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호 참사
2014 브라질 월드컵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세월호 침몰은 4월 16일에 있었고 현재까지도 실종자들 찾는 중에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모든 국민에게 충격과 아픔을 주었고 현재까지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실제로 많은 행사가 취소 혹은 연기되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프로 스포츠 중 하나인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애도의 의미로 치어리더 응원을 중단하였다가 6월이 되어서 재개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마케팅 혹은 대대적인 월드컵 붐조성을 위한 홍보는 쉽지 않았다. 한창 세월호 실종자를 찾던 5월 한 달 동안 대부분의 매체에서 월드컵 관련 홍보 나 기업 마케팅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5월말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평가전 및 출범식 있고 나서야 다들 월드컵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거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는 늘 있었던 한국팀의 성적에 따른 경품이나 이벤트 행사가 흔하지 않았다. 월드컵 특수란 게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6월 월드컵이 시작될 무렵부터 조금씩 월드컵 관련 마케팅이나 홍보를 시작하였지만 분명히 예전에 비하면 조용히 넘어가는 느낌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관심이 줄어든게 전적으로 세월호 침몰 사건 때문이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관계는 있는 듯 하다.
2. 줄어든 기업의 월드컵 홍보 마케팅
세월호와도 연관된 일로, 과거에 비해 분명히 기업들의 월드컵 홍보 마케팅이 줄어든거 같다. 공식 스폰서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 역시 크게 줄어든 느낌이다. 늘 월드컵 때면 나오던 대표팀에 성적에 따른 이벤트 행사나 기업이 홍보목적으로 진행하는 거리응원 같은 것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월드컵 로고가 들어간 특별 상품을 파는 것도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월드컵 특수를 노린 한정상품이나 기획상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그렇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지역상권 이나 중심가 상권들도 별도의 월드컵 마케팅도 줄어들었다. 그나마 몇몇 기업들이 할인 행사를 하는 정도가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연예인들 또한 이번 월드컵 기간에 이슈가 되는 경우가 줄었다. 과거 같으면 파격적인 의상이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서 주목을 받았을텐데 이번에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 흔한 XX녀, 미모의 붉은악마녀, 같은 수식어를 달고 등장하는 이벤트녀들 조차 거의 없었고, 설령 있다 해도 사람들의 관심도 없었다. 하긴 이제는 이런게 왠지 식상하긴 하다.
3. 한국팀 경기 시간
홍보와 마케팅의 부재도 있지만 한국대표팀의 경기시간도 문제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면 이제 까지 한국축구대표팀 경기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시청하기에 좋았던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 늦은 밤 이거나 새벽인 경우가 많았다. 축구=치맥이란 공식이 언제부터인가 성립되었지만 정작 치맥과 축구를 함께하기에는 월드컵 때의 한국축구대표팀의 경기는 부적절한 경우가 많았다.
그 와중에 이번 브라질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축구대표팀의 경기시간은 최대 최악이라 할 만큼 좋지 않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각 조별 예선 경기를 한국시간으로 계산하면 새벽 1시, 새벽 4시 새벽 5시, 아침 7시 이다. 이 중 한국팀 경기 시간은 첫 경기는 수요일 아침 7시, 두 번째 경기는 월요일 새벽 4시, 세 번째 경기는 금요일 새벽 5시에 벌어졌다. 세 경기 모두 평일 새벽이나 아침이다.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대표팀의 경기는 늘 거리응원이벤트 와 함께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식당가와 음식점 그리고 다양한 응원상품의 판매가 이루어졌다. 물론 경기후 여흥을 즐기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거리응원이 녹녹치 않은 시간대에 경기가 벌어졌다. 그래서 거리응원 뒤의 분위기는 평소에 비하면 정말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그 원인은 역시나 한국축구대표팀의 경기시간에서 찾아봐야할 듯하다. 여전히 이번에도 거리응원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서 응원을 하였다. 하지만 분명히 과거 와 다른 거리응원의 분위기였다. 도리어 애매한 시간 탓에 집에서 축구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전에는 거리응원을 하거나 맥주한잔을 하며 여럿이 모여서 월드컵 축구경기를 관전하던 분위기에서, 새벽에 일어나 각자의 집에서 축구를 시청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진 거 같긴 하다.
