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도 속옷 좀 신경 씁시다!!!
내 인생에 딱 한번 정말 ‘입맛’이 뚝 떨어지는 속옷을 본적 있다. 6.25 때 나신 우리 외할아버지께서 환갑 넘으시고서야 입으셨을 법한 바둑판 무늬에, 분명 원래는 하얀색이었을 누런 삼각 면 빤쓰, 그걸 한창 창창한 나이의 25살 청년이 입고 있었다.
그런 속옷은 1990년대 IMF 이후로 멸종한줄 알았는데! 그걸 이십대가!! 허리를 감싸는 밴드라도 넓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을, 얇은 ‘빤스 고무줄’ 이 나풀거리는 그 꼴은 차마 눈뜨고는 봐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별로 귀엽지도 않은 엉덩이 위에 걸쳐진 그 후줄근한 속옷의 기억은, 내게는 아직까지도 삼각빤스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래서 누가 그러지 않았나, 삼각 흰색 면 빤쓰는 남자빤쓰 3대 죄악이라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그게 어떤 느낌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남녀 둘이 들어선 모텔, 격렬한 키스와 함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둘의 호흡은 점점 고조되고 서로를 만지는 손은 점점 빨라진다. 거칠게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기대에 부푼 맘으로 딱! 셔츠를 벗겼는데!
여자의 속옷이 사흘전에 빨아놨던 2년 된 경품 수건 같은 꼴이다. 끈은 너덜너덜, 장식도 다 떨어져 후줄근해진 브라. 그리고 보너스로 구멍까지 나주신 팬티. 어때, ‘입맛’ 확 떨어지 않나? 흰색 삼각팬티는 그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다!
흰색 레이스가 곱게 달린 여성스러운 브라, 혹은 호피무늬가 와일드하고 섹시한 팬티, 블랙의 강렬한 가죽 코르셋까지- 여성의 속옷에 관한한 남자들의 취향은 다양하고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대체 왜, 남자들은 여자의 속옷에 신경 쓰는 것만큼 자신의 속옷을 신경쓰지 않는가?
남자들만 여자 속옷에 판타지를 가진 것이 아니다. 여자들 역시 남자 속옷에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남자들은 일단 스위치가 켜지면 그 내용물밖에 안 보이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자들은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이미 남자의 속옷 스캔을 이미 완료했다. 그리고 속옷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기왕이면 예쁜 속옷에 싸인 심볼이 훨씬 탐나지 않겠는가? 설사 그것이 곧 벗겨질 것이라고 해도!
그런 의미에서 여자가 “나 오늘 속옷 샀는데~”라고 말한다면, “어 그래? 예쁘네.”하고 보는 둥 마는 둥 불 끄고 달려들 게 아니라, 최소한 1분 정도 황홀한 표정으로 감동해줬으면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남성 속옷의 역사
잠깐 남자 속옷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한낱 천 쪼가리에 불과해 보이는 팬티의 역사는 무려 7000년 전인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형태의 속옷이 되기까지의 역사만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속잠방이와 같은 ‘브레’를 사각팬티의 시초라고 볼수 있는데, 르네상스 시대였던 이때까지만 해도 좀더 널럴하고 길이가 긴 속바지와 같은 형태였다고 한다. 그 이후 면으로 제작된 속옷이 ‘판매’되는 빅토리안 시대를 거쳐 1930년대에 미국 시카고의 속옷 회사 ‘Jockey’가 사각 팬티를 출시하였고, 허리부분에는 끈이나 단추 대신 신축성 있는 밴드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삼각팬티의 유례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첫번째는 사각팬티를 만든 ‘Jockey’사에서 다리부분에도 밴드를 넣어 삼각팬티를 만들었다는 설, 혹은 1950년대의 일본의 어느 할머니가 너무 긴 사각팬티에 걸려 넘어지는 손자를 위해 삼각팬티를 만들어 주었다는 설, 그리고 세계 2차대던 이후 군수 물자 부족으로 천을 아끼자는 취지에서 다리 부분을 넓게 판 삼각팬티가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1950년대에 들어오면서 팬티는 격동의 시대를 맞이한다. 그동안에는 흰색, 군대에서는 국방색(…)으로 통일되었던 팬티에 무늬와 색이 들어가게 되고, 패션 아이템의 한 종류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레이온, 듀폰 나일론 같은 화학 섬유의 등장에도 흰색 면팬티가 베스트 셀러였다는건 함정…(도대체 왜?!)
1950년대말 스판덱스 소재가 등장하면서 속옷의 사이즈는 점점작아지게 되고, 더 이상 ‘가리개’가 아닌 ‘받침대’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캘X 클라인과 같은 ‘섹시함’을 내세운 디자인 속옷이 등장하고, 국내에서는 BXC와 쌍X울이 남성들의 속옷을 책임지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흰색의 삼각 면 속옷이 주류였으나, 1990년대부터 컬러 팬티가 출시되기 시작하고 아래 두분(…)을 필두로 본격적인 컬러속옷의 시대가 열린다.
