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의 향방과 관련하여 증권가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말이 많다. 이 와중에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 부분이 2008년 진행되었던 LG전자 스마트폰 운영 체제에 대한 컨설팅에 관한 소문이다. 소문으로 무성했던 LG와 매킨지의 10년 불화설이 다시 한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회자된다. 비단 LG전자뿐 아니다. D 그룹사도 마찬가지로 컨설팅 펌의 그릇된 자문에 의해, 작금의 고난을 겪는다는 비난이 인다.
내 주변에도 당시 사업 전략을 자문했던 컨설팅 펌을 욕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어 이에 대해 한마디 해보고자 한다. 나는 모 그룹사 전략기획실에서 컨설팅 펌들과 업무도 해보았고, 컨설팅 펌에서 컨설턴트로서 전략이나 신사업 관련 자문을 오랜 기간 동안 수행해왔다. 즉 양측 모두 경험해보았기에 어느 정도 편견 없는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컨설팅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세금(tax)이나 법(legal), 각종 규제(regulation) 등에 대한 운영성 자문과 사업 기획이나 투자 결정 등을 위한 전략성 자문이 있다고 치자(원래는 다양하게 구분되나, 쉬운 이해를 위해). 대부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소위 이러한 전략성 자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전략성 자문은 대개 톱 매니지먼트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부분 컨설팅 펌을 부정하고 사람들은 그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 이 타이밍에서 질문을 몇 개 해보자.
- 맥킨지든 BCG든 컨설팅 회사가 와서 당신이 20여 년간 몸담은 시장과 산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때, 당신은 입 다물고 신기해하며 박수만 보낼 것인가?
- 그래서 컨설팅 펌이 뭔가 혼자 뚝딱뚝딱하더니 ‘결론은 B를 선택하시오’ 하면 ‘네~’ 하고 선택하는 프로젝트가 세상에 존재할까?
- 만약 그때 컨설팅 펌이 특정 회사에게 스마트 폰으로 가야 한다고 자문했다 치면, 그럼 지금 특정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할까?
나는 저렇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다. 통상 저 정도 되는 프로젝트들은 사내에서 TFT가 붙어서 함께 업무를 하고, 주간 보고나 상시 보고 등 수시로 경영진들에게 보고가 된다. 즉 최소 주 1회씩은 경영진들과 소통을 한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경영진의 인사이트가 반영된 내용이 들어가, 컨설팅 펌에서는 그 근거와 논리를 만들어 주는 부분도 있다.
아, 그러니까 컨설팅 펌과 계약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뭐냐면 ‘책임 회피/전가’다. 얼마나 좋은가? 십수 년간 적자도 내고 하락하는 사업에 대해 한 방에 책임 전가가 가능하지 않나? 나는 정말 잘했는데, 쟤들(컨설팅 펌)이 이렇게 하라고 해서 사업이 망한 거지 않는가? 이야. 다들 보시다시피 말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누구 때문에 이랬네 저랬네 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숫자를 보고 미래 가치를 추정한다. 실제 많은 일반인(?)이 당시 컨설팅 펌 욕할 때, 회사 내 전담 부서나 외부 전문가 등은 이번 분할/매각 건에 대해 회사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히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액션 플랜을 수립해 나갈 것이다.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증권가와 주식 시장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 글은 사업의 방향성을 자문하기 위해 고용된 해당 컨설턴트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바가 아니다. 거의 모든 책임이 컨설팅 펌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쓴 것이지.
덧
많은 사람이 아는 것처럼 당시 컨설팅 펌이 L사에 자문해준 내용이 ‘스마트폰 체제로 가지 말고, 피처폰 체제로 가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당시는 2008년 가을로 이미 사내외에 스마트 폰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자리 잡은 상태였었고, 컨설팅의 내용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냐에 대한 것이 주였었다.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프로젝트 내용 중 ‘이 회사는 스마트폰보다 피쳐폰에 더 경쟁적 역량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 주장이 그렇게 와전된 것이 아닐까 싶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