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에서 세탁특공대에 합류하기까지
리승환 ㅍㅍㅅㅅ 대표(이하 리):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슬란: 세탁특공대 COO, 운영총괄 아슬란입니다. 세탁특공대의 세탁 공정과 CX 등, 서비스 운영 전반의 고도화를 위해 일합니다.
헨리: 세탁특공대 공장 센터장 헨리입니다. 모바일 세탁소의 핵심인 물류와 배송을 효율화해, “세탁 품질의 만족이 배송의 만족으로 완벽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리: 두 분은 어쩌다가 ‘세탁특공대’에 합류하게 되신 건가요?
아슬란: 오랜 시간 이커머스에서 일하다 보니 세탁이라는 O2O 서비스가 저한텐 매력적인 챌린지였던 것 같아요.
헨리: 저도 이커머스에서만 10년 넘게 있다가 처음 이 서비스를 보고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크게 성장하겠다’는 기대감으로 합류를 결정했어요.
리: 대표님들은 일하기에 좀 어떠세요?
아슬란: 잘 맞아요. 두터운 신뢰가 있으니 전적인 권한을 주거든요. 하지만 세탁 품질에 있어선 타협이 없는 분들이라, 쓴소리를 해주기도 하죠. (웃음)
헨리: 재밌습니다. (웃음) 의사 결정이 신속해서 좋아요. 대표 두 분이 오퍼레이션에 대한 집착과 철학이 있어서 잔소리가 가끔 있지만… 그것도 즐깁니다.
직원 열 명의 쿠팡에 입사해 ‘쿠팡맨’을 만든 남자
리: 먼저 COO 아슬란 님께서는 세탁특공대에 전에 뭘 하신 거죠?
아슬란: 첫 직장이 쿠팡이었어요. 2010년 당시 직원도 15명 정도에, 창업한 지 한 4–5개월 되었을 때라서 영업 직군을 많이 뽑았었죠. 성과가 좋아서 팀장까지 진급했는데, 그다음이 잘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쿠팡 김범석 대표님께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영업이 비전이 아니면 다른 걸 하면 되지 않냐”며 물류기획실로 가게 됐어요.
리: 물류기획실에 가선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아슬란: 배송이요. 당시 쿠팡이 만들었던 게 D+1, 익일배송 약속 시스템이었죠. 당시 택배요금이 건당 1,700원 정도 하던 시기였는데, 저희는 택배사에 배송료 3,500원을 줄 테니 D+1 배송을 100% 완벽하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지만요.
리: 왜 잘 안 된 거죠? 외주로는 한계가 있었나요?
아슬란: 보통 회사는 직원 100명 중, 내일 최소 90명은 출근할 거라는 가정이 있잖아요. 그런데 택배사는 그렇지 않았어요. 당일 출근 인원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100% 보장으로 계약을 했는데 실제 배송률은 99.2%, 99.4%, 이렇게 나오더군요.
리: 1,000명 중에 6–8명 구멍 나는 거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요?
아슬란: 백 명 중 1명이 빠져도 100%는 아니니까요. 당시 소셜커머스는 고객 불만이 여과 없이 댓글로 그대로 노출이 됐어요.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일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안 오면 화나죠. 댓글 창엔 늘 “왜 익일 배송 안 됐냐”부터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그래서 고안한 게 ‘쿠팡맨’이죠.
리: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었죠? 회사에서 도장 찍어주던가요?
아슬란: 도장, 많이 찍었죠. (웃음) 제가 한 달에 적게는 100억, 많게는 200–300억씩 결재를 했죠. 하지만 CFO님이나 CEO님 그 누구도 태클을 걸지 않으셨어요.
리: 왜 그랬을까요?
아슬란: 100%를 지키는 게 당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과제였기 때문이죠. 또 지금은 쿠팡이라는 회사가 국민 서비스로 잘 인지되어 있지만, 5년 전에는 그냥 소셜커머스 중 하나였어요. 당시엔 티몬이나 위메프에서 주문하고 쿠팡에 항의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쿠팡에서 주문했다’는 인지조차 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쿠팡맨을 만들게 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확 높아졌어요. 그 전에 TV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쓰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효율적이었죠.
