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슬로워크 프리랜서 풀(pool) ‘샐러드볼‘ 지원자의 시점에서 작성한 가상의 후기입니다.
슬로워크 프리랜서 풀 샐러드볼 파헤치기
우연히 샐러드볼이라는 서비스를 발견한 뒤 파트너로 선정돼 일하는 경험을 풀어드립니다. 다른 프리랜서분들에게 도움이 좀 됐으면 좋겠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6년 동안 회사 세 곳을 다녔어요. 퇴사한 지 1년 반쯤 됐고요. 조직 생활은 영 안 맞아서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었어요. 프리랜서로 활동한 지는 1년 쨉니다. 회사에서의 직무는 에디터였습니다. 프리랜서로서도 글을 다루는 일을 했어요.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원고를 작성하거나 다듬는 일을 합니다. 때에 따라 취재도 나가요.
처음 몇 개월은 가만히 있어도 일이 들어왔어요. 주위에 프리랜서 됐다고 소문을 내고 다닌 덕분인지 여기저기서 외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했어요. 그런데 작업 건건에 몰입하다 보니 별안간 일이 뚝 끊기는 거예요. 당황한 저는 일감 찾기에 나섰습니다. 크O, 숨O 등 재능마켓을 다 뒤져봤고 알음알음으로 프리랜서 커뮤니티의 온오프라인 모임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나가봤어요. 내향 인간인데 노력 많이 했죠. 그러나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새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사실 재능마켓에서는 일을 한번 찾아본다는 것 외에 장점이 딱히 없었어요. 특히 저의 경력과 단가에 맞는 일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일을 구해야 할 때만 들어가고, 웬만하면 안 쓰게 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당연한 거였어요. 재능마켓의 경우 어쨌든 ‘매칭’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프리랜서의 전문성을 고려하거나 작업 환경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는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참 많은 일을 겪었어요. 정산을 제때 못 받는다거나, 작업을 마친 뒤 일을 맡긴 곳에서 갑자기 용역계약서와 NDA(기밀유지협약) 작성을 요구한다거나, 재능마켓에서 증빙해주어야 하는 특정 서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일이 잦았어요.
특히 용역계약서의 경우 업무 전에 작성했어야 하는데, 일을 급하게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아는 사람이 연결해줘서 믿고 진행한 거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제 일이 아닌 것 같은 업무가 추가되는 거예요. 일을 마무리했고 비용을 수령했지만 왠지 찝찝했어요. 나중에 알아보니 혹시나 분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항도 꼼꼼히 살펴봐야 하더라고요. 처음이라 어리바리하게 넘어갔는데요.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잘 챙깁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만만치 않았어요. 불필요하고 불명확한 커뮤니케이션에 온종일 매달리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작업할 시간이 난다거나, 문제라도 생기면 클라이언트 회사의 담당자를 찾는 데만 한나절이 걸린다거나 하는 ‘낭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습니다.
업무 관련된 것 말고도 견뎌야 할 일이 있었어요. 재능마켓을 써도 어쨌든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해야 했는데 오프라인 미팅이라도 하게 되면 얼평(얼굴 평가)은 하루에도 수없이 당했어요. “생각보다 글래머시네요”, “예쁜 사람이 일도 잘하나 봐요” 이런 말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속으로 ‘나는 그저 일을 한다’는 염불 내지는 주문을 외우며 웃어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고충을 저만 겪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리랜서 모임에서 들은 사례들로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런 페인 포인트(pain point)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에 목말랐어요, 실은. 상황과 인식은 개선되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실업자가 증가해서 세계적으로 개인 작업자가 늘어났다, 이제는 직장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는 말은 미디어에서 지속해서 나오잖아요. 그러면서 긱 이코노미 서비스의 장점과 단점, 처우 개선 관련 기사는 연일 보도되고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대입니다.
샐러드볼 발견!
해결책 없는 문제의식만 차곡차곡 쌓여갈 때쯤이었어요. 여느 때처럼 하릴없이 SNS, 재능마켓, 검색창 등을 오가며 구인 포스팅을 탐색했습니다. 그러다 눈이 번쩍 뜨이는 문구를 발견했어요.
우리가 함께할게요. 맡은 일만 하세요.
