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한 번씩 들어봤을 만한 대도식당, 우래옥, 하동관, 명동교자, 삼청동 수제비, 토속촌 삼계탕과 같은 오래된 외식업 브랜드들은 대체로 오랜 시간 영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기도 했죠. 최근 들어서는 언론을 통해 스타 셰프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이 일하는 식당들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화가 되었습니다.
위의 두 가지 방식이 주로 외식업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외식업을 시작한 젊은 사장들은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브랜딩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외식업 브랜드가 나타났습니다.
팔덕식당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것도 아니고, 스타 셰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외식업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팔덕식당은 어떻게 브랜딩을 했을까?
‘아침 10시까지 출근하세요.’라고 누군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10시까지 옵니다. ’10’이라는 숫자는 객관적 지표라 이견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브랜딩으로 넘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검색창에 ‘브랜딩 뜻’이라고 치면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정의가 나옵니다. 많은 곳이 브랜딩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조직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각기 다른 정의 때문입니다. ‘브랜딩을 열심히 해보자’라고 이야기해도 대표, 팀장, 막내가 브랜딩에 관해 제각각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절대 브랜딩을 잘할 수 없습니다.
팔덕식당이 브랜딩을 잘할 수 있었던 건 팔덕식당 만의 구체적인 브랜딩 정의 덕분입니다. 대표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들은 브랜딩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브랜딩은 결코 대표 개인의 생각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멋진 브랜딩 전략도 조직 구성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냥 헛된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바탕 속에 팔덕식당이란 브랜드가 만들어졌습니다.
- 팔덕식당 브랜딩 :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제공해, 신뢰를 얻어, 브랜드의 팬으로 만드는 것
고객들에게 왜 추억을 만들어 줘야 할까요? 심리학자로는 특이하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데니얼 카너먼은 글이나 연구에서 추억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험이 선사한 추억을 가지고 선택합니다.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추억이 될 때 재구매를 시작합니다. 추억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기존 경쟁사와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팔덕식당은 브랜딩 관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합니다.
팔덕식당에 들어서면 일단 가게가 소란스럽습니다. 보통 식당과 같은,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함을 기대하고 왔던 소비자들은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팔덕식당 대표가 마이크로 쉴새 없이 고객과 농담하고, 노래를 부르고, 북을 치는 장면을 보면 여기가 식당인지 공연장인지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소비자들은 보통 예상치 못한 좋은 경험을 할 때 브랜드 호감도가 더 높아집니다. 여기에 진심이 느껴지는 서비스를 받고 맛있게 매콤한 등갈비를 먹고 나면 이 모든 경험이 추억으로 어우러지게 됩니다.
팔덕식당에서 제공하는 색다른 추억 중 하나는 인력거에 있습니다. 일단 식당에 인력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흥미를 끕니다.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하기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팔덕식당의 입지 때문에, 인력거는 고객들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 인력거가 고객들에게 추억을 제공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식당에 방문한 단골 고객들 중에 유달리 표정이 좋지 않거나 우울해 보이면 팔덕식당 대표가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왠지 오늘은 평소와 기분이 다른 것 같은데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인력거를 태워 드릴게요.
대표는 인력거를 타고 가면서 왜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은지 이야기도 듣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식당 손님들이 오로지 음식만 먹기 위해 오는 건 아닙니다. 힘든 일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받기 위해서,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 옵니다. 그런데 식당 대표가 고민도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면서 인력거를 태워준다면? 그러면 팔덕식당은 그 손님에게는 추억으로 남게 되는 거죠.
좋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
팔덕식당에서의 음식 또한 추억으로 기억되기 위한 결과물입니다. 팔덕식당 대표가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식재료입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요리 실력과 엄청난 소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선하지 않은 식자재로는 최고의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팔덕식당의 주메뉴인 등갈비는 스페인에서 도축한 지 3개월이 넘지 않은 돼지로 만들어집니다. 원활한 재료 수급을 위해 스페인의 돼지고기 제공업체와 계약해서 일정 이상의 품질을 가진 등갈비를 직접 수입해 옵니다.
등갈비와 함께 나오는 곤드레밥에 사용되는 곤드레나 들기름도 직접 찾아갑니다. 만드는 방식이나 재배 방식을 확인해 계약하여 공급받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고객들에게 최고의 식사 경험을 통한 추억을 만들어 냅니다.
팔덕식당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추억 중에 하나는 팔덕 막걸리입니다. 이 막걸리는 오로지 팔덕식당에서만 마실 수 있습니다. 대표는 팔덕 등갈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양조장을 찾았고, 제조 의사를 물어봤다고 합니다. 처음 보는 젊은 대표가 원하는 막걸리를 만들어달라고 하니, 양조장 측에서도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요청이 이어지자 결국 제조를 약속해 줬죠.
옥수수 향이 가득한 팔덕 막걸리는 매운 팔덕 등갈비와 함께 먹기 좋은 최고의 조합입니다. 파인 다이닝에서 소믈리에가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서 마시는 경험을 팔덕에서도 할 수 있게 된 거죠. 고객들에게 식사 경험을 추억으로 만들기 주기 위한 이와 같은 노력들이 팔덕식당 브랜드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된 것이죠.
