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이렇게 화장품을 쓴다: 뷰티 영상을 편하게 보는 앱 ‘잼페이스’
리승환 ㅍㅍㅅㅅ 대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윤정하 잼페이스 대표: 뷰티 영상 큐레이션 앱 ‘잼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작당모의 대표입니다. 잼페이스는 뷰티 유튜브 영상을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편리하게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뷰티 앱입니다. 예를 들어 눈 화장, 입술 화장, 이 중 원하시는 구간을 골라서 보실 수 있게 되어 있어요. ‘타임점프’라고 부르는 기능인데, 이를 통해 바로 원하는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죠.
리승환: 끝인가요?
윤정하: 아니오;;; 머신 러닝으로 화장품 이미지를 학습시킨 AI로, 영상에서 화장품을 자동으로 추출해서 DB화합니다. 그리고 그 화장품과 관련 영상을 매칭하지요. 뷰티 유튜버가 사용한 화장품도 알 수 있고, 영상내 어느 시간대에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지를 DB화해서 “타임점프”라는 기능을 만들었어요. 이 외에도 유용한 기능이 잼페이스는 아주 많아요.
리승환: 주로 어떤 분들이 잼페이스를 쓰나요?
윤정하: 소위 ‘Z세대’라고 하는,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이 많아요. 이분들은 텍스트로 된 리뷰는 잘 안 봐요. 관심 있는 화장품이 있으면 바로 유튜브에 검색하죠. 그런데 유튜브에 화장품 제품명을 검색해도, 실제로 그 화장품을 사용한 영상을 찾기 힘들거든요. 반면, 잼페이스에서 화장품을 검색하거나 선택하면, 그 화장품을 사용한 뷰티 유튜버들의 영상을 바로 볼 수 있어요.
리승환: 거 화장품… 대충 검색하다 보면 나오지 않나요?
윤정하: 국내에 유통되는 화장품이 15만 개 정도예요. 대충 검색하면 엉뚱한 제품만 잔뜩 보게 됩니다.
리승환: 오… 그러면 ‘잼페이스’가 정말 요긴하겠네요.
윤정하: 네. 영상 리스트에서 원하는 영상을 선택하고 ‘타임점프’를 누르면 화장품을 사용한 구간으로 이동할 수 있어요. 특정 제품은 물론이고, 립스틱 같으면 제품군 중 칼라를 선택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특정 립스틱 제품 중 특정 칼라를 사용한 영상까지도 골라낼 수 있는 거죠. 또 ‘추천 제품’을 통해, 특정 제품을 본 고객이 관심을 보이거나 많이 본 화장품도 알려드립니다.
뷰티 영상 최적화로 100만 다운로드까지
리승환: 어떤 사람이 얼마나 봤는지 등 사용자의 취향과 니즈도 파악할 수 있겠네요.
윤정하: 데이터를 정리하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여요. 예로 눈화장은 1번 보고 따라하기 어려워서, 보통 3번 정도 반복해서 돌려봐요. 좋아하는 영상 스타일도 연령대에 따라 다릅니다. 10대 학생들은 교복관련 메이크업을 많이 보고, 20대는 데일리메이크업을 많이 봐요.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제품도 다르고, 선호하는 브랜드도 달라요.
리승환: 사용자는 얼마나 되나요?
윤정하: 누적 다운로드가 80만 정도 되고요. 실제 사용자도 월 15만 정도 됩니다.
리승환: 이 정도면 커머스 해도 되지 않아요?
윤정하: 저희가 서비스를 2019년 6월에 오픈했으니까, 아직 잼페이스가 오픈한지 2년이 안됐어요. 당장은 저희가 처음 내놓은 컨셉에 충실하고 싶어요. 그래도, 화장품 구매를 바로 하고 싶다는 요구가 너무 많아서, 화장품 상세코너에서 최저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현재 일단 네이버로 링크를 연결한 상태에요.