4. 한국팀의 경기력
이미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한국에서 별루 관심도 못 받고 있다 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월드컵이란 건 국가대항 축구경기이다. 따라서 자국의 축구실력 과 성적에 따라서 국민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은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아무리 경기가 평일 새벽에 벌어진다 해도 한국팀 경기력이 좋다면 다들 기대를 가지고 축구를 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경기가 전부터 한국축구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지역 예선 때부터 한국 축구대표팀은 경기력이 좋지 못했고 멕시코 월드컵 이후 계속된 본선 연속 진출 기록이 이번에는 깨질 거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다행히 본선진출에는 성공하였으나 여전히 대표팀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당시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간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어찌되었든 본선진출이 확정된 후 최강희 감독에서 홍명보 감독으로 감독이 바뀌며 팀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경기력도 업그레이드 하고자 하였다. 홍명보감독의 코치 및 감독 경력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6년~2007년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
2007년~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
2009년 U-20 청소년 국가대표팀 감독
2009년~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2013년 현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 감독은 거의 8년간 각급 축구대표팀에서 코치 및 감독을 지냈다. 아마도 이렇게 오래동안 각급 축구대표팀에서 코칭스탭으로 지속적으로 경험한 사례는 흔치 않을 거다. 그만큼 축구협회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라 하겠다.(정말???) 이런 감독이 전임자인 최강희 감독을 대신해서 브라질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장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가졌던 5월 28일 튀니지전에서는 0:1로 패배하였고 최종 평가전에서는 가나에게 0:4로 패하고 말았다. 사실상 이때 이미 국내의 많은 축구팬들은 홍명보 감독의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실제로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졸전을 거듭한 끝에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16강진출에 실패하였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본선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대회가 되었다. 특히 알제리와의 경기는 정말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사실상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게 만든 경기였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경기력 뿐 아니라 홍명보 감독의 선수기용에 대한 부분도 연일 도마위에 올랐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이 애지중지했던 해외파 나 일부 선수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반면 손흥민 과 K리그파 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번 대회의 유일한 위안거리이다.
또한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와의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는 4년뒤 열리는 월드컵을 대비해 좋은 경험을 하였다 라는 말로 수많은 축구팬들의 분노를 샀고 모 공중파 축구해설위원은 이런 홍명보 감독의 인터뷰에 대해서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결국, 아무리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홍보 와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해도 한국축구대표팀이 일정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어서 좋은 경기력과를 냈다면 아마도 어느 정도까지는 사람들이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면 현실은 처참했다. 한국팀 경기를 보지 않고 잠을 자는게 훨씬 나았을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고 32개팀 본선 진출 팀중 손에 꼽을 정도로 경기력이 나쁜 팀이라 말할 정도로 한국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한국축구팬들에게는 없어보였다. 이러한 것이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5. 유명 팀을 피하게 된 조편성
사실 가장 기본적인 거에서부터 실패한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축구의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조기축구팀은 많다 하지만 K리그팬은 얼마 없다. 유럽축구에는 관심을 갖지만 K리그에는 관심이 적다. 이게 바로 한국이다.
해외유명 축구스타 이름은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K리그 축구 선수에 대한 이름이나 정보는 아는 경우가 적다. 당장 K리그의 운영방법이나 팀이 몇 개가 있는지 몇부 리그까지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루 없다. 그나마 한국 축구국가대표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조금은 갖는다. 그래서 혹자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FC코리아라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건 좋은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사실 높지 않다. 당장 대표팀 선수명단을 말해보라고 하면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선수 선발 시 선수가 자주 바뀌었고 또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항상 그렇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팀들의 조편성은 수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사이다. 과연 어느팀과 같은 조를 이루게 될지 그리고 이를 통해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예측해 보게 된다. 한국의 축구팬이라면 한국팀과 어떤 축구 명문 국가가 속할지에 대한 기대와 한국이 상대하기에 비교적 만만한(?) 상대와 같은 조가 되어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바랄 것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팀은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 와 같은 조가 되었다. 많은 축구팬들은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했으리라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국가들이라 16강을 어렴풋이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을테지만 기대했던 축구명문국가가 없어서 아쉬움도 함께 했을 거다.
