울 정도이다. 미국 대기업들의 연 평균 퇴사율 30%에 비추어 이들의 퇴사율은 2.7%에 불과하다.
독일 중짜(midsized)들의 경이로움을 배우기 위한 순례의 물결 가운데 가장 열심인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이들이다.
유한킴벌리의 전 대표 문국현은 한국이 한 줌의 거대 재벌에 너무 의존적이고, 중소 가족기업들을 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수년간 주장해왔다. 이러한 대의에 진력한 그는 사업을 잠시 제쳐둔 채 국회의원이 되었고, 2007년에는 대통령에 출마했다. 문국현은 선거에서 5.7%를 득표하는 데 그쳤지만, 기업들이 꼭 세계적 수준으로 거대해질 필요가 없다는 그의 메시지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텔슈탄트를 꿈꾸는 사람들을 데리고 롤모델인 독일을 방문했다. 또한 한국은 독일식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설립해 명석한 젊은이들을 기술무역의 전문가로 키워내려고 한다.
문국현의 발걸음은 지금 중국을 향하고 있다. 그는 매년 중국 가족기업 수천 곳의 경영자들에게 강의를 한다. 독일에서는 1000개 이상의 기업을 몇 세대에 걸쳐 한 가족이 경영해왔지만 세계 최고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그의 메시지는 급소를 찔러, 이제 중국도 독일에 사람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약아빠진 자본가들은 미텔슈탄트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사버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중국에 팔린 미텔슈탄트로는 콘크리트 펌프 제조업체인 Putzmeister와 다양한 차량 전자부품을 만드는 Preh가 있다.
미텔슈탄트의 성취를 부르짖기에 앞서 두 가지를 마음에 새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사업 모델은 결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전될 수 없다. 독일 시스템은 학교와 기업, 자본과 노동의 정교한 관계설정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적대적인 산업관계의 한국이나 노동 유연성을 신봉하는 미국에서 이 시스템이 다시 수립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국은 19세기부터 독일의 도제 모델을 배우려고 노력해왔지만 제한적인 성공만을 거두었을 뿐이다.
둘째, 미텔슈탄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가 미텔슈탄트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미텔슈탄트도 무던히 세계를 배우고 있다. 필터, 실(seal), 윤활유 제조업체 Freudenberg Group은 여덟 대에 걸쳐 Freudenberg 가(家)가 소유했다. 그러나 CEO인 Mohsen Sohi는 어려서 20년을 이란에서 보낸 미국인이다. 미텔슈탄트 기업들은 더 이상 독일의 작은 마을에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생산을 글로벌화해야 하고 소비자가 어디에 있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텔슈탄트가 고용하는 외국인들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헤드폰, 마이크 제조업체 Sennheiser의 새로운 주인이 된 Andreas Sennheiser와 Daniel Sennheiser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글로벌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전 세계의 “혁신적인 고객들”(예컨대 사운드에 까다로운 일본인과 패션에 까다로운 미국인)에게서 배우고자 한다.
믹스 앤 매치
그럼에도, 이것이 독일 성지순례가 헛된 것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부유한 고임금 국가의 제조업체들이 인적 자본에 투자하고 세련된 상품에 집중한다면 세계화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한 예이다. 서구의 공업기업들은 일본의 관리자본주의(managed capitalism) 체계를 도입하지 않고서도 린 생산방식(lean manufacturing)을 배웠다.
Freudenberg 같은 독일 기업들은 스스로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Mohen Sohi는 독일어를 배웠고 자기 회사의 “미텔슈탄트 정신”을 찬양했다. 경영과학(management science)은 언제나 전 세계로부터 아이디어를 골라내고 또 그것을 더욱 생산적인 조합으로 믹스해냄으로써 진보해왔다. 독일은 세계를 선도하는 믹스 실험실 가운데 하나로서의 딱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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