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 주는 말투를 구사하라고들 한다. 실제로 말투는 중요하다. 하지만 막상 따라 하기가 쉽지 않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고유의 톤을 가졌기 때문이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이성적·논리적 회로를 가진 사람과 감성적·직관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의 말투는 확연하게 다르다.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말투를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게 필요하다.
1. 쿨톤 화법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말투를 ‘쿨톤 화법’으로 정의했다. 차가운 색상을 매치했을 때 생기 있어 보이는 피부색을 쿨톤이라고 하는데, 이에 빗대 만들었다. 쿨톤 인간은 팩트(fact) 중심의 화법을 구사한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논리적이며, 느낌이나 감정은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이들은 과정보다 결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가 장황하게 말하면 머릿속으로 계속 “그래서 뭐?”를 외친다. 스스로가 두괄식의 화법을 구사하며, 미괄식으로 말하거나 핵심을 바로 말하지 않는 사람을 답답해한다.
장단점
장점은 빠른 일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잘러’라 불리는 사람들은 대개 쿨톤 화법을 구사한다. 회사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른 승진 기회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뚜렷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표현해내는 능력도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상사 중에 유독 쿨톤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그들이 실제로 높은 지위를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타인과 의견 교류를 위해서 대화하기보다는 성패를 가려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인생의 목표가 뚜렷한 편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다른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직설적으로 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잦다. 성과 중심적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단점이다.
자신이 쿨톤 화법이라면
말투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개 쿨톤 화법인 경우가 많다. 내가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낀다. 맞는 말 했다고 생각하니, 뭘 고쳐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논리적인 면을 유지하되,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는 화법을 고민하라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오늘 날씨가 참 좋죠?” 정도의 말을 덧붙이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본인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하는 척만 한 것이지 결과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타인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넘기고, 듣는 행위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의 말을 끊지 않고 듣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 타인은 나와 같지 않다는 생각을 되뇌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라는 생각을 던져 버려야 한다. 웬만하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물어봐 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쿨톤 화법이라면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쿨톤 화법의 소유자들은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꽂힌 일이나 사안을 발언했을 뿐이다. 그들은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했을 뿐이지, 공격의 의도가 없다. 오히려 타인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흡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들의 미흡한 부분을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인생에서 득 될 부분이 많다. 특히 문제가 생겼을 때 좋은 해결책을 얻어갈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대화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못한다. 두괄식으로 말하고, 중언부언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2. 웜톤 화법
‘웜톤 화법’을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를 사람들의 화법으로 정의했다. 색깔로 치면 따뜻한 갈색 계열이나 노란색, 주황색 같은 느낌이다. 웜톤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들은 주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말을 한다. 실제 사건의 중요도보다는 자신이 관심을 가졌거나,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 위주로 이야기한다.
결론보다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말한다. 타인의 감정도 잘 돌볼 줄 안다. 힘든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네가 참 힘들었겠구나” 위로하는 것도 이들이다. 대화에서 어떤 결론을 내기보다는 대화 그 자체에 집중한다.
장단점
장점은 타인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웜톤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므로 주변에 적도 많지 않다. 자신의 말이 타인에게 어떻게 들릴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대화를 통해 성패를 가리려 하지 않고, 타인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감정적으로 힘들 때가 많다.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날 들었던 기분 나쁜 한 마디가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그 상황에서 그 말을 해야 했는데 당황한 표정만 보인 게 후회가 된다. 특히 쿨톤 화법의 사람과 대화하면 기가 빨린다.
자신이 웜톤 화법이라면
자기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 남의 말을 곱씹는 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설령 타인의 말이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꽂혔다고 할지라도, 화살을 뽑아낼지, 떨어진 화살을 다시 내 심장에 갖다 꽂을지 결정하는 것은 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지 않는다. 타인이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에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과 본인의 가족 외에는 큰 관심이 없으며,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조차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흔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착한 이미지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이는 거절하는 연습을 통해 길러진다. 나를 호구로 생각하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히려 쿨톤 화법의 사람을 대상으로 거절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거절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의견을 관철할 수 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웜톤 화법이라면
웜톤 화법을 가진 사람들은 먼저 나서는 성향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너는?”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것이다. 쿨톤 화법인 사람들에게 굳이 “너는?”이라고 물어볼 필요는 없다. 그들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시도 때도 없이 말한다. 하지만 따뜻한 화법을 가진 이들은 조심성도 많으므로 타인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먼저 나서지 않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너는?”은 좋지만, “너는”은 좋지 않다. “너는”으로 문장을 시작하면 말에 평가와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주어를 “나는”으로 바꾸어서 이야기하는 좋다. 예를 들어, “너는 매번 약속 시각에 늦어”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네가 약속에 늦어서 화가 났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혹여 잘못을 했더라도 비난하는 것처럼 들려서는 안 된다.
마치며
쿨톤에도 여름 쿨톤, 겨울 쿨톤이 있고, 웜톤도 여름 웜톤과 겨울 웜톤으로 나뉘듯이, 사람들의 화법을 두 가지 유형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는 쿨톤 화법과 웜톤 화법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 다양한 화법을 구사하기도 할 것이다. 다만, 말투는 생각의 구조에서 나오고 그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운 만큼, 각자의 고유성은 살리되 단점을 상쇄하는 방식으로 말투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원문: 슈뢰딩거의 나옹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