리승환: 음… 그러기엔 좀 아까운데요;;; 화장품 리뷰도 엄청 많네요.
윤정하: 네, 잼페이스가 편한 점이, 특정 화장품에 관한 영상은 물론, 바로 실제 사용자의 리뷰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요. 이렇게 화장품에 관한 뷰티 유튜버 영상과 사용자 리뷰를 한번에 볼수 있는 서비스는 잼페이스가 유일해요.
리승환: 혹시 내게 맞는 화장품 추천도 하나요?
윤정하: 페이스 매칭이라는 기능이 있어요. 셀카를 찍으면 AI가 얼굴을 분석해서, 얼굴 형태가 닮은 유튜버를 추천해주는 거죠. 실제로도 검증해보니 소비자분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활용하시더라고요.
뷰티 강의, 화장품 관심도 랭킹 제공에, 베트남 진출까지
리승환: 페이스매칭만으로 어울리는 화장품을 찾을 수 있는 건가요?
윤정하: 그렇진 않죠. 화장도 기술이라… 특히 10대는 화장 초보가 많으세요. 이런 분들을 위해 일종의 클래스처럼, 영상을 모아 놓았어요. 예를 들어, 여드름을 관리하는 팁이라든가, 이런 기본 제품을 쓰면 좋다고 추천하는 영상들, 대강 영상을 10개 정도 보면 화장 초보 분들에게 바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클래스를 만든 거예요.
리: 오, 강의 영상이 꽤 많네요.
윤정하: 네. 단순 큐레이션을 넘어, 유튜버들과 콜라보로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예로 유튜브에는 웜톤과 쿨톤이라는 퍼스널컬러를 구분하고, 거기 맞는 메이크업을 알려주는 좋은 영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퍼스널 컬러리스트를 모셔서 직접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또, 개강을 맞아 학교 갈 때 어떻게 메이크업을 하는 게 좋은지 알려주는 영상도 있고요. 이 중 일부는 ‘잼페이스 오리지널’이라고, 저희와 유튜버가 협업하여 독점컨텐츠로 활용하거나 선공개하는 형태입니다.
리승환: 앱 중간에 ‘랭킹’ 버튼이 있네요?
윤정하: 네. 랭킹은 뷰튜버들이 실제 어떤 제품을 많이 사용했는지 보여줍니다. 다른 뷰티 서비스의 화장품 랭킹은, 주로 판매나 평점 순위인데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뷰튜버들이 많이 사용하고 추천하는 제품을 핫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저희는 뷰투버가 어떤 화장품을 사용하는지, 또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얼마나 많이 찍는지, 매일 갱신하고 카테고리별로 랭킹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리승환: 와, 뷰티 유튜버가 한둘도 아니고, 하나하나 뽑아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겠네요.
윤정하: 처음 말씀드린 “타임점프”라는 기능을 구현하면서, AI로 영상과 제품을 DB화 하기 때문에 가능해요. 그래서 이 코너는 화장품 회사 마케터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져요. 단순 판매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뷰티 유튜버와 젊은 층이 어떤 화장품을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대형 화장품 회사에서, 저희 데이터를 사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오고요.
리승환: 그런데 왜 안 파나요? 커머스도 안 하고 데이터도 안 팔고…
윤정하: 비즈니스 모델은, 좀더 정교화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시작할 계획이예요. 일단은 유저들이 더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우선이고, 또 글로벌로 확장 중이에요. 이미 4월부터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베트남 런칭한지 한달 좀 넘었는데, 벌써 10만명이 가입하고, 구글 앱스토어에서 3주째 1위를 하고 있어요.
리승환: 오… 오픈하자마자 지표가 아름답네요.
윤정하: 베트남 사용자들이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요즘 K뷰티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서, 다행히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 유튜버, 양쪽 모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시너지도 나고요. 빠르면 올해 중 인도네시아 진출도 계획 중입니다.
