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밀던 정당이다. 정의당은 전국 지지율은 어느 정도 확보하지만 지역구에서의 경쟁력은 떨어지기에, 더 많은 국회의원을 내려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이 절실했는데…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까지 이에 대응하면서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청년정치인으로 내세운 류호정이 여러 논란에 시달리면서 컨벤션 효과도 사실상 잃어버려 어려운 선거를 맞았다.
1. 류호정
- 키워드: 청년, 게임, 노동운동, 롤대리(…)
상징적인 비례 1번, 하지만 비례 명단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대학 시절부터 게임 동아리, 연합회에서 활동하는 등 열정적인 게이머였다. 졸업 후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했는데,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다가 권고사직을 당했다. 다만 권고사직의 이유에 대해서는 사측과 입장이 갈리며, 블라인드 등에도 대치되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이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활동하다가, 정의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비례대표에 도전하여 1번을 받았는데, 1.8% 남짓의 적은 표밖에 득표하지 못했음에도 ‘청년명부’로 분류되어 1번을 받은 데 대해 논란이 있었다. 정작 청년이라고 다 청년명부로 넣어주는 것도 아니라서 기준도 모호했던지라(…)
하지만 뒤에 벌어진 롤 대리 논란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2014년 게임동아리 활동 당시 남자친구가 류호정의 롤 계정을 빌려 다이아까지 대리 플레이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공정’ 이미지에 큰 상처를 받았다.
2. 장혜영
- 키워드: 청년, 영화감독, 장애인 운동
2번도 청년 후보다.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 장혜영이 그 주인공. ‘어른이 되면’은 장 감독이 실제 발달장애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살게 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설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그럼에도 시설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등을 목격하고 장애인 자립(탈시설)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그전에는 ‘SKY 자퇴’ 사건으로 유명했다. 서울대 유윤종, 고려대 김예슬에 이어 대학의 변질을 비판하며 연세대를 자퇴한 바 있다. 현재는 동생과의 일상 등을 담은 브이로그 유튜브 ‘생각많은 둘째언니’를 운영한다. 구독자는 4만 대 정도.
2019년 10월 정의당에 입당, 비례대표로 나섰다. 청년부문으로 분류되어 비례 2번을 받았다.
3. 강은미
- 키워드: 당내 정치인, 노동운동
전 정의당 부대표. 민주노동당 때부터 활동한 나름 짬밥 있는 진보 정치인이다. 정계 입문 전에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복직투쟁을 벌이는 등 노동운동을 했다. 진보신당 분당 사태 때는 민주노동당에 잔류했다가,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 때 정의당으로 합류했다.
광주 서구 출신으로, 2006년에는 구의회의원, 2010년에는 광역시의원으로 당선되어 활동했다. 2014년 시의원 재선에 도전했으나 실패, 2015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도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나름 뚝심 있게 고향 정계의 문을 두드려왔던 진보 정치인.
4. 배진교
- 키워드: 당내 정치인, 구청장 출신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 등을 역임한 정치인이다.
2004년 총선, 2006년 지방선거, 2006년 재보궐, 2008년 총선 등에 출마했으나 계속 낙선하다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단일화해 드디어 남동구청장으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2014년, 2018년에는 다시 떨어졌다.
현재 정의당 평화본부 공동본부장으로 활동한다. 이번 비례대표 경선에서는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4번의 순번을 받았다.
5. 이은주
- 키워드: 지하철 노조
서울지하철공사의 역무원이자 노동운동가. 철도노동자의 처우개선과 해고 문제 등과 관련해 투쟁했다.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 역무 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오랫동안 진보정당 당원으로 있었지만 정계에서 직접 활동하진 않았는데, 이번 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하며 5번 순번을 받았다. 한편 서울교통공사의 상근 직원이면서 SNS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서울시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다만 이은주 측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당원가입 독려 운동이라 주장하는 등 공방이 있는 상황.
