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선 작가는 글 쓰는 디자인 회사 ‘애프터모멘트’의 대표다. 스타트업 업계 사람에게는 ‘터지는’ 텍스트 콘텐츠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가 브런치에 쓴 <직장인들의 넵병> <클라이언트 용어 정리> <판교 사투리> 등의 콘텐츠는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자신의 브런치에 쓴 글로 제5회 브런치북 금상, 제7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했고, 하루아침에 10배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트업,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실무자와 고객 사이를 좁히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그의 신간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는 그가 콘텐츠, 그것도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를 터뜨리는 본격적인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지금, 그의 책에 담긴 실무 노하우는 그 무엇보다도 유용할 것이다.
1. 가장 먼저 구상할 것은 글의 ‘매력’이다
글의 발행 횟수나 목차, 제목, 달성해야 하는 목표 수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글을 어떻게 구성할지, 플롯은 어떻게 짤지,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세요. 글을 접하는 독자들의 상황과 감정을 유추하세요. 그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갈지 생각하세요. 나머지는 그다음입니다.
2. 다양한 재료를 수집하고 조합할 것
우리들은 문필가가 아닙니다. 새로운 문장을 창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집한 재료를 조합하는 쪽에 더 가깝죠.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콘텐츠를 찾으세요. SNS의 고도로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끄고, 다양한 범위의 정보를 찾아다니세요. 커뮤니티, 게임 게시판, 온라인 카페, 텍스트 콘텐츠 플랫폼까지 다양하게 접하세요.
3. 위트나 개그는 특히 더 유의해서 찾을 것
유머는 콘텐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일등공신 중 하나죠. 말 잘하는 연예인들의 토크나 위트가 가득한 댓글을 꾸준히 모니터링하세요. 가볍고 잘 읽히는 작가의 글을 필사하거나 통째로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나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것
글은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독자는 내 생각을 통해 위로받기도 합니다. ‘나와 같은 생각인 사람이 있구나!’라고 말이죠. 그 위로가 브랜드의 콘텐츠로 발행된다면, 그들은 브랜드에 훨씬 큰 애착을 갖게 될 겁니다.
5. 디테일한 관찰을 적을 것
평소에는 깊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신선함을 느낍니다. 대단한 인사이트일 필요 없습니다. 강의장이나 행사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과자 목록,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의 대화 특징 등으로도 충분하죠. 일상의 디테일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거나 목록을 만들어 보세요.
6. ‘진짜 이거 누구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할 것
콘텐츠가 퍼지는 이유는 공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을 읽고 전달하고 싶은 한 사람이 떠올라야 합니다. 누구나 겪는 상황인데 그 상황이 꽤나 풀리지 않는 숙제어야 합니다. 완벽한 해결책을 주진 못해도 웃으며 해소할 수 있는 ‘대화거리’를 제공해 보세요. 사람들 사이에서 한 방에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잘 눈여겨보고 콘텐츠로 만들어 보세요.
7. 가르치지 말고, 공감할 것
사람들은 콘텐츠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잔소리처럼 들리는 콘텐츠는 소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는 그들의 편에 서서 함께 소리질러 줘야 해요. 사람들이 어떤 점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공감을 받고 싶을지 생각하세요.
8. 단, 공감을 만드는 것은 한두 단어로 제한할 것
그렇다고 첫 단어부터 마지막 단어까지 모두 공감으로만 채우려고 하지는 마세요. 구구절절 설명하고 자세히 풀어 쓸 필요 없습니다. 한두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은 바로 알아듣습니다. 피로감에 가득 찬 아침과 그로 인해 지각하게 된 상황을 길게 쓰지 않아도, ‘5분만 자겠다 다짐하고 다시 눈을 감았어’라고만 쓰면 된다는 거죠.
9. ‘육성지원’되는 콘텐츠를 쓸 것
친구에게 생생히 말을 거는 듯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세요. 읽을 사람의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한 뒤 그에게 말을 거는 듯한 말투를 써 보세요. 호흡은 짧게 가져가고, 단호한 어미로 끊으며 육성의 호흡과 말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특유의 말버릇을 넣어주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10.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조합을 선보일 것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양자역학의 개념을 도입하거나, 생굴 홍보를 하는데 도스토예프스키가 등장하는 경우죠. 예상치 못한 두 개념이 동시에 등장하면 소비자는 긴장하며 주목하게 됩니다. 다만 완성도에는 신경 써야 합니다. 두 개념이 쫀쫀하게 묶이지 못하면 오히려 매우 뜬금없다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11. 독자가 피부로 느낄 만한 예시를 들 것
가급적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건이나 수치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공감도 유추도 불가능할 테니까요.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 북극곰의 사례를 드는 것보다는 쓰레기 처리장이 부족해진다는 예시를 드는 게 좋은 것처럼요.