초기 이커머스 산업에서 내재화된 물류센터를 만들다
리: 공장 센터장님이신 헨리는, 그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헨리: 군대 전역하고 예스24에서 알바를 뛰었어요. 택배 포장하다가 어느 날, “너 매니저 한번 해볼래?”, 그렇게 현장 관리자를 하다가 또, “너, 사무직 올라와야겠다” 해서 사무직이 됐어요. 예스24가 이커머스의 시조새 격인, 산업 초기 서비스다 보니 처음엔 바코드와 물류 정보 매칭도 잘 안 됐어요. 그걸 자동화기기 도입 등으로 차근히 고도화해 나갔죠.
리: 그러다 11번가로 이직?
헨리: 네, 당시 온라인 도서 시장이 매년 30%씩 성장했어요. 연 매출 3,000억을 찍은 후엔 성장세가 주춤했죠. 10년 정도 일하고 좀 지루해질 때쯤 11번가로 이직했어요. 당시 11번가도 물류센터를 내재화하길 원했거든요.
리: 그래서 물류센터는 잘 세우셨습니까?
헨리: 처음엔 2,000평 규모의 도서 물류센터를 만들었고, 그 후엔 싸이닉이라는 화장품 물류센터도 내재화했어요. 다양한 서비스의 물류센터를 고도화했지만, 쿠팡처럼 온전한 대형물류센터 체인을 갖추지는 못했죠.
리: 왜 옥션이랑 지마켓은 규모도 크고 흑자도 나는데, 쿠팡처럼 물류센터를 짓지 않는 거죠?
헨리: 리스크 때문이죠.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려면 초기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요. 설비를 갖추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인원을 세팅해야 합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쿠팡 김범석 대표님처럼 약간 미쳐야 그런 드라이브를 걸 수 있죠. 창업자의 강력한 오너십과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다른 오픈마켓은 대부분 2년 임기의 CEO 개념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큰 결심을 하기엔 어렵죠.
리: 그런데 왜 다들 물류센터를 운영하려 하는 거죠?
헨리: 물류센터 운영의 기본은 선매입입니다. 예스24가 책을 사서 보관하고 배송을 위해 포장하는, 그 모든 일이 모두 물류센터 안에서 이루어지죠. 쿠팡 이후 지금은 오픈마켓은 물론이고, 네이버나 카카오도 물류 쪽으로 도전해요. 중간 플랫폼으로서 수수료 마진만 먹는 것보다, 물건을 직접 사 와서 보관해 직접 판매하면 수익성이 훨씬 좋으니까요.
쿠팡맨 도입부터 MD, 로켓직구까지
리: 다시 아슬란 COO님, 쿠팡맨의 시작을 이야기해주시지요.
아슬란: UPS, 아마존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지만, 사실 택배 현장을 경험하며 생긴 고민이 더 컸어요. 택배사는 직원을 정규직이나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게 아니에요. 택배 기사님 한분 한분이 사업주 개념이라 1년 단위로 택배사와 계약을 하는 거죠. 이걸 ‘지입’이라고 해요. 차량 번호판을 봐도 노란색 넘버로 되어 있잖아요. 택배 기사님들이 개념상으론 그 차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인 거예요.
리: 아, 트럭 모는 기사님들이 다 사업주인 거군요.
아슬란: 맞아요. 하지만 그때 저희는 기존 택배사와는 반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주 개념인 지입을 직영화로 바꾸고, 직접고용을 해서 연봉을 책정하고 4대 보험을 들어주고 유니폼을 입게 하고… 어쩌다 보니 배송 기사 직고용 문화를 쿠팡맨으로 시작하게 된 셈이죠.
리: 그때 처우 이슈도 많았잖아요. 처우를 잘해준다더니, 알고 보니까 별 거 아니더라…
아슬란: 쿠팡맨 급여가 적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과 좀 달라요. 최근 택배 대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택배 산업의 현실을 조금씩 보게 됐죠. 일반적으로 배송 기사님들은 하루에 최소 10시간에서 12시간씩은 일하세요. 정말 힘든 일이죠.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근무시간 개념이 열악하죠.
반면 쿠팡의 내근직 분들은, 8시간 근무에 한 시간 휴게라는 개념을 준수했어요. 그래서 수입 격차가 좀 있을 수 있는 건데, 사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절대적으로 낮은 급여가 아니에요. 지금은 주 52시간제로 인해 근무시간이 더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급여가 아니고요.
