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Wealth of Common Sense의 「The Air Conditioning Effect」를 번역한 글입니다.
자동차, 라디오,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건조기 및 식기세척기 등과 같은 1900년대 초중반의 가정용 기술의 놀라운 발전 중 가장 저평가된 것이 에어컨일 것이다. 습한 여름날마다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전 사람들이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할 수 없다.
1950년대 중산층이 폭발하고 가전을 구비하기 시작하자, ‘냉각’을 하나의 장치로 만든 것들이 집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냉동식품을 냉동고에 보관하고, 원할 때는 언제나 집에서도 얼음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제 집안을 냉기로 식힐 수 있다.
윌리스 캐리어가 에어컨의 원리를 발견한 것은 1900년대 초 여름철에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개발하던 중 우연한 계기였다. 그가 만든 장치는 인쇄하는 동안 잉크가 빨리 마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방 전체를 시원하게 해주는 기능도 했다. 더운 여름날 인쇄소로 모여든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머릿속에서 전구가 반짝였다.
이 에어컨은 몇 년 동안에 걸쳐, 영화관, 백화점, 호텔, 사무실 등지에 시험을 거친 후, 마침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캐리어의 혁신이 일반 가정에도 설치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윌리스 캐리어가 자기 인쇄실의 습기를 제고하려고 할 당시에는 그 발명이 미국 내로의 이민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어서 시민들의 투표 패턴을 바꾸어 놓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스티븐 존슨은 저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How We Got to Now)』에서 에어컨이 미국 남부와 다른 더운 주들의 모습을 바꿔놓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미국에서 처음 얼음 유통 사업을 시작한) 프레데릭 튜더가 젊었을 때 땀을 흘리며 여름을 보냈던 도시들을 포함해, 일반 대중이 지내기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덥고 습했던 곳이 갑자기 지낼만한 곳으로 변신했다. 1964년이 되면서, 남북전쟁 이후 하나의 특징이었던 사람들이 남부에서 북부로 이주하던 역사적인 흐름이 역전되었다. 에어컨 덕분으로 인해 열대 같은 습도나 타는 사막의 기후를 견딜 수 있게 되자, 선벨트는 추운 지역 출신의 새로운 이주민들로 확장일로를 걷게 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4만 5,000명 불과했던 투스콘의 인구는 21만 명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휴스턴의 인구는 60만 명에서 94만 명으로 증가했다. 윌리스 캐리어가 리볼리 극장에서 아돌프 주코르에게 처음 에어컨을 시연했던 1920년대 플로리다의 인구는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었다. 반세기가 지난 후, 이 주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네 주 중 한 곳이 되었고, 1천만 명이 습한 여름 몇 달을 에어컨이 있는 집 안에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캐리어의 발명은 단순히 산소 분자와 물을 순환시키는 이상의 역할을 했다. 결국 인구를 순환시키게 되었다.
- 스티븐 존슨,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中
이런 사람들의 이동은 남부 지역의 정치적 역동성을 보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근거지로 바꾸어 놓았다. 이와 같은 변화로 따뜻한 기후에 있는 주들은 1940년부터 1980년 사이 29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꾸릴 수 있었다. 혁신은 언제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왔으며, 심지어 만일의 사태를 모두 분명하게 대비해 놓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1800년대 중반 철도와 기차가 사람과 물자 수송 방식을 바꾸었을 때, 말의 역할과 수요도가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영국 귀족들은 이 신기술이 말의 수요를 붕괴시킬 것이고, 그에 따라 말 사육 기술이 사라질 수 있고, 다시 사냥 산업에 도태될 뿐 아니라, 기병대의 말이 부족해져서 국방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도 산업 관계자들은 말을 먹이는 데 사용되던 모든 땅에 농작물을 기르면 더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기에 말의 수가 적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영국 귀족들과 철도 산업 관계자들 모두 틀렸다.
철도 건설 확장은 실제로 말의 필요성을 증가시켰다(자동차가 나오기 이전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비록 기차가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더 효율적으로 물자를 옮길 수 있었지만, 여전히 기차역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물자를 기차역까지 실어 오는 데도 말이 필요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만들어진 모든 예상 밖의 추세 역시 마찬가지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위기의 결과를 생각할 때 얻어진 답보다 의문이 풀리지 않은 질문이 훨씬 더 많다. 1950년대 에어컨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재택근무 추세도 유권자 구성을 완전히 재편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정착하는 부분에 있어서 과잉반응에 불과할까?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대도시를 떠날까? 아니면 어차피 어딘가 정착해서 아이를 치우면 대개 그런 것처럼, 떠날 사람만 떠날까? 그리고 아마도 과거 언제나처럼 많은 젊은이가 도시에 들어와 떠난 사람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로의 대규모 전환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매 산업은 영원히 바뀔까? 그러면 쇼핑몰이 입점한 상가는 어떻게 될까? 이제 소비자들은 경험을 사기보다 물건을 사는 데 집중할까? 아니면 단기적인 추세에 그칠까? 이번 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가진 것에 더 감사하게 만들까? 아니면 이 모든 상황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화를 내는 데 그치고 말까?
스포츠 도박꾼에서 데이 트레이더로 변신한 모든 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식시장에 열광하게 될까? 아니면 스포츠 경기가 다시 시작되면 허츠 주식을 던지고 다시 스포츠 도박으로 돌아갈까? 지금의 위기가 아직 초반일 가능성도 있고, 우리는 이미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일들이 실제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