월드컵이란 대회는 세계 유명 축구스타들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펼치는 대회이다. 그래서 유명스타가 속한 국가의 경기는 많은 축구팬들이 별도의 시간을 내서 시청을 한다. 그러면서 이왕 자국팀 경기를 볼 때 상대팀도 유명한 축구스타가 있는 경기면 더 좋다라 생각하는 축구팬들도 많을 거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한국축구대표팀과 경기를 하는 상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국가들이다.
물론 유럽축구를 열심히 보는 축구팬이라면 익숙한 선수들이 나와서 보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다수의 축구시청자들은 사실 축구로 유명한 몇몇 국가와 몇몇 스타선수를 제외하면 잘 알지 못한다. 그게 바로 한국의 축구문화이다. 때문에 별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의 경기가 큰 관심을 얻기는 조금 무리가 있었을 거다. 그나마 최종평가전 이라도 한국이 잘했다면 16강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경기를 보겠지만 그렇지도 못한게 사실이다.
거기에 러시아와의 첫경기는 졸전이었고 이는 이후 알제리전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고 실제로 알제리전에서 크게 패하며 16강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고 벨기에전 역시 팬들이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조편성은 어떻게 보자면 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최고의 조편성일 수 있다.(물론 국가의 지명도에 있어서) 86년대회에는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90년대회는 스페인, 94년대회는 독일, 스페인, 98년대회는 네덜란드, 멕시코, 2002년 대회는 포르투갈, 2006년 프랑스, 2010년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그래도 이름만 들어보면 왠지 축구 잘할거 같은(혹은 잘 하는) 나라들과 같은조를 이루었고, 그만큼 이들 국가와의 경기는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적도 있지만 반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번 월드컵은 나름 16강에 대한 기대를 그 어떤 대회보다 많이 했을 거 같지만 반대로 상대팀에 대한 기대가 별루 없었기 때문에 관심도 적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의 축구문화는 자국 리그 중심이 아닌 국가대표팀 위주이며 자국리그보다는 해외리그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월드컵에 한국팬들이 관심을 가지려면 필연적으로 해외유명축구스타들이 즐비한 팀들과 같은 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좀 아이러니하긴 하다. 그런 팀들과 같은 조가 되는 만큼 16강은 사실 더 어려운데 말이다.
6. 결론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월드컵은 한국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한국에서 월드컵 본선이 열리기전 국내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실제로 한국축구대표팀은 팬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여전히 홍명보 감독은 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표팀은 왠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줄 거 같다.
이 글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한국축구대표팀은 한국으로 귀환하였다. 인천공항에서 엿세례를 받았다. 야구를 흔히 빗대서 이야기를 할 때 그냥 공놀이라 말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그냥 공놀이이다. 이런 공놀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런 공놀이에 순수하지 못한 이런 것 저런 것들이 보인다.
스포츠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 스포츠는 순수하게 스포츠여야 한다. 특히 축구는 오래동안 우리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힘들고 어려울 때 축구 하나로 어려움을 잊었던 적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하나의 기적 같은 경험이었다. 이제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이 몇 개월 뒤에 펼쳐진다. 아마도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대표팀은 앞으로 나아갈 거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은 아시안컵 우승을 기대할거다.
사실 지금이야 맘에 안드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또 모른다. 아시안컵에서는 엄청난 기량으로 정말 우승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공은 둥근거니까. 누가 올림픽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리라 생각했을까? 멀게 4년 뒤를 기대하기에는 다들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축구는 오늘만 하고 끝날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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