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잘생긴 네이버 디자이너, 스타트업 탈잉으로 가다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어쩌다 탈잉에 합류하게 됐습니까?
조중현(탈잉 디자이너): 첫 직장은 네이버였습니다. 브랜드디자인, 운영/기획 등 다양한 파트의 업무를 했는데, 어딜 가도 결국 디자인을 했습니다(…)
리: 디자인이라면, 주로 어떤 일을 했나요?
조중현: 대기업이라 큰 변화는 힘들었기에, 포스터나 스티커 만드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지도 앱 아이콘을 보면 한쪽으로 치우쳐 있잖아요? 이걸 중간으로 좀 옮기자, 이런 의견도 반영되기 힘들었습니다.
리: 그래서 스타트업으로…?
조중현: 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단 생각에 4년 차부터 이곳저곳 알아봤어요. 글램 안재원 대표님이 건국대 미대 선배라서 조언을 구했죠. 그러니까 대기업 말고 무조건 스타트업 가라는 거예요. 자기가 탈잉 대표가 친한데, 거기 브랜드가 무주공산 상태다. 가면 하고픈 거 다 할 수 있을 거다… 반년 가까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Part 2. 영어로 뒤덮인 시대, 한글로 로고를 만든 이유
리: 역할은 무엇이었습니까?
조중현: 리브랜딩이었습니다.
리: 리브랜딩은 뭡니까?
조중현: “다른 곳이 아닌 탈잉에서 강의하고 싶어” “이왕이면 인스타에 탈잉에서 강의하는 거 올리고 싶어”, 이런 생각들 하나하나가 브랜드라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시각적인 메시지부터 분명해야 하지요. 탈잉은 로고부터 너무 옛날 느낌이고 촌스러웠습니다. 이 모든 디자인을 재정립하고 싶었지요.
리: 로고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로 봅니까?
조중현: 현재 탈잉에서는 절반,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봅니다.
리: 엥? 네이버 앱의 N자가 50% 먹지는 않잖아요…
조중현: 로고의 중요성은 사업의 단계마다 다릅니다. 완전 신생 서비스야 로고보다 비즈니스 그 자체가 중요하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알려진,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알려져야 할 서비스에서는 로고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리: 탈잉 로고가 맘에 안 들었습니까?
조중현: 기존 탈잉의 기존 로고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뭐라 읽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탈링? 톨잉?”이런 식이죠. 그래서 우선은 ‘빠르게 인식시킬 수 있는’ 로고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리: 빠르게 인식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중현: 한글로 로고를 만들면 됩니다.
리: ……
조중현: 로고를 두고 수많은 테스트를 해봤는데, 한글로 만들면 바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우리가 “탈잉이 있어” “탈잉이 탈잉이야”라고 소리쳐야 하는 단계라 생각합니다. 토스나 지그재그처럼 심볼을 만들기보다, 당장 하나의 로고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Part 3.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브랜드를 만드는 이유
리: 심볼을 쓰면 왜 리소스가 더 들어가는 건가요?
조중현: 돈 잔뜩 쓰면 어떻게든 인지시킬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t” “탈”과 같은 심볼을 내세운다고, 사람들이 탈잉으로 인식하진 않을 겁니다.
리: 그런데 왜 다들 심볼을 쓰는 거죠?
조중현: 일단 브랜드가 인지되기만 한다면, 로고보다 훨씬 가볍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도 처음 모바일 앱을 만들었을 때도, NAVER, daum이란 글자가 들어 있었죠. 일단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만 잡으면 심볼만 운영하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그게 안 되면 인지부터 제대로 시켜야겠죠.
리: 좋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리브랜딩을 시작했습니까?
조중현: 전 직원 인터뷰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리: 질문이 많은데 이건 정말 킬링 질문이다, 싶은 게 있나요?
조중현: “탈잉이 패션 브랜드라면?” “자동차 브랜드라면?” “치킨 브랜드라면?”, 이런 질문이 좋았어요. 남들이 바라보는 우리 수준을 스스로 생각해보자는 거였죠. 그중 와닿은 답변이 “무지가 되고 싶은 스파오”였어요. 이상은 있는데 현실과 거리가 먼 거죠. 좀 어설픈 서비스라는 느낌을 지워내는 브랜드가 필요한 걸 알 수 있었죠.
