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공공 배달 앱 ‘배달특급’, 우려를 딛고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승승장구중
‘배달특급’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야심작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공공배달 앱이다.
공공배달 앱이 화두가 된 것은 2020년 4월,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안이 거센 비판에 부딪쳤던 시점이다.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며, 경기도가 공공앱 개발 등에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시장의 영역에 공공이 진출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공공 배달 앱 또한 비슷한 길을 걸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 출범한 경기도의 공공 배달 앱 ‘배달특급’은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출시 당일에 몰린 가입자만 4만 명. 12월 한 달동안 목표로 했던 거래액 10억은 출범 9일만에 이미 돌파했고, (중소기업뉴스) 12월 한 달간 30억 거래액을 올리며 목표를 3배나 초과 달성했다. (경기도주식회사)
1월 말 시점, 가입회원 13만 9천여명, 누적 총 거래액은 53억 원을 기록했으며, 신청 가맹점도 9500여곳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이게 화성, 오산, 파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겨레) 신청 업체가 워낙 많아 접수가 지연되고 있을 지경이다.
수수료 1%, 지역화폐 인센티브,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혜택을 한 손에
무엇이 ‘배달특급’의 성공을 낳았는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이 사업주와 소비자에게 모두 윈-윈이 되는 상생안을 내놓았다는 데 있다. 사업주에게만 유리했다면 소비자가 외면했을 테고, 소비자에게만 유리했다면 사업주가 외면했을 것이다. 배달특급은 어느 한쪽도 외면하지 않을 해결책을 제시했다.
- 사업주를 위해 수수료율을 1%로 낮춘 것.
- 소비자를 위해 온라인 지역화폐 사용 등 다양한 혜택을 열어 준 것.
이 두 측면을 모두 챙긴 것이 ‘배달특급’의 성공 요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1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요식업계는 그야말로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그나마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로 버티고는 있다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 이미 배달도 과잉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배달특급의 중개수수료 1%는 소상공인이 환영할 수밖에 없다. 민간 배달앱의 수수료율이 보통 10%를 훌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코로나 와중, 음식값에서 10%를 남기고 말고는 생사의 문제다. 우리가 생각하는 배달비에도, 대개 소상공인이 일정 비율을 지불할 때가 많다.
오픈리스트에 울트라콜, 중개수수료에 배달비… 등골 휘는 수수료
배달 앱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달의민족’을 예로 들어 보자. 어디를 클릭하든 최상위에는 ‘오픈리스트’라는 광고가 뜬다. 오픈리스트의 중개수수료는 주문금액의 6.8%로, 여기에 부가세 및 카드수수료, 외부결제망 이용료는 별도다.
리스트 최상위에 뜨다 보니, 음식점들로서는 가입을 안 하기가 어렵다. 조선비즈 기사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배민 입점업체 14만 곳 중 10만 곳이 오픈리스트 광고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모두가 가입한 셈.
‘오픈리스트’ 밑에는 ‘울트라콜’이라는 매장 광고가 노출된다. 광고비는 월 8만 8천원(VAT 포함) 정액. 오픈리스트보다 저렴한 광고비처럼 보이지만, 그건 착시다. 소상공인은 울트라콜 광고를 실제 주소 뿐 아니라, 광고를 노출할 기준이 되는 ‘광고 주소’로 설정한다. ‘울트라콜’ 광고가 노출되는 건 이 ‘광고 주소’를 중심으로 반경 1.5km~3km 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경 3km 마다 하나꼴로 울트라콜 광고를 집행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광고 주소’와 고객의 주소가 가까울수록 ‘울트라콜’ 목록 중에서도 더 상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울트라콜은 그냥 무조건 더 많이 집행할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업체들은 울트라콜을 1개만 신청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신청한다. 5개를 신청하면 이미 44만원이다.
배민이 특별히 식당에 불리한 수수료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거의 모든 배달 앱이 이렇다. 결국 계산해보면 1, 2, 3위 업체가 대동소이한 수수료 부담을 지우고 있다.
