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제정된 조례를 무시하는 정몽준의 발언
서울시장 TV토론에서 정몽준 후보는 도시계획의 기본을 모르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알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얘기들을 종종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법에서는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300%까지 허용하는데 박원순시장은 250%까지만 허용해서 개발을 방해하고 있다. 법보다 서울시조례가 더 위에 있다.”
일반주거지역의 법정 용적률 상한은 300%이 맞다. 그것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도조례로 다시 상한을 정하게 되어있는 게 현재 도시계획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른바 <일반주거지역 종세분화>를 매우 힘들게 준비해서 실천에 옮겼다. 그 결과 이전에는 다 같은 ‘일반주거지역’이던 것을, 북촌처럼 저층주거지로 유지할 곳은 1종(150%, 4층), 구릉지 주변이나 산주변의 중층주거지로 유지할 곳은 2종(200%, 7층 이하, 12층 이하), 기타 역세권이나 고층개발 해도 무방한 곳은 3종(250%)으로 세분화 했다.
이는 개발시대에 해오던 무분별한 개발을 자제하고, 지역특성에 맞게 개발을 섬세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였다. 도시계획의 진일보였다.
이러한 내용들이 2000년에 제정된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담겼고, 조례에서 정한 바대로 서울시는 개발행위를 관리해오고 있다. 박시장 때 한 일이 아니고 14년 전 고건 시장 때의 일이다. 이후 층수규제가 완화되는 등 조례 내용이 일부 바뀌기도 했지만, 종별로 정해둔 용적률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이것은 시장이 좌지우지할 사안도 아니다.
재개발, 재건축 구역지정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이번 JTBC 토론회 때에도 박원순 시장 임기 중 재개발, 재건축 구역지정 건수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정몽준 후보는 7건이라고 하고, 박원순 후보는 39건이라고 하며 서로 다른 서울시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과거에는 재개발을 크게 도심재개발과 주택재개발로 구분하였는데, 요즘에는 <정비사업>이란 명칭으로 통합해서 부른다. 그리고 정비사업의 유형을 <도시환경정비사업>,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등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정몽준 후보가 제시한 숫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옛 도심재개발) 건수고, 박원순 후보가 제시한 숫자는 주택재개발, 주택재건축의 건수이다. 도심재개발은 도심부와 상업지역 등에서 시행되는 재개발로 청진동이나 명동에서 진행중인 재개발사업을 말한다. 반면 주택재개발, 주택재건축은 오래된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박원순 시장 임기중에 도시환경정비사업이 7건, 주택재개발과 재건축을 합쳐 39건이 구역지정 되었다. (정몽준 측 자료 2013. 12. 31 기준 / 박원순 측 자료 2014. 3월말 기준)
정후보의 얘기 중 박시장 임기 중 재개발, 재건축 허가(구역지정) 건수가 달랑 7건이라는 얘기는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다. 주택재개발과 주택재건축 통계치를 제외하고 도시환경정비사업(도심재개발) 통계치만을 가지고 얘기한 것이다.
결론
정몽준 후보야 경험과 전문성의 문제로, 도시계획의 기본사항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주변의 참모들, 전문가들은 다 알 만한 일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얘기들을 반복해서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고 하는 것도 문제고, 알면서 그런다면 더욱 문제다. 선거도 상식에 맞게 했으면 좋겠다. 수준 있게, 품격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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