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좋은 기회가 생겨 멘토링에 참여했습니다. 그곳에서 나눈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기록을 해둡니다.
예전에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태도를 종종 취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간극을 좁히거나 역전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또한 나 중심으로 생각하던 태도를 벗어나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사업을 오랫동안 한 입장에서 종종 문의나 요청 등을 받습니다만 부담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아직 성공한 것도 아니거니와 내실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생각과 활동을 제 입장에 기대어 평가와 조언을 할라치면 여간해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특별히 해야 하는 사업적 입장이나 상황이 아닌 이상 조언은 삼가는 편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상대방에게 괜한 부담과 부스럼 그리고 마음의 빚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빚은 때로는 호혜적 관점으로 좋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가 부담되거나 부정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대화를 하다 보면 정리되는 경우도, 깨닫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이런 연유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 깨달을 수 있는 그런 과정 말이죠. 그러면서 저 역시 방향 설정과 방법에 대해 조금 더 많은 대화를 하려 합니다. 결과를 조금 더 좋은 쪽을 이야기해보려고 말이죠. 그럴수록 서로 윈윈입니다.
오만함이 가득 차고 상대방이 나를 알아봐 주는 일이 잦으니 건방져지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가치를 부각하기 위해 겉치레에 초점을 맞췄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될 일도 잘 안 되고, 늘 혼자 고립된 섬처럼 지냈습니다.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도 자존심 때문에 내가 떠났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걸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능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제 핵심이 부재하거나, 상대방에게 설득이 안 돼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실체가 없는 사람처럼 평가되었을 것입니다.
그때까지도 ‘왜 나는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할까? 왜 그들은 날 알아주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소리, 달콤한 소리를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려 했습니다. 고백하건대 치켜세워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처음은 부담되지만 은근히 그런 소리에 취해 행동 역시 그렇게 했습니다. 물론 개인적 욕망보다는 사업적 성과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이렇게 기록에 남긴 것보다는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나는 핵심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보이는 일에 중요함을 강조했고, 늘 실체와 고정수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찌들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인생을 즐기기보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살았던 것 같습니다. 현재가 없으니 늘 고민과 걱정에 찌들어 즐거운 인생을 누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내일에 대한 막연한 희망은 언제나 나를 고문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업도 나도 핵심이 없었습니다.
고민과 걱정은 누구나 합니다만, 나를 대표하는 회사를 대표하는 것은 부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경쟁력은 ‘나의 모든 역량과 관심사를 한데 엮어서 이를 통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했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여전히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욕망이 있었고, 타인의 오리지널을, 플랫폼으로 가져오기에 급급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나를 아닌 남을 위한 삶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나를 대표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잘나가는 사업가로 칭송할 때가 많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불러주고, 인터뷰도 자주 하고 노출도 되다 보니 그런 말을 종종 할 때가 있습니다. 잘나갔다는 표현보다는 잘나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야 말이 맞습니다. 이 행동은 은근히 장점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나의 태도와 행동가짐을 조심하고, 불필요한 언행과 생각의 표현을 가둬 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이유로 현재 노력하고 고민하는 분들의 현실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제 경험담을 전하고 이에 관한 질문의 피드백 정도로 끝을 맺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참 많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했습니다. 지금도 사실 그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늘 듣는 소리는 ‘다재다능하다’ ‘못 하는 게 없다’ 같은 칭찬과 함께 ‘왜 하나에만 집중하지 못하냐’의 핀잔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사업도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를 펼쳐놓고 적재적소에 맞춰서 일하는 그런 회사 말이죠. 마치 여러 전단을 깔아 두고 전화를 받을 때마다 다른 회사인 것처럼 보이는 그런 배달 전문 회사처럼 보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자본과 인력, 규모에서는 결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 말입니다. 여러 브랜드와 여러 공간이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규모의 경제! 포트폴리오 전략! 벤치마킹 포인트 등은 제가 즐겨 사용했던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은 망망대해에 조약돌 던진 꼴밖에 안되었습니다. 바위가 되어야 하는데, 알맹이만 여러 개 만들어서 이에 관한 평가와 칭송으로 남들에게 알아주기만 바라던 스피커였습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처음부터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야 조금씩 그런 모습들이 보입니다. 타이밍과 집중력이 다르다고 보입니다. 저는 종종 타이밍은 잘 맞추는 것 같은데 집중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알음알음 크게 성장 못 하고 지지부진한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깨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타인의 일을 해주는 회사가 아닌 우리 일을 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외주를 하지만 그 부분은 항상 고민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깊이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에게 선택과 집중, 그리고 간결함이 생명이라고 얘기합니다. 수많은 사업 선배님이 조언해주셨던 것들이 이제야 와 닿는 요즘입니다. 선인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한데, 젊은 객기는 스스로 대단함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객기로 세상이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모델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과정은 복잡하기에 이를 경쟁력을 만듭니다. 그리고 시장 사이즈도 생각합니다. 지금 대표 플레이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바라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목표를 세우는 중입니다. 가장 핵심은 이 회사는 어떤 회사냐인 것 같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미래는 여전히 고민스럽습니다.
여하튼 만능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중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미디어 교육입니다. 이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합니다. 사업적 태도와 경쟁력은 대표가 무엇을 잘하느냐에서 결정되는 듯합니다. 대표의 DNA, 역량이 어떠냐에 따라 회사의 성장이 결정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 부분에서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또한 함께하는 동료들의 경쟁력도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죠.
따라서 사장은 가장 잘하는 영역을 빨리 파악하고 알맞은 능력을 지닌 동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경쟁력을 키워 초기 성장을 단단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일정 궤도에 올라간 후 확장성을 더하거나 고도화를 이루는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처음부터 반대로 시작했습니다만 결국 그 경험들은 하나도 불필요하지 않습니다. 실패의 경험도 지금 가지치기할 수 있는 저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적었던 내용이 순식간에 자아 성찰 같은 고백이 되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께서 지루하지 않았나 염려도 되지만 그럼에도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조금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종종 일기처럼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