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거래액 370억의 전세계 최초 음악 저작권 거래소 뮤직카우
리승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성렬: 음악 저작권 거래소 뮤직카우 CTO 서성렬입니다.
리승환: 뮤직카우는 어떤 서비스이지요?
서성렬: 전세계 최초로, 음악 저작권을 개개인이 나누어 사고 파는 서비스입니다. 저작권 구매 후에는 매월 저작권료를 받거나, 저작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주: 정확히는 저작권이 아닌, 저작권료 수익 청구권이지만, 편의상 저작권으로 기재합니다)
리승환: 뮤직카우는 잘 되고 있나요?
서성렬: 네, 2021년 4월 거래액이 360억원을 돌파하는 등 점점 참여가 늘고 있어요. 가파른 성장에 투자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서, 최근에 시리즈 C도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리승환: 헐… 그렇게 잘 돼요? 언제부터 이렇게 확 올라왔어요?
서성렬: 매년 이용자 수 및 거래규모가 전년 대비 4-5배 정도로 계속해서 성장해왔어요. 그러다 최근 투자열풍이 음악까지 옮겨오고, 음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거래액이 크게 늘어난 거죠. 아마 2020년 1년 치 한 것보다 올 4월 한 달간 매출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여요.
리승환: 그러면 실제 참여자는 얼마나 되나요?
서성렬: 회원은 43만 명 정도고 MAU는 10만 명 정도예요.
리승환: 이사님도 뮤직카우에서 저작권 좀 삽니까?
서성렬: 저도 소소하게 산 게 있는데, 수익률이 꽤 괜찮아요. 장기 보유 시 연 8%를 경험하실 수 있도록 설계했고, 실제로 지난해 이용자들의 구매가 대비 평균 저작권료 수익률이 연 8.7%였어요. 물론, 저작권료 외 판매 차익까지 하면 곡 따라 편차가 크긴 합니다. ‘롤린’처럼 2만원 하다가 70~80만원 가서 대박 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반대로, 일부 이용자 분들은 큰 이익을 보기 힘든데, 팬심으로 높은 가격에 사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개발 철학: 사용자도 개발자도 불편해하지 않는 서비스
리승환: 어쩌다가 이런 사업을 생각하시게 된 겁니까?
서성렬: 2017년 초, 뮤직카우의 외주 프리랜서로 인연을 맺다가 뮤직카우의 성장과 매력에 빠져 작년 5월 CTO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좋은 사업에 합류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해요.
리승환: 프리랜서? 그러면 처음에는 뮤직카우를 혼자 개발하신 건가요?
서성렬: 2017년 초에 처음 개발할 때는 혼자서 했죠. 프론트와 백엔드, 다 혼자서 만들었어요. 개발을 일로 시작한지는 벌써 20년이 넘었고, 혼자 개발하는 것도 10년 정도 돼서 익숙합니다.
리승환: 어쩌다 개발 외길 20년을 걷게 된 거죠.
서성렬: 제가 카이스트 전산과 96학번인데, 석사 한 학기 마치고 네오위즈에 병특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서 일본 지사를 설립할 때 리드 개발자로 참여했습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사업적으로는 잘 되지는 않았어요. 애초에 해외에서 사업을 성공시킨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당시 한국이 인터넷이 많이 앞섰음에도, 한게임 재팬을 제외한 대부분 한국 회사가 실패했죠. 그렇게 2005년 네오위즈를 퇴사하게 됩니다.
리승환: 그래도 당시 세이클럽 채팅이 꽤나 앞서가는 서비스였잖아요?
서성렬: 서비스만 놓고 보면 아주 실패는 아니었어요. 사용자들도 어느 정도 있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죠. 그런데 당시 한국 본사 직원만 3~4백명이라, 한국에서 보기에는 좀 양이 안 찼죠. 이후 일본에서 철수하고, 게임온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며 게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리승환: 나와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서성렬: 다른 회사에 들어갈지, 아니면 사업을 해볼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해서, 혼자서 이런저런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몇 가지 트라이를 하다가 그래도 인기를 끈 게 한RSS였죠. 회원 수가 15만 명 정도 됐고, 그때 웹 2.0이라고 해서, 올블로그, 블로그코리아 등과 같이 많이 언급됐었죠.
리승환: 오오… 한RSS의 아버지셨군요. 그런데 끝까지 유료화하지 않고 접었던 기억입니다.