팔덕식당 브랜드는 왜 팬클럽을 만들었을까?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적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통 브랜드의 팬이라고 부릅니다.
다양한 경쟁 브랜드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신규 고객을 넓히는 전략만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꾸준히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 중에 브랜드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팬들이 필요합니다.
왜 브랜드의 팬이 필요할까요?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매출’부터 팬의 유무에 따라 갈립니다. 제품, 서비스를 구매하는 건 브랜드 호감도가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팬은 제품을 꾸준히 구매해 주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최소한 내 브랜드를 좋아하기는 해야 구매가 일어납니다. 이는 결국 브랜드가 고객을 위해 기울인 노력의 합으로 결정됩니다. ‘내가 만든 제품이 최고니 무조건 구매하라’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절대 호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결국 사업의 성공은 브랜드를 좋아해 주는 소비자의 수에 달려있습니다.
브랜딩이 잘되었다고 하는 기업들에게는 대부분 브랜드 팬클럽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배짱이’, 러쉬 ‘젤러쉬’, 샤오미 ‘미펀’, 할리 데이비슨 ‘호그’ 등 성공한 브랜드들은 팬들이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됩니다.
이 팬들은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사업은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생존 여부는 이를 극복해 냈냐, 아니냐에서 결정됩니다. 코로나로 많은 외식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때 팔덕식당은 오히려 매출이 올랐습니다. 바로 ‘팔덕후’라는 브랜드 팬클럽이 있기 때문입니다.
‘팔덕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팔덕식당이 팬을 만들기 위해 택한 전략을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쿠팡의 예시를 볼까요? 쿠팡이 많은 사람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비결로는 내일까지 배송을 약속하고 그걸 지켜내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얻었던 거죠.
팔덕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식사 경험’을 내걸었습니다. 품질이 좋은 식자재로 안정적인 맛을 꾸준히 제공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언제 방문해도 맛있는 음식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끔씩 영업을 포기하는 날도 생깁니다. 등갈비가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내지 못하는 날에는 아예 매출을 포기하고 가게 문을 열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모르고 방문한 고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줄여드리고자 재방문 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즐거운 식사 경험’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판다고 해도 불친절한 홀 서비스를 겪으면 절대 재방문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팔덕식당은 손님이 입장해서 식사하고 계산을 한 후 나갈 때까지 모든 경험을 즐겁게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고객 서비스는 절대 대표 혼자서 만들 수 없습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팔덕식당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2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째는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고객 중심 마인드’를 심어주는 겁니다. 단순히 말 몇 마디 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대표의 진정성 있는 신념이 직원의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간단히 생각해 보면, 식당이 운영되는 건 고객이 방문해 주기 때문입니다.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 고객들인 셈입니다. 이 생각을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직원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안 바뀌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 게 브랜딩을 위한 중요한 능력 중 하나죠.
둘째는, 팔덕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대다수가 창업을 하기 위한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창업 전 팔덕식당의 서비스 제공 경험을 배워두는 것이 본인 사업 성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표가 있건 없건 진심이 담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들은 언제 방문해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는 거죠.
팬들을 위한 더 많은 혜택을 고안하다
‘팔덕후’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BTS도 아니고 유명 연예인도 아닌데 300명이 넘는 사람이 이 팬클럽에 가입해 있습니다. 팔덕식당이라는 브랜드가 좋아서 가입하기도 하고,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 가입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이점을 제공해야만 브랜드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진리입니다.
이점 첫 번째, 항상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팔덕식당이지만, 팬클럽이 되면 예약을 하고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매우 크게 어필하는 혜택입니다. 두 번째로 몇 가지 굿즈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중에서 살 수 없는 굿즈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소속감을 높여주는 요인이 됩니다.
세 번째로 팔덕후만 시킬 수 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일반 손님은 시킬 수 없고 메뉴에도 없는 ‘볶음밥’이 그것입니다. 볶음밥 조리 과정을 지켜보던 다른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저 메뉴를 시키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팬클럽의 존재는 그렇게 알음알음 퍼져나가는 거죠.
‘팔덕후’의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팔덕후의 밤’이라는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거죠. 여기에서는 팬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 팔덕식당의 색다른 메뉴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팬클럽 결속력도 강화됩니다. 팔덕식당 대표와 사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도 높일 수 있죠.
팔덕후가 되면 300명이 넘는 팬클럽 단체 카톡방에 초대받게 됩니다. 여기에서 예약을 신청할 수도 있고, 팬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소비자끼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을 원하는데, 팔덕후의 카톡방과 모임을 통해 자연스러운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한 거죠. 실제로 팔덕후 내에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다거나 간단히 술을 먹는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커뮤니티는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강화시켜줍니다.
새로운 시대의 브랜드, 팔덕식당
팔덕식당은 조직 구성원들의 열정 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진, 외식업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브랜드입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추억을 제공해서 신뢰를 얻어, 브랜드의 팬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객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꾸준한 실행으로 브랜드를 완성시킨 거죠. 이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의미 있는 결과일 것입니다.
원문: 문영호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