그리고 군필자라면 모두 안다는 그 속옷….그래, 일명 ‘용감한 남자들(브레이브 맨)’
국방색 속옷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3차 진화까지 거쳤으며, 삼각과 사각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원래는 흰색 목련 팬티였다고 하나, 2000년대에 들어 컬러가 들어간 트렁크 팬티가 보급되었다고 한다. 트렁크 팬티는 육해공군 모두 디자인이 같지만 삼팬티일 경우 육군은 국방색과 갈색, 해,공군은 하늘색, 흰색, 감색을 지급 받는다고 한다. 필자의 친구는 육군, 사촌동생은 공군인데 그들에 의하면 착용감은 ‘걍 그래…’라고.
드로즈의 탄생과 패션 속옷의 발전
드로즈의 역사도 빼먹으면 안되지. 1990년대에 들어서 힙합문화가 발전하면서, 바지를 내려입어 팬티를 일부러 보여주는 ‘배기’ 스타일의 유행이 드로즈의 시초라고 한다. 사각의 디자인과 삼각의 딱 붙는 착용감을 합친 궁극의 속옷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속옷이 되면서 밴드가 점점 넓어지고 그 색상도 점점 화려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일명, ‘벗기고 싶은’ 속옷에는 어떤게 있을까? 일단 모두 사보고 입어보고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는 아니고, 여튼 익히 아시다시피 남자 속옷의 종류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삼각, 사각, 그리고 드로즈. G스트링이나 통즈로 불리우는… 일명 T백이라는 속옷도 있지만, 그건 마지막에 가보면 필자가 왜 언급하기를 꺼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
삼각 팬티, 예쁘기는 하지만 곧휴는 힘들어합니다
삼각, 멋있게 말하면 브리프. 허벅지 사이로 팬티가 말려 올라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사실 최근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하락한 불운의 속옷이기도 하다. 하얀색 삼각팬티, 그것도 순면이라면 정말 최악이다. 흰옷은 아무리 ‘빨래 끝~ 옥시xx!’을 써도 완벽하게 세탁되지 않는다. 하물며 속옷을, 그것도 몸에서 분비되는 무언가(…)로 덕지덕지 때가 끼고, 나중에는 전체가 누렇게 될 속옷을 생각하면…
다만 주의할 점. 손바닥만 한 삼각팬티는 착시현상을 일으켜, 거대한 몸에 비해 주요부위를 작아 보이게 만들기까지 한다는 문제가 있다. 어쨌든 민망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심볼께서 불시에 불끈불끈(!) 하면 삼각팬티는 수납할 공간도 마땅찮다! 어느 방향으로 빼꼼 머리를 내밀게 내버려 둘 것인가?
물론 요즘에는 삼각팬티도 디자인, 혹은 건강상의 이유로 그걸 보완해서 코드피스, 일명 불알 주머니(…)를 3D로 설계되어 나온다고 하니,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그래도, 삼각팬티는 초등학생 때 만화캐릭터가 박힌 것으로 실컷 입었으면 이제는 그만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소만…
편하지만 대충 입지는 않아야 할, 사각팬티
다음은 사각 팬티, 트렁크 혹은 복서라 불리운다. 통기성이 좋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정도에 컬러풀한 복서가 등장하는데, 삼각 팬티가 남자의 정자생성에 안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쪽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요즘에는 여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만은…
문제점은 있다. 사각 팬티가 바지 위로 말려 올라가거나 하는 이런 경우가 상상 이상으로 꼴보기 싫은 광경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입고 다녀도 속옷처럼 안 보이는 엄청난 장점도 있다.
극단적인 예로, 잘 생기고 몸 좋은 남자애의 속옷 차림을 우연히 본적이 있는데- 적당히 근육 잡힌 몸에 서구형 마스크를 가진 그였지만 배꼽 바로 아래까지 끌어다 입은 빨간 줄무늬 트렁크는 도저히… 도저히 그 얼굴과는 매치 시킬수 없을 정도였으니 속옷 역시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 패완몸(패션의 완성은 몸)이 아니었다는 말씀.
크고 아름다워 보이는, 그리고 실제로 아름다운 드로즈
그리고 내가 거의 숭배하는 속옷, 드로즈가 등장한다!!! 영어로는 복서 브리프. 요즘 가장 많이 입는 형태로, ‘삼각과 사각의 매력을 동시에 갖춘’, 혹은 ‘이단’이라고 불리운다만…
개인적으로, 아니 여자로써- 남자 속옷 중 갑 오브 갑은 드로즈라고 생각한다. 그 매력은 삼각팬티나 사각팬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투톤으로 이루어진 강렬한 색상과 허벅지와 엉덩이를 부드럽게 연결시키는 그 라인, 다리와 속옷 그 사이에 살짝 눌린 체모의 섹시함, 배꼽 아래 넓은 밴드가 감추고 있는 울끈불끈함까지…! 상상만 해도 섹시하다!
