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 모두가 경탄했다
2019년 CES,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이 기술력을 총집결한 신제품을 내놓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다. 개중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가장 잡아끈 건, 바로 LG의 롤러블 TV가 처음 선보인 순간이었다. 최근 일반 출시를 앞둔 롤러블TV는, 최근 영화평론가 이동진, 배우 김소현, IT 유튜버 디몽크 등을 초대해 언팩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의 두께는 5.8mm(!). 일반적인 TV가 6-7cm 정도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얇다. 두꺼운 종이 정도의 두께밖에 안 된다. 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컴물질을 사용하는 올레드 TV의 특징으로, 타사의 LED TV에 있는 광학 시트, QD 시트, 확산판, 도광판, 반사 시트, 백라이트 등이 모두 필요 없고, 오직 OLED 패널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형태의 변화로 생활과 문화까지 바꾼 롤러블 TV
또 한 가지 디자인 관점에서 빼어난 점은, TV의 복잡한 선들을 과감하게 숨긴 것이다. TV를 ‘돌돌 말리게’ 하는 데도 물론 방해가 되거니와, 이 선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테리어에 큰 방해 요소다. LG는 이 선들을 알루미늄으로 마감한 얇은 스탠드 안에 전부 숨겨, TV 자체를 일종의 인테리어 오브제로서 격상시킨다.
어떤 사람들은 TV가 왜 말려야만 하냐고 묻는다. 사실, 따지자면 이유가 없지 않다. 화면을 숨길 수 있기에 공간 활용의 폭이 넓어지고 자유롭게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TV는 거실 벽면에, 라는 인테리어의 고정관념을 깨고 거실 중간에, 이동식 선반에, 실로 자유롭게 TV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TV 화면을 일부만 노출한 ‘라인 뷰’에서는 음악 재생, 시계, 액자 기능은 물론 모닥불 효과 등 무드등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고, 아예 화면을 모두 숨긴 ‘제로 뷰’ 상태에서는 일반적인 블루투스 스피커로도 활용할 수 있다.
TV의 배치가, 공간이 바뀐다는 건 단순히 그냥 형태가 변하는 게 아니다. TV를 감상하는 방식, ‘생활’과 ‘문화’ 자체가 변화한다는 의미다. 일단 TV를 창가든, 거실 중앙이든, 침대 옆이든, 어느 공간에든 둘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선함을 준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창가에 두고 TV 화면을 숨긴 채 음악을 감상하다가, 때로는 도심을 베젤로 삼아 TV를 감상하는… 새로운 폼팩터로부터는, 기존 폼팩터로는 생각하기 힘든 새로운 생활 양식이 나올 수 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 언팩 영상.
폼팩터 혁신을 위한 LG의 계속된 무모한 도전, 왜?
LG가 ‘가로본능 폰’을 만든다는 소문이 처음 돌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피처폰 시절 얘기 아니냐, 같은 조롱 섞인 의견들이 대두했다. 하지만 실물이 공개되었을 때, ‘화면이 돌아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세간의 의구심 어린 시선은 사라졌다.
물론 대부분 기능은 여전히 부족해 보였지만, ‘짐벌 카메라’ 모드는 스트리머들의 극찬을 받았다. 스위블 모드의 독특한 폼팩터를 십분 활용한 것으로, 흔들림을 잡아주는 짐벌 카메라를 탑재한 것이다.
LG 윙의 짐벌 모드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전혀 쓰지 않던 ‘짐벌 모드’와 같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열었다. 남들 눈엔 이상해 보여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의 한계, 일종의 ‘본질’에 도전한 것이다.
LG의 진짜 혁신은 진행형, 다음은 롤러블 폰
LG 윙은 실험적 폼팩터를 선보이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앞에선 ‘말려 들어가는’ 롤러블 TV를 보았고, 두 번째로는 ‘빙글 돌아가는’ 스위블 폰을 보았다. 그럼 이제 자연스럽게 그다음 제품군이 떠오른다. 두 가지를 합친 것. 디스플레이가 말려 들어가는 폰.
최근 모바일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주로 주목받는 ‘롤러블 폰’이다. 마침 LG는 윙의 소개 영상 말미에 롤러블 폰을 암시하는 티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는 롤러블 폰의 등장 시점을 예상보다 이른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점친다.
혁신은, 작은 생활 패턴으로부터: 건조기와 세탁기가 하나로 될 때
손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가젯 대신, 사이즈가 큰 생활가전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의류 건조기의 성능과 효율성이 대폭 높아지고 건조기가 ‘생활가전 삼신기’로까지 불리게 된 상황이지만, 한 가지 중요한 불편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공간 활용이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소해 보이는 생활 패턴을 캐치하는 데서 새로운 혁신이 튀어나온다.
건조기는 세탁기만큼이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같이 두기엔 공간이 부족하다. LG 워시타워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발상에서 나왔다. 그냥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쳐버린 것이다.
그게 뭐 ‘혁신’씩이나 되냐고, 그냥 직렬설치를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렬설치나 선반 설치는 그 자체로도 전문 기술자가 필요한 작업일 뿐 아니라, 워시타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설치 후의 ‘높이’가 주는 편리함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조작부’의 높이다. 세탁기와 건조기의 조작부는 제품 상단에 있기 때문에, 직렬설치 시 건조기의 조작부는 천장 끝에 있게 된다. 조작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반면 워시타워의 조작부는 중앙부에 모여 있기 때문에 조작이 훨씬 수월하다. 이처럼 조작부의 높이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용자 편의성은 압도적으로 개선되었다.
