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흥미로운 뉴스가 포탈 사이트 대문에 올라왔습니다.
“앞으로 방사선을 쬔 식품 포장에서 ‘방사선’ 표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새로운 방사선 조사(照射) 식품의 표시기준을 담은 ‘식품등의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방사선 조사는 식품에 미생물·벌레가 증식하는 것을 막고 싹이 나지 않도록 감마선이나 전자선을 쬐는 식품 처리공정을 말한다. 주로 감자, 양파, 한약재 등에 활용된다. 방사선 조사식품 표시기준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방사선을 쬔 식품이나 이를 원료로 만든 식품의 명칭이 ‘방사선조사식품’에서 ‘조사처리식품’으로 바뀌게 된다.”
1. 방사선 조사 식품은 방사능 오염 식품이 아닙니다.
사실 이름붙이기(naming)은 언제나 중요하죠. 예를 들어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붙였다면 사람들이 느끼는 위험 정도가 조금은 다를 수 있었겠죠. 독감도 이름을 잘못붙여 오남용되는 이름이구요. 슈퍼박테리아를 다제내성균으로 부르자고 해서 조금씩 바뀌어 가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름붙이기는 중요하고 그 이름이 주는 어감이 사실과 다른 뉴앙스를 주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예전 경향신문 과학 칼럼에 썼던 “이름과 개념, 그리고 오해”를 참고해 주시구요.
위 뉴스는 ‘방사선’을 무슨 방사능 물질처럼 생각하는 등 인식이 좋지 않으니까 영어에서 Food irradiation을 쓰는 것처럼 ‘조사처리식품’으로 표시한다는 내용입니다. 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은 식물의 발아, 발근 억제 및 해충, 살균 등의 효과가 있는데 방사선을 조사하면 식품에서 방사능이 나온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방사선을 쬔다고 방사능 물질이 되진 않습니다. 사람이 자외선을 쬔다고 사람 몸에서 자외선이 나오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몇 년 전에 “방사선 분유” 관련 뉴스가 나왔던 적도 있죠. 그런데 방사선 분유가 뭘까요? 왠지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이 들어있는 분유같지 않습니까? 아니면 방사선에 오염된 분유? 가뜩이나 방사선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 뜻도 “방사선을 쪼인 원료가 함유된 분유”입니다. 그런데 자꾸 엉뚱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최근에는 “이온화 조사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 방사선 조사를 왜 할까요?
그런데 식품에다 방사선을 왜 쪼일까요? 위에서 말한대로 해충, 병균을 죽여서 식품의 보존성을 높이고 식물의 발아나 발근을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감자와 솔라닌 이야기 들어보신 분들 계실 겁니다. 집에다 감자를 오래 두면 싹이 나고 감자의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서 제거하고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식물이 발아하거나 발근(뿌리가 남)하면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방사선을 쪼여서 발아나 발근을 억제합니다. 물론 거기에 붙어있는 해충이나 미생물을 죽이기도 하지요. 최근 한국식품과학회 뉴스레터인 <식품과학과 기술>에 나온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식중독 감소효과로 연감 최고 1,790억원의 보건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를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3. 방사선은 무엇일까요?
전에 전자레인지 관련해서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모든 물질은 방사선을 냅니다. 어두운데서 사람을 식별하는 적외선 망원경 아시죠? 우리 몸이 열과 함께 적외선을 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사람이 내는 적외선이 위험하진 않죠.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방사선은 X선, 알파선, 베타선 같은 전리방사선과 가시광선, 적외선 FM, AM 등 비전리방사선이 있는데 식품에 사용하는 것은 전리방사선(이온화방사선)이죠. 가시광선은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하니까 방사선은 다 나쁘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보통 방사선이라고 하면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방사선 즉 X선이나 알파선, 감마선 같은 전리 방사선을 뜻하고 우리나라에서 식품에 쪼일 수 있는 방사선은 코발트-60에서 나오는 감마선뿐입니다.
4. 방사선조사 처리를 하는 식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방사선조사는 주로 식물성 식품에 하는데 나라마다 그 기준이 다릅니다. 이게 매년 바뀌어서 정확한 최신 통계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세계적으로 56여개국이 방사선 조사 처리를 허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 나라의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현재 우리나라에 방사선 조사가 허가된 식품은 아래의 표와 같고 외국에는 다 자국의 기준에 따라 식품의 종류를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50여종에 이르고 프랑스도 40여종 이상이지만 방사능에 민감한 일본은 1가지 식품 밖에 없다고 합니다.
5. 방사선 조사가 해롭지는 않나요?
식품조사(Food Irradiation)에 대한 식품과학계의 정설은 1997년 FAO/WHO 합동전문가회의에서 70kGy(킬로그레이) 까지는 식품의 관능에 차이가 없고 유해 물질 발생도 없다는 발표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언제나 일사분란할 수는 없는 법이듯 몇가지 반론들도 있는데요. 최근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란(‘지방 함유 식품에 방사선 조사를 할 경우 결장 세포에 유전자 손상이 발생해 발암성을 촉진한다’, ‘방사선 조사는 많은 양의 비타민 소실을 야기하고 세포를 파괴하여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방사선 처리된 식품을 3~4개월 먹인 결과 뇌 신경계통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식약처에서 허가된 제품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고 점점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좀 찾아봐야겠군요.)
6. 방사선 조사를 안하면 안되나요?
방사선 조사법을 꼭 사용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할텐데 식품의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농약이나 보존제 등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낫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꽤 많습니다. 식품의 저장성을 높이려면 살균, 건조, 염장, 당장, 보존제 사용, 방사선조사 등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죠. 방사선조사의 장점이라면 원래 형태와 품질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혹시나 모를 성분변화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로컬 푸드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죠. 식품의 장기 저장 기술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장거리 수송과 수출입이니까요.
반면 과학자들은 식물공장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흥미로운 분야죠. 쉽게 이야기하면 예전 텃밭에 키우던 식물들을 집에서 또는 좁은 공간에서 공장처럼 키우자는 것인데 과연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원문: All about Biotechnology, 바이오텍의 모든 것
burberry scarfTrigelle PUFF SLEEVE MODAL PO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