카카오헤어샵의 어머니, 잼페이스를 만들다
리승환: 어쩌다 잼페이스를 만들게 됐나요?
윤정하: 2005년 다음에 입사한 이후로 14년 동안 다음-카카오에서 일했어요. 다음에서는 마케팅을 했고, 카카오에 합병된 그때 카카오택시가 대박을 쳤거든요. 회사에서 O2O 서비스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카카오헤어샵을 제안했어요. 뷰티샵 시장이 7조 정도인데 모바일 예약을 중개해주는 서비스가 없었던 거죠.
리승환: 신규 서비스 카카오헤어샵 런칭에 대한 사내 반발은 없었나요?
윤정하: 여러 차례 반려당했죠. 주된 이유는 성별이 한정된, ‘여자 서비스’ 아니냐는 거였죠. 그런데 실제 예약의 30% 정도는 남자분이시거든요. 시장 리서치 하며 이런 부분을 열심히 어필했고, 다행히 회사 전체적인 분위기가 O2O에 도전적이라 통과됐습니다. 고생은 엄청나게 했지만 결국 성공했죠.
리승환: 카카오헤어샵을 하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윤정하: O2O 서비스라는 게 그냥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다 찍고 다니면서 미용실 원장님들한테 설명회를 했어요. 미용실 원장님들은 당시만 해도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아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영업팀이랑 운영팀이 2천 개 매장을 돌아다니며 1:1 맞춤 교육을 했어요. 사진 어떻게 찍고 넣는지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고… 그 이후에도 예약 발생하면 “원장님, 예약 들어왔어요”라고 카톡 보내고 전화하고… 그제서야 서비스가 돌아가더라고요.
리승환: 그냥 돌아간 건가요? 잘 돌아간 건가요?
윤정하: 그냥 그렇게 적응시키는 정도였죠. 그래도 놀라운 일이 있었어요. 이렇게 디지털 전환이 어려웠는데, 어떤 젊은 원장님이 카카오헤어샵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셨어요. 주변 일대의 예약을 그분이 혼자 다 받다시피 했죠. 그 원장님이 매출이 올라간다는 소문이 쫙 나니까, 다른 분들도 따라 바뀌시더라고요. 사진도 엄청 잘 찍어서 올리고, 메뉴도 그때 그때 바꾸시고, 고객 응대도 너무 잘 하시고… 역시 주변 성공사례 만큼 무서운 건 없음을 알았습니다.
Z세대는 텍스트로 정보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로 창업
리승환: 그렇게 잘 됐는데, 왜 회사를 관둔 거죠?
윤정하: 그러게요. 하하. O2O 서비스를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뭔가 깨달음이 오는 거예요. ‘이 서비스가 내 것이 아니구나, 내가 직접 나가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다행히 카카오헤어샵을 하며, 뷰티라는 거대한 시장을 좀 알게 됐고. 그 자신감으로 잼페이스를 열었습니다. 2018년 8월에 회사를 나섰고, 9월에 바로 잼페이스를 만들었죠.
리승환: 이미 아이템은 점찍어두고 있었나 보군요.
윤정하: 네. 그때 화장품 성분을 알려주는 앱이 인기가 많았어요. 성분뿐 아니라 화장품 리뷰도 볼 수 있는 앱인데, 텍스트 중심이라는 한계가 보였어요. 그런데 정작 Z세대는 이 서비스를 잘 모르더라고요. 이분들은 다들 영상을 통해서 화장하는 노하우, 화장품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있었어요. 콘텐츠 소비 패턴이 바뀌었음에도,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 없었던 거죠.
리승환: 그런데 Z세대는 수나 소비력이 좀 떨어지지 않나요?
윤정하: 그러기에는 화장품 시장이 엄청 큰 시장이에요. 23조나 되거든요. 그리고 유튜브도 처음엔 영피플만 봤지만 이제 전 세대가 다 보잖아요. 그처럼 저희 앱도 사용자가 20대 이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어요.
