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단순한 슬픔 이상의 일이다. 바로 공유오피스의 대명사, ‘위워크(Wework)’ 이야기다.
2020년 6월 2일, 스타트업 업계는 위워크 종로타워점이 건물주에게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로 들썩였다. 다시 재협상에 돌입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관련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며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위워크는 공유경제를 설명하는 하나의 축이었다. 포브스 지 추산 47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올 3월 29억 달러로 뚝 떨어져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는데, 2019년 9월 이후로 위워크는 끈 떨어진 연처럼 한없이 추락하고만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위워크는 이렇게 극적으로 무너져 내리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위워크라는 기업은 대체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걸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위워크의 역사를 처음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 그린 데스크, 위워크의 시작
2008년,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던 28세의 애덤 뉴먼(Adam Neumann)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다. 온라인 기반이라 손님들이 방문할 필요가 없는데도, 사무실을 대여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 유지비가 감당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때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친구인 34세의 미구엘 메켈비가 등장한다.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 뉴먼은 사무실 한 층을 15개 공간으로 나누어 공간당 월 1,000달러씩 받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바로 위워크의 전신인 ‘그린데스크’의 시작이다.
이런 니즈를 가진 사람은 뉴먼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린데스크는 삽시간에 지점 7개를 더 열게 된다. 가능성을 본 뉴먼과 메켈비는 2010년 그린 데스크를 매각한 후 새로운 공유사무실을 차렸다. 이것이 바로 ‘위워크’의 시작이다.
번외: 뉴먼은 왜 ‘잘게 쪼갠 사무실’의 아이디어를 낸 걸까?
유대인인 뉴먼은 어릴 적 이스라엘의 ‘키부츠(Kibbtuz)’라는 곳에서 자랐다. 히브리어로 ‘집단’을 뜻하는 이 생활 공동체에서는 구성원들이 사유 재산을 가지지 않고 국유 토지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한다. 그래서 뉴먼은 수백 명의 유대인과 대가족처럼 지내며 어린 시절을 냈다.
이 키부츠 시절의 경험은 뉴먼의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준다. 공유오피스를 단순히 사무실만 임대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나누는 장소로 인식한 것이다. 뉴먼은 키부츠 내부의 사람들이 ‘대가족’처럼 서로에게 도움을 주었듯이, 공유오피스 내의 회사들도 서로에게 자유롭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렸다.
사실 위워크 이전에도 리저스(Regus, 현 IWC) 등의 거대 공유오피스 기업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곳은 호텔처럼 공간을 나누어 임대하는 공유’사무실’로서의 기능에 충실했다면, 위워크는 자유롭게 인맥을 만드는 ‘공유’사무실에 더 집중했다. 위워크의 중요 키워드인 ‘커뮤니티’가 여기서 등장한다.
2. 밀레니얼이 호응했다
위워크는 그래서 무엇을 바꿨는가? 쉽게 인테리어 측면에서 알아보자.
- 삭막한 콘크리트 벽은 치우고 투명한 유리 벽을 세웠다. 그래서 다른 사무실이 어떤 일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 널찍한 공유 공간(핫데스크)을 만들어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 맥주를 비치(!)해서 사무실을 벗어나지 않고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마지막으로, 세련된 인테리어를 사방에 더했다.
이 모든 요소가 새로운 고객층인 밀레니얼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밀레니얼에게 위워크는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었다. 명함에 자랑스럽게 새겨넣을 수 있는 주소, 넓고 예쁜 라운지, 다양한 문화 체험, 휴식 공간까지. 밀레니얼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세대’답게 자신의 SNS에서 위워크를 공유했다. 위워크는 자연스럽게 브랜딩을 확장하며 세를 불려 갈 수 있었다.
물론 위워크의 성공에 외적인 요소만 기여한 것은 아니다. 미국 한정 빠른 성장을 기록하는 데는 미국이 완전한 ‘임대인 위주 시장’이라는 점도 컸다. 미국 부동산은 기본적인 임대 연수가 최소 3년, 길면 30년까지 진행되는 데다 계약 과정도 복잡하고, 리모델링도 상당히 복잡한 허가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가볍게 시작해야 하는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심각한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공유오피스는 이 모든 복잡한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위워크는 말하자면 이 시장에 특유의 세련된 스타일을 덧입혀 탄생한 하이브리드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3. 손정의가 몸값을 부풀렸다
하지만 위워크의 신화는 손정의가 손을 댔을 때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정의는 애덤 뉴먼과 단 10분 만난 것으로 총 14조 원을 투자했다.
