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정은: 마음챙김 명상 앱 서비스 ‘마보’를 운영하고 있는 유정은입니다.
리승환: 최근 마음챙김, mindfulness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다른 명상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정은: 명상은 고대부터 인류가 해왔던 다양한 정신 훈련입니다. 그 중 ‘마음챙김 명상’은 2,500년 전, 붓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알려진 방법을, 현대 뇌괴학자, 생리학자, 심리학자들이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과학적, 실용적으로 만든 방법이에요.
리승환: 명상에 ‘과학’이라니, 신기한 조합이네요?
유정은: 최근 뇌과학 연구들을 통해, 마음챙김을 통한 생리적 변화가 밝혀지고 있어요. 한 연구에 따르면 명상을 오래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리의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길었다고 해요.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에 영향을 끼치는 거죠.
리승환: 예전에 ‘기 수련’ 같은 게 유행했는데, ‘마음챙김’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유정은: 의미 있는 단체도 많지만, 사이비도 있으니 잘 피해야 해요. 뭔가 창시했고 우주와 소통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사이비라고 봐야죠. 요즘 명상이 다시 뜨니까, 젊은 친구들을 이용해 다단계처럼 마케팅을 하더라고요. 명상을 익힐 곳을 찾다가 그런 곳에 빠지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리승환: ‘마보’가 그런 분들에게 대안이 되겠군요.
유정은: 네. 마보의 중요한 역할이 마음챙김 명상을 ‘올바르게’ 안내하는 거예요. 실제로 마보 리뷰에서, 사이비에 빠졌다가 나온 분들의 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많은 분들이 종교적이지 않다, 과학적이라 믿음이 간다, 이런 걸 좋은 점으로 꼽아요.
리승환: 그러면 마음챙김을 통해, 우리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거죠?
유정은: 많은 분들이, 눈 감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앉아서 ‘나는 행복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명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음챙김 명상은 이완이 아니에요. 우리의 인지적 관점을 넓히는 훈련에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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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은 나와 세상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
리승환: 인지적 관점을 넓힌다는 것은, 더 예민하게 세상을 자각한다는 건가요?
유정은: ‘내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예민하게 자각하는 훈련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잖아요? 노란색 안경을 끼고 있으면 노란색으로, 빨간색 안경을 끼고 있으면 빨간색으로 세상이 보이겠지요.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내가 어떤 색의 안경을 끼고 있었는지를 알게 돼요.
리승환: 내가 세계와 관계 맺고 있던 방식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지요?
유정은: 그 관계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싫어하는 상사가 있어요. 일단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어떤 점을 싫어했는지 알아차릴 수 있겠죠.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그토록 싫어하는 게 나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질문할 수 있지요.
리승환: 어쨌든 싫은 건 싫은 거 아닌가요;;;
유정은: 이 모든 걸 바라볼 수 있어야, 지금 이 순간 가장 현명한 행동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겨요. 내가 회사를 나갈 마음이 있는지? 저 상사를 미워하면서까지 회사에 남을 이유가 있는지? 이런 선택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죠. 마음챙김은 스트레스를 참고 ‘세상은 아름다워’라는 정신승리도 아니고,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 같은 시크릿 류와도 달라요. 현실을 진짜 있는 그대로 보고,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도와주는 연습이에요.
리승환: 일종의 메타 인지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유정은: 맞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메타인지를 높이는 연습인 거죠.
조직 인사 컨설팅에 환멸을 느끼고 명상에 진입하기까지
리승환: 어떤 일을 하시다가 ‘마보’를 만들게 되신 건가요?
유정은: 영국에서 인사 조직 석사를 하고, 외국계에서 조직, 인사 컨설팅을 시작했죠. 그런데 컨설팅대로 실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조직도 다 사람이 모인 공간이에요. 내부경쟁 중인 두 부서를 합쳐야 한다고 답이 나와도, 두 부서 헤드의 사이가 안 좋으면 채택되지 않아요. 그걸 컨설팅 회사가 어찌할 수는 없거든요.
리승환: 회사 생활이 많이 힘드셨겠군요.
