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 주에서 주정부가 테슬라의 판매를 금지했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딜러십을 통해서 자신들의 차를 간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테슬라는 이런 딜러 영업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차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정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차를 사려는데 자동차 영업사원을 거치지 않고 그냥 자동차회사 홈페이지에서 주문하게 한 게 테슬라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여러모로 혁신적이었는데, 우선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은 늘 딜러를 통해 차를 샀다. 그래야 1. 여러 차를 직접 시승해 보기도 편하고, 심지어 2. ‘딜러 할인’을 통해 차 값도 더 싸게 살 수 있는데다 3. 나중에 차를 딜러를 통해 다시 중고로 팔기도 편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 딜러 없이 차를 팔 수 있었던 이유가 역설적으로 바로 아래의 이유 때문이다.
1. 전기차 가운데 테슬라 같은 차가 없어서 직접 시승하려면 테슬라를 직접 거쳐야만 했다. (대신 테슬라는 자체 쇼룸을 만들어 딜러 말고 테슬라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게 했다)
2. 직접적인 가격 경쟁이 없는 시장이라(BMW, 벤츠가 경쟁상대라고 하는데 그들은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다) 딜러 할인을 주는 대신 유통마진을 줄여 차값을 낮추는 편이 유리했다.
3. 또 중고차 가격을 산정하는 게 불가능해 아예 테슬라가 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재구입하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런 직접 판매 전략이 먹히면서 테슬라가 잘 팔리기 시작하자 이번엔 딜러 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자동차 영업사원 협회가 거대 산별노조만큼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면 마찬가지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당장 직판이 테슬라 이외의 업체로 번져나간다면 엄청난 일자리가 사라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용 측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단체고 전통적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후원해 왔기 때문에 친공화당 계열 정치인들로선 (민주당 오바마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한) 테슬라보다 딜러 연합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도 하다.(그래서 뉴저지 주지사가 공화당이고 테슬라 판매가 금지된 텍사스 주지사도 공화당이다.)
정치 얘기를 떠나서, 사실 이런 식의 갈등은 끊임없이 벌어질 거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을 혁신했고, 혁신하는 중이며 앞으로도 혁신해 나갈 회사인데, 생각해 보자.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과 비교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절반 수준인 이 회사가 직원은 GM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공장 대부분은 기계로 자동화돼 돌아가며, 사용되는 부품 수도 적기 때문이다. 당연히 협력사인 부품업체들도 훨씬 덜 필요하다. 게다가 판매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딜러도 필요없고, AS도 가전제품 수준에 가깝게 줄어들기 때문에 고객센터 직원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테슬라의 차들은 통신망에 상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예방 정비를 차가 혼자 알아서 한다. 현대 공업의 꽃이었던 자동차 산업의 연관 산업 고용을 얼마나 줄일지 아찔할 정도다. 그러니 테슬라의 차 한대를 살 때엔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의 값싸고 근사한 차일지 모르겠지만, 그 차가 아닌 다른 차를 만들어 온 다른 모든 관련 업체 종사자들에겐 재앙과 같은 일이다.
그러면 테슬라를 폐업시키고, 판매를 금지해야 하나?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테슬라는 지금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고 내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조업체인데? 일본차 때문에 GM과 크라이슬러, 포드가 망할 뻔한 수모를 당한 게 겨우 5년 전이었는데도 이제는 일본 부자들이 이 미국차를 사고 싶다며 예약 주문을 해대고 난리가 났는데? 아이폰이 회복한 미국의 자존심을 테슬라가 다시 꽃피우려고 하는 상황에서 쉽게 테슬라를 문 닫게 만들 수도 없는 게 미국의 딜레마다.
물론, 테슬라도 아이폰도 못 만들던 한국 같은 나라가 바로 그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팔면서 이런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건 더 큰 문제다. 그나마 스마트폰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고 하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 회사만 살아남고 2등과 3등 회사가 모두 망해가고 있다. 이미 한국도 엄청난 피해를 겪은 셈이다. 자 이젠 자동차 차례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p.s. 가끔 이런 글을 쓰다보면 “보라고! 테슬라나 애플 같은 회사들이 나오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어떻게 나눌 것인지’ 따위를 고민할 한가한 때가 아니라고!”라고 외치는 양반들이 있다. 나도 예전엔 대충 그런 쪽이었는데, 요즘 정말 폭력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아지면서(기업들 잘못이란 건 절대로 아님) 성장론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지금이야말로 이런 고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때다. 과실은 엄청나게 커질 텐데, 그 모든 과실이 아주 일부의 손에 극단적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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