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월드오브탱크>가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8년이 지났다. 월드오브탱크는 게임 밸런스와 전차 고증이 훌륭했고, 전차 이동과 공격까지의 조작이 간단해 접근성이 높았다. 밀리터리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들은, 월드오브탱크 한국 서비스가 개시되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5:15 전차 대전을 즐겼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고, 아시아 서버에 통합시킬 정도로 유저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 수가 줄어드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입문한 유저가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비율도 무시 못 할 정도로 크다.
월드오브탱크는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일까? FPS 게임과 비교 분석하여 월드오브탱크의 어려운 이유, 진입장벽 5가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1. 진행 속도가 인간끼리 겨루는 FPS보다 느리다
국내에서 FPS 대전 게임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전투’ 시스템에 있다. 어떤 무기를 들어도 적을 발견하고 공격하기까지의 시간이 1초 이상 걸리지 않는 것이다.
적을 발견하고, 쓰러뜨린다. 쓰러지면 다시 적을 발견하고 쓰러트린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서 FPS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게임의 룰에 금세 적응하고, 숙련도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월드오브탱크에서는 그 템포를 기대할 수 없다. 다음은 월드오브탱크가 가지고 있는 특징 중 일부를 나열한 것이다.
ㄱ. 사람은 목을 휙휙 돌릴 수 있지만, 탱크는 차체를 돌리고 / 포탑을 돌리는 시간이 존재한다.
ㄴ. 적을 조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FPS 게임의 2배 이상
ㄷ. 연속 발포 및 재장전에 걸리는 시간이 FPS 게임의 3배 이상
ㄹ. 느린 이동속도
ㅁ. 15:15 팀 전투, 전투 시간 15분, 부활 불가.
물론 실제 탱크는 무지 빠르지만 전장이 넓어서…
플레이어가 보유한 탱크의 티어가 높아질 수록 이 특징이 더 강하게 반영된다. FPS 게임보다 이동, 조준, 재장전 모든 것이 느리다 보니, 적을 쓰러트리는 데까지의 시간은 필연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동 하나, 포탄 한 발이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고, 수풀이나 건물에 숨어 저격을 하는 등 소극적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가 많아지게 된다. 죽으면 부활도 못 하기에 입문 플레이어는 더욱 움츠러든 플레이를 하기 쉽다.
2. 사람처럼 막 쏘는 게 아니라, 전차를 이해하고 한발 한발 쏴야 한다
사람 간 총을 쏘는 FPS 게임에 비해, 월드오브탱크의 전차는 훨씬 늦게 격파되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탱크의 체력이 높아서가 아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월드오브탱크의 전차들은 이동, 조준, 재장전 그 모든 것이 느리다. 때문에 대개의 전투는 장거리 전으로 시작하여 장거리 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대충 쏴도 괜찮을 정도의 초근접 전투는 시야가 좁은 시가지 전투에서조차 보기 힘들 정도다. 일단 맞출 표적 자체가 자그마하고, 장거리 사격은 포탄의 ‘탄속’에 영향을 받기에 적 전차의 이동 방향을 읽고 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총탄에 무력하다. 머리, 심장 등 치명상을 당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맞아도 무사할 수 있는 부분은 한 군데도 없다. 그래서 사람 간 FPS는 정조준 없이 무차별 연사를 해도, 적에게 어느정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전차는 다르다. 전차는 전쟁에서 쓰기 위한 병기다. 전차마다 장비하고 있는 무기, 장갑, 엔진이 다르기에, 적이 타고 있는 전차에 대한 사전공부가 되어있지 않은 채 무차별 포격을 하면 장갑에 튕겨 도탄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개의 전차는 측면과 후면의 장갑이 얕기에 이쪽을 노리게 되지만, 장거리 전투가 주가 되는 월드오브탱크에서 적의 측후면을 잡기까진 충분한 경험 지식과 전략적 움직임을 필요로 하게 된다.
모든 문제가 해결돼도, 마지막으로 ‘운’ 요소가 남아있다. 대개의 전차 공격은 조준선 정가운데로 날아가지만, 조준선 안에 있다면 탄이 어디로든 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 특성으로 인해 장거리 공격은 정조준한 적 전차의 장갑을 스치지도 못하고 빗나가는가 하면, 근거리 공격에서조차 적의 단단한 장갑이 있는 곳으로 탄이 튀어 유효타를 날리지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상기 언급한 점들만 감안해도 입문자가 게임 한판에 적에게 일정량 이상 피해를 주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적에게 유효타를 주기 위해선 내가 사용하는 전차와, 상대하는 전차의 정보를 가능한 꿰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3. 엄폐 상황이 매우 중요하기에 필드 지형을 이해해야 한다
월드오브탱크는 포탄과 장갑의 두께에 따른 세세한 물리탄도도 계산되어 있는 게임이다. 이는 숙련자일수록 전차의 장갑 성능을 한계까지 올릴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엄폐물 사이로 장갑이 두꺼운 차체만 노출시킨채 적과 싸울 경우 적만 약점에 노출되어있는 상태가 되어 압도적 우위를 점한 게임 진행이 가능해진다. 이는 입문자가 공방에서 적에게 전혀 유효타를 벌지 못하고 죽는 이유 1순위가 될 정도로 강력하다.
