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면 벤치마크할 대상도 없이 처음 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최고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은 타고나는 것보다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선천적으로는 지능 정도밖에 차이를 만들어낼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애초부터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결정을 내릴 환경을 만든 상태에서 그럴 만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그럴 만한 정보들을 평소에도 습득하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하는 생각들, 이야기들과 대화들, 읽는 것들, 보는 것들, 심지어는 먹는 것들까지도 모두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평소에도 최적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내 머리가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내가 현재 몸담은 소프트웨어 사업에서는 어떤 기능을 만들어야 할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할지, 얼마나 빨리 만들어야 할지 등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너무 오래 고민하면 경쟁자들이 수십 명 나타나 나의 사업을 위협할 것이고, 너무 섣부르게 결정을 내려도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 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리는 창업자나 경영자의 역량은 어떤 시장을 타겟하는가, 어떤 제품을(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만드는가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 뛰어난 팀은 시장도 키울 수 있고 제품 역시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창업 팀이 미숙한 결정을 내리는 평범한 팀이라면 시장이 아무리 크고 제품이 아무리 획기적이라 하더라도 금방 고꾸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과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It is what you read when you don’t have to that determines what you will be when you can’t help it.” — Oscar Wilde
읽지 않아도 될 때 읽는 것들이야말로 우리를 만든다. – 오스카 와일드
대답은 늘 그렇듯 단순하다.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만나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고, 많이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우선 스스로 자신의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일랜드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이, 우리가 읽을 필요 없을 때 읽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책이나 블로그, 뉴스 등을 통해 정보를 습득함으로 우리는 가장 최신,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통찰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읽기 활동을 통한 인풋(input)이 미미하다면,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도 (output) 역시 미미한 수준의 결정들일 것이다.
- 새로운 기술 습득하기: 책을 읽는 것과 더불어서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의 업무에 도움을 주는 도구라 치자.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의 업무 형태와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쓸 줄도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한 얘기다. 이들의 업무 형태와 사용하는 도구에 대한 이해 없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 글쓰기: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달하는 연습도 평소에 해야 한다. 글쓰기가 왜 중요하냐면, 글로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구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은 결정을 계속해서 내리기 위해 스스로 판단력을 키우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내가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틀린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나타내며, 관계와 상관없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싫은 소리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 체력 관리하기: 건강과 체력도 중요한 것 같다. 피곤한 상태,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에서는 도무지 좋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미국의 드라마 <House of Cards> 시즌2에서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최상단 사진)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돕는 약을 처방받는데,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는 굉장히 놀라고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국가의 최고 권위자로서 심리적, 정신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라는 얘기에서다.
어떤 문제가 생겨났을 때, 그것이 특히 큰 문제일 경우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 문제를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함으로 본업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경영자는 스스로 좋은 결정을 내릴 만한 상황과 상태를 만들고 유지한다. 이제는 하도 유명해서 식상한 얘기지만,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가 항상 똑같은 옷을 입었던 이유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뭘 입고, 뭘 먹을까 등으로 고민하는 것이 작지만(또한 극단적일 수 있지만),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원문: Craft – 크래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