리승환: 처음에 창업했을 때는 어떠셨나요?
윤정하: 창업한 이후 3달 동안 소비자들을 모시고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를 많이 한 기억이 나요. ‘타임점프’ 같은 다수의 기능이 소비자의 니즈에서 나왔죠. 대부분 기능을 구현하기 전에, 그림으로 그려 물어보거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물어보거나 했어요. 그렇게 3달을 보내고 나서야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죠.
리승환: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 같은 게 있었나요?
윤정하: 일단, 영상을 정말 많이 본다는 거요. 그리고 정보 획득부터 구매 과정이 굉장히 특이해요. Z세대는 유튜브를 통해서 제품 정보를 알게 되고, 마음에 들면 네이버에 들어가서 가격을 보고, 화장품 이름이 특이하니 일단 사진 찍어 폰에 저장해요. 그 다음에는 올리브영에 가서 구매하게 되죠. 가끔은 다른 채널에서 구매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이런 구매 여정이예요. 정보 수집부터 구매까지의 여정이 파편화된 거죠. 장기적으로 잼페이스는 이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서포트를 통해 55억 투자까지
리승환: 직원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왔어요?
윤정하: 회사를 설립하고 1개월 정도 지나고, 매쉬업엔젤스에서 시드 투자를 받고, 페이스북에서 하는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사무공간을 얻고, 서비스를 오픈한 후 1달만에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프리A 투자를 받았어요.
리승환: 엄청난 속도로 투자를 받는군요…
윤정하: 그런가요? 그래도 비용은 항상 알뜰하게 쓰고 있어요. 사실 저희는 여기 이사오기 전까지 사무실 임대료를 낸 적이 거의 없어요. 페이스북에 신세 지고, 구글에 신세지고, 삼성전자에 신세지고;;; 온갖 프로그램을 통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했습니다.
리승환: 구글의 신세도 졌군요.
윤정하: 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합격했어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프로그램이 정말 좋았던 게,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사무실도 좋았지만, 그로스 아카데미(Growth Academy) 코스도 아주 좋았어요. 그로스 아카데미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다양해서, 마케팅, 데이터 분석은 물론 OKR, 마인드 코칭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배울 수 있었죠. 8주 커리큘럼 동안 정말 빡빡하게 진행되어요.
리승환: 여러 가지 강의 중에 좀 기억에 남는 강의를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정하: 제일 좋았던 건, 유명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직접 성공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해 주는 시간이에요. 구글의 툴들을 어떻게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해주셨어요. 예를 들어 한 커머스 스타트업은, 자신들이 인앱 푸시로 어떤 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어떤 시간에 쓸 때 실적이 몇 % 올랐다, 이걸 정확히 측정하려면 파이어베이스를 어떻게 쓰면 좋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 알려 주세요.
리승환: 오, 실제로도 좀 적용해 보셨나요?
윤정하: 물론이지요. 구글 광고 집행 할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개인적으로는 마인드 코칭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 고민과 불안이 많은데, 어디 챙겨주는 곳이 없잖아요. 이런 심리상태를 1:1로 상담해주며 정리도 해주더라고요.
리승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네트워킹도 좀 들어가나요?
오재석: 네. 총 8개 회사가 함께 했는데, 서로 회사를 운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요. 다른 회사, 다른 경험들을 공유하는게 좋았어요.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스타트업 마케팅팀 실장님이랑 매칭이 되었어요. 저희 내부에서도 실제 일하다 보면 서로 얘기할 시간도 많지 않고, 서로 생각을 공유할 시간도 많지 않거든요. 그 두 시간 정도 되는 워크샵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어요.
리승환: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는 몇 개월 정도 있었나요?
윤정하: 저희는 3개월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더에 선정되었고,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워낙 창의적인 공간이라 3개월만 있다 가기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서비스 딱 1년 됐을 때, 시리즈A 투자를 55억 받았습니다.