유정은: 회의감이 컸죠. 저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왜 행복해 보이지 않는지 궁금해, 학부도 심리학과를 나왔어요. 부모님들이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이내 피곤해서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었잖아요. 우리 세대도 왜 이렇게 힘들게 일할까, 그렇게 생각이 많을 때 ‘마음챙김’을 알게 됐어요.
이승환: 어떻게 접한 거죠?
유정은: 구글 입사 번호 107번 엔지니어 ‘차드 멩 탄’이 쓴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는 책을 봤어요. 처음에는 의심이 갔어요. 컨설팅이 업인지라, 논리적인 사고로 훈련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보고, 명상이 굉장히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걸 알게 됐죠. 이후 체계적인 연구 논문을 보며 점점 빠져들었고, 스스로 체험하며 이게 진짜임을 알게 됐죠.
리승환: 진짜란 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유정은: 윤여정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감동받았던 내용이 있어요. 인생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관점이 더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하면서 제가 얻었던 깨달음이 그것이었어요. 삶이라는 건 그 자체로 완전히 행복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다.
함께 명상하던 이들의 요청으로 시작된 마음챙김 사업
리승환: 실제 구글에서도 마음챙김 명상을 활용하나요?
유정은: 네. 2013년에 구글 본사에서 차드 멩 탄을 만났고, 구글 명상룸에서 지퍼즈(gPause)라는 명상 모임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직원들이 명상한 시간만큼 회사에서 기부해주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죠. 그 모임에 반해서 2015년 한국에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생겼을 때, 한국의 창업가들과 함께 이 모임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멩에게 부탁했어요. 이후 멩이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분들을 연결해줘서, 전 세계 최초로 구글러들이 아닌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지퍼즈를 열게 되었어요.
리승환: 그러다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가요?
유정은: 지퍼즈 중 한 남자분이 “대표님, 혹시 대표님의 명상을 녹음해도 괜찮습니까?” 하시는 거예요. 집에서도 명상을 하고 싶은데 영어로 된 명상 앱밖에 없고, 영어 앱은 집중이 안 된다는 거죠. 돌아보니 제가 기업에서 명상 강의를 할 때 비슷한 요청을 받았었거든요.
리승환: 어떤 요청이죠?
유정은: 구글의 내면검색 명상 프로그램은 총 16시간 교육이에요. 반면 한국 기업은 2박3일 프로그램 중, 짬내서 2시간 정도만 가능했죠. 짧은 프로그램만 하니, 이후 혼자 명상을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요청이 많았죠. 그래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만난 지퍼즈 운영진, 자원봉사자 운영진, 알음알음 알게 된 개발자와 의기투합하여 ‘마보’의 초기 버전이 탄생했어요.
리승환: 원래 사업화할 생각으로 시작했기보다, 자연스럽게 시작된 거군요.
유정은: 네. 저희도 마보를 알릴 길이 없어서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했어요. 그때 와디즈도 초기라서, 콘텐츠 앱으로 1500만 원 펀딩이라는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고 상도 받고 했죠. 국내 최초의 명상 앱이었고 안드로이드만 나왔는데, 다행히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습니다.
리승환: 구글에서 그밖에 어떤 지원을 받았나요?
유정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여성 창업자들을 위해 ‘Immersion: Women Founders(현 Founders Academy)’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줬어요. 이를 통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아시아의 여성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날 수 있었죠. 커머스, 의료, 제조 등 분야는 달랐지만, 다들 처음 해보는 ‘스타트업 C 레벨’이라는 역할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인도네시아 서비스 대표님이, 만삭의 몸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교육에 참가했던 것이 기억나요.
리승환: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됐나요?
유정은: 프로그램 기간 내에 구글 멘토들과 함께 마보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어요. 구글의 그로스 김은 매니저, 해리 매니저님의 도움을 받아, 구글 광고 캠페인 효율성을 훨씬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 조직문화 교육도 큰 도움이 됐고요.
‘마보’가 신뢰받기 시작한 이유: 정직한 성장 과정
리승환: 처음 사이드 프로젝트로 마보를 만들었던 분들이 회사까지 같이 만든 건가요?