샐러드볼이라는 프리랜서 풀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봤는데 확 끌리더라고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재능마켓 서비스를 도발하는 문구가 처음 보였어요. 피식 웃고서는 스크롤을 내렸어요. 운영사는 슬로워크라는 회사인 것 같았고, 제가 따로 일을 찾을 필요 없이 슬로워크의 프로젝트를 하면 됐어요.
텍스트로만 소통하고, 실력만 발휘하면 되고, 맡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여기부터는 진지하게 서비스를 살펴보게 됐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가이드’ 버튼을 누르니 이런 내용이 나왔어요.
- 파트너의 집중 업무시간을 존중합니다.
- 메시지를 보낼 때는 필요한 모든 컨텍스트를 한 번에 전달합니다.
- 파트너가 불쾌하게 느낄 모든 차별적 언행을 하지 않습니다.
실화입니까…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프리랜서로서 겪은 불합리한 고충을 완화해줄 만한 솔깃한 문구들이 나열된 거예요. 좀 더 자세히 살펴봤어요.
첫째, 면접부터 작업까지 전 과정을, 협업 도구인 슬랙을 활용해 텍스트로만 진행한다고 되어 있었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내향적인 편입니다. 모임에 나가긴 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요. 일할 때도 글로 정리해서 소통하고 기록을 남기는 편이 더 효율적입니다.
그랬을 때 샐러드볼 서비스가 세심하게 설계됐다고 생각한 지점은 ‘모든 컨텍스트를 한 번에 전달한다’는 내용이 가이드로 명시돼 있는 것이었어요. 다른 업체와 일할 때도 텍스트 위주로 소통한 적은 많았지만 마치 카톡에서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실제로 카톡으로 일하기도 했고요) 말씀하셔서 ‘한 번에 정리해서 일을 주시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위 이미지는 단적인 예시예요. 이렇게 편하게 업무 보는 것도 좋지만, 일을 제공하는 분과 일을 받는 제가 둘 다 편해야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필요한 컨텍스트를 한 번에 전달받으면 업무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요. 시차를 두고 일해야 할 때 비동기 방식으로도 업무를 볼 수 있어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요.
- 비동기 방식: 업무 요청을 보낸 뒤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다른 업무를 진행하다가 답변이 오면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
- 동기 방식: 업무 요청을 보낸 뒤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
둘째, 불필요한 개인 신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나중에 지원서 양식과 함께 받았던 이메일 내용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소개 페이지에서 보자마자 ‘얼평을 겪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많이 당해서 ‘정말 그럴까’라는 의심부터 했지만, 이걸 명확하게 짚어주는 플랫폼이나 회사는 없었기 때문에 문구를 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셋째,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운영사인 슬로워크 소속의 PM이 전담한다는 장점도 있었어요. 재능마켓에서는 누릴 수 없는 슬로워크만의 장점이었죠. 아, 물론 완전히 다른 서비스여서 비교가 어렵겠지만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모로 가도 일을 구하면 되어서요. 또 소통이 일원화되어서 정해진 시간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신청하자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 들어본 서비스니까 운영사인 ‘슬로워크’ 웹사이트에 들어가 봤어요. 예비 사회적기업이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조직에 웹사이트나 브랜딩, 디자인 솔루션을 만들어주는 회사더라고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슬로워크가 블라인드 채용 경진대회 우수사례로 상을 받았다는 기사도 봐서, 불필요한 개인 신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일단 믿음이 갔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다 보니 슬로워크가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과정과 노하우를 이미 이해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을 굳혔습니다. 모집 분야에 마침 ‘콘텐츠’가 있는 것을 보고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했어요.
샐러드볼의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적어 넣은 이메일 주소로 구체적인 정보와 샐러드볼 파트너 지원서 양식이 왔어요. 전반적인 작업 환경, 자격조건, 심사 단계, 정산 정보가 적혀 있었습니다. 원격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 집중 업무시간(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 중)을 정해서 그 시간에만 슬로워크의 PM과 소통하면 된다는 점, 무제한 용량의 협업 툴-G Suite-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어요.
학력, 연령, 외모, 장애,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출신/거주지역에 관계없이 지원 가능하다는 문구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웹사이트에도 나와 있었던, 불필요한 개인 신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장점과 맞닿아 있는 문구라서 주목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외모’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 어필됐는데 다른 조건에도 공감이 갔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제가 독립적으로 일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결과물로 상호 평가하는 과정을 원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프리랜서들이 어떤 조건으로도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나 봐요.