당시에도 이 투자는 많은 의혹을 샀다. 아랍의 비전펀드 투자자들은 “그저 부동산 임대회사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손정의는 “위워크는 기술 회사”라고 주장하며 “차세대 알리바바”가 될 것이라 강하게 확신했다.
당시의 투자자들에게 위워크는 전례가 없던 신사업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투자를 성공시킨 소프트뱅크가 개입하면서,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객관성이 한없이 흐려졌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는데, 당연히 잘 되겠지”라는 분위기가 되었다. ‘위워크 신화’의 시작이었다.
2020년 현재, 손정의 회장의 이름값은 많이 떨어졌다. 위워크와 우버, 타 스타트업 투자 실패가 겹친 결과다. 손정의는 지난 2월 결산 설명회에서 “(위워크 투자를)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미 손실액 예상치는 약 1조 엔에 달한다. 위워크 관련 손실금은 이 중 70%를 차지한다.
덤으로 애덤 뉴먼도 지난 5월 4일부로 손정의 회장을 고소했다. 손정의 회장이 위워크 주식 30억 달러어치를 사들이지 않기로 결정하자 응수한 것이다. 10분 만남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들의 ‘아름다운 관계’는 위워크의 추락과 함께 이렇게 어그러졌다.
4. 수많은 we의 난립: 그러나 부동산업 이상은 보여주지 못했다
손정의는 위워크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 앞서 말했듯이 전성기의 위워크는 최대 470억 달러까지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적 있다. 하지만 지점 수는 더 적으면서도 전체 면적은 비슷하게 보유한 공유 오피스 업체 리저스가 30억 미만 달러(!)의 가치 평가를 받는다. 둘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무실을 임대해 수선한 뒤 작게 나누어서 임대하는 모델로 거의 동일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위워크는 위워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돌파하려 하였다. ‘we’의 세계를 구축해서 사람들이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위-워크에서 퇴근한 직원은 셰어 하우스 위-리브(WeLive)로 퇴근한다. 이들의 자녀는 초등교육 및 코딩 교육 서비스인 위-그로우(WeGrow)로 등교하는 식이다. 위워크는 회사의 이름까지 ‘위컴퍼니(WeCompany)’로 변경하며 거대한 ‘we’의 세계를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가장 중요한 오피스에서조차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말로는 정보기술 플랫폼 기업임을 주창했으나, 현실적으로는 평범한 부동산 회사였다. 이렇게 한껏 부풀어 오른 기업 가치를 만족시킬 만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게 첫 번째 패인이 되었다.
5. 치명적인 오너 리스크: 애덤 뉴먼의 존재, 그 자체
두 번째 패인은 바로 창업자이자 CEO인 애덤 뉴먼 그 자체였다.
뉴먼은 어깨까지 늘어뜨린 머리카락에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스타일까지, 외형적으로는 스티브 잡스 스타일의 이미지 메이킹을 보여주었지만 실상은 부도덕한 경영자 그 자체였다. 그의 기행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 위워크 주식 담보로 은행에서 수천만 달러를 빌려 다른 기업에 투자하기
- ‘we’ 브랜드 권리를 싼값에 인수한 후, 위워크의 기업명을 ‘WeCompany’로 변경해 저작권료 받기
- 자신이 보유하던 건물을 위워크가 임대하도록 해서 임대수익 받기
-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의결권을 주당 10표 이상으로 설정한 후, 자신이 회사 운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들기
이렇듯 치명적인 CEO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위워크만의 융통성 있는 단기임대 방식이 더해져 내부 자금을 갉아먹었다. 위워크가 건물을 빌릴 때는 통상적으로 15년 계약을 맺었는데, 여기 드는 비용이 한해 55조 원에 달한다. 반면 입주사들의 평균 임차 기간은 15개월이었다. 고정 지출은 많은데 공실률은 들쑥날쑥했다. 이는 불안정한 자금 흐름으로 이어졌다.
결국 위워크는 만성 적자 상태에 돌입했다. 그래서 주식상장(IPO)을 통해 현금을 끌어모으려 했다. 하지만 주식 상장을 위해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 공개 준비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 정보는 낱낱이 공개된다.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위워크는 결국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작년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위워크 IPO 사태’의 전말이다.