리: 배민의 경우 배민 라이더스 정규직들이, 기존처럼 퀵 개인사업자 하는 게 더 돈 많이 번다고 나가 버렸잖아요. 쿠팡은 어떻게 고용유지에 성공한 거죠?
아슬란: 기회비용은 적고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점이죠. 쿠팡맨에 지원한 90% 이상은 배송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었어요. 이륜 오토바이 배달은 위험해서 그렇지,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반면 화물 운송을 하려면 트럭은 물론이고 노란 번호판, 즉 운송 면허까지 사야 해요. 그러면 최소 3천만 원의 목돈이 들어가죠. 선행투자가 필요한, 일종의 사업이에요. 반면 쿠팡맨에 지원한 분들은 그런 투자 없이도 일정한 자격을 충족하면 바로 택배 일을 할 수 있었죠.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리: 쿠팡맨의 대성공으로 엄청나게 보너스를 받았겠군요.
아슬란: 뭐… 쿠팡은 잘하는 만큼 잘 챙겨주는 회사였습니다. 쿠팡에서 2년 정도 쿠팡맨을 세팅하고 운영한 후, 로켓직구 일을 맡았어요. 로켓직구의 시작 계기도 흥미로운데요. 그때만 해도 쿠팡이 크지 않았으니, 기존 유통업체가 판매업체에 압력을 많이 넣었어요. 쿠팡에 물건 주지 말라는 거죠. 그래서 돌파구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물건도 엄청 사들였어요. 어차피 쿠팡은 물류센터도 있고 자체배송을 하니까, 수입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서 가격도 낮출 수 있었고요. 그렇게 후회 없이 일하다가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리: 퇴사를 결심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아슬란: 뭐, 대다수 직장인이 겪는 고충이었죠. 본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 간의 괴리… 내가 굳이 이 회사에 있는 것이, 회사의 발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느낀 거죠. 퇴사 후엔 패션 스타트업 해외사업부 팀장으로 합류했는데, 회사가 망했어요(…) 그 이후 곧바로 신선식품 배송 쪽으로 창업을 하면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세탁특공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컨트롤+C, 컨트롤+V, 무한히 확장하는 쿠팡 물류센터
리: 다시 헨리 센터장님. 예스24와 11번가를 거쳐, 또 어디에서 일하셨나요?
헨리: 여러 이커머스를 거쳐 쿠팡에 입사했죠. 당시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물류센터를 컨트롤+C, 컨트롤+V 하듯 늘려나갈 때였어요. 아슬란 COO님도 그때 만나게 됐습니다. 정말 신나게 물류센터 부지를 매입하고, 임차하고, 건물을 세우기도 했죠. 작업 자체는 공사 업체들이 하는 거지만, 공장의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기기와 설비를 넣는 작업은 다 쿠팡에서 직접 했어요.
리: 대형물류센터를 낼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나요?
헨리: 일단 물류센터의 레이아웃을 잘 잡아야죠. 레고처럼 장비와 라인을 쉽게 붙였다 떼어낼 수 없다 보니 한 번 설치하고 나면 안정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게 처음부터 기획을 잘해야 합니다. 또 물건이 다양한 만큼,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그분들의 노하우도 중요하죠. 1만 평 정도 물류센터라고 하면,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력이 초기에만 200–300명 투입되어야 하거든요.
리: 책은 사이즈가 규격화되어 있잖아요. 책 외에 다양한 물건을 관리하려면 쉽지 않을 듯한데요?
헨리: 생필품을 보관하고 출고하는 게, 책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죠. 쿠팡에서는 이걸 데이터로 풀었어요. VMS(Volume Matrix System)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생수 20개들이는 몇 호 박스에 들어간다, 이런 걸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거죠. 작업자는 이 물건이 어느 박스에 들어가야 하는지, 박스를 몇 개 쓸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이게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에요. 지금 쿠팡 상품이 거의 천만 종 정도 되니까요. 온갖 변수들을 다 고려해 최적의 효율성을 내야 해요. 그렇게 물류센터를 매달 2개씩 지으며 달리다가, 쿠팡을 퇴사했죠.
리: 그런데 왜 2년 만에 갑자기 관두신 거예요?
