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 저는 와이프에게 협박을 했습니다.
“너가 싫으면 나 혼자라도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그 모든게 진심은 아니었고 일부 본심도 있었지만, 일단 데리고 와서 지내다 보면 내가 느꼈던 것 이상으로 자유로움과 만족감을 느끼고 나보다 더 적응을 잘 하리라는 믿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 와이프는 외출할 때 화장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제가 어딘가를 가고자 할 때 교통편과 접근성을 먼저 살펴보는 반면, 와이프는 그 곳에 장애인화장실이 있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어느정도 보행이 가능하여 장애인 화장실이 없더라도 바깥에 휠체어를 놔두고 걸어 들어가 용무를 볼 수 있습니다만 와이프는 보행은 고사하고 단 0.1초도 두 다리로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휠체어에서 스스로 변기로 옯겨 가는 것 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변기가 있는 화장실 안쪽에는 폭 50cm, 길이 100cm 정도의 휠체어가 자유자재로 회전하기 위한 가로/세로 3m 정도의 넓이는 필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건물에서 이런 화장실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찾은 장애인 화장실 문을 열어보면 각종 청소도구등을 쌓아 놓고 창고로 쓰는 경우도 여럿 보았습니다.
너무나 심플한 미국의 공공 화장실
미국 도시의 거리에는 한 두 블럭마다 커피나 햄버거 체인점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그 가게에는 늘 장애인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런 체인점이 없더라도 용무가 급하면 그냥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 화장실을 들어가 보면 가로/세로 3m 이상의 화장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장애인 화장실을 따로 두지 않습니다. (물론 따로 있는 화장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따로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일반 화장실에 변기 주위를 가로 세로 2~3미터로 넓히고 벽에다가 손으로 지지할 수 있는 바를 부착하는 걸로 끝입니다. 그리고 그 변기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씁니다. 그리고는 화장실 출입문 바깥에는 화장실마크와 휠체어마크를 나란히 붙혀 놓습니다.
참으로 간단하고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더 이상 무슨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겠습니까?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이것이 참 묘한 느낌을 줍니다. 뭐랄까요?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장애인화장실이 비장애인화장실과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청소도구등을 쌓아 놓고 창고로 이용되어 장애인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상황을 더욱 쉽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요? “장애인들은 특별하니 특별하게 만들어야 해!” 해놓고는 관리가 안되는…
특급, 1~2급 호텔이 아니어도 그냥 저렴한 모텔에도 장애인 객실이 있는데 그곳의 화장실은 침실보다 더 넓었습니다. 화장실 넓이가 거짓말 하나도 안하고 25평방미터는 되어 보였습니다. 제가 샌프란시스코 여행하면서 직접 경험한 것인데요 비싼 호텔도 아니었습니다. 하룻밤 100불정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사진을 못 찍어 둔게 안타깝습니다.
기본적인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하는 미국
사람이 먹고, 싸고, 자고, 이동하는 것,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보장하는 곳, 이런 곳이 미국입니다. 정말 여건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중증장애인들이 여기로 와서 살기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위의 와이프에 대한 나의 믿음은 일주일만에 맞아 떨어졌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해 보고, 버스를 이용해 보고, 식당과 상점에 들어가 보고 화장실을 이용해본 우리 와이프, 일주일만에 이동과 화장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는지, 어제밤엔 누워서 시애틀로 놀러 가자고 하네요.
한국에 있었다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여 단 둘만의 여행이 가능했을까요? 돈이 엄~청~ 많으면 가능도 하겠습니다만,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그냥 다른 사람들이 놀러 다니듯 돌아다닐 수 있는 곳.
바로 그런 곳이 제가 경험하고 있는 미국입니다.
원문: World of development by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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