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앱 시장의 ‘수수료 전쟁’, 구글의 요구는 과도한가?」에서 이어집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외에도 다른 선택권이 있다
일부에서는 구글의 수수료 정책이 인앱 결제와 구독형 모델 등으로 확대되면, 그로 인한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미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이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애플 iOS의 경우,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결제하는 것에 비해 콘텐츠 요금이 비교적 높게 설정되어 있다. 네이버 ‘쿠키’는 안드로이드에서 결제하면 100원이지만, 아이폰에서 결제하면 120원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안드로이드에서는 7,900원이지만 아이폰에서는 1만 1,500원이고, 웨이브는 안드로이드에서는 7,900원이지만 아이폰에서는 1만 2,000원이다.
하지만 앱을 오직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는 아이폰과 달리, 구글은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 다양한 스토어를 함께 지원한다. 심지어 이들 스토어도 플레이스토어와 마찬가지로, 통신사를 통해 구입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되어 있기까지 하다.
만일 이런 수수료 부담이 부담스럽다면 플레이스토어 대신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 다른 앱 상점을 이용하면 된다. 아니면 그냥 넷플릭스가 하듯이 웹을 통해 결제해도 된다. 애플도 앱이 아니라 웹을 통해 결제하는 경우까지 수수료를 징수하지는 않는다. 구글 안드로이드에서도 마찬가지로, 웹을 통해 이용권을 결제하고 앱에서 그 이용권을 이용하도록 하면 굳이 수수료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
임대료를 내지 않는 노점상과 같은 앱 서비스 업체들
이건 결국 선택의 문제다. 플레이스토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적정한 수수료를 지불하면 되고, 그게 싫다면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와 같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사실 ‘통행세’의 비유보다는 ‘임대료’의 비유가 더 어울린다. 플레이스토어의 인프라는 이용하면서 수수료는 내지 않겠다고 하면, 이건 임대료는 내지 않고 장사만 하게 해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위에서 얘기했듯, 심지어 ‘웹 결제’라는 우회책까지 마련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콘텐츠 업계는 ‘통행세’로 빗대지만, 사실 ‘백화점엔 들어가면서 수수료는 안 내려고 하는 얌체’의 비유가 더 그럴듯할지도 모르겠다.
유료 앱 모델에서 구독형 모델로, 변화가 일으킨 필연적인 충돌
최근 인앱 결제와 구독형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무료 앱과 유료 앱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대부분 다운로드 자체는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주로 게임의 인앱 결제처럼 특정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해금하려면 일정액을 지불해야 한다든지, 넷플릭스, 웨이브 등처럼 월별로 일정액을 내야 서비스를 쓸 수 있다든지, 네이버 시리즈처럼 돈(쿠키)을 충전해 콘텐츠를 구입해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사업 방식이 다채로워진 것이다.
유료 앱이야 1달러면 1달러, 10달러면 10달러 하는 식으로 가격이 딱 정해져 있고,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그 돈을 내고 앱을 사는 방식이니 어려울 게 없었다. 1달러를 내고 플레이스토어에서 ㅍㅍㅅㅅ라는 앱을 구입하면, 그중 0.3달러는 플레이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제공한 구글에 수수료로 들어가고, 나머지 0.7달러는 개발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간단하다.
그런데 인앱 결제는 다르다. 특히 애플이나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회피해서 앱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결제시스템을 탑재해 버리면 얘기가 아주 복잡해진다.
만일 ㅍㅍㅅㅅ라는 앱이 앱 자체는 무료로 다운로드받게 해 놓고, 실제로 앱을 이용하려면 ‘이용권’을 1달러를 내고 구입해야만 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이용권’은 애플이나 구글의 정식 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ㅍㅍㅅㅅ의 자체 결제 시스템에서 결제하도록 한다면?
사실 이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앱을 1달러에 판매하는 것과 사실상 똑같은 것이지만, ㅍㅍㅅㅅ는 수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 등 플랫폼에 무임승차하게 된다. 애플이나 구글로서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 그로부터 아무런 수익도 얻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충돌은, ‘유료 앱’의 시대에서 ‘구독형 모델’, ‘앱 내 결제(인앱 결제)’의 시대로 앱의 주류가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수수료, 적정선 논의는 필요하지만 횡포는 아닌 이유
물론 구글이나 애플이 30%의 수수료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충분히 플랫폼의 유지 보수에 투자하는지도 또한 중요한 문제다. 이들은 스토어의 운영과 유지 보수 자체는 물론, 앱의 검수와 배포 시스템, 보안 체크, 민원 처리 시스템 운영, 중소규모 개발사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자원을 투입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더 원활한 운영을 요구할 수는 있다.
다만 개발사들과 콘텐츠 기업들이 이런 스토어의 수수료를 단순히 횡포, 통행세로 비유하며 이를 우회해 수수료 부담을 회피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무임승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콘텐츠 업계들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플랫폼’의 힘에 힘입어 세계로 진출한다. 네이버 웹툰(라인 망가)는 전세계 45개국 이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고, 카카오 픽코마는 세계 최대의 만화 시장 중 하나인 일본에서 월간 매출 1위를 달성하고 전세계적으로도 TOP 10 수준의 이익을 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물론 콘텐츠 자체의 힘도 중요하지만,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라는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의 존재 없이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는 역시 미지수다.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만 빼먹고 그 대가는 지불하길 거부한다면, 아무리 국내 기업들 쪽에 팔이 굽는다 해도 이걸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나.
그렇기에 수수료를 회피하는 회사야말로 ‘무임승차자’로 볼 수 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섬세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