헨리: 2년 사이에 쿠팡이 너무 커졌죠. 다시 작은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펫 전문용품 1위인 모 브랜드에 들어갔어요. 거기 대표님께서 물류센터를 만들려 했거든요. 뽀대도 나고, 한 번 세팅만 잘 되면 되게 편하고 비용 절감도 돼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1년을 못 버티고 투자 의지를 접으시더라고요.
리: 왜요? 돈이 모자랐나요?
헨기: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막상 수십억을 쓸 생각을 하니, 추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세탁특공대 공장도 작아 보이지만 몇십억이 들어갔거든요. 그냥 창고 세우고 끝이 아니라, 내부 설비 비용이 절대 적지 않아요. 물류센터는 앞서 말씀드린 쿠팡 김범석 대표님처럼 강짜 세게 부릴 스타일 아니면 계속 밀고 나가기 힘들어요.
외주 세탁소 위주의 플랫폼에서 자체 세탁소 운영으로의 전환
리: 다시 아슬란 COO님… 권도균 대표님의 추천으로 세탁특공대에 오셨다고요?
아슬란: 전부터 권도균 대표님을 통해 예상욱 대표님을 알았어요. 제게 배송과 오퍼레이션 관련해서 어려움이 있는데 컨설팅을 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시기도 했고요. 제가 너무 바쁘다고 거절해왔는데, 창업한 회사가 폐업하며(…) 시간이 남았죠. 그렇게 한 번, 두 번 만나면서 관심이 확신이 되고 어느새 여기에 몰두했더라고요.
리: 그때 세탁특공대 상황은 어땠나요?
아슬란: 30억 투자를 받았지만, 월 1억씩 까먹던 시점이었어요. 배송지역도 강남구, 서초구까지였고요. 실제로 입사하니 “어우… 할 일이 진짜 많겠구나.” 직감했죠. (웃음)
2018년 2월 입사했는데, 성수기가 3–5월이에요. 전년 대비 2배로 배송이 증가하며 옷 놓을 공간도 없어서, 캄캄한 창고에서 플래시를 켜고 고객 이름을 찾았어요. 그걸 가나다 순으로 정렬하는 것부터 시작했죠. 이런 뻔한 일을 하다가 COO 업무를 제안받았고, 이후 처음 한 일이 세탁 공장 인수였어요.
리: 세탁공장 인수는 왜 한 거죠?
아슬란: 외주 세탁소에 맡기기만 해서는, 원하는 퀄리티를 낼 수가 없었어요. 물론 기준을 정해 세탁소마다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줄 수는 있지만… 세탁소 사장님들은 20–30년 경험이 있는 사업주잖아요. 저희 방식을 강하게 요구하기 어렵죠. 또,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데 우리와 협업할 수 있는 세탁소는 그만큼 늘어날 수 없었어요. 공장 프로세스를 잘 구축하면 효율이 크게 늘지만, 세탁소를 우리 맘대로 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자체 공장 운영을 통한 내재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였죠.
리: 세탁공장 인수 외에는 어떤 일을 했죠?
아슬란: 배송 시스템 개선이요. 원래는 오토바이로 1–2시간 단위로 수거와 배달을 했어요. 이러다 보니 오토바이는 죽어라 왔다 갔다 하는데, 적재할 공간이 작아서 실제로 움직이는 물류량은 많지 않았어요. 오토바이를 탑차로 바꾸고, 배송 간격을 2시간에서 4시간, 8시간, 계속 늘렸죠. 최종적으로는 지금의 새벽배송으로 변경하며, 자연히 배송 효율이 몇 배 이상으로 좋아졌죠.
리: 그리고, 50평 공장으로는 감당이 안 되어서 공장으로 오게 된 건가요?
아슬란: 그렇죠. 작년 하반기에 투자를 한 번 더 받고 그 돈으로 자체 스마트 팩토리를 오픈하게 됐어요. 공장 오픈 전까지 30% 정도는 외주를 주다가, 완공 후 비로소 완전히 내재화를 할 수 있었죠. 이전 50평 규모의 공장 운영의 경험이, 지금 대형 공장 세팅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세탁소를 넘어 국내 최대 B2C 세탁 공장을 세우다
리: 그렇게 짠, 하고 이 공장이 생겼습니다.