서성렬: 네, 끝까지 유료화는 하지 않았고요. 그때 이야기는 슬로우뉴스와의 인터뷰 보면 잘 나와있을 거예요. 한RSS 서비스를 접은 건 2015년이긴 한데, 실제로 2010년 가을부터는 거의 신경을 안 썼어요. 그때 즈음부터 1인 기업으로 여러 회사들의 개발을 도와줬죠.
혼자서 엄청난 서비스들을 개발해온 전설의 1인 개발자 생활
리승환: 어떤 회사 개발을 해준 거죠?
서성렬: 데일리픽이라는 서비스가 첫 외주로 만든 서비스인데, 소셜커머스 초창기에 티켓몬스터, 쿠팡, 데일리픽 이렇게 톱3로 성장했죠. 1개월 만에 만들었는데, 6개월 뒤에 티몬에 인수되더라고요. 쿠팡 초창기에 기술 컨설팅을 하기도 했어요. 쿠팡 김범석 대표님이 78년생인데, 친구의 친구 타고 연락이 온 거죠. 또 싸이월드 창업자이신 형용준 대표님이 만드는 서비스도 개발해드렸고… 닷네임코리아라는 호스팅 회사는 아예 9년 간 CTO 역할을 했었어요.
리승환: 이건 SI라 할 레벨이 아닌데요… 어마어마한 개발자셨네요…
서성렬: (웃음) 네, 그냥 이런저런 개발들 많이 했습니다.
리승환: 그 정도 개발 능력이면 네오위즈 계속 계셨으면 떼돈 벌지 않았을까요. 장병규 의장님, 남세동 대표님 등 유명한 분 많잖아요.
서성렬: 떼돈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계속 그곳에 남았다면 그럴 기회가 있었을 수도 있겠죠? 지금 라인 개발한 인력들이 결국, 네오위즈에서 나가서 첫눈 개발했다가 NHN에 인수되고, 네이버에서 일본 사업을 맡아 라인을 만든 거니까요. 제 절친 남세동 대표님도 그 멤버 중 하나고, 장병규 대표님도 친한 선배고…
리승환: 인맥도 좋고 능력도 좋은데… 지금까지 떼돈을 벌지 못한 아쉬움은 없습니까?
서성렬: 그렇게 경제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어서 괜찮습니다. 큰 돈을 버는 건, 실력도 있지만 개인의 운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사실 20대, 30대 초반에는 빨리 큰 돈을 벌고 싶다, 이런 게 있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빨리 돈 벌어서 은퇴하고 놀고 먹는 게 행복할 것이냐?’라고 하면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리승환: 그럼 무엇이 행복하십니까…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서성렬: 네. 저는 개발하는 일 자체가 즐겁고요. 제가 서비스를 바닥부터 만들어서 내놓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쓰는 것에 희열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개발자들의 성장을 돕는 CTO가 되고 싶다
리승환: 그런데 지금 CTO 자리는 단순히 개발만 하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서성렬: 그렇죠. CTO 자리는 또 함께 일하는 개발자들의 성장을 돕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닷네임코리아에서도 9년 간 CTO 역할을 수행했는데, 제가 가르친 개발자들의 역량이 성장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웠어요. 지금도 면접 보러 오는 개발자를 보면 ‘이 친구는 사회 초년생 때 누군가 옆에서 잘 이끌어줬으면 굉장히 잘 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런 아쉬움이 들 때가 있거든요. 저만 해도 네오위즈에서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만났고, 그 틈에서 성장한 게 굉장히 컸어요.
리승환: 어떤 개발팀이 있는 회사에 가야, 개발자가 잘 성장할 수 있을까요?
서성렬: 경험과 능력을 갖춘 리더가 있고, 성장하고 있는 조직이 좋은 것 같아요. 서비스가 커지면서 많은 걸 배우거든요. 이미 다 성장한 회사에 들어가면 부품 역할로 끝날 수 있어요. 세이클럽도 제가 해외진출 직전에 들어갔기에, 해외 진출에 대한 기술적인 판단을 내리며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리승환: 아니, 아무리 개발을 잘해도 대학 졸업하자마자 그게 가능해요?
서성렬: 제 능력보다, 좋은 사람 틈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누군가가 붙잡아놓고 가르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하는 걸 어깨 너머로 볼 수는 있잖아요. 그런 사소한 작은 것들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영화 보면, 고수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우잖아요. 그런 느낌이죠. 이제는 제가 뮤직카우의 개발자들에게 그 역할이 되어야겠지요.