6. 박창진
- 키워드: 땅콩회항, 갑질
저 유명한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이자 내부고발자. 객실 사무장으로 있던 그는 봉지째로 간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조현아 부사장에게 무릎을 꿇는 등 심한 모욕을 당했고, 심지어 비행기를 돌려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강요당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은 ‘땅콩회항’으로 불리며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문제가 사회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별로 바뀐 것은 없었고(…) 박창진은 법적 소송 등 계속해서 투쟁을 벌였으나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당하는 등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
결국 2020년 1월 정의당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대한항공을 퇴사했다. 원래 순번 8번을 받았으나, 6번을 받았던 신장식 후보가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등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순번이 올라갔다.
7. 배복주
- 키워드: 인권, 장애인, 여성, 성평등
7번은 인권 전문가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서울특별시 성평등위원회 위원, 장애여성공감 대표 등을 지냈다.
본인도 소아마비로 지체장애를 얻었으며, 95년 대학교 졸업 후 98년부터 장애여성공감 대표를 지내며 장애여성인권모임을 20년 넘게 계속해왔다. 2018년부터는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상임대표로서 미투운동을 적극 지원했으며, 성평등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 정의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나섰다.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규정함은 물론 소수자의 동의 능력까지 촘촘히 따지는 방식으로 강간죄를 개정할 것을 주장했다. 그 외 차별금지법, 장애인권리보장법, 낙태죄 폐지 및 대안 법안 제정 등을 주장했다.
8. 양경규
- 키워드: 노동,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창당 부대표
8번은 노동운동의 거두 양경규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에 초창기부터 참여해온 인물. 노사관계개선위원회와 민주노총 준비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당시엔 초대 부대표를 역임했고, 2005년에는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당시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들의 모임을 만들었으며, 정의당 통합 당시 정의당에 입당하여 노동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9. 이자스민
- 키워드: 이주민, 다양성, 여성, 새누리당
9번은 논란의 인물 이자스민이다. 1977년 필리핀에서 태어난 후 결혼이민으로 한국으로 귀화했다. 한국 최초의 ‘귀화’ 국회의원. 본인도 귀화인으로서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문제 등에 식견이 높다. 현재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으로 있으며, 이주민네트워크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서 뜬금없이 새누리당이 다문화를 내세우며 영입, 공천해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새누리당은 다양성, 소수자 포용에 가장 소극적인 정당으로 여겨졌기 때문. 당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나, 대중에는 이주민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에서 비례대표에 도전했으나 실패.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점이 그를 논쟁의 중심에 소환한 또 한 가지 이유.
10. 한창민
- 키워드: 안티조선, 노무현재단
10번은 노사모 회원 출신의 한창민 후보. 2001년 노사모 회원으로서 노무현 후보 국민경선 대책위원을 맡았으며, 유시민과 함께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여 ‘노무현 지키기’에 나섰던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언론개혁단체인 ‘국민의힘’ 대전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전부터 안티조선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언론개혁에 관심이 높았던 편.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 운영팀장 등으로 일하다,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다.
2012년 정의당에 합류, 2017년에는 정의당 부대표가 되었다.
총평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오랫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운동이나 정치에 종사해왔던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다. ‘땅콩회항’의 주인공 박창진은 비정치인 출신 영입인사 중 대중에 가장 익숙한 인물일 듯. 갑질 피해자로서의 상징성도 남다르다.
하지만 노동, 인권 등 정의당의 ‘전문분야’ 외에, 예를 들어 과학, 국방 등 분야에 있어선 그럴듯한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약점. 청년 몫으로 1, 2번 자리를 비웠는데, 1% 대의 저조한 득표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최상위순번을 차지한 게 ‘공정’이란 아젠다에 썩 잘 부합하냐는 문제도 있다. 게다가 1번 류호정 후보의 롤 대리 게임 논란은 의정활동 중에도 그를 괴롭힐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