리승환: 지금 이야기가 너무 잘 되는 이야기만 나오는데… 힘들었던 점 좀 이야기해 주세요.
윤정하: 멀리서 보면 잘되는 것 같아도, 내부에서는 항상 고민이 많고, 걱정이 많아요. 사용자들 불만에 대응도 해야하고, 요구사항도 많고… 그때 주된 고민은 잼페이스를 너무 기능 중심으로 써서 딱 필요한 기능만 사용하고 앱에 인게이지먼트가 잘 생기지 않는 게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계속 업데이트를 했어요.
리승환: 대체 어떤 업데이트를 그렇게 넣은 거죠…
윤정하: 대부분의 기능들을 그때 넣었어요. 그 전에는 정말 타임점프와 페이스 매칭만 있었거든요. 전반적인 방향은 영상과 제품을 좀 더 연계시킨 거예요. 영상에서 제품으로, 제품에서 또다른 제품으로, 또 제품에서 영상으로, 이런 연결고리들을 강화를 했죠.
그러고 있는데, 어떤 사용자가 저희가 운영하는 인스타채널에서 운영자한테 DM을 보낸거예요. “잼페언니, 오늘 친구랑 싸웠는데 속상해요. 위로해 주세요” 그래서 저희는 깜짝 놀랐어요. 왜 운영자한테 이런 DM을 보낼까? 그때 잼페이스가 너무 딱딱한 기능 중심 서비스로 구현되어 있다는 반성을 했어요, 그리고 캐릭터도 개발하고, 액션에 따른 스티커도 제공하고, 훨씬 친근한 서비스로 거듭났어요.
리승환: 앱 평점이 4.6이던데, 어떻게 하면 평점이 이렇게 높을 수가 있죠?
윤정하: 예전엔 이렇게 높지 않았어요. 6개월 동안 업데이트하고, 또 업데이트하고, 보이는 기능 뿐만 아니라 안 보이는 것도 엄청 개선을 많이 하며 천천히 올라간 거죠. 예를 들어 저희가 문제의식을 가졌던 게, 타임점프조차 경험을 안 하고 홈페이지만 보고 나가는 분들이 있었어요. 앱을 시작하자마자 이탈하고 안 쓰는 거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튜토리얼을 만들고 개선하자, 잔존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리승환: 이 정도는 해야 55억을 받는군요. 지금은 어디에 집중하고 계세요?
윤정하: 베트남 진출, 그리고 저희가 지난 달 새로 오픈한 게 커뮤니티 기능이에요. 그 코너는 아직 베타라 홍보도 안했는데, 이미 하루에 수백 개씩 피드가 올라오고 있어요. 일반 게시글 외에 투표나 대결 같은 재밌는 피드를 좋아하시더라구요. 화장품 이야기 외에 음식사진도 올리고, 풍경 사진도 올리고… 자유롭게 활용하시더라고요. 당장 뭐 어떻게 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며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려 해요.
리승환: 그러고보니 Z세대는 주로 어느 커뮤니티에서 화장 이야기를 많이 하나요?
윤정하: 우리 세대처럼 특정 커뮤니티를 쓰기보다, 페이스북의 그룹 기능을 활용해요. 또 카카오톡 오픈 채팅 기능을 커뮤니티처럼 쓰기도 해요. 제가 한 번 10대인 척 위장을 하고 오픈 뷰티방에 들어갔는데… 멤버들이 전혀 모르는 제게 다들 활기차게 인사를 하는 거예요. 보니까, 다른 사람이 뭔가를 올리거나 신규 멤버가 생길 때, 반응을 열 번 연속으로 안 하면 강퇴 당하더라고요. 뭔가 신선한 문화충격을 받았죠.