유정은: 같이 일은 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마보의 사용자로 많은 조언을 주고 있어요. 직원들도 모두 마음챙김 명상의 가치를 믿는 분들이고요. 이 서비스가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비전으로 열심히 마보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와 임직원들의 커다란 행복이죠. 사용자 만족도도 높아서, 마보는 매달 돈을 내는 정기구독 앱인데도 장기 이용자가 많아요. 구글 플레이스토어 담당자분도 유료사용자가 2년 이상 오래 머무는 것에 놀라더라고요.
리승환: 이후에도 쑥쑥 성장했나요?
유정은: 그건 아니에요. 당시는 ‘명상 앱’과 ‘마음챙김 명상’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거든요. 명상과 미신을 헷갈리는 분들도 많았죠. 그래서 마음챙김 명상을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광고 없이 콘텐츠에만 집중해 왔어요. 마보가 작은 성과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니 다른 한국 명상앱들도 출시되기 시작하고, 2019년 삼성이 calm이라는 글로벌 1위 명상 앱을 들여오며 인지도가 조금씩 높아졌어요.
리승환: 굳이 특정 앱이 아니라도 명상 자체가 좀 트렌드를 탄 것 같긴 해요.
유정은: 네, 특히 작년에 많이 성장했어요. 슬프게도 코로나19 때문이죠. 코로나로 다들 힘들어하고, 비대면이 대세가 되면서 명상 시장이 성장했어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세에 있던 2020년 3월~4월 가입자 수가 2배가 늘었고, 2020년 B2B 매출은 400% 증가했어요.
리승환: 어쩌다 이렇게 마음챙김이 유행일까요?
유정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이에요. 너무 바쁜 현대인들이기 때문에, 기술이 너무 발전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조금 더 멀어지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마음챙김’ 명상이 퍼지는 것 같아요. 작년부터 시작한 ‘위즈덤 2.0’이라는 행사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마음챙김 컨퍼런스인데 ‘고대의 지혜와 현대 기술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기술이 앞서가는 시대에 마음의 중심을 잡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유저와 명상 전문가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다
리승환: 저도 여러 명상 앱을 써봤거든요. 마보는 어떤 차이가 있어서 장기사용 유저가 많은 걸까요?
유정은: 실시간으로 유저들이 명상을 마치고 난 후 소감을 나누는 기능이에요. 다들 마음이 힘들어서 마보에 들어오잖아요? 그런 분들이 명상을 마치고 난 후 다른 이들의 명상 소감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는구나, 고통과 힘듦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위안을 많이 받으시는 것 같아요.
리승환: 에? 명상을 같이해요?
유정은: 고통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고민하고 있었던 것을 알 때 큰 깨달음이 와요. 서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더 크게 성장하구요. 그래서 마보 유저분들의 질문에 답하는 ‘마보지기에서 물어보세요’라는 콘텐츠도 제공해요. 명상을 혼자 외로이 하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리승환: 명상 콘텐츠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보통 명상이라고 하면 호흡 조절 같은 걸 생각하잖아요?
유정은: 마음챙김 명상 전문가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일상에서 상황별로, 자기 기분별로 콘텐츠를 골라서 들을 수 있어요. 예로 아침에 출근할 때 듣는 명상, 퇴근길 버스에서 듣는 명상… 세상에서 혼자인 것 같을 때 듣는 명상, 화가 날 때 듣는 명상… 불안이나 우울 같은 감정적인 부분으로 인해 수면 문제를 겪고 계신 분들도 많아서 자기 전에 할 수 있는 명상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승환: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마음챙김 수행이 가능한가요?
유정은: 네, 방금 말씀하신 호흡법은 마음챙김 명상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에요. ‘마음챙김’ 명상의 정의 자체가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와서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연습’이에요. 그 방법이 호흡이 될 수도 있고, 발걸음이 될 수도 있고, 대화하는 상대방이 될 수도 있어요. 일상에서 무궁무진하게 마음챙김을 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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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보의 과학적 콘텐츠로 메타인지를 단련하는 법
리승환: 앱의 명상 코스는 어떻게 구성했나요? 서양 명상 앱 보면 ASMR 같은 것도 있던데.
