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우리가 이겼다
<언카피어블> 이라는 제목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이 인상적인 것은 “갑자기 우리가 (아마존을) 이겼다”는 뜻이기 떄문이다. 아마존의 연매출은 500조에 이른다. 자금력을 활용해 방해가 되는 회사는 무참히 밟아버린다. <언카피어블>은 그런 아마존을 이긴 회사의 이야기다.
아마존을 이긴 스타트업, 스퀘어(Square)는 음식 배달원들이 스마트폰의 이어폰 단자에 꽂아 다니는 카드 결제기를 만든 회사다. 스퀘어의 창업자 짐 매캘비는 이 책을 통해 아마존을 이긴 비결을 설명한다.
1. 먼저 누구도 해결 못한 ‘완벽한 문제’를 찾아야 한다
기업가의 진정한 능력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자신만의 완벽한 문제를 찾는 것이다.” – <언카피어블>
이야기는 스퀘어의 창업자 매켈비가, 악성 재고로 쌓여 있던 제품을 신용카드 결제 문제 때문에 판매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용카드 환경이 좋지 않고, 사용조차 불가능한 곳이 많다. 매켈비는 문득 손에 든 아이폰을 바라보다가, 이 만능 기계가 신용카드 결제까지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그게 스퀘어의 시작이다.
2. 혁신과 전략은 결과만 보고 하는 말일 뿐, 실제 비즈니스는 좌충우돌이다
스퀘어는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기존 신용카드 시장의 많은 문제를, 너무나 쉽게 해결했다는 것이다. 기계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영세 사업자들의 환영을 받았고, 작고 예쁜 디자인으로 금새 입소문을 탔고, 결제에 집중한 소프트웨어는 오류가 거의 없었다. 창업자 맥켈비는 전략가이자 혁신가로 이름을 높였다.
하지만 주인공 맥켈비는 반대로 이야기한다. 전략이나 혁신은 외부에서 결과만 본 착시라는 것이다. 그는 “스퀘어는 혁신을 추구한 기업이 아니었으며, 스퀘어의 ‘승리’의 과정은 훨씬 거칠고 좌충우돌이었다”고 말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니, 또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니 또다른 문제에 부딪히고… 의 연속이었다는 것.
영세상인들을 끌어들여야 하니 쉽지 않으면 안 된다. 쉬워야 하니 소프트웨어가 단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낮은 가격이 없으면 안 되니, 광고비용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광고비용을 줄이자니 일단 하드웨어가 알아서 입소문을 퍼트릴 정도로 이목을 잡아끌지 않으면 안 된다… 스퀘어의 하루하루는 ‘이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다.
3. 혁신과 독창성은, 따라하기 쉽다는 걸 명심하라
많은 사람들은 스타트업에는 ‘혁신’과 ‘독창성’이 중요하다 말한다. 스퀘어 역시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신용카드 결제기’라는 대단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독창적이고 혁신적이라 대기업이 따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퀘어의 창업자가 말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 혁신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언제든 스타트업을 모방할 수 있다. 심지어 더 잘할 수 있다. 인지도와 자본력은 물론이고, 사실 인력도 훨씬 뛰어나다. 아마존 역시 스퀘어의 아이템을 더 잘했다. 더 안정적인 하드웨어를 제공했고,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했으며,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99%의 스타트업이 아마존의 공세에 맞불을 놓아 이길 방법은 없다. 그리고, 실제로도 스퀘어는 맞불을 놓지 않았다. 그저 원래 하던 일을 했을 뿐. 그리고, “갑자기 우리가 (아마존을) 이겼다” 이는 혁신과 독창성의 산물이 아니었다.
4. 보이는 결과는 ‘혁신’이지만, 실제는 ‘혁신의 누적’이라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스퀘어의 창업자 맥켈비가 말하는 스퀘어가 아마존을 꺾은 이유는 무엇일까? 별 것 아닌 작은 혁신들의 누적이다. 혁신이라 부르기 민망한 작은 문제해결들. 약간의 수수료, 약간의 디자인, 약간의 소프트웨어…
그는 “혁신은 계속 쌓아 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는 모방조차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업종은 모방으로 돌아간다. 레스토랑 업계는 옆 가게의 레시피, 인테리어, 심지어 직원까지 빼오며 돌아간다. 거기에 나만의 무언가를 1%쯤 첨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일 때, 경쟁자가 따라잡을 수 없는 우위가 된다.