베트남은 시작, 글로벌 뷰티 앱으로 발전할 것
리승환: 흠… 주변에서도 뭔가 영향을 받거나 하나요. 자녀라거나…
윤정하: 제 자녀는 아들이라 도움이 안 되고;;; 회사에 20대가 엄청 많아요. 굳이 기획 포지션이 아니라도, 그분들이 알아서 기획자 역할을 합니다. 저희가 연세대, 이화여대와 인턴십 프로그램을 하는데, 그 분들도 아이디어를 많이 주세요. Z세대 서비스는 그 연령대가 함께 사용하며 만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희 세대는 뒤에서 필요한 걸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요.
리승환: 젊은 분들이 많으면 회사 분위기는 좀 어떤가요?
윤정하: 회사에서 업무 외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좀 특이해요. 분기에 한 번씩 특별한 날짜를 잡아서, 크리스마스, 핼로윈, 만우절, 창립 기념일, 이렇게 파티를 해요. 또 잼런치라는 스터디 프로그램이 있는데, 강제성 없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형태예요. 자기 관심 분야로, 어느 날은 영화를 주제로 하고, 또 어느 날은 건축을 주제로 하고… 그런 다양한 주제를 갖고 본인이 정리를 해서 발표를 해요. 스터디라고 해서 딱딱한 게 아닌 게, 롤리폴리 꼬또라는 오뚜기에서 만든 브랜드숍이 있는데, 여기에 견학을 간 적이 있어요.
리승환: 참 신기한 회사군요…
윤정하: 그냥 회사 생활도 이왕이면 재밌게 하자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악마니또라는 것도 했는데, 이게 마니또의 반대거든요.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재밌게 괴롭히는 거예요. 회사 내부적으로 이런 크리에이티브한 이벤트를 많이 만드는 편이죠. 원래 있던 딱딱한 디자인의 슬리퍼를 없애버리고, 분홍색 털이 잔뜩 달린 슬리퍼를 대신 놔둔다거나…
리승환: 회사가 빠르게 커지며 채용도 열심히 하고 계시죠?
윤정하: 네, 어느 회사나 그렇듯 개발자 채용이 가장 힘들고… 워낙 서비스가 빠르게 크다 보니 전 포지션 채용 중입니다. 또 하나 고민은 이제 베트남 진출하고 인도네시아도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생각보다 베트남에서 초반 반응이 좋아서, 현지 직원을 채용해야 할 상황이에요. 지금 우리 회사 사이즈에 현지법인, 현지 직원 채용까지 하려니, 머리가 많이 아프네요.
리승환: 보통 이쪽 사업하는 분들은 유튜버들과의 관계 유지도 참 중요하게 여기는 걸로 아는데,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고 계세요?
윤정하: 저희가 뷰티관련 국내 MCN과는 다 미팅을 했어요. 저희가 당장 수익이 없음에도 Z세대와의 중요한 연결점이라 생각해 주시고, 또 해외 진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요. 향후 영상을 통해 화장품 구매가 일어난다든가 하면 수익 쉐어도 가능하고, 좀 더 돈독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해요. 여기에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멤버십을 만들었어요. 예로 해외 진출에 생각 있는 분들은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또 저희 앱 내에 특정 코너를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요.
이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윤정하: 잼페이스는 처음부터 한국시장 뿐 아니라 해외로 확장되는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특히 동영상 중심이라 다국가 확장이 쉽다고 생각해요. 그 첫 시작을 베트남으로 했어요. 어떤 분들은 한국이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해외로 나가야 하는거 아니냐, 아직 너무 초반 이라고 걱정을 하시는데, 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아시아 시장은 타겟 인구도 많고, 화장품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고, 무엇보다 K-뷰티에 관한 관심이 많아요.
화장품 브랜드 대표님을 만나 뵈면 다들 해외로 진출에 관한 고민들이 많으세요. 저는 이런 K-뷰티가 더 확장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뷰티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아시아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뷰티 플랫폼, 잼페이스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런 꿈을 많이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