유정은: 마보에는 ASMR 콘텐츠가 거의 없어요. 마보의 미션은 마음챙김 명상을 올바르게 알리는 것인데, ASMR은 엄밀히 말하면 명상도 아니고 과학적이지도 않거든요. 대신 앱을 열자마자 마음챙김 명상의 원리가 담긴 ‘기초 7일 코스’를 들을 수 있어요. 이게 저희의 시그니처 코스인데, 7일 코스를 끝내면 메타 인지의 원리를 알고 경험할 수 있어요. 이 7일 코스만 50번 넘게 들으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예요.
리승환: 7일 코스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정은: 처음에는 호흡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으로 시작해요. 호흡의 감각을 알아채기 시작하면서, 내 주의를 일정하게 가져오는 걸 훈련합니다. 정신 없이 바쁘다 보면 주의가 산만해지잖아요? 내 생각이 지금 여기서 벗어나 있다는 걸 알아채는 게 시작이에요. 그다음은, 어떻게 벗어나 있는지, 벗어난 대상을 알아차려요. 내 생각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고, 느낌일 수도 있고, 감각일 수도 있죠.
리승환: ‘아, 지금 내가 딴생각을 하고 있네?’라고 알아차리는 건가요?
유정은: 맞아요. 그렇게 다시 내 주의를 원하는 곳으로 가져올 수 있게 돼요. 그걸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7일 코스예요. 이렇게 마음을 훈련하는 과학적인 과정이 마음챙김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움직일 때 ‘아,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어요.
이승환: 인사나 조직에도 마음챙김 명상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유정은: 물론이지요. 생각보다 많은 조직 문제는, 구조나 시스템, 논리의 문제가 아니에요. 더 큰 문제는 사람의 마음일 때가 많아요. 리더들끼리 사이가 안 좋으면, 논리나 구조가 사라지거든요. 그러면 조직원들 사이 마음에 멍울만 남아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다 놓아도, 조직원의 마음이 병들어 있으면 말짱 황이에요. 제아무리 좋은 논문도 이론으로 그치게 되고요.
무조건적인 성장보다, 더 사회에 이로운 명상 앱으로 나아갈 것
리승환: 서비스를 한지 5년 가까이 됐는데,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유정은: 신규 사용자 중, 친구가 ‘선물권’을 줘서 알게 됐다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보를 선물하고 알려준다는 거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또 매일같이 ‘마보 덕분에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정신과 선생님이 우울증약을 줄여도 된다고 해주셨다’ 같은 리뷰를 볼 때마다 힘이 나죠. 팀원 모두,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승환: 앞으로 마보는 어떻게 키워나가실 계획이신가요?
유정은: 지금까지의 미션과 비전에 충실하고 싶어요. ‘믿을 만한 곳’을 찾지 못해 명상을 망설이는데, 이분들께 전문가 선생님들이 명상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게 기본이죠. 나아가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사용하는 일종의 명상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명상 클래스와 경험을,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제공하는 거죠.
리승환: 오프라인까지요?
유정은: 네. 올해 1월에 홍제동 개미마을에 마보 명상 센터를 오픈했어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때문에 모임을 많이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을 만나고 같이 명상을 수행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어요. 명상은 삶의 고통과 행복을 다 들여다보는 것인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세상을 들여다보며, 연민과 자비심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리승환: 그런데 오프라인까지 들어가면 확장 속도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유정은: 저는 스타트업이 빠른 성장만 이야기하지 않고, 목적성과 방향을 가지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인지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마보는 무리하게 성장하기보다, 우리만의 속도로 중심을 잘 잡고 가려 합니다. 다행히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에서도 이 방향을 지지해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리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유정은: 미국에서 유니콘이 된 헤드스페이스나 캄 같은 명상앱들도 2012년에 설립되었지만 본격적 성장은 2016년 이후에 일어났어요. 그리고 2020년 캄은 기업가치 2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죠. 조금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마음 건강과 명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마보도 2021년부터는 명상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마음운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의 대중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라는 마보의 미션을 함께 실현시켜갈 동료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혹시나 이 글을 보시면서 ‘오, 누군가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도 싶었어!’라는 생각이 드시는 개발자분들은 마보의 문을 두드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