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코로나를 맞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룡 신현강 대표(이하 신현강): 코로나 사태로, 금융위기 때의 부동산 버블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판단을 내리는 건 무의미합니다. 2008년은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며 실물 시스템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반면, 지금은 전염병으로 실물경기가 멈춘 상황인데, 이게 금융시스템까지 무너뜨릴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승환: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을 생각하면, 위기로 갈 수는 있지 않을까요?
신현강: 그때에 비해 사전적 대처가 굉장히 강하게 들어가고 있기에, 아직 위기를 이야기하기는 이릅니다. 물론 실물 경기가 엄청나게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으니, 위기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소지는 있습니다. 백신 개발이 정말 늦어진다면 극단적 침체가 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각국 정부가 금리인하에 돈도 풀고 있기에, 아직은 지켜봐야 할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이승환: 부동산은 타 분야에 비해 붕괴가 늦는 편이죠?
신현강: 네. 굉장히 늦습니다. 주식시장처럼 공포가 바로 반영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주식시장이 급전직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동산은 투자 자산 이전에 거주 공간이기 때문에 계단식 하락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매물 몇 건에 대세하락 예측은 섣부르다
이승환: 그런데 이미 부동산 급락 기사가 뜨던데요…
신현강: 강남 어디가 팍 떨어졌다들 하는데, 그건 다 급매물입니다. 급매물은 100 가구 아파트 단지 중, 1~2세대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나머지 99세대는 여전히 매도할 의사가 없는 거죠. 실물경기에 급격한 영향을 받은 가구가 싸게 아파트를 내놓는 거지, 시장 전체에 공포가 증폭해서 나온 물건이 아닙니다. 전조현상이라 볼 사건이 아닌 것이죠.
이승환: 그런데 사실 강남 집 살 수 있는 사람 극소수잖아요, 왜 급매물 뉴스는 강남만 뜰까요?
신현강: 강남은 서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선호하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강남이 오르면 주변 지역도 영향을 받아 오를 가능성이 높고, 강남이 떨어지면 주변 지역까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관심을 가지는 것이죠. 결국 강남 지역의 급매물 변화 역시, 향후 시장의 방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승환: 과거 부동산에서 하락장이라 할만한 시기가 언제였나요?
신현강: 긴 텀에서는 IMF로 불리는 외환위기가 가장 컸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급격한 하락을 겪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는 정말 급락이었다면, 2008년에는 이전 경험이 있어서인지, 계단식으로 떨어졌지요.
이승환: 2008년에는 얼마나 떨어졌죠?
신현강: 지역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30%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급반등 경험 때문인지, 기회로 알고 2009년 잠시 강남 급등장이 나오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침체가 길어지는 걸 알고, 급매물보다 더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나오고, 이를 반복하며 계단식 하락을 겪었죠.
이승환: 그러면 코로나 사태에서 부동산 하락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겁니까?
신현강: 실물경제에 위기가 온 건 사실이지만, 아직 집값이 떨어지겠다고 판단하거나, 버텨야 한다고 판단할 상황은 오지 않았다고 봅니다. 서서히 공포감이 조성되는 정도일 뿐이지요.
이승환: 그러면 집 가진 사람이 팔 필요도, 집 없는 사람이 살 필요도 없다?
신현강: 어차피 지금 내놔봐야 아파트가 제값에 팔릴 일도 없고, 희망적으로 비싸게 사려는 사람도 없습니다. 지금은 다들 싸게 사고 싶어 하는데, 기다리는 게 맞습니다. 아파트는 최소 6개월 정도의 추세는 봐야 합니다. 현재 시장의 공포감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투자 수요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이승환: 만약에 대세 하락이 온다면 어디가 타격을 입을까요?
신현강: 요 몇 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당히 많이 올랐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서울은 여전히 공급량이 부족하고, 서울 선호도 역시 높습니다. 오히려 서울에서 시작해서 풍선효과를 본 수도권이 좀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입지가 그리 좋지 않은 곳인데도 오른 곳은 위험하겠죠.
이승환: 빠숑님이 말씀하시던 대로 좋은 곳이 더 잘 버틴다는 건가요?