12. 트렌디한 콘텐츠라면, 일주일 안에 도움이 될 내용으로 만들 것
트렌디한 글은 실제로 활용 가능한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독자가 다른 자리에 가서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써 보세요. 네트워킹 파티, 소소한 미팅,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이야기라면 더욱 좋습니다. 기왕이면 독자가 자신의 말로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쉬운 문장을 쓰는 게 좋겠죠.
13. 솔직하게 반성할 것
조직의 실수, 그 실수의 극복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 겸손한 이야기나 후회, 솔직한 반성은 독자들이 사랑하는 콘텐츠입니다. 그게 비록 광고라고 해도 너그러이 용서해줄 정도죠. 이런 글의 특징은 하기 힘든 어려운 이야기를 무척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감정적으로 감화될 겁니다.
14. 독자들이 파고 들어갈 ‘여유’를 넣어줄 것
완벽한 논리와 정돈된 깔끔함 속에는 파고들어 갈 틈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순대는 초장, 된장, 깨소금 등 지역별로 다양한 재료에 찍어 먹는 음식입니다’라는 문장은 너무 차가워서 백과사전에나 들어가야 할 것 같죠. 그래서 콘텐츠에는 툭 던지는 문장을 쓰는 게 좋습니다. ‘솔직히 순대는 초장 아니야?’라는 문장을 보면 독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남길 겁니다. 친구를 태그할 수도 있겠죠.
15. 그림이 그려지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할 것
쉽고 명확한 단어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반면에 추상적인 단어는 쉽게 읽히지도 않고, 이미지를 떠올리는 데에도 한참 시간이 걸리죠. 그러니 구체적인 단어로 바꿔 보세요. 예를 들어‘일상의 피로함’이라는 문장을 ‘당신의 하품’으로 바꿔 보는 겁니다.
16. 손에 붙는 단어를 사용할 것
손에 익숙한 단어를 사용하세요. 그러면 글에 자연스럽게 가독성과 리듬감이 더해집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단어의 이미지가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같은 맥락 안에 있는지만 체크하세요.
17. 유행어를 적게 쓸 것
그저 재미만 노린 가벼운 글에는 유행어를 많이 써도 좋습니다. 하지만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는 게 목적이라면 유행어는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유행은 빨리 지나가지만 텍스트는 오래 남거든요. 3년 전 쓰이던 유행어가 보이면 촌스럽게 느껴질 겁니다.
18. 유머를 쓰고 싶다면, 상황을 뒤트는 가벼운 위트를 사용할 것
지나치게 웃기려는 강박에 매달리지 마세요. 독자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겁니다.
19. 신조어를 만들고 싶다면, 단어를 선점할 것
뉴노멀, 언택트, 포스트 코로나가 순식간에 자리 잡은 것은 모두가 코로나19 시대의 혼란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막연함을 자극적인 단어보다도 무서워합니다. 그러니 흥밋거리가 있다면 빠르게 단어로 규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만들기만 한다면 다른 곳에서 순식간에 따라 할 수 있으니, 오리지널리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용어의 정확한 정의를 내려주세요. 콘텐츠로 만든다면 더 좋고요.
20. 기억할 것만 기억하게 할 것
기억되는 글은 ‘꼼꼼하게 정독’해야 하는 글이 아닙니다. 띄엄띄엄 읽어도 중요한 것만 기억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중요한 정보를 선택해 처음과 끝에 배치하고, 상위 단계로 올리고, 문두에 배치하고, 행위를 강조하세요. 가장 최악은 ‘엉뚱한 것만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21.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읽고 싶은 글을 쓸 것
독자는 왜 이 글을 읽고 싶어 할까요? 지구상 딱 한 명이 이 콘텐츠를 읽고 ‘좋아요’를 누른다면 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을까요? 말 그대로 독자가 원하는 글만 쓰라는 뜻이 아닙니다.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다양합니다. 그러니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까요? 어떤 글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야 할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방향성과 근거 있는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