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매월 50% 성장, 그러나 코로나가 왔다
이승환: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요?
왕수용: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 ‘아잉’ 대표 왕수용입니다. 백화점, 식당, 술집 등에서 배터리 충전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이승환: 요즘 사업은 어떻습니까?
왕수용: 솔직히 별로 안 좋습니다. 저희가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초반 3개월 간 매달 50% 이상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대구 1차 코로나 유행 때 팍 꺾였죠. 코로나 잠잠해진 후 또 성장하다가, 2차 코로나 유행… 다시 회복하자마자 3차 코로나, 뭐 이런 상황이죠.
이승환: 진짜 눈물 나네요…
왕수용: 그런데 힘든 티도 못 내요.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는 자영업자 분들이 잘 돼야, 같이 잘 되는 구조잖아요. 매달 50% 씩 성장하던 저희도 힘든데, 자영업 사장님들은 오죽하시겠어요.
이승환: 일단 지금은 매출이 안 나도, 최대한 영업을 많이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왕수용: 배터리 공유는, 일종의 부가 서비스예요. 매장 사장님들도 좀 정신이 있을 때 하는 얘기지, 말 꺼내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영업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나서, 줄 서서 기다리는 사장님들은 많습니다. 정작 그 사장님들이 가게 문을 9시에 닫아야 해서 좀 답답하긴 하지만요.
Part 2. 보조배터리가 가게마다 있는 중국을 보고, 하루만에 확신해 시작한 사업
이승환: 어쩌다가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신 거죠?
왕수용: 공동대표로 계신 윤문진 대표님과 오랜 지인인데, 갑자기 중국을 같이 가자는 거예요. 중국에서 공유배터리 사업이 잘 되는데, 그거 시장 한 번 보고 오자는 거죠. 언제 가냐 물으니 내일 가자고(…) 실제로 가보니까, 이거 대박 나겠다… 그렇게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승환: 어떤 게 그렇게 전망이 좋아 보였나요?
왕수용: 우리는 자기 전에 휴대폰을 충전하는 게 습관이잖아요. 자고 일어났는데 충전 안 돼 있으면, 뭔가 하루의 시작이 찝찝하고요. 그런데 중국사람들은 자기 전에 휴대폰 보다가 베개 옆에 떨어뜨려놓고 잔대요. 왜냐면 어디를 가도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가 있으니까요.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거예요. 휴대폰뿐만이 아니고, 무선 이어폰, 태블릿… 젤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전자담배더라고요.
이승환: 아, 전자담배… 충전 안돼 있으면 짜증나죠. 근데 보조배터리 들고다니면 되지 않아요?
왕수용: 그런 얘기 많이 하죠. 보조배터리 만 원이면 살 수 있는데, 굳이 왜? 그런데 말입니다… 보조배터리를 사면, 또 그놈을 관리해줘야 하잖아요.
이승환: 그렇죠? 들고 다니기 번거롭고…
왕수용: 들고 다니기도 번거로운데, 보조배터리를 또 완충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어지간한 휴대폰이 하루는 버텨요. 보통 배터리가 떨어지는 건, 평소에 충전을 잘 안 해서 그래요. 그런데 평소에 충전 잘 안 하는 사람이, 보조 배터리까지 관리를 잘할 리가 없잖아요.
이승환: 어, 그거 말 되네…
왕수용: 그러니까 이 사업이 되는 거죠. 어딜 가도 항상 완충된 보조 배터리가 있다…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세상인 거죠. 중국은 이게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 소도시 골목식당에도 다 있어요. 이렇게까지 가는데 되는데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한국도 작년 공유배터리 사업이 본격화됐으니, 내년 정도면 일상화될 거라 봅니다.
Part 3. 공유킥보드처럼 1년이면 일상화될 급성장 시장, 공유 보조배터리
이승환: 근데 사람들이 아직 이 신문물…? 에 익숙하지 않은데 그렇게 빨리 보급될까요?
왕수용: 한국인들이 워낙 트렌디하고 새로운 걸 잘 받아들이잖아요. 저희 고객이 벌써 10만이 넘었어요. 그 중 2030이 80% 정도입니다. 유튜브만 해도 처음에는 20대의 전유물이었다가, 이제는 노인분들도 다 보잖아요. 공유배터리도 그렇게 될 거라고 봐요. 40대 이상은 1천원, 2천원에 전혀 민감하지 않으니, 더 적극적으로 쓰시겠죠. 기계만 많이 깔리면 금새 익숙해질 거라 봅니다.
이승환: 헐, 10만 명이오? 지금 배터리가 얼마 정도 깔려 있죠?
왕수용: 전국에 5천대 정도 깔려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 1500대로 1위이긴 한데, 경쟁업체도 1천개 내외인 곳이 있어 큰 차이는 아닙니다. 이것도 어찌 보면 공유킥보드랑 비슷합니다. 처음에 들어가는 게 어려운 시장은 아니에요. 이후 배터리 보급 속도와 운영 능력에서 승패가 갈리겠죠.
이승환: 그래도 시작한지 1년만에 1500대면 많이 깔았네요. 어떻게 가능했죠?