아무튼 심사 단계에서도 시급을 제공해준다는 점과 정산을 제때 해준다는 것도 괜히 든든하더라고요. 프리랜서의 전문성과 결과물을 존중해준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글로 명시됐다는 것만으로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결국 지원서를 작성해서 냈습니다. 서류심사, 텍스트 채팅 면접심사, 트라이얼 심사를 거쳐 합격했어요. 심사 과정 내내 외모, 장애,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출신/거주지역을 일절 궁금해하지 않았습니다. 슬로워크의 실제 프로젝트 중 일부 업무를 함께 진행해보는 트라이얼 심사에서도 저와 매칭된 PM 분은 업무만 전달했어요. 트라이얼 심사 때가 돼서야 비용 수령을 위해 신분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제출했어요.
지원하기 전 한 가지 궁금했던 파트는 트라이얼 심사였어요. 슬로워크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작업 효율과 일정 관리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심사의 목적이고, 실제 슬로워크의 프로젝트 업무를 좀 떼어서 함께하면서 서로의 핏(fit)을 맞춰가는 단계인 것 같았는데요.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잘 안 잡혔거든요. 그런데 그냥 지원 페이지, 지원서를 받는 이메일, 자주 하는 질문에 있는 내용 전부 그대로 진행됐어요.
비용을 좀 유의해서 봤는데 트라이얼 심사에서는 서울시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시급 1만 523원을 받았어요. 최대 10시간 이내에 진행할 수 있는 범위의 업무로 트라이얼이 진행된다고 하는데, 저는 한 8시간 정도 했답니다. 실제 샐러드볼 파트너가 되었을 때는 업무 종류와 강도에 따라 비용이 정해졌어요.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에서 서로 존중하는 슬로워크의 문화를 트라이얼 심사에서 직접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긍정적인 경험이었어요. 참, 이제 기억났는데요.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만 해도 결과와 상관없이 웹캠 커버를 사은품으로 받는 건 안 비밀입니다. 선착순 100명인데, 전 초기에 지원해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놓치지 마세요, 여러분!
다음에도 샐러드볼 파트너 할래요
샐러드볼 파트너로 일한 지 2개월째예요. 계약을 한 번 연장했습니다. 슬로워크의 프로젝트 중, 협업하는 조직의 미션에 맞게 카피를 작성하는 일을 했고, 슬로워크 PM의 주도하에 30분간 원격 인터뷰에 참여한 뒤 러프한 스크립트를 작성하기도 했어요. 업무량이나 일이 들어오는 주기가 일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중간중간 다른 일들을 했습니다. 그래도 샐러드볼 파트너로서는 PM이 집중 업무 시간에 전달해주는 일에 집중했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샐러드볼 지원 페이지와 이메일로 왔던 내용 그대로 경험한다는 거예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비스라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좀 경계(?)하는데요. 프리랜서 생활(해봐야 1년…헤헤)을 하면서 이만큼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한 적이 없어서 긍정적인 점을 나름대로 정리해봤어요.
- 슬로워크의 클라이언트 일을 하는데 슬로워크 소속 PM하고만 소통한다. 소통 창구가 일원화돼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에 시간과 에너지를 덜 쏟는다.
- 불필요한 개인 신상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일만 잘하면 된다.
- 자격 조건과 검수 과정, 가이드라인이 명시돼 있다. 기준이 있어서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적다.
- 운영사인 슬로워크가 ‘사회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는 방향성을 가지다 보니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이 보람을 느낀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들을 대중없이 열거했어요. 독립적으로 일하면서도 이렇게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저의 마음을 흔든 장점인 것 같아요. 지금 함께 일하는 PM 분과 합과 스타일이 잘 맞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냥 왠지 다음 달에도 계약을 더 연장하면 좋겠습니다.
샐러드볼에 지원하기 전에도 좀 더 ‘나은’ 모델을 기대하기는 했지만 완벽한 걸 바라진 않았어요.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그저 원하는 조건과 환경을 찾아왔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프리랜서인 저로서는 샐러드볼이 좋은 선택지 중 하나기도 했고요. 지원한다고 해서 다 합격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프리랜서 및 개인 작업자분들, 우리가 겪는 문제를 일부 해소할 방법의 하나일 것 같아요.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샐러드볼에 지원해보세요.
원문: 슬로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