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겸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회장이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을 번역해 소개한다. 칼럼 원문은 Project Syndicate의 The Great Backlash를 확인하기 바란다.
대공황이라는 용어에서 빌어 온 『The Great Backlash (대반격)』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루비니 교수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을 막지 못해 결국 권위주의 독재정권이 득세했으며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들며 현재의 경제적 문제의 해결이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에서 루비니 교수는 이미 선진국과 신흥국, 서양과 동양,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 전지구적으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조속히 회복되지 않고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지 못함에 따라 사회적 불만은 고조되고 있고 그 틈을 타 포퓰리스트 정치 세력은 세계화, 자유 무역, 국가간 투자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화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문제의 해결 대신 문제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세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포퓰리스트 정당에 대한 견제가 시급하다는 것이 루비니 교수의 지적이다.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여러 나라 정책당국자들은 경제대침체가 경제대공황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 성공을 거뒀으며, 그런 분위기 속에 보호무역주의 및 국수주의적 요구는 억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를 벗어나자 바야흐로 세계화–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기술 등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반발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국수주의는 경제 부문에서는 무역장벽, 자산 보호, 외국인직접투자에 대한 반발, 내국인 근로자·기업 우대 정책, 이민 억제 정책, 국가자본주의, 자원 국유화 등의 형태를 띈다. 한편 정치적으로는 포퓰리스트, 반세계화, 반이민 정당과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인종차별 및 반유대인 정당의 부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국수주의적 세력들은 세계화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각종 국제기구들–유럽연합(EU), 국제연합(UN),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혐오한다. 더구나 중국, 이란, 터키,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SNS 사용을 제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 시도함에 따라 지난 20여 년간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해 온 인터넷조차 파편화될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이러한 추세가 생겨난 원인은 간단하다. 경제 회복세가 지지부진하자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사회 문제를 국제무역 및 외국인 근로자 탓으로 돌리는 포퓰리스트 정당이 등장하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승자독식의 경제 구조 때문에 가진자만 이득을 보고 정치 시스템이 왜곡되고 있다는 인식 또한 만연하게 됐다.
오늘날 막대한 재력을 가진 경제적 이익집단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무제한 재정지원이 가능해 사실상 부패가 합법화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가진자들이 경제와 정치 시스템을 전부 지배하는 신흥국들 또한 부유한 소수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빈곤한 다수층에게 돌아가는 것은 고용 악화와 임금 정체를 수반하는 장기적 정체 뿐이다. 그 결과 근로·중산층에게 주어지는 것은 경제적 불안이며 가장 상황이 심각한 지역은 유렵 특히 유로존으로, 역내 많은 국가에서는 주로 극우 세력인 포퓰리스트 정당이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약진하기도 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에 따른 폐해로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에서 권위주의 세력이 집권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득과 고용이 조속히 회복되지 않으면 유럽에서는 국가 단위 선거에서 포퓰리스트 정당이 정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반EU 정서가 역내 경제 및 정치 통합을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유로존이 또다시 존폐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EU를 탈퇴할 가능성도 있으며 영국, 스페인, 벨기에 등은 국가 자체가 여럿으로 나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이민과 국제무역에 위협을 느끼는 다수의 백인 저소득층의 경제적 불안감을 배경으로 극우 및 공화당 티파티 운동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세력의 특징으로는 경제적 토착민 우선주의, 반이민 및 보호무역주의 경향, 광적인 종교집단 및 지정학적 고립주의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러시아와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베를린장벽 붕괴가 곧바로 민주주의, 경제적 자유,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정이 있다. 그 대신 지난 25년 여 기간 동안 국수주의 및 권위주의 세력이 집권하면서 국가자본주의적 성장 모델을 채택했지만 경제적 성과는 미진했다.
아시아에서도 역시 국수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및 인도의 새 지도자들은 모두 정치적 국수주의자들로 분류할 수 있다. 다소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태국,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지도자들과 함께 이들은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신흥국인 경우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제 부흥에 실패하면 국수주의와 외국인혐오주의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심지어 군사적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상황이 더욱 심각한 곳은 중동으로, 이 지역은 후진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 높은 청년실업, 그리고 경제적 절망감의 만연으로 촉발된 소위 아랍의 봄은 이집트와 리비아의 경우 이미 다시 긴 겨울로 후퇴해 권위주의 독재자가 다시 등장하고 정치적 혼란이 다시 찾아왔다. 시리아와 예멘은 내전 속에 있으며 레바논과 이라크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위험에 빠져 있다. 이란은 안정을 찾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날이 갈수록 실패한 국가의 모습을 띄고 있다.
위에 든 사례들을 종합하자면 결국 경제적 실패와 더불어 빈곤층 및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희망이 없는 상황 때문에 정치·종교적 극단주의, 서구에 대한 분개, 그리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테러리즘이 더욱 기세를 얻게 되는 것이다.
지난 1930년대에 대공황을 막지 못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권위주의 독재정권이 집권하게 되었으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졌다. 오늘날 경제대침체기로 인해 생겨난 각종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선진국은 장기 정체에 빠질 위험에, 그리고 신흥국들은 대대적인 구조적 성장 둔화의 위험에 각각 처해 있다.
이런 상태는 경제 및 정치적 국수주의가 뿌리내리고 번성할 이상적 토대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일고 있는 무역 및 세계화에 대한 반발은 방치하면 어떤 상황으로 발전해 갈 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으며 바로 그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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