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안철수 의원이 1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했던 발언 내용을 Q and A 방식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Q. 이번 선거를 끝난 소회는?
안철수: 6.4 지방 선거를 2개월 앞두고 당대표가 됐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나서, 두 달 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아봤다. 먼저 전국 시도당 창당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다시 기초공천을 하기로 결정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기초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당내 선거도 두 번이나 치렀다. 그러면서 기초연금을 포함한, 민생법안도 통과 시켰으며, 그 와중에 세월호 참사도 일어났다.
선거를 2주 앞두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선거 운동을 했다. 그 동안 6,500km를 달렸다.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발목 잡는 정당이라는 이미지 없이 선거를 치렀다. 지금은 발목 잡는 게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 여당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더라.
이렇게 큰 일이 여럿 있었다. 궁금해서 김한길 대표님께 “20년 넘는 정치 인생에서, 이렇게 큰 일이 여럿 터진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본인도 평생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당에 들어오자 마자 이런 정신 없는 과정을 겪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많다. ‘경험이 좀 많았으면, 과정 관리는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름 배운 점들도 많다.
Q. 어떤 점을 배웠는가?
안철수: 공천 작업할 때 깨달은 사실이, 다들 자기 인생 던져서 선거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가 자기 생명과도 같다. 그래서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그런데 이번 공천은 두 당이 합쳐지자마자 치러졌기에, 이전 공천에 비해 훨씬 힘들었다. 게다가 공천 시작도 새누리당보다 1개월 이상 하루라도 모자랐다면 펑크 났을지도 모른다.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억울하다며 며칠 밤을 새면서까지 복도에서 기다렸다. 한 사람도 안 빼고 전부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내가 원래 여러 오해에 대해 직접 설명을 안 하는 편이다. 왜냐면, 지난 대선 때를 예로 들면 MBC 첫 뉴스로 내가 논문 표절했다는 거짓말이 떴다. 이후 서울대에서 정식으로 심사위원이 표절 아니라고 하기까지 몇 달 걸렸다. 나는 처음 당하니까 너무 분해서 대응을 하자고 했는데, 캠프 내에서 다 반대했다. 어차피 모함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설명 안 해도 모함이라 생각하고, 솔깃하는 사람들은 말해도 안 믿을 테니,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선거가 목전인데, 이를 두고 화제 키우는 것보다 그냥 넘어가자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공천 과정에서 오해가 풀리는 걸 보며 뒤늦게 깨달았다. 설명을 해야 하는구나. 설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정치인에게는 설명의 책임이 있음을 알고, 열심히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 맥락에서도 이런 솔직한 자리를 많이 가져보려 한다.
Q.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철수: 이번만큼 전략공천 적었던 적이 없다. 전국에 단 2명뿐이었다. 과거 박원순 시장의 경우 내가 추천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이번 윤장현은 두 번째 추천이다. 이 사람 훌륭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사람 없다. 박원순 시장이 그랬듯 이 사람이 시장 되면서, 새로운 인물이 시민 리더십으로, 야권 심장부 광주에서 일어서는 게 얼마나 의미 있나? 정말 순수한 차원에서 한 일이다. 그 사람 정말 내 사람 아니다. 내 사람이란 게 얼마나 실례되는 표현일지 모른다. 그런 분이 전략공천 대상이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또 나는 이런 분이 경선서 탈락하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 전략공천에 대해 당 내에서 항의하는 사람들 살펴봐라. 이 사람들도 전략공천으로 온 사람들 많다. 이 사람들도 예전에는 기존 정치인과 경선했으면 졌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을 김대중이 발탁해서 전략공천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 신뢰를 다시 한 번 얻게 됐다. 그 무수한 와중에 역사 속에서 이번 전략 공천이 문제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보수에서 공격하는 건 정치적 목적이다. 또 진보 내에서 공격하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자해행위다.
