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휴가는 마음껏 즐기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코로나가 두렵고 장마가 무섭다. 그래서 올해 휴가는 스트레스받으며 여행을 가느니 마음 편하게 집에서 즐기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와 넷플릭스 드라마 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3박 4일 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준비하다 뭔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편하게 쉬는 건 좋은데 남는 것 없이 마냥 즐기자니 뭔가가 공허했다. 그래서 알찬 휴가를 위해 넷플릭스보다 재밌고 유익하며, 머릿속에 남는 것도 있는 책 4권을 골라 봤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보다 재밌는 홈캉스 추천 도서 4권’을 소개해본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 중 영원히 기억에 남을 만한 책들만 골랐다!
1. “저만 이렇게 예민한 건가요?”: 유독 예민한 분들에게 추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달력을 넘기며 가장 먼저 ‘휴일’을 챙겨보지 않을까?
하루라도 더 알차게 쉴 수 있는 휴일과 휴가에 대한 생각으로 달력 넘기기를 계속했을 거다. 2020년 새해만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새해가 조금 지난 시점부터 많은 것들이 달라져버렸다. 우리가 알던 일상은 과거의 기억으로 남겨졌고 8월,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로 바뀐 일상에 적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요즘 왜 그렇게 예민해?”였다. 나도 그렇지만 내 주위에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유독 많다. 먹고살기 힘든 사회 분위기상 당연한 듯,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예민함에 민감하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며, 남과 자신을 곧잘 비교한다.
가족관계, 타인의 시선, 남과 비교. 이 세 가지는 대한민국에 살면 어김없이 걸리는 거미줄 같은 사슬이 아닐까? 예민한 게 어쩌면 당연하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전홍진이 23년 동안 1만여 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하며 있었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다. 매우 예민한 40명의 상담 스토리를 보니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집에서, 가족과, 애인과, 친구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흔히 겪거나 주위에서 볼 수 있을 법했다. 그래서 더욱이 치유 방법이 궁금했고 저자가 말하는 방법이 도움이 됐다.
예민함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지, 없는지가 관건이다. 예민함을 잘 사용하면 그 사람의 능력이 되지만, 반대라면 스스로가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자신의 예민하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2. “왜 나만 불행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법륜 스님의 행복』
요즘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 만족을 해본 적이 있을까?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언제 행복했을까?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법륜 스님의 행복』을 꺼냈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보고난 뒤부터다. 일반인들이 질문들을 막 쏟아내는데 스님은 짧은 시간에 어찌 그렇게 시원하게 답을 주시는지, 사실 나에겐 충격이었다. 생각하는 방식이 나와는 완전 다른 것 같았다. 답답한 체기가 시원하게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그때부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됐고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법륜 스님의 행복』을 읽게 됐다. 어쩜 그렇게 하나하나 명백하게 해결책을 제시하시는지.
난 그동안 정답을 피해 멀리 돌아가려 그렇게 노력했던 것 같다. 답은 정해져 있는데 애써 피했다. 남들처럼 살고 싶어서, 부러운 것만 좇다 보니 스스로가 피폐해진 것 같다. 이 문장이 뼈를 때렸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생이 괴로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롭지, 이런 생각이 없다면 이루어지면 좋고, 안 이루어져도 그만이에요.
『법륜 스님의 행복』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나름 해결책도 찾기 시작했다. 남과 나를 비교해서일까? 아니면 내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게 너무 큰 것일까? 가망 없는 희망을 품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
그렇다. 나도 막연하게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며 헛된 희망만 품고 있었다. 처음부터 가망 없는 목표를 쫓아가려다 보니 좌절감에 빠져 혼자 힘들어하고 있었다. 나는 내 식대로 살면 되는데 말이다. 진지한 고민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다.
3. 더울 땐 역시 정신 쏙 빠지는 추리소설: 책 읽다 밤새고 싶은 경험을 하고 싶은 분께 추천! <64>
여름휴가 기간 동안 추리소설 딱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1초의 고민 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바로 『64』. 탄탄한 스토리, 치밀한 구성, 기절할 정도의 기가 막힌 반전까지. 저자는 무려 10년 동안 집필했다고 한다.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3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의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두툼한 692페이지가 아쉬울 정도니 말 다 했다.
1989년 일본의 한 도시, 어린 소녀가 집 앞에서 납치당한다. 몸값 2천만 엔을 요구하는 범인. 소녀의 아버지는 경찰에게 수사를 요청하고 몸값을 주며 아이를 찾고자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아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하루아침에 벌어진 이 사건에 어마어마한 수사 병력이 투입됐다.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 사건을 ‘64(1989년은 일본 연호로 64년이었다)’라 부른다.
14년이 지나고, 아무도 64에 관심이 없을 때쯤 새로운 경찰청장이 64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선포한다. 시효 만료 1년 앞둔 시점이라 보여주기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는데, 그때 64를 모방한 유괴사건이 벌어진다. 혹시 범인이 다시 움직인 것일까?
정말 대단한 책이다. 읽는 내내 화장실도 갈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하며 읽었다. 설마 이런 결말이 나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64』의 인기에 일본에선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됐다. 평소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두꺼운 페이지의 추리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해 밤을 새보는 경험은 휴가 때나 할 수 있는 소소한 사치가 아닐까? 사치를 부려보자!
4) 우울하지만, 그래도 알아야 하는 사회 문제: 임시·계약직·노인장? <임계장 이야기>
이번 책은 너무 현실적이라 가슴이 묵직해지고 아프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다.
『임계장 이야기』는 공기업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퇴직한 63세 조정진 씨의 비정규직 노동일지다.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경비원, 터미널 보안요원을 경험한 현실 이야기다. 책 제목과 저자 이름이 어딘지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왜 조계장이 아니라 임계장인가? 일터에서 퇴직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임시-계약직-노인장의 준말로, 언제든 자를 수 있는 임시 계약직 상태를 말한다. 비하적인 표현인데 아무렇지 않게 다들 편하게 부른다.
일하는 근무 조건이나 환경, 복지 등등 다 최악이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근무하는 곳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임계장들이 일하는 곳에선 그 ‘선’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선도 없고 규칙도 없었다. 말을 안 들으면 자르고, 아파도 자른다. 묻지도 따질 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사람들은 한결같다. 몸 건강하고 아프지 않고 말 잘 듣는 임계장.
『임계장 이야기』를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저자의 힘든 노동일지를 보며 아팠고, 나이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법적인 테두리가 없었다는 것에 놀랐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의 문제일 수도, 당신의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30대 일자리 대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임계장같이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문제라 인식하는 순간 세상은 조금씩 바뀔 것이다. 우리가 아까운 휴가 기간 시간을 내서라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원문: 명랑 소년의 일상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