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술을 못 해서(…) 포기했던 대학 시절
ㅍㅍㅅㅅ 대표 리승환(이하 리):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한규: 강남병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김한규입니다. 김앤장에서 16년 정도 일했고요, 2년 정도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하다가 이번 선거에 나오게 됐습니다.
리: 김앤장에 16년이라니… 돈 많이 버셨겠네요…
김한규: 평범한 직장인보다야 많이 번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후보로 등록된 분들 중 제가 납세액 2위더라고요. 세금 많이 낸 것에 자부심은 좀 있습니다.
리: 계속 많이 벌지, 왜 선거에 나오셨습니까?
김한규: 고등학교 때부터 좋은 정치를 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원래는 정치부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신문사 다니는 선배들이, 술 못하면 정치부 기자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다 술자리에서 나온다고… 그래서 포기하고, 다른 어떤 전문성 있는 직업을 가질까 고민하다가 4학년 때부터 사법고시를 준비해 합격했습니다.
리: 술 못하는데 정치는 하시겠습니까…
김한규: 제가 졸업할 90년대야 몰라도,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술을 잘 못 한다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강권하진 않더라고요. 물론 술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겠지만, 굳이 젊은 정치인까지 예전 방식으로 정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스펙을 보고 있자니 사실 화도 나는데(….)
IMF 외환위기 시절, 도산 위기 기업 회생에 기여하고자 로펌으로
리: 정치하고 싶다는 분이 김앤장은 왜 가셨습니까?
김한규: 성적이 안 돼서 사법부에 못 간 건 아니고요(…) 군대가 워낙 부당한 일이 많지 않습니까. 법무관 시절에 좀 부당한 보직 결정이 있어서 군 내부에 문제제기를 했지요.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오지 발령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인사 담당이 미안하다며 “세상에는 거절할 수 없는 청탁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때 제가 관료조직과는 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졌죠.
또 새로운 도전 욕심도 있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인수 합병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하는데 대형 로펌이 여러 역할을 했죠. 판검사 못지않게 이런 경제 분야에서도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후 경제가 안정화되며 이런 일이 줄어들 때쯤,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을 갔죠.
리: 하버드 유학은 어쩌다 가게 됐지요?
김한규: 국내 대형 로펌들은 6~7년 근무하면 파트너나 시니어가 될 이들에게 유학 기회를 줍니다. 하버드로 유학을 간 것은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가 재밌어서(…) 덕택에 뉴욕 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게 됐습니다.
리: 유학 경험은 어땠나요?
김한규: 해외 각국의 변호사들과 함께하며 많이 배웠습니다. 생각보다 대한민국의 위상과 법조계 수준이 높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꼈고요.
리: 한국사회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크지 않습니까?
김한규: 신뢰의 문제라 봅니다. 미국은 사법부에 관한 존경심이 매우 큽니다. 한국처럼 판사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일이 거의 없고, 종신법관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긴 역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법부도 결코 역량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사법부는 법조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모인 곳이지요. 한국 사법부가 문제시되는 건, 일부 판사가 승진을 위해 정치적 경제적 편향성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는 정치권과 시민의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겠죠.
보수 야당의 공천 제안 거절하고 민주당으로… 자리보다 신념이 중요했다
리: 아무튼 서울대, 김앤장, 하버드… 이 좋은 엘리트 코스에서 왜 갑자기 출마하게 됐나요?
김한규: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건 주변에서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 때 보수 야당에서 모 지역 공천을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지요. 2018년은 민주당이 압승했지만, 이번 총선쯤 되면 한자리 차지할 수 있다는 욕심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항상 민주당을 지지했고, 자리보다는 신념이 중요하다 생각해 거절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 제대로 정치를 해야겠다는 신념을 굳힌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리: 거절하고 뭐 했나요?
김한규: 현실정치에 제가 정말 맞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정치를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8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이해찬 당대표 캠프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11월부터 민주당 부대변인 활동을 했죠. 그렇게 3년 정도 현실정치를 경험하고 나서 이제는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리: 그래도 험지이지만 전략공천 됐는데 기분 좋지 않습니까?
