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의 시작
작년 10월 작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을 시작했다. 계기는 아주 단순했다. 당시 근무하던 스타트업에 통근하기 위해서는 왕복 4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것이 아까웠다. 그때 여러 글을 보며 학습한 내용들을 정리하는 페이지를 운영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가장 아끼는 프로젝트 월간 자연어 처리가 시작되었다. 페이지에서는 주로 딥 러닝을 활용한 자연어 처리 분야의 새로운 논문, 유용한 라이브러리, 재밌는 에피소드 등을 다루었다.
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페이지를 팔로하고 계신 분들은 약 2,200여 명인데, 이분들이 스크롤 내리며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글을 작성하기 위해 더 많이 읽고 공부했던 것 같다. 그 결과 감사 인사 메시지도 많이 받았지만, 사실 페이지 운영을 하며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사람은 나 자신이다. 반 년 간의 페이지 운영을 통해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무엇을 얻었을까?
내가 페이지로부터 얻은 것
페이지를 시작하고 가장 놀란 부분은 생각보다 여러 소속의 분들이 내 페이지를 봐주고 계신다는 사실이었다. 대학원에서 실험으로 고생하고 계신 석박사 분들, 서비스 기업에서 실제로 딥 러닝 관련 자연어 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계신 현업 개발자 분들, 대학에서 강단을 잡고 계신 교수님들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내 글을 받아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자연어 처리에 막 입문했을 무렵, 학습에 참고한 많은 자료들을 제작해주신 시니어 분들이 직접 친구 요청까지 걸어주시며 좋은 소식들 잘 받아보고 있다는 말씀을 건네주시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해보고 싶어 시작한 소소한 프로젝트가 나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셀프 프로모션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페이지를 통해 일자리, 강의 제안 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응한 곳은 아직 없다. 내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소식은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여러 뛰어난 분들 처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관련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보는 글을 작성하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글쓰기 전에 더 철저히 조사하고, 여러 번의 팩트 체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페이지 운영을 통해 체득할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페이지를 통해 나는 스스로가 학습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 정리를 할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많은 간접적 가르침을 주신 분들에게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와 별개로 페이지 운영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셀프 프로모션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앞으로 나아갈 길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페이지를 운영하기 위해 새로운 소식을 소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정말 클리셰이지만,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신 소식은 서칭 능력과 성실함만 갖춘다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어느 정도로 소화할 수 있는지는 결국 그 사람의 기본기에 따라 갈리게 된다. 기본기는 현업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다행인 사실은 이제 곧 석사 학위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매번 느꼈던 부족한 기본기를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최신 소식들에만 눈멀지 않은, 균형 잡힌 학습을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2 년의 기간 동안 페이지 글의 퀄리티가 스스로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처럼 페이지 운영은 내게 많은 가르침과 수확을 전해주었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블로그, 유튜브 외에도 페이지 운영의 시도도 고려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플랫폼의 관리도 마찬가지만 페이지 운영 역시, 꾸준히만 실천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번외: 최신 기술 서칭 잘하기
내가 최신 기술 소식을 받아보는 소식통에는 크게 두 곳이 있다. 뻔하겠지만 첫 번째는 트위터고, 두 번째는 깃헙이다. 먼저 연구자들의 생태계는 트위터에 형성이 되어 있다.
자신이 작성한 새로운 논문 업로드, 라이브러리의 새 릴리즈 소식, 특정 주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디스커션 등은 대부분 트위터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구자들을 팔로하며, 주기적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자연어 처리 분야를 예로 들면 Sebastian Ruder, Yoav Goldberg, Graham Neubig, Sam bowman, Anna Rogers 등이 활발히 재밌는 소식을 전하는 연구자들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들의 트위터를 받아보다보면 현재 해당 분야의 인기 토픽이 무엇인지, 어떠한 이슈가 있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것은 최신 기술 서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두 번째는 깃헙인데, 사실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깃헙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개발자와 리서처들을 팔로하는 것이다. 리서처들을 팔로해 놓으면 리서처들도 자신이 흥미롭다 생각한 논문 구현체들에 스타를 누르기 때문에 내가 놓친 좋은 구현체를 대시 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개발자들은 머신러닝 관련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주로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이다. 깃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개발자들을 통해서는 우리가 놓친 좋은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 프로젝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트위터와 깃헙만 잘 활용하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트렌디한 최신 소식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언급했듯, 이는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많은 분들이 좋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문: Huffon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