리: 여기 보니까 뭐 답변에 슈프림도 있고 그런데요…?
조중현: 그걸 또 걸러내는 게 브랜드를 만드는 데 중요합니다(…) “탈잉이 연예인이라면?”이란 질문에서 아이유도 있고 박나래도 있는데, 솔직히 아이유는 좀 아니잖습니까…
리: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를 쓰는 것과, 내부에서 직접 진행할 때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조중현: 완전히 다릅니다. 에이전시에 맡기면 멋진 시각적 결과물이 나오긴 하죠. 하지만 그 조직을 온전히 담은 브랜드가 나오긴 힘듭니다. 구성원의 마음과 동기화되지 않으니, 제대로 동작하지 않죠. 안에서 작업하면 구성원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 과정에서 계속 조금씩 다듬고 또 다듬죠. 그렇게 해서 내부 구성원들에게 일치된 무언가가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그것이 브랜드로 드러나는 거죠.
Part 4. 제품만이 아닌 조직문화를 담는 브랜딩
리: 그래서 이번 로고에는 무엇을 담은…
조중현: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탈잉을 잘 인지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였고, 다음으로 탈잉의 조직문화를 담아내려 했습니다.
리: 조직문화도 로고에 반영한다?
조중현: 네. 결국 모든 브랜딩은 조직 문화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로고를 보면 단정한 네모에서 벗어난 동세가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탈잉의 문화, 역동적이면서도 다양성을 중하는 문화를 담으려 했습니다. 사실 한글 로고부터 평범한 브랜드 느낌은 아니죠.
리: 하긴 리브랜딩을 기회로, 조직문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재정립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네요.
조중현: 처음 합류할 때부터 대표가 “조직문화는 브랜딩과 같이 엮인 문제이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방향성이 합치되고, 그 좋은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고, 채용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는 시도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브랜딩 설문지 답안을 전부 공개했어요. 누구는 탈잉을 박나래로 생각했고, 누구는 아이유로 생각했죠. 이 눈높이를 서로 비교하며 맞추는 것, 그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됐죠.
리: 탈잉의 키 컬러는 어떻게 도출했나요?
조중현: 원래 탈잉 색이 좀 힘없는 핑크빛이었어요. 더 주목받으려면 에너지 넘치는 쨍한 핑크가 어울렸죠.
리: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도 고려했나요?
조중현: 너무 강하게 인식하면 그 프레임에 말려 들어갈 수 있기에 참조하는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런 건 있었어요. 콜로소, 클래스101 같은 서비스는 유명인을 영입해서 무게를 잡잖아요. 그래서 위압감 있는 블랙 앤드 화이트를 활용하는 거죠. 반면 탈잉은 강의를 하다가 인정받는 튜터가 올라오는 바텀업 방식이에요. 튜터 연령도 젊은 편이고요. 그래서 컬러도 완전히 대비시킨 거죠.
리: 되게 쉽게 이야기하지만, 실제 작업은 꽤 디테일하겠죠?
조중현: 다 그렇죠. 예로 한글로 가겠다는 마음은 먹었는데, 정작 ‘탈잉’은 한글로 쓰기에 예쁘지 않았어요. ‘탈’의 ㅌ와 ㄹ, 둘 다 가로획이 3개씩 있어요.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일반 폰트로는 도저히 로고를 만들 수 없었어요. 그래서 두 사각형의 틀을 합쳤어요. ㅌ와 ㄹ을 연결한 거죠. 반면 ‘잉’은 공간이 넓은 ㅇ이 2개 있는데, 의도적으로 두 ㅇ의 크기를 달리해 개성을 강하게 했죠.
Part 5. 실용적인 디자인, 실용적인 브랜드
리: 그래서, 짠… 하고 발표할 때 반응은 어땠습니까?
조중현: 굉장히 좋았습니다. 제가 잘했기보다, 애초에 모두가 저를 믿어줬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탈잉이란 회사가 변화를 굉장히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또 구성원들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시각으로 사업을 바라보았기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가 정말 구성원들에게 방향을 잘 전달하고 일치시킨 것 같아요.