신현강: 네, 강남의 급매물을 보고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강남은 그런 지역이 아닙니다. 종부세 내고도 버틴 분들의 거주지니까요. 일부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분들이 내놓는 거지, 대세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부동산을 투자로 접근해서 대출 끼고 들어온 분들은 좀 힘들 수 있습니다. 이것도 서울이나 중심보다는 입지가 좋지 않은 외곽 쪽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승환: 지방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신현강: 이것도 지역별로 나눠봐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오기 전에 지방도 어느 정도 상승장을 겪었습니다. 부산도 대구도 코로나 직전에 와서야 조정으로 좀 주춤했죠. 이후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로 투자 수요가 몰렸는데, 실수요자보다는 투자수요가 더 많은 곳은 위험할 소지가 있습니다. 자기 자금 외에 대출 등이 섞여 있으니까요.
이승환: 갭투자한 분들이 가장 위험한 건가요?
신현강: 네.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건데, 결국 자금 없는 분들이 소액으로 한 투자입니다. 한두 채 투자했다면, 비상금으로 견딜 소지가 있겠지만,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2018년에도 갭투자한 분들이 역전세란으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돈은 없는데 전세가가 떨어져서, 그 전세가 차액을 구하며 힘들어했죠. 그런 현상이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도 주변 분들에게 지금은 대출받아서 투자하시기보다, 부채 범위를 줄이라고 조언합니다. 실물경기가 무너진 상황에서 금융위기까지 일어나면, 대출 회수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이승환: 그냥 바람 쐬며 장을 좀 지켜보는 게 좋겠군요.
신현강: 50:50으로 봅니다. 정말로 금융 시스템이 무너져서 급전직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각국이 진행하는 각종 금융 프로그램으로 유동성 증가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러면 특정 자산 시장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지금 집을 살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공포감에 질릴 상황도 아니죠. 몇 개월 지난 후 움직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긴 호흡으로, 투자보다 실거주에 무게 실을 때
이승환: 정말로 금융위기마냥 패닉이 오면 어떻게 하죠?
신현강: 실수요자들은 어차피 거주하는 공간이니 그냥 살면 됩니다. 내가 산 금액 대비 집값이 떨어지면 그 순간에 속상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팔지 않았다면 명목 손실이지, 실제 손실이 아닙니다. 부동산 시장은 인플레이션만큼 장기상승세를 보입니다. 하락세가 멈추면 다시 상승장이 오겠죠. 너무 큰 욕심부리지 않고 그냥 계속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이승환: 전세 거주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신현강: 이번 코로나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 매매수요보다는 아마도 전세에 머무는 수요가 더 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전세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아도 서울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수도권의 경우 18년에 공급물량의 피크를 찍고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공급 부족이 전세 가격을 밀어 올리고, 다시 전세 가격 상승이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는 2010년 초·중반의 모습이 나타날 소지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 거주자의 경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택 구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승환: 투자하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현강: 투자에 몰두한 분들은 조금이라도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는 게 좋습니다. 다주택자 같으면 이 기회에 1채 파는 것도 좋겠죠. 저는 이번 위기가 일부 부동산에 발생한 거품이 조정되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유주택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팔 필요도 없고,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무리해서 살 필요도 없습니다.
이승환: 빌라, 오피스텔은 어떻게 보시나요?
신현강: 빌라와 오피스텔은 대체제 시장입니다. 아파트를 사지 못하는 분들이 선택하는 곳이다. 만약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멈춘다면, 대체재인 오피스텔과 빌라에 관심 갖기는 더 힘듭니다. 상황이 좋진 않은 거죠. 다만, 만약에 침체가 오래 가게 되면 대체재 시장이 더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수익률을 노리는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지요. 결국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이 작용해서 투자자가 들어오기에, 엄청나게 떨어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승환: 긴 호흡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군요.
신현강: 저도 오랜 시간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단기적 상황으로 접근해서 좋은 답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반면 긴 호흡으로는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저도 포트폴리오를 좀 조정했습니다. 그때는 대학생이 주식에, 애 업은 엄마가 부동산에 관심 가지는 정도의 시장이었죠. 그러다 보니 오르지 않을 동네까지 오르고 분양물량이 늘면서 미분양이 크게 늘어났죠.
지금 시장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집에 미쳐있지 않다는 건, 아직 버블이라 생각하긴 이르단 것이죠. 너무 과도한 공포에 질릴 필요는 없습니다. 부동산을 주 투자 자산이라 생각했던 분들이나, 어느 정도 조정하길 권하는 정도입니다.