왕수용: 시작하자마자 6억 정도 투자를 받았어요. 이걸 거의 다 기계 사는데 썼지요. 공장에서 떼는 가격은 20만원 정도입니다. 1만원 배터리 8개에, 박스가 12만원 정도인데, 중국에서 들여오면 이것저것 붙어서 35만원 정도 들어가요. 1500대면 5억이 넘거든요.
이승환: 그렇게 1500대 깔고, 더 못 깔고 있나요?
왕수용: 네. 윤문진 공동대표님이 공유킥보드 ‘씽씽’도 같이 하셔서 유사한 전략을 짰어요. 계속해서 1) 기기 숫자를 늘이고, 2) 수익성을 개선하고, 3) 또 기기 숫자를 더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는 거죠. 원래 작년 연말 BEP를 맞출 계획이었는데, 코로나로 속도가 좀 늦어졌습니다. 코로나로 예상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시장을 키우기 위해 10억 정도 추가로 투자를 받으려 합니다.
이승환: 시드 투자가 6억이었는데, 추가 투자가 10억인 건 좀 적지 않나요?
왕수용: 코로나 와중에 밸류 따지기보다, 우선은 빠르게 배터리를 까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씽씽이 그랬듯 속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10억 투자받자 마자, 바로 2천대 이상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자영업자들 사이 입소문이 빨라서, 이미 설치해달라는 곳은 많으니까요.
Part 4. 사장님 마음대로 무료 시간, 가격을 설정 가능
이승환: 아무리 그래도 BEP까진 멀 것 같은데… 아잉 이용 요금은 어떻게 되지요?
왕수용: 무료시간, 유료시간 모두 가게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무료를 5분, 30분, 많이 주는 곳은 1시간도 줍니다.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은 고객한테 충전요금 받기가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1시간을 무료로 줍니다. 사실상 고객서비스로 활용하는 거죠. 또 클럽 같은 곳은 무료로 하면 못 쓰는 손님들이 있으니, 무료를 많이 주지 않죠.
이승환: 무료 이후 과금은 어떻게 되지요?
왕수용: 무료 시간이 지나면, 2시간당 1천 원입니다. 2시간 이상 쓸 일은 없으니 사실상 1천원인 거죠. 성인들에게는 부담되는 돈도 아니고,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잖아요. 그거에 비하면 1천 원은 아무 것도 아니죠.
이승환: 그러면 자영업자들에게는 무료로 공급하는 건가요?
왕수용: 네. 그리고 배터리 매출을 쉐어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저희가 80, 사장님이 20인데, 배터리를 많이 쓰는 곳은 더 나눠드립니다. 클럽이나 가라오케 같은 곳은 40% 이상을 드리고 있어요. 저희도 2개월 정도면 기계 값을 뽑고, 오히려 사장님들이 배터리 좀 더 달라고 합니다. 고깃집, 포차, 이런 곳은 1년 정도 걸리고요.
이승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손님들 번거롭게 하게 하냐, 우리가 그냥 배터리 꽂아주고 말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왕수용: 실제는 그 반대예요. 식당 차리면 사장님도 알바도 엄청 바쁩니다. 잘되는 식당이나 술집 보면, 김치 하나 갖다달라고 해도 정신 없잖아요. 그 와중에 휴대폰 충전해달라고 그러면, 안해주면 정 없어 보이고, 해주려니 번거롭고… 심지어 또 충전이 부담스러운 게 분실 이슈도 있거든요.
이승환: 아… 그런데 그동안 공짜로 충전해주다가, 돈 받기도 뭐한…
왕수용: 그래서 무료 시간을 사장님들이 직접 세팅할 수 있게 한 거예요. 30분 충전하면, 집에 들어가기까지는 별 걱정 없잖아요. 또 손님들 입장에서도 30분 이후 1천원 내는 게 큰 부담도 아니고요.
Part 5. 대기업 SI로 단련된 개발과 운영 능력으로 차별화 가능
이승환: 아잉을 하기 전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왕수용: 민트기술이라는 SI 회사를 운영했어요. 2000년대 초반에는 맥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 많지 않아, 대기업 외주를 꽤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 SI가 먹고 사는데는 좋은데 일이 만만하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자체 서비스에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됐어요.
이승환: 왜 안 된 거죠?
왕수용: 할 줄 아는 게 개발밖에 없으니까요. 쇼핑몰도 만들고 쿠폰 사이트도 만들고… 여럿 만들었는데 할 때마다 안되니까,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나는 큰 그림과 전략을 잘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이승환: 그런데 어쩌다, 아잉을 창업하게 된 거죠…
왕수용: 그런데 또 대기업 SI를 계속 수행하는 건, 개발과 운영 능력은 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윤문진 대표님이 아잉을 같이 하자고 할 때, 받아들였던 겁니다. 윤문진 대표님이 좋은 전략을 세우고, 내가 뒷단에서 묵묵하게 잘 실행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이승환: 음… 근데 솔직히 공유배터리에 아주 특별한 운영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데요?