아슬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물류를 관리한 적은 있어도, 레이아웃을 잡거나 도면을 그려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100평이야 눈치껏 하겠지만, 900평을 어떻게 해요? 그때 헨리 센터장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기업 있는 분에게 선뜻 와달라 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사실 지인분들 모셔오는 게 더 힘들어요…
헨리: 그때 마침 헤드헌터 통해 세탁특공대 이직 연락이 왔어요. 세탁특공대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도, 여기에서 아슬란이 일하시는 것도 알았죠. 그래서 슬쩍 아슬란한테 연락을 했어요. 그러니 “와주시면 좋죠”라고, 그날 만나서 결정했습니다.
리: 이 무슨 운명의 데스티니…
아슬란: 말은 “와주시면 좋죠”지만, 마음은 “무조건 오셔야죠” 였죠. 사실 그 전부터 연락드리고 싶었는데, 급한 마음에 우선 순댓국 먹으면서 이야기했어요. 마침 이직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하시기에, “무조건 잡아야겠다” 싶어서… (웃음)
헨리: 아슬란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슬란 COO님이, 일 욕심이 많고 도전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도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리: 그러면 헨리 센터장님은 입사하자마자 도면부터 그리신 건가요?
헨리: 네, 세탁 공장은 일반 물류센터보다 더 디테일해야 했어요. 일반 물류센터들은 컨베이어나 레일 시스템이 있으면, 처음과 마지막 과정에서만 사람이 커버하면 됩니다. 반면 세탁특공대는 중간에 생산 로직이 들어가야 합니다. 중간에 세탁기에 집어넣고, 세탁이 다 되면 건조기로 옮겨야 하고, 건조가 다 되면 프레스 다리미로…
처음엔 세탁을 전혀 몰라서 좀 힘들었어요. 세탁 산업은 오래됐지만, 세탁 공정은 산업의 역사만큼 발전하지 않았더군요. (웃음) 세탁특공대의 세탁만큼은 노동집약적이지 않고 기술집약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업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 팩토리를 세우고, 자동화 시스템을 공정마다 직접 개발해서 적용하는 것이 세탁특공대에서의 가장 큰 챌린지였습니다.
리: 그럼 어떻게 알아가신 거예요?
헨리: 처음에는 세탁 설비하시는 분들의 가이드를 거의 따랐습니다. 입고, 생산, 보관, 패킹, 출고까지의 기본 동선을 따른 거죠. 하지만 운영하면서 세탁특공대와 딱 잘 맞지는 않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이런 부분들을 조금씩 발견해내며 개선해갑니다.
또, 공장 가동률을 점점 높이면서 시설관리팀도 별도로 꾸렸어요. 예전 용산에서 지금보다 작은 규모의 공장을 운용할 때는 별도의 팀이 없다 보니, 고장 난 장비 하나 고치는데도 일주일씩 걸렸어요. 지금은 웬만한 기계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합니다. 그래야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세탁을 할 수 있으니깐요.
프리 드라이버의 전문성, 데이터로 해결하다
리: 배송하시는 분들 인원은 얼마나 되나요?
아슬란: 쿠팡맨 같은 정규직 배송 요원은 50명 정도입니다. 여기에 쿠팡 플렉스처럼 프리 드라이버 풀이 1,000명 정도 계세요.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이 투잡 개념으로 하시죠. 아주 높은 금액은 아니지만 시급으로는 1만 2,000원에서 1만 5,000원 정도예요. 3–4시간씩 새벽에 잠깐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잘 없는데, 여기선 3–4시간만 해도 4–5만 원씩 벌어가시지요.
쿠팡보다 돈 벌기 좀 더 좋다고 한다.
아슬란: 프리 드라이버분들은 직고용이 아니라, 아주 높은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그래서 기술로 배송 과정을 더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개선 중이에요. TMS(Terminal Management System)라고 하는데, 서비스 초기엔 배송 목적지를 A4 용지로 뽑아 다녔어요. 이런 수동 시스템을 자동화하여,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해 배송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합니다.
리: 동선 설계는 어떻게 해요? 어떻게 도는 게 제일 효율적인가… 이런 것들요.
아슬란: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기본적인 배송 체계는 우편번호와 버스에서 시작했어요. 우편번호 체계를 기반으로 지역을 정하고, 버스 노선을 응용하는 거죠. 물론 현장에서 100% 맞진 않는 게, 차량별 적재공간과 실시간 적재량, 드라이버의 숙련도 등 변수가 많아요. 그래서 동선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이 시스템에 들어가서 유동적으로 노선을 변경했는데, 이제 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TMS를 개발하기에 이른 거죠. 지금도 여기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세탁특공대만의 답을 찾아요.