리: 스타트업으로 건너오자마자 한 건 했군요. 대기업과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조중현: 일다운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대기업은 좀 복잡한 사내 그런 게 있잖아요. 탈잉은 그냥 필요한 걸 찾아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변화를 즐겨서 이를 잘 받아들이는 거지, 아닌 사람은 좀 힘들 수 있겠지요.
리: 리브랜딩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나요?
조중현: 디자인 자체도 힘들지만, 내부 구성원 설득이 훨씬 힘듭니다. 누구나 변화의 필요성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보통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건 예쁜 디자인, 심미성이죠. 하지만 디자이너는 ‘미는 기능으로 작용한다’는 생각, 즉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일합니다. 그 생각의 갭을 메우는 게 중요해요. 이게 그냥 예쁜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해야 하죠.
리: 하지만 논리가 먹힌다고 해서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조중현: 디자인은 논리적이면서도 비논리적인 부분을 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로고 안에 담긴 의미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도, 비논리적인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죠. 사실 발표는 잘 될 수밖에 없었던 게, 이미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반쯤 설득한 상태에서 결과물만 보여줬을 뿐이니까요.
리: 브랜딩뿐 아니라, 다른 디자인 부분에도 변화가 좀 있었나요?
조중현: 예, 많은 부분에 관여합니다. 예로 메인 페이지만 해도 상단을 뜯어고쳤죠. 당장 개발 리소스가 부족하니, 최소한의 미감은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사진 찍는 것부터 프로세스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눈에 안 띄는 것 같아도 사람들이 다 인식해요. 팔이 잘려 있고 해상도도 떨어지고 하면 어설프게 보여요. 어설픈 서비스를 누가 쓰고 싶어 하겠어요.
리: 해시태그도 눈에 띄는데 왜 넣은 거죠?
조중현: 전에는 아이콘과 텍스트가 함께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콘이 아이콘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거죠. 위로 오르는 그래프를 통해 마케팅을 연상하긴 힘들잖아요. 그래서 해시태그와 함께 큼지막한 워딩으로 뺀 거예요. 약간 힙해보이기도 하고.
리: 디자이너는 예쁜 걸 만든다는 편견과 달리, 실용주의를 엄청 좋아하는군요…
조중현: 제가 네이버 브랜드디자인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브랜드 디자이너란 말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기획이고, 디자이너는 목적을 구현하는 기획자라 생각해요. 좀 더 시각적 결과물을 내는 기획자일 뿐이죠. 우리 명함도 보면 닉이 써 있잖아요. ‘마님’ 등 재밌는 닉이 많고 실제로도 그렇게 불러요. 명함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아이스브레이킹이 되죠. 이런 세세한 것 하나하나를 담아내려 노력했어요.
Part 6. 일상을 더 편하고 즐겁게 만드는 디자이너
리: 잠시 이야기를 돌려서… 디자인 꿈나무는 뭐해야 합니까?
조중현: 돈 많이 벌려면 디자인보다는 코딩을 배워야죠(…) 사실 개발자나 디자이너나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툴을 사용하느냐의 차이가 있지, 생각을 구현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전공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리: 그래도 전공인데, 뭐라도 배운 게 있지 않겠습니까(…)
조중현: 그게 정말인 게, 굳이 이야기하자면 전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배웠달까(…)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틀을 열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자기 작업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이런 것도 알게 된 것 같고요.
리: 디자이너들이 서로 좀 많이 까잖아요, 쟤는 입만 살아있다고…
조중현: 디자이너가 제일 신경 많이 쓰는 건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란 말이 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엄청 신경 쓰죠. 근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과제를 페이스북에 올리곤 했어요. 잘하든 못했든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많이 성장했죠. 2014년에는 외국 애들도 좋아요를 누르고 가더니, 핫하게 비핸스 메인에 걸리기도 했죠. 이런 경험을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대해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눈치 보지 말고 드러내자…
리: 남는 시간에는 뭐 하고 노세요?
조중현: 전 놀 때도 디자인하고 놀 때가 많습니다. 일 벌이는 거 좋아해서 “대강포스터제”라는 행사를 열기도 했어요. 제가 옛날 노래 좋아하는데,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대강 포스터 만들란 거죠. 주변 디자이너들 불러모아서 엄청 재밌는 포스터가 많이 나왔어요.
리: 오, 일민 미술관에서도 전시했군요.