리승환: 2017년에 처음 뮤직카우 개발 의뢰를 받고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서성렬: 처음에는 ‘이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원래 사업이 힘들긴 하지만, 뮤직카우는 특히 어려워 보였어요. 문화예술 쪽에도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고, 금융 시스템도 잘 설계해야 했고, 개발도 잘 서포트해야 하는, 굉장히 복잡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잘하시더라고요. 음악가들의 곡 수급, 고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이를 받쳐주는 재무와 운영, 모두 훌륭한 회사였어요.
리승환: 그러면 처음 뮤직카우를 내놓았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서성렬: 정현경 대표님이 바비킴, 버스커버스커, 슈퍼주니어 등의 노래 작사에 참여하신 적이 있으세요. 처음엔 그 곡들을 우선으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죠. 내놓은 곡마다 신기하게 완판이 되더라고요. 그때는 마케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알음알음 저작권이 팔렸어요. 초기에 투자한 분들은 꽤 많이 버셨을 거예요.
올바른 개발 철학이 담긴 프로덕트를 만들어가기
리승환: 개발에 있어 기술적으로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서성렬: 어려웠죠. 세계 최초의 저작권 거래 플랫폼이니까 바닥부터 설계해야 했죠. 우선 저작권료 지급이 복잡해요. 저작권료를 방송, 전송, 공연 등 매체 유형에 따라 분배해야 하거든요. 여기에 사용자가 소유한 기간만큼 정확하게 분배해야 하고요. 이 때문에 뮤직카우에 곡을 올릴 때는, 예전 저작권 데이터도 모두 같이 입력해줘야 합니다. 처리량이 꽤 많은 서비스예요. 이를 또 증권거래소나 코인거래소처럼 거래소 개념에 붙여야 하고요.
리승환: 헐… 이걸 어떻게 몇 개월만에 개발해 내놓은 거죠?
서성렬: 처음에는 제가 풀타임도 아니었으니, 일단 동작 가능한 수준으로만 내놓았습니다. 겉으로는 거래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가격이 맞을 경우, 관리자 모드에서 거래를 체결해줬거든요. 대단히 원시적이었죠. 이걸 하나하나 개선하며, 지금은 주식이나 코인 거래소처럼, 매수-매도 주문 넣으면 자동으로 처리되게 바뀐 거죠.
리승환: 제 아무리 복잡한 서비스라도, 첫걸음은 MVP로 시작한 거군요.
서성렬: 네. 그래서 처음부터 심플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설계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아니면 나중에 감당이 안 될 것 같았어요.
리승환: 처음에는 외주로 개발하셨다 했는데, CTO로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서성렬: 사업모델, 음악 저작권이라는 자산의 매력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제가 만들었다는 거겠죠. 이미 사이즈가 너무 커져서, 제가 아닌 다른 CTO분이 이 프로젝트를 이어받는다면, 너무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리승환: 설계에 공을 많이 들여서, 효율적으로 코드를 짤 수 있다… 고 하지 않았나요?
서성렬: 깔끔한 코드와 정갈한 구조… 이런 문제만은 아닙니다. 과거의 개발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가, 또 뮤직카우 서비스의 아키텍처 속에 담긴 철학을 잘 알고 있는가, 이런 문제죠. 또 사실 임원진들 중에 기술을 아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개발은 잘하면 티가 확 나지는 않는데, 모르면 사기당하기 쉬워요. 저도 맡았던 프로젝트 중, 개발 맡겼다가 돈만 날리고 저한테 온 경우가 많았거든요.
한RSS의 아버지, 뮤직카우의 CTO로 오다
리승환: 나름 뮤직카우에 정이 들었나 보군요.
서성렬: 네. 3년간 같이, 대표님들과 같이 지내온 시간도 길어서… 이걸 내팽겨친다는 게 저랑 좀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 당시 누적 투자액이 100억 정도였는데, 이렇게 일을 벌려놓고 못 본 체해도 되나… 그런 책임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리승환: 그렇다면 뮤직카우에는 어떤 개발 철학을 담았나요?
서성렬: 저희는 소수의 인력으로 개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최대한 쉽게, 손이 안 가게 해야 해요. 20년 넘게 이 바닥에서 한 우물을 파다 보니까, 가장 스트레스받는 게 새벽에 전화 받고, 주말에 출근하는 거예요. 저도 싫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상황이죠. 그래서 문제가 잘 안 생기게, 최대한 안정적으로 개발합니다.
