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차트는 뉴욕타임스에서 4월 11일에 발표한 아티클 「How the Virus Transformed the way Americans Spend Their Money」에 실린 분석 도표다. 미국인의 신용카드 및 데빗카드로 구매한 물품 내역을 코로나가 창궐한 동안 분석한 글인데,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하기 3개의 소비자 지출 차트 및 그래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1일 이후 4월 1일까지의 소비자 지출 트렌드. 식료품/생필품(Grocery) 관련 구매는 폭등한 반면, 나머지 분야는 전체적으로 반감. 오프라인 쇼핑-여행-교통 분야는 드라마틱하게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19년부터 2020년 4월 1일까지 구매 분야의 변동 양상. 소비/구매가 늘어난 분야는 초록색 오른쪽에 열거되어 있다. 거의 100% 가깝게 성장한 분야는 온라인 식료품 및 생필품과 게임 분야. 봉쇄령에 따라 집에서 먹거리 구매가 폭등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 이용량이 급증했다.
코로나로 기존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 기업(Brick and Mortar)의 매출액이 급감했다. 이 상황이 오래가면 사실상 전통적인 리테일 스토어를 보유한 거대 리테일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국내에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 문제는 미국-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동일한 소비자 지출 동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 확진 추세가 완전히 소강상태에 들어서는 데까지 상당한 기간이 예상되는 바(금년 하반기),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존 전통적인 리테일 사업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오프라인 매장 매각 및 철수, 이커머스 강화 등 사업 체질 자체가 완전히 변경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업계에 끼치는 영향은?
내 포지션, 즉 액셀러레이터 기관장 입장에서는 이 기사에 나온 현상/트렌드로부터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과연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인벤션랩이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에서 시드 투자한 스타트업이 60여 개에 달하고, 이들도 뉴욕타임스의 소비자 지출 동향 차트에 포지셔닝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한다.
1) 스타트업 후속 투자 관점
얼마전 모태펀드를 관리/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서 모태펀드에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발표와 동시에 자펀드 운용사가 결성금액 설정액을 70%만 채워도 승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자펀드 운용사(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가 모태펀드 출자 승인을 받아놓고, 매칭으로 기업 LP를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반증하는 팩트다. 즉 대부분의 상장사/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이 일시에 나가야 하는 거의 모든 사업은 멈추고 보수적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한다는 이야기다.
금년-내년에 신규 벤처펀드 결성이 쉽지 않다고 가정하면, 재작년-작년에 기 결성한 벤처펀드 중심으로 금년 하반기-내년 후속 투자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들 VC 운용 심사역 입장에서는 투심위 자체가 보수적 견지를 강화하는 상황이기에, 스타트업 가치 평가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조정기와 함께, 투자 환경이 급격히 나빠질 것임을 의미한다.
기존 펀드들도 이미 검증되고, 향후 IPO 플랜이 명확한 곳 중심으로 베팅을 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초기 투자는 예전만큼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액셀러레이터 기관 입장에서도 초기 시드 투자 집행 시, 코로나 이후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영역 중심으로 시드 투자 분야가 조정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스타트업들은 후속 기관투자보다는 정부 코로나 대응 자금 및 보증을 통해 자금조달의 원천을 변경하고, 이를 위해 현재 수준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 중기부 및 창진원 발표자료는 계속 챙겨보면서, 필요하면 담당부서-관계부서에 문의하는 저돌적 자세가 필요하다.
2) 소비자 지출 관점(내수)
코로나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면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해외여행 및 숙박시장이 급격하게 다시 살아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항공사의 인력감축, 항공기 매각, 항공편 감축 등의 이슈가 코로나 소강 국면 이후 다시 재탄생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항공산업 재편이 불가피해, 해외로 나가는 항공편 가격은 오히려 더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반대급부로 코로나 소강에 따른 심리적 보상은 내수 시장(intra-bound market)으로 옮겨갈 확률이 높다. 이미 현재 강원도 특수 현상이 일어나는 점 등은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가 코로나 이후 엄청난 수혜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트래블테크 스타트업들은 강원도의 주요 도시 내 숙박-여행 상품, 즉 메타서치-중계-상품판매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기존 버티컬 이커머스 스타트업팀의 매출 실적은 상당 부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입 주도의 판매 구조 – 풀필먼트의 효율화 – 고객데이터의 자산화 등 백오피스 단의 경쟁력 확보가 비례해서 따라오지 않을 경우, 상당히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버티컬 이커머스 팀의 경우, 기관 후속 투자 유치가 가능한 영역이다. 투자유치를 통해 백오피스 영역을 어떻게 개선하고 확대할 수 있는지의 구체적인 플랜이 IR에 반영되어야 한다. 물론 그래서 스케일 업이 어느 정도 된다는 손익 시뮬레이션이 동시에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다. 원격진료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진전되면서 메디히어 등 이를 서포트하는 다양한 테크 스타트업 팀들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치며
그 어느 때보다 스타트업의 고난이 심화했다. 코로나 이전-이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코로나 이후에 살아남은 스타트업에는 오히려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다. 특히 비대면-온라인-고객 데이터 분석과 자산화-백 오피스 영역의 자동화 및 효율화 등을 준비한 스타트업팀에게는 기존 오프라인 전통기업의 M&A와 투자가 전통적인 재무적 투자자인 VC 펀드를 상당히 상쇄할 가능성도 크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적 상장사들이 비대면 영역의 기술 역량을 확보한 스타트업 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