조중현: 네, 이런 활동을 좋게 봐줘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거 외에도 일상 속에서 디자인으로 재미를 많이 얻으려고 해요. 회사에서도 제 역할은 로고를 만들고 IR 자료를 예쁘게 꾸미기도 하지만, 또 목요 맥주 기획을 좀 더 즐겁게 꾸미고, ‘칭찬벽력’이라는 사내문화를 더 즐겁게 만들어가기도 하지요.
리: 이전 직장에서도 이런 일 많이 헀나요?
조중현: 네, 많이 했습니다. 예로 저는 노조 소속이 아니었지만, 노조 로고는 제가 만들었어요. 그리고 테크 콘서트 포스터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래도 대기업이라, 정식 업무 아닌 걸 손댄다고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탈잉이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다방면에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다양한 길들이 보이죠. 특히 단순한 회사원 마인드에서 벗어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Part 7. 철학을 실천하는 브랜드로
리: 아무튼 이번 리브랜딩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자면?
조중현: 로고는 어찌 보면 국기와 비슷합니다. 한 번 만들어지면 함부로 못 바꾸죠.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정말 중요한 작업의 첫발을 디뎠다 봅니다. 이것만으로도 큰일입니다. 리브랜딩 자체가 크고 어려운 일이라 손을 못 댔는데, “이젠 바꿀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도, 탈잉을 더 인지시키고, 조직문화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고요.
리: 그런데 조직은 계속 변하잖아요. 그러면 로고와 브랜드도 변하는 건가요?
조중현: 그래서 주기적 브랜딩이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의 탈잉 1.0에서 1.5까지 왔다면, 다음 스텝은 2.0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탈잉만의 남다름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말이죠. 이 과정에서 탈잉만의 철학을 잃지 않는다면, 성장했을 때 더 좋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 기조가 서비스 전체에 스며드는 거죠.
리: 탈잉만의 철학이란?
조중현: 저희 브랜드 철학 중 ‘다양성’과 ‘형평성’이 있어요. 2만 명에 달하는 우리 튜터들을 잘 연결해주는 게 다양성이겠죠. 지금 웹페이지 개편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 중인데, 다양성을 잘 보여주려면 포털처럼 좀 더 많은 튜터를 노출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타 강사 위주로 접근하는 다른 교육업에서는 이런 다양성을 가지기 힘드니까요.
리: 형평성은 뭐죠?
조중현: 형평성은, 요즘 교육업에 허위과장 광고 이슈가 많잖아요.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시장 불신이 커지고, 커져야 할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싶어요. 탈잉은 절대 이러지 말고 지킬 건 지키자, 이런 내부적 합의가 브랜딩을 통해 자리 잡았죠.
리: 브랜딩을 통해 도출된 철학이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거군요.
조중현: 거의 절반 정도는 그 역할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빠르게 나가야 할 스타트업은 일일이 이게 맞다 틀리다를 잡아주기 힘들잖아요. 애초에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돕는 거죠. 예로 리브랜딩을 통해 확립된 광고 가이드라인 중 이런 것도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다 보면 좀 찌라스러운 면도 필요한데, 너무 이것만 하지 않도록 세련된 브랜드 광고 비중을 20%는 유지하자는 거죠.
이런 광고만 하지 않겠다는 철학(…)
조중현: 제 영역에 관해서만 말씀드리자면, 모든 디자인 영역이 더 분명하고 세련되게 변해가겠죠.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탈잉VOD와 탈잉의 관계입니다. 둘 다 탈잉이지, 얘는 VOD고 얘는 탈잉, 아니잖아요. 하지만 VOD를 명시하지 않으면 인지가 좀 힘들고… 그래서 지금은 한글로 ‘탈잉브오디’라 쓰는 선에서 타협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탈잉이 성장하며 또 다른 변화가 생길 수 있겠죠.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조중현: 기존 탈잉이 1.0이었다면, 이번 리브랜딩은 1.5, 앞으로는 2.0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시각적인 변화에 머무른 것은, 당장 경쟁사보다 뒤떨어진 미감이 ‘탈잉’이라는 브랜드가 촌스럽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브랜드 기조가 서비스 전반으로 퍼져 기능과 콘텐츠에도 녹아들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탈잉이란 브랜드가 20대 사이로 침투해, 탈잉의 사업모델이 잘 돌아가도록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