왕수용: 생각보다 개발력 차이가 큽니다. 스마트폰 문자 인증하는 거 귀찮잖아요. 저희는 회원가입 절차도 카카오싱크 동의하면 바로 끝나요. 카카오페이, 페이코 같은 것도 연동 가능하고요. 이미 10만 명이 넘는 고객이 모두 결제수단을 등록했어요.
이승환: 오… 신기하네요.
왕수용: 또 경쟁업체는 중국에서 공유배터리를 사오면서 함께 제공하는 SW를 그대로 써요. 반면 저희는 관리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무료 시간, 가격 체계, 이런 걸 가게마다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거죠. 심지어 신세계백화점은 별도의 관리자페이지를 만들어줬습니다. 관리자 화면을 보면, 어느 요일에, 어떤 연령대 고객이, 어느 층에서 사용하는지, 이런 걸 다 알 수 있어요.
Part 6. 오프라인 위치 기반 마케팅 툴로 진화 중
이승환: 그래서 앞으로 아잉은 어떻게 키워나갈 계획입니까?
왕수용: 얼른 투자 받아서, 일단 많이 뿌려야죠. 이건 너무 당연한 거고… 단순히 배터리 공유에 머무르지 않고, 공유배터리라는 매체를 거점으로 한 마케팅 툴로 진화해 나가려 해요.
이승환: 그게 뭔 소립니까?
왕수용: 온라인에서는 고객을 트래킹하기 쉽잖아요. 예로 네이버에서 신발 한 번 검색하면, 계속 신발 광고가 따라붙어요. 그런데 오프라인에서는 고객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게 가능해요. 단발적이긴 하지만, 종종 내가 오프라인에서 어디 있었는지, 또 무엇을 하는지 추적하죠.
이승환: 이를 기반으로 푸시 메시지를 보내는 건가요?
왕수용: 그 정도는 기본이고… 결제수단은 가게를 ‘나갈 때’ 고객을 인식하잖아요. 반면 아잉은 가게에 ‘들어올 때’ 바로 파악이 가능해요. 계산할 때는 이미 늦었지만, 들어올 때는 그때부터 여러 마케팅이 가능하잖아요? 예로 신세계백화점에 왔는데 5층 아이스크림 500원 쿠폰을 보내면, 그 고객을 5층으로 보낼 수 있는 거죠.
이승환: 카드사가 비슷한 거 하려고 엄청 노력했었죠?
왕수용: 네. 그런데 좀 인위적이어서 성과가 좋지 않았어요. SK에서 수백억 쓰며 비콘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근데 아잉은 매장들을 연결까지 해줘요. 클럽이나 나이트 갔다가 2차를 가잖아요? 술집들은 이분들 유치하려고 엄청 노력해요. 그런데 클럽에서 충전기 빌려다 쓸 때, 주변 포차 안주 할인 쿠폰을 준다거나 할 수 있지요. 현재 시스템은 완비됐는데, 정작 클럽이 문을 닫아서;;; 코로나 걷히면 바로 테스트하려 합니다.
이승환: ….. 아무튼 꽤 다양한 사업확장이 가능하군요.
왕수용: 네. 또 프리미엄형으로 키오스크 공유배터리도 내놓으려 해요. 클럽이나 대형 포차는 충전기가 여럿 필요하기도 하고, 또 키오스크는 메뉴 결제, 쿠폰이나 광고 등, 다른 기능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이미 백화점에 납품 계획입니다.
Part 7. 코로나는 단기 이슈, 공유 보조배터리 대중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
이승환: 결국 투자를 받아야 모두가 해피한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왕수용: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저희가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코로나가 터져서, 나름 대비하려 노력한 편입니다. 아니면 클럽 몰빵했겠죠. 대신 백화점, 포차, 심지어 대학교까지, 정말 다양한 카테고리에 아잉을 공급하며 테스트를 했습니다. 서울 외 다양한 지역에도 넣어보았고요. 사용처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승환: 그럼에도 시장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거군요?
왕수용: 네. 공유킥보드가 지금 서울에 3만대가 넘는데, 1만대 정도 됐을 때 모두가 뭔지 알았어요. 공유배터리도 그 정도 깔리면 다 알고 쓰겠죠. 그리고 킥보드는 수리, 파손 이슈가 굉장히 커요. 킥보드 배터리 탈착하러 돌아다니는 비용도 크고요. 그런데 공유배터리가 고장날 일은 없으니, 일단 한번 깔고 나면 운영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중국도 모든 가게에 공유배터리가 있는 거고요.
이승환: 투자 못 받으면 빌려서라도 배터리 깔 겁니까?
왕수용: 그렇죠. 결국 이것도 누가 빨리 배터리를 보급해서 메이저가 되는지의 싸움이니까요. 작년 한 해 1500대 깔았는데, 올해 안에 1만대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공유배터리는 아직 시장을 키우는 단계라 경쟁자이기보다 협력자이기도 해서, 다들 빠르게 시장을 키웠으면 합니다.
이승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왕수용: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터리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모두가 비대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아잉은 오프라인 경험에서 가장 가려웠던 충전 이슈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지금 준비를 충실히 하면, 빛을 볼 시기가 올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