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극심한 불면증을 겪었다. 새벽 3시에 누워서 아침 9시까지 잠이 안 오는데 버틸 도리가 없었다. 한 3주일은 심하게 고생한 것 같다. 원래 잠자는 데 문제가 있는 편이다. 예전에는 그냥 컴퓨터를 하면서 밤을 새웠고(이렇게 어그러진 생활 패턴 때문에 과장 조금 섞어서 10년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것 같다), 직장에 다닐 때에도 번번이 잠을 못 이루곤 했다.
그동안은 잠을 못 자는 게 내가 게으른 탓인 줄 알았다. 정신과나 심리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터부시되지 않는 지금에야, 이게 내 머릿속 호르몬의 문제지 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잠 못 드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도전할 수 있었다.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 덕분에 깨달았다. 이 방법들을 10년 전에 사용했다면 내 인생은 여러모로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효과를 본 여러 방법을 공유하려고 한다. 수면제 등의 의학적 방법이 아닌,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나는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므로, 여기에서 설명하는 방법들 또한 ‘잠이 잘 온다는 느낌적 느낌’에 가까운 방법일 수 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생활요법보다는 의학적 치료가 급선무일 수도 있다.
1. 자기 전에 영양제 한 알, 마그네슘
첫 문항부터 쓸까 말까 고민했다(…) 영양제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의사,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처방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연히 효과를 본 건 사실이므로,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자 쓴다.
마그네슘은 신경이 예민해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양소다. 실제로 미국·유럽에서도 ‘슬리핑 테라피’에 이용한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뇌의 해마가 과활성화되면 뇌 신경이 흥분하면서 예민해지고 잠을 못 이루는데, 마그네슘이 이를 차단해 신경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하 헬스조선의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나는 아이허브에서 블루보닛의 킬레이트 마그네슘을 구매했다. 타 마그네슘 제재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영양제의 질이 좋다고 유명하다. 마그네슘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흡수율이 좋은 제재를 ‘킬레이트’라고 부른다. 수면 효과를 원하면 자기 전에 먹어야 한다. 먹을 때와 안 먹을 때의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신경 이완 효과가 좋다. (게다가 자기 전에 영양제 병의 보라색 뚜껑을 여는 기분이 좋다ㅎㅎ)
권장 섭취량은 2알이지만, 2알 모두 먹으면 다음 날 눈을 뜨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1알 먹는다. 처음 먹을 때에는 효과가 정말 좋았다. 2018년 5월부터 거의 1년 정도를 꾸준히 효과 봤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2. 신경이 곤두설 때, 대추
사실 대추라는 과일을 신경 쓰며 살아본 적이 없다. 말린 대추는 내 나이대가 즐길 간식으로는 영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대추가 곤두선 신경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는 한의학적 상식을 알았고, SNS에서 봤던 한 마디도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대추칩과 대추고를 주문했다.
원래 대추는 한방에서 히스테리 증상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기혈 보충과 심신 안정에 효과가 있어 자기 전에 섭취하면 좋다고도 한다.
대추고는 영 내 취향이 아니라 손이 안 가지만, 대추칩은 오독오독 잘 씹어먹는다. 달고 바삭바삭해서 간식으로 집어 먹기도 좋다. 또 식품 치고 생각보다 효능이 잘 느껴지는 편이다. 자기 전 업무를 보면서 씹어먹고 마그네슘까지 먹으면 신경이 잘 풀어지는 게 느껴진다. 단점은 칼로리가 높다는 것. 양을 잘 조절해서 먹어야 한다.
3. 그런데, 나쁜 버릇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식품으로 잠을 부르는 방법은 일시적이다. 늘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불면증에 부딪히고 만다.