김한규: 그렇기도 하지만, 험지에서 일찍부터 준비하신 분들께 참 송구스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있고요. 그리고 전략공천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영입 인사가 아니라 주목받지 못해서 좀 서럽기도 합니다(…)
사법연수원 같은 조였던 이수진 후보는 나경원과 붙으며 엄청 주목받고, 오영환 후보, 김남국 후보 등 젊은 정치인들은 다들 뉴스에 많이 뜨고 있지요. 같은 김앤장 출신인 이소영 후보도 영입 인재라 유명하고… 선거에서 인지도가 워낙 중요한데 저는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리: 정작 이번 강남병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은, 공천이 하루 만에 날아간 김미균 대표님이죠(…)
김한규: 의외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대치동 미도아파트에 살면서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 지역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남과 아무 연고 없는 분을 꽂아도 되나… 미래통합당이 어차피 당선될 지역이라 생각하고, 너무 쉽게 강남을 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은재 의원까지 무소속으로 나오면 3자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리: 유경준 후보는 그래도 꽤 급이 있지 않습니까?
김한규: 예. 미국에서 박사까지 하셨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계청장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분도 원래 강남 쪽에 연고가 없던 분인데, 급하게 빌라를 임차한 것으로 압니다. 주소지 보니 서초구와 세종시에 아파트가 하나씩 있더라고요. 토지도 꽤 있어서 종부세는 저보다 훨씬 많이 내고 있습니다.
재건축, 종부세, 교육, 코로나… 강남 4대 현안, 강한 여당의 힘으로 돌파해야
리: 저도 대치동 사는데… 아무튼 공약으로 이야기해보죠. 유경준 후보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김한규: 아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강남병의 숙원사업은 크게 3가지입니다. 재건축 추진, 종부세 완화, 교육 문제 해결이지요. 그리고 최근 코로나19까지 총 4가지 이슈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상대 후보는 이런 문제가 현 정권 때문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강한 여당의 후보로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내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 재건축 추진부터 이야기해보지요.
김한규: 은마아파트로 대변되는 지역이 있지요. 우성, 선경, 제가 사는 미도아파트도 40년이 넘었습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서울시가 이유 없이 막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익성이 나오지 않기에 진행되지 않는 것이지요.
리: 수익성 높이려면 결국 용적률과 건폐율을 올려야 하지 않나요?
김한규: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에, 강남 지역을 특구로 지정하자는 상대 후보 공약은 현실성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지자체 의원들이 협조해줘야 하는데, 이는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당론으로 채택되기 힘들고, 국토부 승인도 힘듭니다.
얼마 전 박원순 시장님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울시에서도 재건축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했습니다. 40년 넘은 아파트에 계속 살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서울시와 국토부를 설득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민주당 후보인 제가 당선되는 게 더 조화로운 해결 방안을 찾기에 유리하겠지요.
리: 종부세 완화는 어떻습니까.
김한규: 저는 투기수요가 아닌 1세대 1주택의 경우에는 종부세를 경감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부동산에 세금 높이려 하지 않느냐 하는데, 이미 저 뿐만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원장 이낙연 전 총리께서도 ‘투기 수요 아닌 1세대 1주택 종부세 경감은 합리적이니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리: 상대 후보는 어떤 입장인가요?
김한규: 세금폭탄 이야기를 하며 공시지가 기준을 낮추겠다는 겁니다. 제가 미도아파트 사는데,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고, 이에 따라 공시지가도 함께 오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공시지가는 개별 아파트마다 따로 나오는데, 일일이 국회 동의를 받는 건 쉽지 않습니다. 큰 틀에서 전반적으로 종부세를 완화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리: 사실 종부세가 해외에 비해 그렇게 높은 건 아니잖아요.
김한규: 예. 제가 미도아파트 45평 사는데 1년 90만 원 정도니 세금폭탄이라 할 건 아니죠. 그래도 실거주자를 투기 수요로 보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도곡동은 또 다른 게, 이곳은 성공한 노년층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좀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어서, 세금보다 좀 아이들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강남 병 안에서도 좀 다양한 입장이 있지요.