리승환: 제가 문돌이라… 안정적 개발이란 걸 좀 풀어주신다면…
서성렬: 간혹 서비스가 급성장하며 튈 때가 있어요. 최근처럼 롤린이 갑자기 터진다든지… 그러면 보통 급히 서버를 늘리고는 하죠. 그런데 사실 ‘서버를 늘린다’는 게 무조건 좋은 해결책은 아니에요. 대개는 혈을 잘 짚어야 하는 문제랄까… 소프트웨어적으로 쿼리가 막혀 있는 부분을 뚫어줘서 해결해야 하지요. 서비스는 잘 돌아갈 때는 몰라도, 불편함이 생기면 사용자가 바로 캐치하거든요. 애초에 불편함이 생기지 않도록 다져두는 거죠. 실제 뮤직카우는 문제가 생긴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리승환: 회사에 개발자는 얼마나 되나요?
서성렬: 현재는 저 포함해서 4명이 개발하고 있어요. 올해 2~4명 정도 더 채용할 계획입니다.
리승환: 헐? 이 큰 서비스를 4명이서요? 15명은 될 줄 알았는데요…
서성렬: 최대한 효율적인 개발팀을 지향합니다. 사실 지금 상황만 보면 사실 4명만으로도 충분하게 설계돼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기능이 많이 늘어날 예정이에요. 작년에 모바일 앱도 냈고, 또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저작권료를 예측하는 기능도 실험 중이에요. 이런 기능을 한분 한분, 좀 더 깊숙히 들여다보려면 인원이 좀 더 필요하리라 봅니다. 성장에 대비하는 거죠.
개발자는 개발 언어에 묶이지 않고 문제 해결에 집착해야 한다
리승환: 개발 언어는 어떤 걸 사용하나요?
서성렬: 웹 쪽은 PHP로 다 되어 있고, 앱은 리액트 네이티브 프레임워크를 씁니다.
리승환: 둘 다 흔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먼저 리액트 네이티브는 왜 쓴거죠?
서성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양쪽 다 개발해봤는데요. 예로 안드로이드는 코틀린, 아이폰은 스위프트, 이런 식으로 개발하면 양쪽 모두 유지 보수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뮤직카우는 소수 개발팀으로 운용되기에 크로스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죠. 또다른 크로스플랫폼으로 플러터도 있었지만, 리액트 네이티브가 커뮤니티도 크고 자바스크립트 기반이라 개발이 좀 더 쉬워 선택하게 됐습니다.
리승환: PHP는 왜 쓰셨어요? 요즘에는 PHP가 점점 침체되는, 약간 사장되는 분위기 아닌가요?
서성렬: 개발자 풀만 생각하면 자바가 압도적으로 크고, 트렌드를 생각하면 파이썬이 좀 더 좋아보이죠. 그런데 저는 어떤 언어를 쓰기보다는, 문제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봐요. PHP는 일단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쉽기 때문에 오픈 소스도 많죠. 그래서 PHP는 생짜로 코딩하기보다, 템플릿 형태로 가져다쓰기가 쉬워요. 그렇다고 PHP가 대형 서비스에 불리한 언어도 아닙니다. 빗썸, 크몽은 물론, 페이스북도 다 PHP로 짜여 있어요.
리승환: 사람 뽑는 것 때문이라도 자바 쓰는 회사 많잖아요? 또 PHP 쓰면 좋은 개발자 안 온다는 시각도…
서성렬: 개발자의 역할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는 거라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컴포넌트를 나눠 다른 언어도 활용해야겠죠. 그런데 이것도 언어를 초월해 문제를 해결하는 거잖아요? 개발자는 언어에 장벽을 두지 않고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PHP라서 안 돼, 저건 자바라서 안 돼… 이런 것보다는 계속해서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개발팀이 좋은 문화라 생각해요.
다양성이 기본에 깔려있는 회사 뮤직카우
리승환: 기획과 개발의 관계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서성렬: CPO 역할을 하시는 분이 기획이랑 디자인을 총괄하고 계세요. 그 분이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주시고요. 그리고 기획팀과 제가 서비스를 어떤 식으로 개발해야 될지 방향을 잡고요. 개발 부분은 최종적으로, 제가 컨펌해야 진행됩니다.