그러면 여기에서 불면증은 어떤 요인으로 생기는지 알아보자. 실연, 가족의 죽음 등 큰 외부의 충격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다음 날 부담스러운 일정이 있다거나 사소한 걱정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생길 수 있는 게 불면증이다. 잠이 잘 오지 않는 것도 불면증이고, 잠을 깊고 길게 지속할 수 없는 것도 불면증 범주에 속한다.
시작은 사소하더라도, 이것을 방치하면 장기적인 불면증으로 옮겨가게 된다.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버릇들을 중지하고 좋은 습관들을 유지해야 한다. 그중에 대표적인 게 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하는 버릇이다. 그리고 나는 평생 그 버릇을 가졌다. 이번이야말로 없애야 했다.
자기 전 핸드폰 하기
뭐, 수면에 별 지장이 없어도 자기 전 핸드폰 하는 버릇은 왠지 나쁜 것 같지 않던가? 이는 정확히 핸드폰 액정이 방출하는 블루라이트 때문에 그런 것이다. 블루라이트는 우리 몸이 아직도 햇빛을 받는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배출하는 걸 방해한다.
잠이 안 와도 자리에 누워 있기
오래 누워 있는 것도 나쁜 습관이다. 누워 있을 때 우리 몸은 잠을 잔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그저 휴식을 취한 것밖에 되지 않아도 충분한 수면을 취한 상태라고 생각해 수면 유도 호르몬을 내보내지 않는다. 밤에 잠이 안 와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다른 자리로 옮겨서 책을 읽는 걸 추천한다.
나는 최근 이 나쁜 버릇을 고쳤다. 이제 침상에는 최대한 눕는 시간을 줄였고(아예 안 눕는 건 못한다. 너무 지쳐…) 자기 전 핸드폰 하는 시간을 줄였다. 대신 책을 읽는다. 눈도 훨씬 편해졌고,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여태 설명한 모든 방법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방법이 생겼다.
하루 30분 이상 햇빛 쐬기
어쩌면 이렇게 당연한 방법들일까. 의사 선생님들이 건조하게 말할 때는 왜 하나도 안 듣다가 당장 죽기 직전이 되어야 생각이 날까. 하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기꺼이 수행한다.
햇빛은 비타민D 합성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난 비타민 쪽은 크게 관심이 없고, 햇빛을 받으면 12시간 뒤 생성되는 멜라토닌 쪽에 관심이 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이다. 낮에 햇빛에 노출되어야 생성되고 밤에 분비된다. 가장 좋은 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것이다. 이때 자극된 멜라토닌 수용체는 12시간이 지난 밤에 분비되는데, 이게 바로 밤에 잠이 들 수 있도록 돕는 비결이다.
나는 이 나이까지 수없이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맞이하는 햇빛을 소중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걸 안 보는 게 일생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이어지자, 그렇게 매일매일 이어 왔던 루틴이 사실은 나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기제였다는 걸 깨닫는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했던 출근이 곧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규칙적인 루틴이 왜 삶을 지탱하는 데 중요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옥상에 가서 햇빛을 본다. 기왕이면 전날 몸에 감겨 꿉꿉해진 이불까지 가져가 말린다. (작은 단점. 햇빛 알레르기가 있을 때는 조심합니다. 저는 경증의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밤마다 피부에 올라온 작은 수포를 벅벅 긁습니다. 모기 알레르기도 있는데^^; 살기 피곤…)
30분이 무리라면, 10분이라도 쬐려고 한다. 그렇게 햇빛을 보다 보면 나의 우울한 생각이 전날의 빗물 고인 웅덩이처럼 차츰 증발하는 것을 느낀다. 나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으나 햇빛은 늘 이렇게 나를 비출 것이고, 좋은 일이 있든 나쁜 일이 있든 나의 삶은 매일 아침 시작되어 매일 밤 끝이 날 것이다.
삶은 그렇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로 매일매일 이어진다. 그걸 생각하면 두렵지 않다. 밤에 맞이할 수면도, 내일 맞이할 미래도. 그렇게 살아간다.
원문: 김수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