물론 전략공천을 남용하면 안 된다. 특히, 깜이 안 되는 사람을 자기 사람이라 넣는 건 비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득권 타파하는 수단으로 쓰면 좋다. 사람 따라서 이 사람은 전략공천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고, 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Q. 다음 재보선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안철수: 7.30 선거가 어려운 선거다. 기본적으로 현재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있던 의석이 많다. 또 영남은 물론 경기, 충청도 어려운 지역이다. 게다가 1년 중 가장 휴가철 피크라서, 투표율이 30%가 채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은 투표율 과반 넘어야 이긴다고 엄살을 피운다. 어렵고 위기라 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자기들이 엄살 피운 것보다 좀 잘 하면 선거에서 실패하지 않았다고 면죄부를 받는다.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너무 정직해서 기대치를 올려 버린다. 이번 선거를 두고 야당에서 과반 깰 기회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기대치에 못 미치면 자기들이 잘못했다며, 새누리에 또 면죄부를 준다. 구도적으로 어려운 선거인데도, 새누리당은 과반 넘으면 성공이라 엄살 피우고, 우리는 일부에서 과반 깰 기회라 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우리 당이 절반 이상을 빼앗았다고 치자. 그래도 저쪽 과반이니 우리는 진 것이 된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면죄부 받고 국민 뜻이라 한다. 이게 사실 프레임인데, 처음부터 야당이 손해 보는 프레임으로 잘 간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혜롭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나도 부산 사람인데, 이번 선거가 휴가철이라 걱정이다. 해운대 사람들은 해운대로 휴가 안 가니까. 오거돈 후보가 지금 미국에 가 있는데, 출마할지 안 할지 나도 잘 모른다. 공천은 새누리당보다 늦게 하는 게 좀 더 바람직하다. 그쪽은 안 돼도 줄 자리들이 많아서 인력을 영입하기 쉽다. 거기서 하는 걸 보고 우리도 후보를 맞춰 내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여건이 안 따른다. 당 내에서 압력들이 우리가 후보를 먼저 내도록 만든다. 그러면 새누리가 그것에 맞춰 최적의 상대를 오게 만든다.
Q. 너무 광주에만 몰빵했다는 비판도 있다.
안철수: 내가 광주에서만 열심히 한 건 아니다. 나도 두 번 이상 간 곳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대전이다. 여기에 대해서 당내 반대가 심했다. 가능성 없는 데 가지 말라고, 전략 팀에서 끊임 없이 연락이 왔는데 뿌리치고 대전을 갔다. 난 대전 명예시민이라, 염홍철 시장 만나러 가며 우리 후보 연결 시켰다.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때부터 역전 드라마가 시작했다. 그렇게 두 번 가서 대전에서 승리했다. 물론, 내가 만든 건 아니고 후보가 잘 한 결과이겠지만, 누가 안 알아줘도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로 관심 많이 쏟았던 곳은 김해다. 영남 5개 지역 중 김해가 현직시장이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김병관 시장이 0.5% 차이로 엎치락 뒤치락 거린다고 내게 부탁 하더라. 알았다고 하고 일정 팀에 이야기했는데, 도저히 일정이 안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시장과 약속 했다고. 꼭 가야 한다고 우겼다. 두 번째 날은 거기 있는 먹자 골목을 시장과 함께 돌며 1000명 이상 악수 하고 밥도 먹고 그랬다. 결국, 250표 차이로 이겼다. 내가 손 잡은 1천 표는 안 왔겠지만. 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의정부도 두 번 갔다. 경기북부가 보수적이고 척박하다. 그런데 의정부가 젤 중요하다. 거기가 움직여야 경기북부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처음 갔을 때 선거유세기간 중 억수같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장 손 잡으며, 거기도 이겼다. 제일 많이 이긴 데가 내가 사는 노원이다. 거기가 야당에 유리하다지만 노원 병 이야기다. 갑을병 전체 합치면 만만치 않다. 거기 선거 유세도 두 번 했다. 그리고 우리가 낸 후보 100% 다 당선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내가 있는 지역구 노원만 100%였다. 21명 구 의회 중 2/3를 장악했다.
그리고 또 두 번 이상 간 마지막 한 군데가, 부산 북구다. 거기는 졌다. 북구를 갔는데 구청장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부산을 사흘 동안에 두 번 갔다. 그런데 떨어졌다. 그래도 부산시 역사상 처음으로 구의회에서 다수당이 됐다. 구의회 의원이 뽑히는 것도 놀라운데, 지난 4년 전보다 3배 많은 인원, 60명 이상이 됐다. 두 번 유세한 북구만 그런 경향이 있어 간 것이기도 하지만, 7:6으로 다수당이 됐다. 새누리가 부산에서 소수당이 됐다. 이는 절반의 성공이라 생각한다.
Q. 새정치민주연합은 표 장사를 잘 못한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회사 경영하며 몇 번 시행착오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단기적 목표만 가지고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돈 버는 일만 하다 보면, 원래 방향과 한참 다른 방향으로 간다. 이를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고 돈을 무시하면, 중간에서 굶어 죽는다. 제대로 되려면 둘 다 있어야 한다.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가면서도, 돈 벌 수 있는 일을 현실적으로 하며, 장기적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가 회사가 가야 하는 길이다.
정당은 회사 경영과 다르지만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정당 역시 단기적 성과 보여주며,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책정당만 주장하고, 선거에서 지면 목표까지 갈 동력이 없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둘 다 가지고 가야 한다.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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