리승환: 어마어마한 힘이군요… CTO가 오케이해야 개발이 진행되다니…
서성렬: 음… 개발을 한다 안한다보다,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 결정하는 거죠. CPO로 계신 분과 제가 굉장히 잘 지내요. 그분이 제 의견을 절대적으로 존중해 주시고, 저는 개발적으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조정하는 거죠. 단순히 개발팀의 입장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좋을지 역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리승환: 그러면 기획팀은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요?
서성렬: 요즘 회사들이 그렇듯, 저희도 제품 그룹으로 움직입니다. 건물 2층에 기획, 디자인, 개발, 이렇게 다 모여 있어요. 기획팀은… 다른 회사에 비해 좀 다양성이 높다? 뮤직카우는 워낙 다양한 영역, 문화예술, 투자, 권리, 가치철학 등을 다뤄야 하잖아요. 기획팀에서 여러 분야를 잘 수집하고 조화롭게 정리해서 안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리승환: 호오… 독특하네요.
서성렬: 비단 기획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뮤직카우의 사업이 복합적이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어느 한 조직이 리드하고, 다른 조직은 따라온다는 개념도 없고요. 그리고, 신구의 조화라고 해야 할까요? 젊은 사람부터 저처럼 40대 중반까지 연령대가 꽤 다양해요. 그리고 워낙 급성장하는 회사라 끊임없이 도전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이 건물도 통임대해 들어온 지 1년이 안 됐는데, 또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리승환: 앞으로 이 회사는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세요?
서성렬: IPO를 목표로 최대한 빠르게 성장하며 수익을 내야겠죠. 그리고 대표님이 항상 강조하는 게 ‘Better Music Ecosystem’이에요. 더 나은 음악 생태계를 만들고,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음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거죠. ‘롤린’의 돌풍으로 거래량이 급증했을 때도 대표님이 전체 메일로 “단기적인 시선에 매몰되지 말고 합리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다각도로 고민을 해봐야 되겠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좋은 영향을 미치고파
리승환: 지금까지 온갖 서비스를 만들어준 20년 개발생활을 돌아보니 어떤가요?
서성렬: 어쨌거나 다 과정이었던 거죠. 사업할 때도 그렇고, 네오위즈에 있던 시절도 그렇고, 돌이켜보면 성공이라는 결과에 집착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다 과정이에요. 주변을 보면 이미 대박을 내신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 분들도, 결국 지금 그 자리에서 또 열심히 일하고 계세요. 어려움 없이 먹고 살 만하면, 성공이란 결과에 크게 집착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리승환: 그런데 지금은 뮤직카우의 성공에 집착해야 하지 않나요.
서성렬: 당연히 잘되기를 바라고 있죠. 저만이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 모두의 인생이 걸렸으니까요. 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결과보다는 지금 만나는 인연들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그동안 혼자 일을 해 왔는데, 조직에 들어가서 일을 해 보니까 많은 게 달라요. 가능하면 이 과정 속에서, 제가 뮤직카우라는 조직과 개발팀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리승환: 개발자는 어떤 분을 뽑고 있나요?
서성렬: 백엔드, 프론트엔드, 앱, 전분야를 뽑고 있습니다. 어떤 개발자가 좋냐… 고 한다면,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개발자, 결국은 코딩을 잘하는 개발자라 생각합니다. 저희 개발팀은 코드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코드로 문제를 해결하니까요. 경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저희 프론트엔드 개발자도 신입인데, 몇 달 사이에 실력이 엄청 늘어서 속도가 점점 붙고 있습니다.
리승환: 요즘 개발자들 학습 이야기가 많던데, 어떻게 진행하세요?
서성렬: 책으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실제로 일을 해보는 거라 생각합니다. 되도록 현업을 통해 배워나가도록 하고 있어요. 물론, 뮤직카우 개발 업무로는 충족이 안 되는 영역이 있고, 이럴 경우 최대한 일과의 접점을 같이 찾아봅니다. 그러면서 뮤직카우의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실제 개발을 해가며 피드백을 주지요. 그렇게 해보고 쓸만하다 싶으면 서비스에 접합시키기도 하고요.
리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서성렬: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보통 해외의 서비스를 국내로 가져오거나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가져오기 마련이죠. 그런 측면에서 뮤직카우는 상당히 매력적인 비즈니스라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요,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 갈, 도전에 관심 있으신 개발자분이 계시다면, 함께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