신축성 있는 천이 힘있게 하반신을 받쳐주고, 예쁘게 감싸진 다리 사이의 굴곡이 시각을 매끄럽게 만든다. 또, 피부와는 살짝 다른 온도의 속옷이 맞닿으면 묘하게 착 달라붙는 맛이 있다.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과 눈을 끄는 색상이 몸을 더 다부져 보이게 만드는건 물론! 요즘 나오는 드로즈는 기능성이라 앞에 파우치까지 제대로 달려 있고, 또 그 입체적인 디자인이 묘하게 커 보이는 효과까지 만들어낸다! 이래도 드로즈를 마다할텐가?
예쁜 속옷을 고르는 3가지 방법
드로즈만 너무 예찬한것 같아 덧붙이는, ‘예쁜 남자 속옷 고르는 방법.’ 필자가 유학중인 학교 교내 설문에 의한 결과이지만, 대다수의 남자가 속옷을 고르는 기준은 샴푸를 고르는 기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사다 준 속옷을 아직도 입고 있다고 밝힌 남자들이 많아, 필자를 혼돈의 카오스에 빠뜨렸다(…) 핵심은 디자인과 기능성이다. 만약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어두운 톤의 원색을 고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원색을 먼저 시도해보고,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이나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으면 화려한 무늬나 색상에도 도전해보는 것이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하얀색은 웬만큼 깔끔한 성격이거나 빨래에 자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비추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해공군의 지급품인 하얀색 팬티는 취급 요주의의 물건이다 (…) 형광색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 많으나, 형광색 일색보다는 어두운 톤과 함께 매치된 것이 예쁘다.
색상 다음으로 두 번째 핵심은 허리를 감싸는 밴드이다. 이 밴드가 너무 아래 있어도 꼴불견이고, 배꼽에 닿을 정도로 위에 있어도 보기 싫다. 보통 기장의 바지인 경우 속옷이 안보일 정도로 살짝 아래 있는 편이, 골반에 걸쳐지는 로웨이스트 진인 경우 속옷이 살짝 비칠 정도의 기장인 게 예쁘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살짝 보이는 남자의 팬티 밴드는 아주 약간 흘러내린 여자의 까만색 브레이지어 끈과 같은 급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밴드의 넓이와 강도도 매우 중요한데, 너무 얇으면 고무줄 팬티 같아 보이고 또 너무 넓으면 뱃살이 눌리는데다 복대 같아 보인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넓이는 다르지만 손가락 한마디 반~두 마디 정도의 넓이와 옆구리의 라인에 딱 떨어지는 강도가 적당하다.
세 번째 핵심은 기능성. 지하철 가판대만 가도 널린 게 속옷이지만, 실제로 쓸 만한 속옷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그냥 속옷이라고 쓰인 천쪼가리가 대부분이라는 것.
기능성 속옷은 음낭 주머니라는 것을 따로 두어- 고환과 맞닿는 부분을 최소화 시켜 정자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33.5도를 유지시켜준다. 공간이 따로 있으니 땀이나 습진으로 인한 냄새가 날 확률도 적고, 가려움 쓸림현상을 억제한다. 게다가 입체적으로 설계되어서 갑자기 불끈불끈(!) 하는 일이 생겨도 수납(!)할 공간이 따로 있어 걱정이 없다! 그동안 자리가 없어 옆으로(?) 누워야했던 불끈이들에게는 희소식인 셈!
어차피 가려지는 속옷, 뭣 하러 그렇게 정성들여 고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내 몸이 영화 본편이라면 속옷은 트레일러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맛보기인 것이다. 물론 맛보기를 보고 난 후에는 필연적으로, 혹은 강제적으로 본편을 봐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맛보기를 보여준다면 본편도 어느 정도 점수를 먹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트레일러가 영화의 전부인 경우도 있으니, 그것만은 알아서(?) 잘 하길!
보너스
그럼 끝으로, 창조적이다 못해 우주를 멸망시킬 것 같은 최악의 팬티 몇 개를 소개하겠다. 제발 이런걸로 본인의 창조성을 시험하지마…(…) 경고하건데, 이제까지 본 그 어떤 속옷- 심지어 코끼리 팬티보다도 충격적일 것이다.
도움 주신분: <우리들은 푸르다> 문택수, 군복무중인 친구와 사촌동생
이 글은 기능성 속옷 브랜드 라쉬반의 의뢰로 제작되었습니다.
wandtattoo küche6 Summer must haves u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