여기에 워시타워는 AI를 더했다. 세탁기에서 세탁물 무게와 재질을 감지하여 세탁 코스는 물론 건조기의 건조 코스까지 한 번에 정하는 데다, 세탁이 끝나기 전에 세탁 종료 시각을 계산해 미리 건조기의 온도 등을 최적의 수준으로 미리 맞춰 놓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소량 세탁의 경우 35분 내로 세탁과 건조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
스타일러와 LED 마스크, 탈모 치료 의료기기까지 생활을 바꾸다
이처럼 우리가 전자기기를 사용하면서 으레 당연하게 여기던 부분들을 캐치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혁신은 시작된다. “그게 무슨 필요가 있냐”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습관이라도 놓치지 않고, 거기에서 아주 작은 개선점이라도 발견해 적용하는 것에서.
사실 ‘스타일러’는 LG의 의류 관리기 브랜드다. 원래는 ‘의류 관리기’라 불렸다. LG전자 조성진 전 부회장이 중남미 출장을 갔던 시절,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옷을 걸어 놓으면 다림질 효과가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스타일러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삼성 등이 후발주자로 따라왔지만, 의류 관리라는 ‘문화’ 자체를 개척한 ‘LG 스타일러’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생활 문화’를 개척한 제품군으로는 프라엘도 빼놓을 수가 없다. 프라엘은 피부관리를 위해 집에서 사용하는 ‘LED 마스크’라는 문화를 만들었다. 여기에 목 관리에 특화된 넥케어 제품, 눈가 피부관리를 위한 아이케어, 앞으로는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인 프라엘 메디헤어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메디헤어는 헬멧 형태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 레이저 조사기 3등급에 해당하는 의료기기 허가를, 美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가정용 의료기기 수준의 Class II 인가를 각각 받았다. 이를 집에서 쓸 수 있게 됐다.
남성들에게 탈모는 고통 그 자체다. LG전자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의뢰해 성인 남녀 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메디헤어를 27분 모드로 주 3회씩 총 16주간 사용한 참가자들의 모발이 사용 전과 비교해 1㎠당 밀도가 21.64%, 모발 굵기가 19.46% 증가했다고 한다.
맥주를 사랑하는 이들까지 감동 시킨 생활의 혁신들
수제맥주 열풍에 발맞춰 등장한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 이름하여 ‘홈브루’인데, 캡슐과 물을 넣고 작동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발효와 숙성과정을 마치고 최고급 수제 맥주 5리터를 만들어내는 기계다.
기존에 캡슐 음료는 커피만의 영역이었지만, LG는 이를 맥주로 확장했다. 이제 누구나 손쉽게 수제 맥주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 캡슐 세트는 97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몰트 제조사, 문톤스와 공동개발했으며, 페일 에일, IPA, 흑맥주, 밀매주, 필스너 등 5종을 만들 수 있다.
이들 생활가전 제품군들은, 사용자들이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작은 불편, 작은 욕망들을 캐치해 만들어졌다. 스타일러, 프라엘, 메디헤어, 홈브루… 기존에는 시장에 없었으나 분명 수요가 존재하던, 그러나 사용자들 자신도 자신이 그걸 필요로 한다는 걸 모르던 제품들이다.
예전부터 숨어 있던 니즈를 파악해 혁신을 이뤄온 LG
혁신의 출발은 ‘소비자도 모르는 소비자의 수요를 찾아내는 것’에 있다. 그 수요를 찾아내려면 일상의 작은 습관, 보통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기 마련인 사소한 불편을 먼저 찾아내고, 사람들의 생활 습관, 생활 문화 자체를 바꾸어 버릴 정도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게 꼭 어마어마한 변화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어느새 혁신이 된다.
작은 액세서리에서도 이런 점을 엿볼 수 있다. 롤리 키보드는 대표적이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태블릿의 필수 액세서리이지만, 타이핑이 불편하지 않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키캡 크기가 필수적이고, 그럼 필연적으로 면적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롤리 키보드는 키보드를 ‘말아버림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LG의 휴대전화 혁신이라고 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초콜릿폰이다. 당시 지극히 ‘기계적인’ 디자인의 휴대전화들이 시장을 점령했을 때, 초콜릿폰은 담대할 정도로 심플한 블랙 색상과 붉은색 터치 인터페이스로 ‘디자인 혁신’을 이루어냈다.
초콜릿은 단순히 예쁘고 멋지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니었다. 당시 다른 휴대전화들은 ‘기계’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보통 회색 몸체에 온갖 요소를 덧댔다. 초콜릿은 그 고정관념을 부숴버리고, 블랙과 레드의 단 2가지 색상만으로, 그 애칭처럼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휴대전화 업계에 완전히 ‘다른’ 종류의 충격을 안겼다.
‘탐험자’ LG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
LG는 이렇게 계속적인 ‘다름’을 만들었다. 초콜릿이 디자인이었다면, 롤러블 TV는 공간 속에서 TV가 갖는 개념을 바꿨다. 워시타워나 메디헤어, 홈브루, 스타일러는 생활 그 자체를 바꾸었다.
LG 윙이 다소의 조롱거리가 됐지만, LG는 이런 식의 도전과 혁신을 반복했다. 이미 가전에서 충분히 인정받는 LG라면, 당연히 적당히 잘 만들어도 될 것이다. 하지만 LG는 멈추지 않고 새로움을 추구한다.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소비자에게 또 새로운 삶의 양태를 경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LG전자 내 일부 사업본부의 수익성 등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런 계속되는 과감한 도전이 또 다른 혁신을 낳고, 새로운 시대의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다. 어쨌든 앞으로도 LG가 계속해서 재미없고 무난한 제품들보단, 재미있고 새로운 제품들을 더 많이 만나기를 바란다. 내 삶의 패턴을 정말로 바꾸어 놓는 종류의 물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