일이란 찰나의 쾌감을 위해, 99%의 고통을 버티는 것: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프런티어, ‘야망’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리: 일하는 회사, 세탁특공대는 즐거우십니까?
아슬란: 10년 넘게에회사를 다녔지만 즐거운 적은 없던 거 같은데… 물론 즐거운 포인트는 있죠. 헨리 센터장님같이 마음에 맞는 분들하고 일하게 된다든지… 열정과 성장 의지가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요. 하지만 일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고통스럽죠. 하지만 그걸 달성했을 때 그 순간의 희열이 있어요. 그냥 그 찰나의 쾌감과 희열을 느끼기 위해… 99%는 고생을 하는 것 같아요.
리: 여기에선 몇 번 정도의 희열을 느끼셨나요?
아슬란: 아직까진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온라인에서 경쟁업체라고 해봤자 런드리고 정도인데, 전체 세탁 시장으로 보면 1%도 안 돼요. 정말 거대한 몬스터가 있는데 어린애 둘이서 치고받는 거죠. 크린토피아 입장에서는 너무 작은 업체들이죠.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은 거예요.
헨리: COO님과 달리, 저는 즐겁게 잘하는 중입니다. (웃음)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보다가, 이게 제가 직접 작업한 레이아웃대로 가동이 되고, 하루에 1만 장씩 출고가 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리: 이 회사를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세요?
아슬란: 생소한 질문인데요. (웃음) 쿠팡에 있을 때도 작은 조직을 크게 성장시키면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즐거웠고, 회사가 성장한 후에는 다시 그런 조직에 가려고 했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세탁특공대엔 정말 많이 있어요. 새로운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선두에서 시장을 혁신하고 함께 성장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헨리: 좀 야망 있는 분들에게 추천해야 할 것 같아요. 오너십을 가지고 일 욕심을 내는 스타일들이요. 정량적으로 루틴한 일을 원하시는 분들은 잘 맞지 않을 것 같고… “이거 이렇게 하면 어때요?” 같은 참견을 일상적으로 즐기고 “그거 제가 해볼게요” 하며 챌린지에 나설 줄도 알고요. 전엔 없던 시대의 산업을 만들어가는 데 희열을 느끼는 분들이면 잘 맞을 것 같아요. 불편함은 참는 게 아니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수 세기 동안 정체된 세탁과 세탁 산업을 재정의하는 건 정말 의미 있고 매력적인 일일 겁니다.
리: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나가려 하시나요?
아슬란: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세탁특공대에서 세탁하는 게 당연하게 만들어야죠.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스마트팩토리도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쿠팡에 있을 때도 위메프나 티몬 같은 경쟁업체와 많이 씨름했지만, 결국 가장 큰 과제는 소셜커머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대한민국 5,000만 고객을 상대로 이해시켜야 하는 거였어요.
마찬가지로 세탁이라는 경험도, 저희처럼 수거와 배송까지 해 주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로 이동할 거라 봅니다. 그래서 저는 크린토피아나 런드리고와 서로 경쟁하면서 모바일 세탁 산업의 파이를 함께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게 건강한 협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혼자 크는 서비스는 없다고 봐요.
헨리: 이미 2호점 공장부지를 계속 구합니다. 그 후로도 앞으로 하나하나 늘려가며, 전국에 스마트 팩토리를 짓고 싶어요. 전국의 스마트 팩토리에서 깨끗해진 고객의 옷이 전국 각지로 배송이 되는 미래를 꿈꿉니다. 규모가 커지다 보면 택배 영업소처럼, 거점 단위를 통한 방식까지 나아갈 수 있겠죠.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슬란: 계속 세탁특공대의 성장을 기대하면서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저희 서비스도 한번 써보시고 단 소리, 쓴소리도 해주시면서요. 세탁특공대는 유저분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장 10호점 내면 인터뷰 한 번 더 하고 싶네요.
헨리: 정말 열심히 만드는 서비스예요. 한 10년 뒤엔 “세탁특공대가 이렇게 세상을 바꿨다”고 인터뷰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