좋은 수비는 자신의 전차 특성과 필드맵 지형을 잘 이용하여 자리 잡는 것에 있다. 자주포가 개입하거나 적 경전차가 본진에 난입할 정도의 사건만 일어나지 않으면, 복수의 적을 상대로도 선전할 수 있게 된다.
4. 상대방이 은폐를 잘하면,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는다
시야는 월드오브탱크 초심자가 도중 이탈하는 0순위 이유다. 월드오브탱크는 전차마다 전장을 볼 수 있는 시야 한계 개념이 있다. 이를 이용해 상대방의 전차 시야에 들키지 않고 혼자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시야 장비를 장착한 전차라면, 적의 시야 범위에 닿지 않게 이동하면서 농락하는 플레이도 가능해진다.
시야 활동과 관련한 또 다른 방법은 수풀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월드오브탱크에서는 전차가 풀숲에 숨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은폐기능이 적용되어, 수풀 근처까지 적이 정찰하러 오지 않는 이상 적의 시야에서 완벽한 차단된 상태가 된다. 나머지는 내 시야를 통해 적의 움직임을 아군에게 알려주고 사격을 유도하는 것뿐이다.
여기까지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적은 보이지 않는 아군에게 일방적으로 포격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입문자가 이 전략에 당할 경우 자신이 왜 죽었는지 해답에 도달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5. 통신으로 동료의 미니맵 정보를 적재적소에 공유받아야 한다
월드오브탱크는 전차의 시야 개념 이외에도 아군 간 미니맵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기능이 존재한다. 이 또한 공격과 수비를 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군과 아군 사이의 거리가 통신이 닿지 않는 정도로 떨어지면, 아군이 적과 조우했는지, 전투 중인지 모든 정보를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입문 플레이어는 정보가 부족해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는데, 통신의 문제가 겹치면서 아군과 정보를 공유받지 못하고 각개격파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초심자가 제대로 월드오브탱크를 즐길 수 있는 3가지 방법
이처럼 월드오브탱크는 적 전차를 보이는 대로 포격해 쓰러트리고 쓰러지는 게임이 아니다. 피지컬보다 정보전이 중요하다고 말해야 될까? 전차의 장점과 필드 맵의 지형을 살려 섵부른 교전을 피하고 확실한 기회를 노리는 팀플레이 게임이다.
적 전차의 위치를 알아내고 피해 없이 격파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기분은 짜릿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짜릿한 승리도 지식 부족을 통한 수많은 패배 끝에 얻어지는 것. 입문자로서 월드오브탱크를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는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며 게임을 즐기는 것이 좋다.
하나. 성급하게 전차 티어를 올리지 않는다
월드오브탱크의 진면목은 굵직한 포성이 울리는 고티어 전투에 있다. 하지만 고티어 전투일수록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전 탐색의 강도는 높아진다. 반면 저티어에선 전반적으로 장갑이 약한 전차도 많고, 특성을 파악해둘 전차 수와 미니맵 수도 많지 않다.
고티어 전투를 하고 싶어 과금하고 8티어 프리미엄 전차를 뽑는 행동은 크레딧 벌이에는 이로울지 모르나, 맡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전장에서 쓰러지는 정도도 많아질 것이다. 차근차근히 저티어에서 익숙해지는 것을 추천한다.
둘. 아군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다
월드오브탱크는 느린 템포의 15:15 대전이기 때문에, 자기 전차가 파괴되는 것을 보는 횟수보다 아군 전차가 파괴되는 걸 보는 횟수가 더 많다. 자기보다 먼저 파괴되는 전차가 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적군이 전선당 어느 정도 분산되어 있을지 추측하여 움직이자.
경전차가 아닌 이상, 한번 전선에 나가기 시작한 전차를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과 부담을 동반하니 -> 초반엔 본진에서 대기하다 아군의 전선 상황을 보고 결정해 움직이는 것도 무난한 방법이 될 것이다.
셋. 다양한 나라의 전차들을 타본다
웹사이트를 전전하며 전차의 정보를 수집하여 전략을 짜는 것도 좋지만, 직접 전차를 타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다. 나라마다 전차가 가지고 있는 특징도 크게 다른 편이라, 평소 기억하고 있던 정공법에서 벗어나 다른 전술을 펼쳐보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 월드오브탱크의 전반적인 난점과 접근 전략을 다뤘다. 월드오브탱크는 깊이가 큰 게임이다. 처음에는 월드오브탱크가 가진 여러 기믹에 막혀 패배의 연속이 되기 쉽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극복했을 때 – 이것저것 전술을 시험해보며 전쟁의 향기를 느끼는 한 명의 전차장이 되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