이 지점까지 이르자 손정의 회장은 뉴먼을 퇴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7. 과연 공유경제 몰락의 신호탄이 될까?
사람들은 위워크의 실패에서 ‘공유 경제의 몰락’을 읽는다. 그러나 아직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위워크의 실패는 공유 경제 자체의 단점이라기보다는, CEO리스크와 무리한 기업 확장에서 시작되었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착실하게 자라나는 2020년의 경제에서 공유오피스 비즈니스는 아직도 유효하다. 다만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위워크의 실패가 유의미한 논의점을 던진다. 위워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경제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해진다. 부자들은 점점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는 이 거대한 사회 흐름 속에서, 공유경제는 눈속임을 위해 나타난 니치 마켓에 가깝다. ‘이 정도 가격에 이런 인테리어가 가능하냐’는 찬탄을 낳았던 위워크는 그 수요를 정확하게 꿰뚫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만 가능한 모델이었을 뿐, 장기적으로는 결국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래서 위워크의 몰락은 공유오피스 업체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위워크가 택했던 ‘화려한 겉치장’ 방식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를 발전시켜야 할까?
위워크가 좌초하면서 국내 공유오피스 업계의 움직임도 한층 더 활발해졌다. 패스트파이브는 IPO를 추진하고, 스파크플러스 또한 빠르게 성장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성장이 ‘위워크와는 다르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패스트파이브는 자신들의 강점이 ‘최적화’라고 주장한다. 업무·공용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임대료가 저렴하고 공실률이 97%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외연의 확장에 집중했던 위워크와는 완전히 반대의 접근법임을 강조한다.
반면 스파크플러스는 위워크의 특징인 네트워킹이나 ‘맥주 서비스’를 콕 집어 부정한다. 그들은 ‘입주사가 먼저, 우리는 그다음’이라고 주장한다. 입주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만 제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공유오피스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토종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마이워크스페이스는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공간이, 혹은 부가 서비스가 힙한 것이나 팬시한 것, 쿨한 것을 추구하면서 이용료가 비싸진다면 꼭 필요한 사업·서비스를 벗어나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공유 오피스 사업도 해당 시장을 독점하지 못한 단계에서는 스타트업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애초에 ‘서울 강남과 같은 비싼 땅 위에 서 있는 공유오피스의 고객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다. 마이워크스페이스 자체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성장해 올해 4호점을 오픈하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인 만큼, 훨씬 과감한 대답을 내놓은 셈이다. 화려한 공유오피스가 꼭 필요한 이상적인 고객은 ‘영업이나 미팅 위주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프리랜서, 스타트업, 소기업’이다. 이들에게 공유오피스의 주소나 훌륭한 인테리어의 사무실은 사실상 영업 사무소로서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이워크스페이스는 영업이 주력 아이템이 아닌 IT 스타트업 등은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산학협력단 내에서 제공하는 창업센터, 산업단지 내 공장형 오피스, 또는 저렴한 지역의 빌딩을 임대하는 것이 알맞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위워크가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과는 달라 상업용 부동산을 임대하고 리모델링하는 게 크게 번거롭지 않기 때문에 더 추천되는 방식이다.
물론 함께 모여 일하는 사무실 위치가 중요한 회사도 존재할 수 있다. 이들은 잠재 고객과의 만남이 빈번하지 않더라도, 직원들의 출퇴근을 위해 쉽게 모일 수 있는 강남역으로 사무실을 구한다. 이 또한 사업 성공을 위한 매우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시작했으니 강남역에 사무실을 얻겠다’라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대표나 임원진이라면 사무실 입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단계를 꼭 거쳐야 한다. 저렴한 곳에 얻을지,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 비싸더라도 서울의 강남·종로에 얻을지, 아니면 아예 용도를 분리해서 반반 나눌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때는 비즈니스의 형태와 현재 위치를 고려해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공유오피스의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보다도 훨씬 회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단이 될 것이다.
‘부서진 위워크의 신화’는 뚜렷한 메시지를 날린다. 시대가 바뀌며 휘황찬란하게 포장된 기업이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묵묵히 ‘업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공유 오피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공유경제 이후의 세계에서도, 분명히.
※ 해당 기사는 마이워크스페이스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