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영어 문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보며 비생산적인 지식을 쌓고, 문장이 아닌 단어를 외우고, 필요 없는 표현을 눈으로 익히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왔다. 이제는 많은 분이 깨달았을 것이다. 이 방식이 영어 학습의 전형적인 실패 공식이라는 사실 말이다.
지금 당장 ‘소아과 의사’를 2초 안에 영어로 말해보자. 아마 말문이 막힌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소아과 의사라는 단어를 모르니까. 소아과 의사는 영어로 ‘pediatrician’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이 어려운 단어를 꼭 외워야만 할까?
a pediatrician → a doctor for children
이 단어를 모르더라도 ‘a doctor for children’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이는 중학교 어휘만 익혔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수준의 표현이다.
물론 ‘소아과 의사’라 말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의사’라고 말하는 것보다 폼은 더 난다. 그러나 그뿐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소통을 위해서는 표현의 풍부함보다 유 창성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이런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말문이 막혀서 두 문장도 채 이어 말하기가 어렵다
→ 이어 말하기 연습으로 막힘을 서서히 없앤다
→ 점점 더 막힘없이 이야기하게 된다
→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 막힘없이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다
→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 유창해진다
실제 대화는 길고 복잡한 한 문장을 말하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내 생각과 느낌을 간결한 문장으로 ‘막힘없이 이어서’ 말하면서 이루어진다. 이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자. 정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간결한 문장을 계속 이어서 말한다. 그게 바로 실전 프리토킹의 핵심이다.
실전 프리토킹 = 이어 말하기
완벽하게 말하지 않아도 통하면 그만이다
한국인이 영어로 말할 때 머릿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미지 자극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거나 느끼게 됨 → 한국어로 떠올림 → 중간언어 시스템에 저장된 문장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함 → 검색한 재료를 응용해서 영어로 말함 → 현실 세계와 연결됨
한국인이 어떤 느낌과 생각을 한국어로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머릿속에 떠오른 한국어 문장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때 완벽한 문장으로 영작을 하려고 하면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대화가 막힘없이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불완전한 중간언어, 즉 콩글리시로 말해야 한다. 만약 그래도 중간에 말문이 막히면 침착하게 다시 원래의 이미지와 느낌에 집중하면 된다.
틀려도 괜찮다. 언어란 원래 불완전한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완벽하게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없이 지식만을 늘려나간다. 잘게 쪼개어 바로바로 말을 해야 하는데, 머리로 계속해서 문법에 맞는 문장 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에 맞는 영어 표현을 찾아 2초 안에 직관적으로 소리로 던지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기 에 영어는 곧 운동이다. 내가 느끼는 이미지, 머릿속에 든 생각을 대략 2초 안에 문장으로 이어서 던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 사기당했어.”를 3초 안에 영어로 말해보자.
하나.
둘.
셋.
혹시 방금 ‘사기’라는 단어를 몰라서 말문이 막혔는가? 바로 그렇게 사고하기 때문에 영어가 안 되는 것이다. 그 단어를 몰라도 이 표현 역시 중학교 영어 수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I met a bad person. He lied to me. So, I lost a lot of money.”
나 나쁜 사람을 만났어. 그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그래서 내가 많은 돈을 잃어버렸어.
이런 식으로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상황과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기저귀라는 단어를 아는가? 몰라도 괜찮다. ‘baby panty’라고 해도 알아들으니까. “나 완전 찬밥 됐어.”라는 말도 “I was lonely. People didn’t like me.”라고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처음에는 아이들처럼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제발 ‘아는 영어’로 말하자. 사실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결국에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선에서 영어로 내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애쓰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딱 이만큼 영어 엔진이 활성화되고 말이 길어지며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 이때부터 영어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아는 영어로 말하기’의 예시를 더 들어보겠다.
- 숲 a lot of trees
- 주식 폭락 stock down
- 대통령이 탄핵당했어. The president had to leave the blue house.
- 시골에 사는 쥐 the county mouse
- 시골 쥐는 얼굴을 찌푸렸어요. The country mouse was not happy with it.
- 의기소침해지지 마. Don’t feel small.
이처럼 아는 영어의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면서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딱 이만큼 영어엔진을 가동시켜보자.
[김영익] 2초만에 영어가 튀어나온다, ‘직장인 3개월 영어 프리토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