5. ‘켜켜이 쌓아올린’ 블록과도 같은 혁신만이 따라잡을 수 없다
저자는 스퀘어처럼 ‘혁신 쌓기’ 전략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을 세 곳 꼽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이케아,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그곳이다. 지금은 거대기업이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회사는, 한때는 스타트업이었다. 다만 ‘혁신 쌓기’ 전략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 뿐.
예로 이케아를 보자. 이케아는 경쟁업계의 등쌀에 가구 전시회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창고형 전시장을 만들었다. 창고형 전시장이 너무 크고 복잡한 점은, 오히려 영업의 수단으로 삼았다. 공장의 보이콧이 심해지자 해외제조에 나섰다. 그로 인한 운송비 부담에 셀프 조립을 도입했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
이런 종류의 혁신은 통합적이다. 블록처럼 쌓인 혁신이다. 블록이 하나라도 빠지면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기업들의 혁신을 한 두가지로 요약하고 싶어한다. 스퀘어의 ‘스마트폰 카드 결제기’,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저가 항공표’ 같은 식으로.
만일 경쟁업체가 이들의 혁신을 카피하려 한다면, 하나의 블록, 예를 들어 ‘조립식 가구’ ‘저가’ 등을 모방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그건 수박 겉핥기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모든 블록을 모방해야 한다. 사실 아마존같은 업체라면 혁신을 쉽게 모방할 수 있는 실력이 있지만, 그 모든 블록을 전부 모방하긴 어렵다.
6. 상황을 예측하지 말고, 관찰하고 반응하라
실제 혁신은 대단히 연속적인 과정이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줄줄이 발생한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규제와 법률의 문제도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혁신이 쌓이고, 이윽고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스퀘어의 창업자 맥켈비는 모든 변수를 따져 사업 모델을 미리 만들지 말라 권한다. 기업가는 실행하고 관찰하는 존재다. 상황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관찰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스퀘어 역시 잘 짜여진 전략에 따라 행동한 게 아니다. 그들은 가맹주들로 영세상인들을 받았기에, 기존의 신용 기록을 이용할 수 없었다. 스퀘어는 이에 맞춰 자체적으로 금융범죄 방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것이 스퀘어 고유의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탐지 시스템이 됐다.
7. 타이밍을 기다리며 혁신을 쌓아나가라
그는 혁신을 켜켜이 쌓아올리는 데 있어 중요한 조언도 놓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타이밍이다. 저자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매우x10 강조한다. 그건 아이폰과 같은 신기술의 등장일 수도 있고, 규제나 법령 개정과 같은 제도적인 변화일 수도 있다.
또한, 타이밍이 정말 중요함에도, 스타트업은 혁신을 계속 쌓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기회는 한순간에 찾아오지만, 기존에 혁신을 계속 쌓고 있지 않았다면, 그 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자체는 사실 별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끊임 없는 혁신을 지속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8. 최저가가 아닌 ‘저가’ 전략을 활용하라
가격에 대한 통찰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최저가 전략 대신 저가 전략을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최저가 전략은 경쟁자의 동향을 계속 살펴야 하며, 결국 초점을 고객 경험보다 경쟁사와의 경쟁으로 빼앗기고 만다. 그래서 저자는 전체적인 경험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저가 전략’을 중시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그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이야말로 기업과 고객 간에 가장 중요한 신뢰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나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창업자 세대가 지난 뒤 가격을 높이면서 신뢰를 잃어버렸다. ‘수익 최대화’는 경영학적인 정답이지만, 낮은 가격을 포기하면 브랜드가 망가지고 신뢰가 망가진다. 결과적으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내어주는 꼴이다.
9. 절대로, 파괴적 혁신에도 집착하지 마라
책은 ‘파괴적 혁신’에 집착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기존 산업의 경제학을 파괴하겠다는 그 사고 자체가, 기존 산업, 오래된 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져 버린다는 것이다.
스퀘어는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시장, 신용카드 결제 솔루션에서 배제돼 있던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바닥을 열었을 뿐이다. 시장은 무한하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해서, 이케아가 시장을 파괴할 거라는 걱정이 무성했지만 이케아 진출 이후 오히려 한샘, 일룸 등의 매출도 10%씩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완벽한 문제’라는 화두로 돌아와서, 어차피 좌충우돌 부딪치기 전까지는 그게 ‘완벽한 문제’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럼 대체 어떤 문제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에겐 타임머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당신이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문제도 당신을 선택해야 한다. 책은 다른 사람에게도 있는 문제를 선택하지 말고, 자신이 안고 있는 분명한 문제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공정하게 바로잡을지 생각하라고. 기업가는 거기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