리: 그러면 교육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한규: 제가 대치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대치동 학원은 셔틀이 거의 없어서 누군가 데려다줘야 합니다. 맞벌이다 보니 저와 아내가 번갈아 가며 개인 셔틀 역할을 하고 있지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학원들이 쉬고 있어서 육아도 보통 일이 아니죠. 요즘 참 힘들다고 많이 합니다. 저도 장모님이 챙겨줘서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시간 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리: 교육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김한규: 학부모 부담이 너무 큽니다. 교육 공정성 면에서 수시는 아이 스펙 쌓는 데 너무 힘을 많이 써야 하죠. 그래서 정시 비율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저나 상대 후보나 동일합니다. 솔직히 강남에서 스펙 잘 쌓고 수시로 대학 가는 학생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막상 본인들도 이런 환경을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정시 확대는 교육부에서도 주장하고 있으니 점점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이자·임대료 일시정지법 제안할 것, 긴급생계비는 100% 지원해야
리: 막상 요즘 학원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고 있지요.
김한규: 네. 정부에서 보증 서며 초저금리로 자금지원을 하고 있지만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1호 법안 제안이 ‘이자·임대료 일시정지법’입니다. 통상적으로 계약서를 보면 3개월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할 수 있다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걸 6개월까지 유예시키는 법안입니다. 권리금까지 쓴 임차인들이 쫓겨나는 건 큰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은행 대출금도 2개월이 지나면 연체 등록되고 시간이 지나면 신용불량자로 등재됩니다.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어렵기에 반드시 유예해야 합니다. 독일에서는 이미 비슷한 법안이 ‘전염병 긴급조치법’이란 이름으로 통과됐습니다. 강남 지역 활동 소상공인들, 학원 운영하시는 분들께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겁니다.
리: 긴급생계비 지원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한규: 100% 지원이 맞다고 봅니다. 70%는 행정비용 소모가 크고, 수많은 이의제기에 부딪히니까요. 민주당에서도 이해찬 당대표가 이미 100%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강남병 유권자들을 만나보면, 자기들이 그렇게 세금 많이 내는데 돌려받지 못하는 데에 대하여 억울한 심정을 가지더라고요. 강남도 점점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보편복지를 지지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권자, 시민 정서를 고려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리: 이 바닥에 스타트업도 많은데 IT 쪽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김한규: 벤처기업 스타트업 육성방안도 공약집에 넣었습니다. 전문 지원센터를 만들고 청년 벤처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테헤란로를 IT의 중심이라 하지만, 청년 벤처들은 강남에 들어오기를 부담스러워합니다. 이분들이 테헤란로에서 편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육성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노무현, 김부겸처럼 험지에 도전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리: 이번에 떨어져도 계속 강남에서 정치할 생각입니까?
김한규: 한 번 출마했는데, 어디 다른 지역으로 가겠습니까. 출마를 고민하며, 강남에 출마했다가 평생 선출직 공무원이 못될 거란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아깝게 떨어지더라도, 4년 후, 8년 후에도 된다는 보장이 없는 지역이니까요. 그럼에도 강남병을 선택한 것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 민주당에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에서도 처음에는 김앤장 출신이라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는데요. 저 자신의 미래보다 당과 지역 정치에 계속해서 기여하면, 유권자도 민주당도 제 진심을 알아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감히 비교할 분들은 아니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 대구의 김부겸 전 장관님도 결국 계속된 도전과 행동으로 험지에서 인정받은 분들이니까요.
리: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한규: 제 스스로 ‘반전의 남자’가 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스펙은 민주당보다 보수정당 지지층에서 좋아할 스펙이지요. 이런 면부터가 하나의 반전인데, 민주당 정치신인이 험지 강남에서 당선된다면 엄청난 화제가 될 겁니다. 비록 민주당은 아니지만, 강남은 젊은 정치인 오세훈을 낳은 곳입니다. 또 지난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전현희 의원이라는 스타를 만들기도 했죠.
어렵긴 하지만, 그때 같은 기적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반전의 남자, 김한규, 꼭 도와주고 기억해주십시오. 강남이 키워주십시오, 제대로 된 정치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