요기요는 광고 수수료는 없으나, 대신 중개 수수료는 12.5%로 매우 높다. (출처:세계일보) 쿠팡이츠의 수수료는 15%에 달한다. 현재는 프로모션 개념으로 다수 업체를 대상으로 1,000원의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으나, 언제까지고 이 프로모션이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 배달 수수료 역시 프로모션 기간이 지나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한국일보, 비즈한국)
‘배달특급’, 배달앱 수수료를 1/13으로, 단숨에 싹둑 낮추다
당연한 일이다. 배달 앱 플랫폼도 수익을 내야 하니까. 하지만 배달비에 포장 비용, 여기에 주문 수수료까지 감당하다 보면, 식당 매출은 높아지는데 수익은 잘해야 제자리걸음, 심하면 떨어지기까지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식품외식경영의 리포트는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달이 그나마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요식업계를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인 것도 사실이지만, 요식업체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감당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폭삭 주저앉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수익은 죄다 플랫폼으로 가는 꼴로 보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가 공공배달앱을 시작하며 내세운 수수료는 단 1%다. 원래는 중개수수료 2%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에서 1%안을 제시함에 따라 경기도가 이를 받아들였다. 적자 운영을 감수하더라도 소상공인 부담을 더 줄여주겠다는 목적이다. (서울경제)
경기도 지역화폐 사용으로, 소비자 유인 제공
소비자 입장에서도 ‘배달특급’을 이용할 유인은 충분하다. 앱 내부에서 ‘경기도 지역화폐’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역화폐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자체다. 경기도는 2020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당초 목표였던 8천억원보다 3.5배 늘어난 2조 8519억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했고, 2021년에도 2조 8,137억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목표로 있다.
경기도는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6%, 재난 등 경기 활성화의 필요성이 있을 때는 10%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작년에는 한시적으로 25%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현금과 동일하게 30%까지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상시 10% 지급하기로 한 상황. 지역화폐로 20만 원을 충전하면 22만원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배달특급에서 사용하면 자연히 늘 10%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재난지원금 역시 배달특급에서 사용 가능하다. 경기도는 지난 1월, 1인당 10만원씩의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바 있다. ‘배달특급’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사용할 경우 5%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재난기본소득을 경기지역화폐로 신청했을 경우 1,000원 쿠폰 2장을 추가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역화폐로 결제할 경우 5%의 캐시백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에 캐시백까지 더해 15% 수준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소비자 혜택은, 배달비 1천 원이라도 싼 배달 앱을 찾는 합리적 소비자들에겐 굉장히 큰 유인일 수밖에 없다.
배달특급 서비스는 3월부터는 이천, 양평, 포천 등에서 서비스가 시작되며, 4월부터는 수원, 김포 등에서 서비스가 시작된다. 2022년 상반기까지는 경기도내 전역에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본소득의 철학과 지역화폐 효과를 공공 배달 앱에 녹여내다
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유익을 제공함으로써, 경기도의 공공 배달 앱은 목표를 크게 초과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무 기반도 없었다가 갑자기 달성한 쾌거는 아니다. 이는 경기도의 공공 배달 앱이 이재명 지사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철학에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을 주요 화두로 내세운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2017년 대선 당시에도 “기본소득을 통해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면 국민경제 순환에 사용된다”고 주장했고, 2018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은 불가피한 사회현상으로 이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미 경기도 지역화폐는 실제 현장에서 매출 회복에 큰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역화폐가 매출회복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은 1분기 32.9%에서 2분기 67.6%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 또한 38.5%에서 70.8%까지 늘어났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의 2020년 4월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뒤 경기지역화폐 가맹점은 매출이 비가맹점에 비해 약 45배나 상승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영상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로 어떤 혜택을 얻고 있는지를 생생한 육성으로 전달한다. 청년기본소득으로 경기지역화폐를 지급받은 이명아 씨는 “알지 못했던 음식점이 어떤 게 있는지 좀 많이 찾아보고,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고 인터뷰했고, 시장 상인 이충환 씨는 “청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화폐로 인해서 매출액 향상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이 친구들이 오다 보니까 시장이 재밌구나, 다음에 또 한 번 와볼까 하죠.”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즉,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는 단순한 ‘복지’ 개념만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순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소비 부족이 이어질 경우 경제순환이 느려지거나(경기침체), 아예 멈춤으로써(대공황) 시장경제시스템이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소비역량을 강화해야 소비증가 → 생산과 투자증가 → 고용증가 → 소득과 소비 증가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경제선순환 효과, 이른바 승수효과다.
‘배달특급’ 역시 바로 이런 철학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배달 앱 수수료가 비싸니, 수수료가 싼 공공 배달 앱을 만들자”는 식의 생각이었다면, 수수료 1%나 지역화폐 인센티브 + 캐시백과 같이 이렇게 공격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배달특급’을 통한 소비 활성화 효과가 소비증가 → 생산과 투자증가 → 고용증가 → 소득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승수효과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나아가 코로나 19로 인해 심각하게 침체된 경기를 다시 부흥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지역화폐나 재난기본소득과 연계하는 등의 과감한 전략 역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겨우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했을 뿐이지만, ‘배달특급’은 도민들의 삶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그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벌써 1년 이상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지리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만일 ‘공공 배달 앱’ 실험이 도 전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는 자영업자들 뿐 아니라 경기 전체에 큰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